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7.02 13:56최종 업데이트 19.06.10 17:22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가? 행복사회는 무엇으로 가능한가? 그 답을 찾아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기자가 행복지수 1위의 나라 덴마크를 심층취재했습니다. 이 연재는 2014년 9월 초 단행본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오마이북)로 출간될 예정입니다. 
[편집자말]

2012년 덴마크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회사로 꼽힌 '로슈 덴마크'의 전경. 코펜하겐 외곽이 위치한 로슈는 건물모양만 보면 매우 평범한 모습이다. ⓒ 김민지




☞ [행복지수 1위, 덴마크의 비결을 찾아서] 연재 보러가기




코펜하겐 외곽에 있는 '로슈 덴마크(Roche Denmark)'는 건물 모양만 보면 매우 평범합니다. 이렇다 할 조경도 없는 곳에 깔끔하지만 밋밋한 3층 짜리 건물이 서 있습니다. 그런데 글로벌 제약회사 로슈의 덴마크 지사인 '로슈 덴마크'는 지난 2012년에 아주 특별한 상을 하나 받았습니다. '덴마크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회사'로 선정된 겁니다. 매년 일하기 좋은 회사를 조사해서 발표하는 글로벌 단체(Great Place to Work Institute)가 선정한 권위있는 상입니다. 약사, 마케터 등 100여 명의 덴마크인들이 일하고 있는 이 회사는 같은 심사에서 2006년에 6위를 했는데 6년만에 1위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로슈 덴마크'의 안내데스크에서 방문증을 발급받는 동안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지금 '신의 직장', '일터 천국'에 들어서고 있다. 덴마크가 세계에서 행복지수 1위의 나라라면, 이곳은 덴마크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회사이니까, 이곳이야말로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일터가 아니겠는가? 과연 무엇이 다를까?



다른 곳을 취재할 때보다 정신이 바짝 들었습니다. 대한민국 회사들이, 주식회사 <오마이뉴스>가 이곳에서 무엇을 배워야할 것인지, 당장 적용하면 좋을 것이 무엇인지를 꼼꼼히 봐야 겠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영문 관련 기사: A God-Given Workplace that Prepares Dinner for Employees' Families)



 

[오연호의 특별취재 리포트]신의 직장, 로슈 덴마크를 가다 ⓒ 오연호



회사가 직원 가족의 저녁식사를 마련한다?


 

'로슈 덴마크' 1층에 마련된 구내식당. “우리는 직원들의 건강을 위해 싱싱한 재료만을 씁니다. 과일은 직원들이 언제든 와서 먹을 수 있게 준비돼 있어요.” ⓒ 김민지




안내를 받아 인사담당 간부 린다씨(Linda vestergaard)의 방에 들어갔습니다. 이 회사에 25년째 근무하고 있다는 그가 우리 취재팀 3명을 반갑게 맞이하면서 앉으라고 권유한 테이블엔 커피잔과 함께 포도, 딸기 등 싱싱한 과일이 담긴 접시들이 놓여져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살짝 감동했습니다. 값으로 따지면야 그리 많은 돈이 드는 것은 아니지만 손님을 맞이하는 정성이 느껴졌습니다.    



"과일까지 챙겨줘서 고맙다"고 했더니 린다씨는 "손님한테만 특별히 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직원들도 매일 회사에서 이런 싱싱한 과일을 먹습니다"라고 말하더군요. 알고보니 이 회사는 매일 아침과 점심을 전 직원들에게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1층에 마련된 구내식당을 들렀을 때 주방 일을 하는 여성이 말하더군요. "우리는 직원들의 건강을 위해 싱싱한 재료만을 씁니다. 과일은 직원들이 언제든 와서 먹을 수 있게 준비돼 있어요."



여기까지도 뭐 그럴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덴마크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직장인데 이 정도는 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린다씨가 다음 말을 했을 때는 "허걱" 소리가 절로 나왔습니다.



"일주일에 두 번씩은 직원들과 그 가족들을 위해 저녁식사 도시락을 준비합니다."



"네? 직원뿐 아니라 그 가족을 위해서요?"

"그렇습니다. 식구가 4명이면 4개의 도시락을 가져갈 수 있지요. 아이들 것도 있어요."



잠시만요, 덴마크 직장인들은 대부분 오전 7시나 8시에 출근해 오후 4, 5시에 퇴근합니다. 법정 하루 근무시간이 7시간 30분이고 점심시간이 30분 포함돼 평균 8시간을 직장에서 머무는 거지요. 그래서 이 회사의 직원들도 오후 4, 5시에 퇴근하는데, 우리 개념으로는 다소 이른 시간인데 왜 회사가 직원들의 저녁식사까지 챙겨줄까요? 그것도 가족이 먹을 것까지.



"생각해보세요. 퇴근해서 시장에서 장봐서 음식하고 설거지하고 그러면 기운이 다 빠지잖아요. 특히 아이가 있는 여직원은 더 하지요. 퇴근한 직원들이 집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벌써 6년째 저녁 도시락 제공하기를 하고 있는데 건강식이고 맛있어서 인기가 아주 좋아요."



5년째 근무하고 있는 남자 직원 매드스씨(Mads Ekstrand-Olsen)는 아이가 4명인데 이 저녁 도시락을 잘 이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 식구는 모두 6명이니까 저는 6개의 도시락을 집으로 가져갑니다. 우리 아내는 간호원인데 내가 도시락을 가져가면 매우 좋아하지요. 아이들 것까지 저녁식사 준비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려야 하는데 그것으로부터 해방되니까요. 일주일에 두 번씩이지만 참 좋아해요." 



3년째 근무하는 한 여직원은 싱글인데 그녀도 이 저녁 도시락이 좋다고 합니다. "저녁 도시락이 마련된 날은 저는 아침부터 3끼를 모두 회사에서 주는 것으로 먹습니다. 아주 편해서 일에 집중할 수 있지요."   



"세탁 서비스, 우체국 서비스도 회사에서 대행"


 

<로슈 덴마크>에서 25년째 근무 중인 인사담당 간부 린다 베스테르가드(Linda vestergaard)씨. ⓒ 김민지


'로슈 덴마크'는 직원들이 편하게 일에 집중할 수 있게, 이렇게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서비스를 해주고 있었습니다. 가족용 저녁 도시락은 그 중의 하나일 뿐이었습니다.



회사가 직원 개인과 가족의 세탁 일을 대신 처리해준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직원 개인이나 그 가족이 우체국이나 동사무소에 가야할 일이 있는데 이것을 회사가 대신 해준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인사담당 간부 린다씨의 말을 들어보지요.



"세탁할 것이 있으면 회사로 가져오면 퇴근할 때 찾아갈 수 있게 해줍니다. 우체국에 갈 일이 있어도 회사에서 대신해주지요. 성가신 일을 하면서 시간 낭비하지 않도록,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배려해주기 위해서입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휴가 때 직원들이 회사차로 여행을 해도 된다고 하네요. 덴마크 노동자들의 법정 유급휴가는 1년에 5주. 매드스씨는 이번 여름휴가 때 다른 나라를 돌아볼 셈인데 회사차를 이용한다고 합니다.



"우리 직원들은 회사에서 개발한 신약품을 의사들에게 설명하는 일들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약 70% 정도가 회사 차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회사차는 출퇴근 할 때 써도 됩니다. 그리고 업무가 아닌, 개인이나 가족이 여행을 할 때 써도 됩니다. 다른 나라로 여행할 때 써도 되지요. 나는 이번 여름휴가를 크로아티아로 갈 예정인데 회사차를 끌고 갈 겁니다."



기름 값은 개인이 부담한다지만, 직원들이 업무가 아닌 가족여행을 하는데 회사차를 끌고 나라밖까지 갈 수 있다는 것은 신선했습니다. 저녁 도시락, 세탁 서비스에서도 볼 수 있지만 회사가 일터복지뿐 아니라 가정복지에까지 섬세하게 신경을 쓰고 있었습니다.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거지요? 직원들이 가정에서 행복해야 직장에서도 일을 잘한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그렇지요. 바로 그것입니다."



인사담당 간부 린다씨는 추가설명을 합니다. 일터와 가정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 '유연한 근무시간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요. 특히 '로슈 덴마크'는 제약회사의 특성상 여성이 전 직원의 7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워킹맘에 대한 배려를 많이 한다고 하네요. 덴마크의 법정 유급 출산휴가는 1년입니다. 산전 1달, 산후 6달은 회사에서 기존과 동일한 월급을 주고 나머지 5개월은 정부에서 기존 월급의 80~90% 정도를 지급합니다.



"아이가 1살이 된 후에는 추가로 육아휴가를 쓰는 엄마도 있지만 대부분 일터에 나오니까 어린이집 등에 맡깁니다. 이럴 때에는 부부들이 유연하게 출퇴근 시간을 정하는 거지요.   엄마는 아이를 맡기고 9시경 늦게 출근해서 5시까지 일하고, 아빠는 일찍 7시경 출근하여 3시경 빨리 퇴근해서 아이를 찾아오는 것이지요."



이 회사 직원이 아이 4명을 낳은 이유



'로슈 덴마크'는 이런 유연근무시간제를 지원하기 때문에 직원마다 출퇴근 시간이 다르다고 합니다.



"어떤 엄마들은 일찍 퇴근하고 아이를 재운 다음에 밤에 일하기도 합니다. 또 우리 아이가 오늘 오후 3시에 테니스교육을 받는데 2시경 퇴근해도 되겠느냐고 하면 허락해줍니다. 그 대신 저녁에 집에서 일을 더 하는 거지요."



4명의 자녀를 둔 매드스씨에게 덴마크의 평균 출산율이 2.0 정도인데 어떻게 그렇게 많이 낳았냐고 했더니 "유연근무제 덕분이기도 하다"고 말합니다. 그는 "주로 아침 6시30분에 집을 나서 7시에 도착해 일을 시작하고 4시에 퇴근하여 아이들을 돌본다"고 합니다. 덴마크 남자들이 잘생겼다는 말이 있는데, 그에게 딱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면서, 이렇게 물었습니다.



"덴마크가 세계 행복지수 1위이고, 이 회사가 일하기 좋은 회사 1위이면, 여기는 파라다이스네요. 그래서 짐작건대 당신은 행복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뭔가 걱정거리가 있다면?"

"건강에 신경쓰는 것과 아이들 걱정 아닐까요? 학교에서 친구들과 잘 지내는지…."



아이 키우는 것을 아내의 일이 아니라 내 일로 생각하고 오후 4시에 퇴근하면서도 당당한 아빠 직원, 대한민국 사회에서 이게 가능하려면 무엇이 바뀌어야 할까요?



'로슈 덴마크'의 자랑거리는 또 있습니다. 직원들의 건강에 무척 신경쓰고 있었습니다. 자원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월요일 오후엔 한발 자전거타기, 화요일 오후엔 에어로빅, 수요일엔 달리기를 하고 있더군요. 덴마크에서는 약 35%가 출퇴근을 자전거로 하는데, 이 때문에 회사가 일정정도 크면 샤워시설을 만들도록 법에 정해져 있습니다. 이곳엔 세군데에 샤워시설이 있다고 합니다. 



"일하기 좋은 회사 1위 비결은 간부-사원 피드백"


 

'로슈 덴마크' 사무실 복도 곳곳에 걸려있는 회사의 비전과 가치가 담긴 액자들. 이 액자의 주인공들은 (사장이나 간부가 아니라) 다름 아닌 로슈의 일반 사원들이다. ⓒ 김민지


참 부럽지요? 이 정도면 일하기 좋은 회사이지요? 그런데 앞에서 말한 모든 것들은 '로슈 덴마크'를 덴마크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회사 1위로 만든 핵심이 아니었습니다. 그 비결의 핵심은 돈 드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사실 맘만 먹으면 우리 대한민국 회사들도 할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덴마크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회사' 순위에서 2006년엔 6위였는데 왜 2012년엔 1위가 되었나요? 그 사이 무엇이 달라졌나요?"

"우리가 1위가 된 것은 피드백을 잘했기 때문입니다. 매월 간부와 사원 사이에 서로 피드백을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래서 모든 직원이 항상 자신이 지금 어느 정도로 일을 잘하고 있는지를 분명하게 알 수 있었어요. 효과는 컸죠. 직원들이 그 피드백 이후에 어떤 부분을 보완하면 더 잘 할지, 어떤 일에 집중하면 좋을지를 알게 되었으니까요."



린다씨는 그런 과정을 통해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기 때문에 "직원들이 자부심이 강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로슈 덴마크'가 일하기 좋은 회사가 된 것은 한마디로 사내 커뮤니케이션을 잘했다는 것인데, 그것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루어졌을까요?



첫째, 비전과 가치를 확실히 공유했다고 합니다. 린다씨의 말입니다.



"우리 회사는 세가지의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진실, 용기, 열정. 이 가치가 모든 활동의 기반이 되는데요, 이것을 공유하기 위해 몇 년간을 준비했습니다. 팀별회의도 하고 세미나도 하고, 심지어 직원들이 배우가 되어 연극까지도 해봤어요. 우리는 이 가치를 바탕으로 회사의 비전과 목표를 세웁니다. 어떤 한 직원도 이 과정에서 뒤처지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어떤 한 직원도 가치와 비전을 공유하는 것에서 소외되지 않게 한다! 그래서인가요? '로슈 덴마크' 사무실 복도의 곳곳에는 회사의 비전을 설명하는 액자들이 걸려있는데 그것을 말하는 주인공들이 사장이나 간부가 아니라 일반사원이었습니다. 평사원의 눈을 크게 클로즈업해서 사진을 찍고 그가 말하는 회사의 가치를 적어두었는데,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모든 방의 문은 열어둔다" 격식 없는 대화



둘째는 격식을 따지지 않고 모든 직원이 창의적으로 참여하는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우리는 사장이 수시로 전 사원을 초청해서 30분정도 타운홀 미팅을 합니다. 여기에서는 누구나 새로운 시도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지요. 그리고 1년에 두 번씩 코펜하겐 교외에서 2박3일간 전직원 컨퍼런스를 합니다. 안내데스크나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까지 모두가 참여하지요. 여기에서 회사의 비전과 현황을 공유합니다."



린다씨는 특히 격식을 따지지 않는 것이 '로슈 덴마크' 사내 커뮤니케이션의 특징이라면서 이른바 오픈 도어(Open Door) 정책을 소개했습니다. 이 회사는 100여 명의 직원 대부분이 각각 한 개의 방을 쓰고 있는데 모두 방문을 열어놓고 있었습니다. 복도를 걷다보면 그 열려진 문을 통해 누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게 말이죠. 업무집중을 위해 밀실을 보장하면서도 전체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광장으로 향하는 문을 열어둔 셈입니다.



"이거 보세요. 사장이든 간부든 사원이든 다 방문을 열어놓고 있잖습니까? 모든 직원이 언제든지 사장을 만날 수 있고, 전략기획팀장이나 인사팀장을 만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문제가 있으면 바로바로 푸는 거지요."



"일반 사원이 어떤 문제가 있다고 사장을 바로 만난다면, 중간관리자가 안 좋아 할 수도 있겠는데요."

"물론 기본적으로는 먼저 자기 팀장과 이야기를 해야겠지요. 그러나 회사의 비전에 대한 것이라든지, 팀장과 이야기해도 이해가 잘 안되는 것이라든지, 혹은 자기가 추진하는 프로젝트에 대해 사장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추가로 알고 싶을 때는 언제나 사장 방에 갈 수 있는 거지요."



세 번째로 이 회사는 사내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기 위해 어떤 특정한 방법을 고집하지 않고 다양한 방법을 썼다고 합니다.



"여러가지 방법으로 합니다. 왜냐하면 사람마다 선호하는 방법이 서로 다르니까요. 내부게시판에 올리기도 하고 이메일로 공유하기도 합니다. 또 아주 아날로그적으로 복도에다 공지를 하기도 합니다."



사무실을 둘러보다보니 한 팀은 큰 칠판을 복도에 걸어놓고 각 팀원들의 1주일간의 동선을 적어두었더군요. 어떤 사원은 "수요일 유치원 아이 때문에 오후 2시에 퇴근해야 한다"고 공지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하여 서로의 상황을 예측하는 것이 가능하면 더 효과적으로 일을 할 수 있다고 하네요. 



학교-사회-기업의 가치가 일치하는 나라


 

'로슈 덴마크'는 지난 2012년 Great Place to Work Institute가 발표한 '덴마크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회사'로 선정됐다. ⓒ Roche


그렇다면 왜 '로슈 덴마크'에서는 이런 효과적인 사내 커뮤니케이션이 통했을까요? 저의 잠정 결론은 이것입니다. 덴마크에서는 학교에서 배운 것이 사회에서 통하고, 사회에서 통한 것이 기업에서도 통한다! 제가 이 연재기사의 앞에서 이야기했던 덴마크 행복사회의 여섯가지 요소(자유, 안정, 평등, 신뢰, 이웃, 환경)를 환기시켜 보십시오. 



"덴마크 행복사회의 비결 중의 하나로 신뢰를 드는 덴마크인들이 많던데, 이 회사에서 그런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것도 신뢰가 바탕에 있기 때문이겠지요?"

"그렇습니다. 간부와 직원, 그리고 직원들 사이에 신뢰가 중요하지요. 이것이 좋은 일터의 중요 조건입니다."



린다씨는 '로슈 덴마크'의 효과적인 사내 커뮤니케이션은 덴마크의 문화 속에서 더 잘 이해될 수 있다고 합니다.  



"이것은 어느정도 '사람은 누구도 특별하지 않고, 누구나 소중하다'는 덴마크 문화(얀테의 법, 연재기사 7번 참조)와 연관이 돼 있습니다. 덴마크에서는 회사의 사장이라고 해서 특별한 사람도 아니고 무조건 존경의 대상도 아닙니다. 일반 사원보다 결정권이 더 있으니 조금 다른 사람일뿐이지요."



그러니까 덴마크 사회에서 문화로 굳어진 평등의식이 있기 때문에 기업 안에서 격식 없는 커뮤니케이션도 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결혼하여 두 명의 자녀를 두고 있는 린다씨는 덴마크에서 제일 일하기 좋은 직장에서 고위간부를 지내고 있으니까 이른바 커리어우먼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물어봤습니다.



"동창회 같은데 가면 친구들이 좀 부러워하나요?" 그랬더니 단박에 "아닙니다"라고 답하는군요.



"회사 다니며 일하고 싶으면 하고, 가정에서 아이들 키우고 싶으면 하고, 다들 자기 선택이지 않습니까? 회사 간부라고 특별할 것이 없지요. 덴마크 사람들은 대체로 자기가 좋아서 그 길을 가고 있기 때문에 내가 간부라고 해서 특별히 부러워하지 않습니다."



같은 질문을 5년차 매드스씨에게 해봤습니다.



"중고등학교 친구 중에 목수나 택시기사를 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면 그들이 당신을 부러워 하나요? 그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저 같은 약사도 중요한 직업이지만 목수나 택시기사도 중요한 직업입니다."



이들의 말을 듣고 있던 홍보담당자 안자씨(Anja Grjlstrup Kjær)가 해설을 해줍니다.



"덴마크는 불평등을 허락하지 않는 사회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를 공립학교에 보내는 것은 무료이지만 사립학교는 돈을 내야 합니다. 그런데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부모가 자기 자식을 사립학교에 보내고 싶으면 그 학비를 정부에서 대줍니다."



사회복지 안전망이 이렇게 잘 되어 있기에, 누구나 기본은 누리고 있기 때문에, 친구가 좋은 직장에 다닌다고, 수입이 많다고 특별히 부러워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인상적인 것은 상대적으로 고액 연봉자들인 이 회사의 간부와 직원들은 월급의 50% 정도를 세금으로 내고 있는데도 아무 불만이 없었습니다. 그 세금으로 덴마크가 행복사회로 자리잡은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매드스씨는 말합니다.



"덴마크는 걱정없는 사회입니다. 나뿐 아니라 내 친구들이, 그리고 내가 모르는 일반 사람들이 모두 평생 병원비를 걱정하지 않고 무료로 진료를 받으며 건강을 유지한다는 것은 얼마나 좋은 일인가요?"



그는 이렇게 '나'의 좋은 일이 아닌 '우리'의 좋은 일을 강조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궁금했습니다. 이 회사의 3대 가치 중의 하나가 열정(passion)인데 직원들의 그것은 어디에서 나올까요? 사회에 나가 좋은 직장이라고, 월급 많다고 자랑할 일도 없는데, 연봉이 많아도 50% 이상을 세금으로 내야 하는데, 일을 열심히 하는 열정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매드스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매일 훌륭한 동료들과 좋은 일을 위해 함께 일하는 것에서 열정이 나옵니다. 예를 들어 나는 최근에 덴마크에 단 50명뿐인 특정 피부암 환자를 위한 치료제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보람있는 일인가요?"



2시간동안의 취재를 마치고 헤어지면서 인사담당 간부 린다씨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그래서 당신은 이 일터에서 행복합니까?"

 "네. 행복합니다."



"행복한지 안한지는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하나요?"

"아침에 출근할 때 내 발걸음이 가벼운지, 회사로 향하는 내 마음이 즐거운지가 척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출근길에 빨리 가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나느냐가 중요합니다. 나는 이 회사에 출근하기 싫다고 느낄 때가 일 년에 아주 아주 적게 있습니다. 하하."



'로슈 덴마크'는 덴마크 사회에서 별종이 아닙니다. OECD가 지난 2010년에 27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덴마크인들은 생활만족도에서 1위, 직업만족도에서 2위를 차지했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한국인들은 직업만족도에서 27위로 꼴찌를 했고, 생활만족도에서는 간신히 꼴찌를 면한 26위였습니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은 아침 출근길 발걸음이 어느 정도 가볍습니까?


 

오연호 대표 기자가 연재했던 <'행복사회의 리더십'-'행복지수 1위 덴마크 비결을 찾아서'>가 2014년 9월1일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오마이북)라는 제목의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 오마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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