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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에 세상에 나온 대한민국 최초의 <조복성 곤충기>는 벌레에 대한 이야기 뿐만 아니라 당시 만주 일대의 풍속을 알 수 있게 해주는 흥미로운 책이다. 가령 나비 박사 석주명과의 조우, 중국에서 행해지는 두실솔(귀뚜라미 싸움)과 도박의 폐해, 연해주 지역에 사는 소수 민족의 독특한 생존 방법, 대한민국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바퀴벌레 이민사 등등이다.

이 책에는 소금쟁이에 대한 언급이 잠깐 나오는데 명칭에 대한 유래가 재미나다. 주둥이로 '쏘는 놈'이라는 뜻을 가진 '쏨쟁이'가 변해 소금쟁이가 되었다고 한다. 글쓴이의 생각으로는, 바닷물고기 쏨뱅이도 '가시로 쏜다'라는 말에서 나왔고 민물고기 쏘가리도 같은 뜻이므로 혼동을 피하기 위해서 소금쟁이가 되지 않았나 추측해본다.

우리나라가 소금쟁이의 습성에 주목했다면 서양에서는 움직임을 눈여겨 보았기에 '물 위를 걷는자(water strider)'라고 부른다. 소금쟁이는 수면을 미끄러지는 솜씨가 워나 뛰어나서 1초에 1미터 이상 움직일 수 있으며, 아주 작은 물결의 움직임도 알아차릴 수 있다고 한다. 수천 분의 1밀리미터 높이로 파문이 일어도 그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이를 이용해 등빨간소금쟁이 수컷은 암컷에게 물결 구애를 보낸다.
 
날개싹이 다 자라서 배를 덮어야 소금쟁이 성충이 된다.
▲ 소금쟁이 애벌레. 날개싹이 다 자라서 배를 덮어야 소금쟁이 성충이 된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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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로 수면을 두들겨 파문을 일으키는 무척이나 로맨틱한 방법이지만, 사실은 공포 분위기를 조장하는 짝짓기 종용이다. 물고기 같은 천적이 우리를 발견하여 먹잇감이 될 수 있으니 얼른 교미를 하자는 것이다. 이것이 강제적인지 혹은 암놈이 마지못해 구애를 허락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관련 연구가 계속 진행 중이니 의미있는 결과가 나올 것이다.

소금쟁이는 수면에서 활동하는 환경미화 곤충이다. 물 속에 빠져 죽은 여러 동물에 몰려들어 주둥이를 꼽고 체액을 빨아먹는다. 주검을 빠르게 해체하여 수질 오염을 막는 데 일조하므로 생태계가 잘 돌아가게끔 하는 곤충이다. 소금쟁이는 가운뎃다리와 뒷다리가 매우 길어 몸 길이의 두 배를 넘는다. 짧은 앞다리는 먹이를 잡는 데 사용하고 가운뎃다리로 노를 젓고 뒷다리는 방향타 역할을 한다.

긴 다리로 자신의 몸무게를 분산시키며 수북한 솜털에는 기름이 배어나와 물에 젖지 않는다. 잔털 속에는 공기방울이 가득 차서 부력을 발생시킨다. 적도에서 아열대 지역에는 바다에 사는 소금쟁이(Halobates)도 있다. 몸길이 6mm 정도라서 민물에 사는 소금쟁이와는 달리 몸집이 작다. 소금기를 조절하는 능력을 갖고 있으며 수면을 트램펄린처럼 이용해 펄쩍펄쩍 뛰어 다닌다.

모기는 배를 들고 체온을 조절한다

<조복성 곤충기>는 만주와 간도, 연해주의 소수 민족에 대해서 놀라운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몽골인과 한족의 혼혈이 다수를 차지하며 자신들만의 언어를 가졌다고 한다. 신기한 것은 자식을 키우는 방식이다.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바로 밖으로 데리고 나가 눈으로 문질러 목욕을 시켰단다. 그것도 무려 영하 40도를 오르내리는 강추위에 말이다. 아마도 이는 혹독한 환경에서 어린아이를 키우기 위한 액땜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경제개발이 한창인 70년대를 겪은 사람들이라면 '연탄가스 중독시 자가 치료법'이라는 언론 보도를 알고 있을 것이다. '식초 냄새를 맡게 하면 증세가 호전된다'는 얘기였다. 실수로 빙초산을 흡입하여 화상을 입었다는 무서운 소식도 있었다. 지금의 시각으로 보자면 얼토당토 되지 않은 소리였지만 속이 메슥거리는 데는 플라시보 효과를 볼 수도 있었으리라.
 
말라리아 병원충이 모기를 조종하여 꽁지를 들고 핏물을 내어 체온을 낮추게 만든다.
▲ 모기. 말라리아 병원충이 모기를 조종하여 꽁지를 들고 핏물을 내어 체온을 낮추게 만든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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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뇌염모기 구별법' 이라는 뉴스도 많이 나왔다. '꽁무니를 번쩍 들고 피를 빠는 놈이 뇌염모기' 이므로 주의하라는 내용이었다. 잠든 사이에 물고 도망치는 흡혈귀를 식별해봤자 별다른 효과는 없지만 어느 정도 위안은 되었으리라 여겨진다. 약간의 개연성이나 해석이 주어진다면 우리의 불안감은 한결 가벼워진다. 이러한 보도는 <조복성 곤충기>의 다음과 같은 문구에서 나왔을 것이다.
 
"사람을 무는 놈은 모두 암컷이다. 자손을 남겨야 하는 막중한 책임감과 그로 인해 영양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면 암컷의 이런 행동도 이해하지 못할 게 없다. 녀석은 머리를 숙여 배를 들고 앉으므로 일반 모기와 구별하기가 쉽다. 물에 사는 곤두벌레(장구벌레의 북한말)가 이 모기의 새끼다."
  
최근의 연구를 살펴보자면 학질모기가 배 끝을 드는 이유는 피를 빨 때 급격히 올라가는 체온을 식히기 위해서다. 버지니아 공대의 라한드레(Lahonde're)와 투어 대학교 라자리(Lazzari) 교수의 2011년 논문에 따르면, 암컷 모기는 흡혈을 하면서 꽁무니로 핏방울을 배출하여 약 2도가량 온도를 떨어뜨린다고 한다. 아울러 배를 높이 쳐드는 까닭도 공기 중으로 열을 신속하게 발산시키려는 목적이라 말한다.

모기뿐 아니다. 수렴진화를 통해 벌과 파리 종류는 꽁무니가 아닌, 주둥이로 물풍선을 만들어 체온을 조절한다. 상파울루 대학의 '길예르모 고메즈(Guilherme Gomes)' 연구팀은 2018년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검정파리가 풍선껌을 불면서 몸을 식히는 비결을 밝혀냈다. 배 속의 반쯤 소화된 꽃꿀이나 침을 토해내며 물방울을 맺히게 했다가 다시 삼키면서 온도를 떨어뜨렸다. 곤충은 공랭 시스템을 제일 먼저 이용했다.

덧붙이는 글 | 해당 기사의 사진은 글쓴이의 초접사 사진집 <로봇 아닙니다. 곤충입니다>의 일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소금쟁이, #조복성 곤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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