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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두리는 고려 때 부터 여인네가 사용해왔던 갓(冠)의 일종이자 장신구다. 초기에는 궁중에서만 사용되었으나 점차로 민간에 퍼져나간다. 조선 중기 때에 이르러서는 부녀자들이 가체를 사용하는데 지나친 사치를 부렸기에 나라에서 대체품으로 족두리 사용을 명한다. 오늘날에는 전통 혼례 때 쓰는 화려한 족두리를 제외하고 상례 및 제례용으로 사용하는 족두리는 없어졌다. 특히나 혼례용 족두리는 장식이 화려해서 칠보족두리라고 불리운다. 

4월의 산지에는 족두리를 닮은 보라색 꽃에 하트 모양의 녹색 잎사귀를 가진 족도리풀이 자란다. 약 20cm 정도의 크기이며 뿌리와 줄기는 한약재로 쓰이는데 두통과 소화불량에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씹어 보면 약간의 매운맛을 느낄 수 있기에 영명으로는 멧생강(wild ginger)이라고 하며 은단과 박하 사탕의 맛을 내는 원료도도 사용한다.

햇볕을 피해 반그늘에서 자라며 이쁜 자태와는 달리 꽃에서 생선 비린내가 난다. 이는 세대를 이어가기 위해 족도리풀이 환경에 적응한 결과다. 파리와 같이 썩은 냄새에 유인되는 곤충을 불러들여 번식하기 때문이다
 
얼레지 꽃에서 흡밀하며 수컷을 유혹한다.
▲ 애호랑나비. 얼레지 꽃에서 흡밀하며 수컷을 유혹한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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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호랑나비는 1년에 단 한차례, 진달래꽃이 피는 4월에 출현하여 약 2주 동안 활동한다. 성충은 같은 시기에 피는 얼레지와 제비꽃, 현호색 등에서 꿀을 빤다. 녀석의 몸통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마치 쑥대밭처럼 빽빽한 털로 덮여있음을 알 수 있다. 산속의 봄은 아직 쌀쌀하므로 보온을 위한 외투다. 북한말로는 애기범나비라고 부르며 검은색과 노랑색 줄무늬에 뒷날개 끝에는 빨간 포인트가 있어서 시선을 잡아끈다.

애호랑나비가 연분홍 얼레지에 푹 파묻혀 흡밀하는 모습은 봄나들이 나온 사람들과 더불어 식물학자와 사진가, 곤충연구자에게도 무척이나 반가운 광경이다. 암컷은 봄꽃에서 꿀을 빨며 짝짓기를 위한 성페로몬을 내뿜어 수컷을 부른다. 연재 2화에서 애호랑나비의 교미에 대해서 잠깐 언급했다.

짝짓기 후 다른 수컷과의 교미를 막기 위해 수태낭(교미낭)을 만든다. 수컷의 꽁무니에서 허연 점액질을 분비하여 암놈의 생식기에 바르는데, 시간이 지나면 점차 단단해진다. 이 밖에도 교미낭을 만드는 나비로는 호랑나비과에 속한 모시나비, 붉은점모시나비, 사향제비나비가 있다. 짝짓기가 끝나면 암놈은 족도리풀의 잎 뒷면에 비취색의 알을 15개 정도 낳는다. 다른 식물은 먹지 못하므로 족도리풀이 사라지면 애호랑나비도 없어진다.

곤충의 식성은 크게 광식성과 협식성으로 나뉜다. 전자는 가리는 식물이 없는 잡식성이고 후자는 오로지 한 종만 먹는 편식쟁이다. 족도리풀의 매운맛은 자신을 뜯어먹는 여타의 곤충을 방어하기 위해 풍기는 화합물이다. 그러나 애호랑나비는 이 독물질에 적응했다. 바꿔말해 이 매콤한 맛이 식성을 자극한다. 

족도리풀은 씨앗을 퍼뜨리는 방법이 교묘하기 이를데 없다. 씨앗의 겉은 달착지근한 물질로 덮여있다. 개미를 꼬여내서 씨를 멀리 퍼뜨리기 위함이다. 연구에 의하면 개미의 침이 묻은 씨가 발아율이 더 높다고 한다. 

즉, 냄새로는 파리를 불러들여 꽃가루받이를 하고 씨앗에 설탕발림하여 개미를 배달꾼으로 부린다. 그러나 난개발이 이루어지면서 점차로 애호랑나비와 족도리풀이 사라지고 있다. 지자체에서 야생화 단지를 만든다는 핑계로 멀쩡한 숲을 갈아엎어 버리기 때문이다.

검은색의 털이 북실북실한 애벌레는 호랑나비과 특유의 취각(냄새뿔)을 갖고 있다. 위험을 느끼거나 자극을 받으면 몸속에 숨겨놨던 주홍색 뿔을 내미는데 냄새가 고약하다. 6월이면 먹이식물 근처나 낙엽 아래에서 번데기로 월동하며 10개월이나 잠을 잔다.

비슷한 때 나오는 쇳빛부전나비, 멧팔랑나비, 갈구리나비

쇳빛부전나비는 10mm 전후의 작은 녀석이라 나비 같지 않은 모습을 하고 있다. 산지 입구의 풀 줄기나 낮은 나뭇가지 위에서 볼 수 있다. 때로는 습기 있는 땅바닥에 내려앉아 미네랄을 먹는 모습을 보여준다. 애벌레는 진달래와 철쭉, 조팝나무, 가막살나무, 사과나무, 귀룽나무를 먹는다.
 
길가 정원수에 앉아 점유행동을 하고 있다.
▲ 쇳빛부전나비. 길가 정원수에 앉아 점유행동을 하고 있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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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와 철쭉은 몹시 비슷하여 구분이 어려운데 전자는 꽃이 먼저 피고 뒤를 이어 잎이 자라난다. 후자는 잎과 꽃이 같이 생장하며 꽃 가운데에 적갈색 반점(꿀샘)이 흩어져있다. 진달래는 화전으로 먹을 수 있지만 철쭉은 약간의 독성 물질이 있어 식용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철쭉에서 꿀을 빨고 있다. 땅에 앉으면 잘 안 보인다.
▲ 멧팔랑나비. 철쭉에서 꿀을 빨고 있다. 땅에 앉으면 잘 안 보인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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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팔랑나비도 이른 봄에만 볼 수 있는 녀석으로서 앞의 두 나비와 생태가 비슷하다. 애벌레가 상수리나무, 졸참나무, 떡갈나무, 신갈나무 잎을 먹고 산다. 갈색 바탕에 흰점이 박혀있어 땅바닥에 앉으면 알아차리기 어렵다.

볕이 따사로운 날, 꽃 위에서 흡밀하며 산길에 내려앉아 해바라기를 한다. 우리나라 나비 대부분의 이름은 석주명이 지었다. 그에 의하면 '몸은 큰데 날개는 작아서 땅에 떨어지지 않으려고 팔랑거리며 나는 모습'을 보고 붙였다고 한다.
 
날개 아랫면이 해어진 수세미를 닮았다.
▲ 갈구리나비. 날개 아랫면이 해어진 수세미를 닮았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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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구리나비도 빼 놓을 수 없다. 배추흰나비와 비슷한데 약간 몸이 작으며 날개 끝이 갈고리처럼 휘어져있다. 날개 윗면의 끝은 노랑색이고 아랫면은 낡은 그물망과 같은 무늬가 있다. 배추흰나비가 너울너울 나는 것 같다면 갈구리나비는 무릎 높이 정도에서 정신나간 것처럼 부산스럽게 날라다니므로 보통 사람도 쉽게 구별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해당 글은 한국우취연합의 월간 우표에도 같이 등록됩니다.


태그:#쇳빛부전나비, #멧팔랑나비, #족도리, #갈구리나비, #애호랑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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