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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한국산연지회는 창원 마산자유무역지역 한국산연 공장 앞에 천막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금속노조 한국산연지회는 창원 마산자유무역지역 한국산연 공장 앞에 천막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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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한국산연지회는 서울 마곡동 산켄전기코리아 앞에서 천막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금속노조 한국산연지회는 서울 마곡동 산켄전기코리아 앞에서 천막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 한국산연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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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자본을 상대로 600일 넘게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창원 마산자유무역지역에 있던 한국산연(산켄전기)에서 엘이디(LED) 조명기구를 만들던 노동자들이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한국산연지회(지회장 오해진) 조합원 12명은 24일 현재 619일째 투쟁하고 있다. 2020년 7월 13일 공장 앞에서 천막농성에 들어간 뒤, 지금까지 안 해 본 게 없을 정도로 다양한 방식으로 싸우고 있다.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오는 25일 서울 마곡동 산켄전기코리아 앞에서 집회를 열 예정이다. 조합원들은 지난 2월 9일부터 이곳에서 '천막농성'을 계속해오고 있다.

일본자본 산켄전기는 1973년 마산자유무역지역에 자회사 한국산연(산켄)을 설립해 엘이디 조명기구와 반도체를 주로 생산해 왔다. 그러다가 최근 몇 년 사이 노사 갈등을 겪었고, 2010년대 후반에는 정리해고 갈등을 겪기도 했다.

그러다가 산켄전기는 2020년 7월 9일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산연의 청산‧해산'을 발표했고, 회사는 2021년 1월 말 폐업과 함께 직원들을 모두 해고했다.

한국산연은 청산 절차를 완료했으며, 공장 건물은 다른 업체에 매각됐다. 다른 업체는 현재 이 공장을 개조해 사용하고 있으며, 새 업체는 건물 외벽에 회사 간판을 내걸지 않고 있다.

한국산연지회 조합원들은 이 공장 앞에 천막농성하고 있으며, 앞 도로에서 출퇴근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조합원들은 이곳과 서울 마곡동 천막농성장을 거점으로 해서 다양한 투쟁을 벌이고 있다.

일부 국회의원과 경상남도, 창원시, 고용노동부도 나섰지만 일본 산켄전기는 꿈쩍 않고 있다.

윤미향 의원을 비롯한 국회의원 13명은 2020년 12월 산켄전기 본사와 일본 후생노동성, 경제산업성에 "한국산연 폐업의 중단과 한국인 노동자 보호를 위한 공동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또 국회의원들은 2021년 1월에는 외무성에도 공동서한을 보냈다.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와 허성무 창원시장은 각각 2020년 12월 산켄전기 본사에 '해산 결정 철회'를 요청하는 서한문을 보냈고, 당시 창원시의회는 만장일치로 '결의문'을 채택하기도 했다.

또 창원고용노동지청은 2021년 12월 산켄전기에 공문을 보내 "한국산연지회와 대화 의지가 있는지 문의"하기도 했다. 국내 여러 기관의 요구에 산켄전기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 시민‧노동단체들도 나섰다. 코로나19 탓에 한국산연 노동자들이 '원정투쟁'을 벌이지 못하자 일본에서는 '한국산연노조를 지원하는 모임'이 결성됐다.

일본 시민‧노동단체는 산켄전기 본사가 있는 사이타마에서 매주 월요일 '산켄전기 규탄 집회'를 열고, 수요일에는 오사카 등지에서 '산켄영업소 항의집회', 목요일에도 산켄전기 본사와 역 앞에서 집회‧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본인 노동운동가가 구속되기도 했다. 한국산연노조를지원하는모임 오자와 다카시(71) 사무차장이 2021년 5월 10일 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연행돼 구속됐고, 같은해 12월 27일 보석으로 풀려났다.

민주노총은 지난 2월 10일 열린 정기대의원대회 때 오자와 다카시 사무차장과 쿠니코(일본인)씨한테 '감사패'를 수여하기도 했다.

한국산연노조를지원하는모임은 산켄전기에 대해 "경영 실태 제시도, 경영 개선의 노력도 없이, 단 한번의 설명회도 열지 않고 일방적으로 청산과 해고를 강행한 것"이라며 "이는 노동조합과 사측이 체결한 단체협약을 위반한 것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다국적 기업 행동지침'에도 위배되는 행위"라고 했다.

한국산연노조를지원하는모임은 최근 '엘지전자 일본(주)'에 공문을 보내 "한국의 엘지전자는 산켄전기의 한국 내 최대 거래처이고, 산켄전기가 제공한 전자부품이 사용되고 있다"며 "산켄전기는 한국의 노동법을 무시하고 한국 정부 관계기관의 의향을 짓밟는 민족차별적 기업으로 지탄받고 있다. 이에 경영진에게 엄격한 주의를 환기하도록 강력히 요구한다"고 하기도 했다.

한국산연지회 조합원 12명은 600일이 지났지만 지금도 '공장 정상 가동'이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투쟁하고 있다. 조합원들은 고용복지센터에서 지원하는 '실업급여'를 받아오다 기한이 지나 끊겼다.

조합원들은 지금은 금속노조에서 지원하는 '장기투쟁 사업장 지원금'으로 버티고 있다. 이 지원금 또한 오는 5월이면 끝난다. 이후부터는 생계가 막막해지는 것이다.

노동자들은 '회사의 정상 가동'을 요구하고 있다. 오해진 지회장은 "산켄전기 본사가 2020년 7월 청산 계획 발표를 하기 전부터 노조에서는 회사 운영 정상화를 요구해 왔고, 회사는 '그렇지 않다'며 거짓말을 해왔다"며 "결국 회사는 청산 절차를 거쳤다. 그래서 우리는 거짓말을 해온 회사에 분노를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청산 발표하기 전부터 노조와 함께 회사 정상화 방안을 갖고 논의를 하자고 했지만, 회사는 들어주지 않았다"며 "결국 노조를 피하기 위한 거짓말이었다. 그동안 일방적 청산은 없다고 했던 말이 거짓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이대로 받아들일 수 없기에 투쟁한다"고 했다.

한국산연지회 조합원 12명은 공장을 다시 가동하든지 아니면 산켄전기가 한국에서 운영하는 관련 사업장에 고용을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마곡동 천막농성장에서 '한국산연지회 서울 농성장 결의대회'를 연다.
 
금속노조 한국산연지회는 서울 마곡동 산켄전기코리아 앞에서 천막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금속노조 한국산연지회는 서울 마곡동 산켄전기코리아 앞에서 천막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 한국산연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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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산켄전기, #한국산연, #산켄전기코리아, #금속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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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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