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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난민을 위한 몰도바 키시나오시 물자 배급소.
 우크라이나 난민을 위한 몰도바 키시나오시 물자 배급소.
ⓒ 피스윈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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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만 명 정도 실거주하는 몰도바에 유입된 우크라이나 난민 숫자는 40만 명에 육박한다. 1인당 GDP 3330불(2019년 기준), 수출보다 수입이 2배가량 많은 유럽의 최빈국 몰도바는 자기가 사는 집을 내주고, 먹을 것을 나누면서 우크라이나 난민을 수용하고 있다.

러시아 침공 후, 일주일 만에 언니와 6학년 조카 손을 붙잡고 몰도바로 피난 온 아나스타시야(38세)씨는 "형부는 오데사에 남아 거처를 돌보고, 부모님은 키이우에서 탈출하기를 거부하셨다. 형부와 연락은 잘 되지만, 부모님은 연락이 잘 되지 않는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키시나우시 임시 피난소에서 생활 중인 그녀는 여건이 나은 오스트리아로의 피난도 가능하지만, 러시아어가 통하고 우크라이나 내 주요 도시와 직주근접성이 좋은 몰도바에서 종전까지 머물 생각이다.

키시나우시에 위치한 <ALEXANDR PUSKIN>학교에는 27명 우크라이나 난민 학생들이 임시 입학 중이다. 몰도바 정부는 급식비용을 추가경정할 예산이 없다. 몰도바 아이들은 우크라이나 난민 아이들을 위해 본인들의 급식을 기꺼이 나누고 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피난온 안젤리카(14세)양은 2주 전 이 곳 학교에 임시입학했다. 루마니아어를 익히지 못해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지만, 다행히 우크라이나 정부는 매일 온라인 수업을 운영 중이다. 하루라도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몰도바 사람들의 보살핌은 어린 소녀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고 있다. 안드레이 파발로이(Andrei Pavaloi) 키시나우시 교육국장은 "몰도바에는 우크라이나어를 가르치는 학교가 없다. 800명의 아이들을 러시아어를 가르치는 학교로 임시입학시킬 예정이다. 급한대로 레크레이션 지도가 가능한 교사들이 임시 피난소로 파견을 나가고 있는 형국이다"라고 말했다.

2주 전, 이곳에 도착했을 때와 다르게 몰도바 사회는 긴장감이 고조됐다. 러시아군은 미콜라이우로 진격 중이고, 오데사는 연일 폭격이 이어지고 있다. 모두 몰도바 국경에 가까운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몰도바 국민들은 우크라이나 난민들과 함께 루마니아로 피난갈 '플랜B'를 염두해 두고 있다.

텅 빈 물류창고, 턱 없이 부족한 의약품과 기대하기 어려운 의료서비스
 
우크라이나 난민을 위한 물자배급소. 물자가 부족한 탓에 시시때때로 폐쇄된다.
 우크라이나 난민을 위한 물자배급소. 물자가 부족한 탓에 시시때때로 폐쇄된다.
ⓒ 피스윈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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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난민을 위한 물자배급소는 수도 키시나우시에서 운영중이다. 물자가 부족한 탓에, 이곳은 시시때때로 폐쇄된다. 생존을 위한 물품은 지급되지만, 일상생활의 여흥을 느낄만한 이유식, 기저귀, 샴푸, 화장품 등의 공급은 여간해서 되질 않는다.

몰도바는 다행히 일상이 건재하다. 그러나 물자배급소에 도착하면, 몸에 맞는 옷가지를 찾는 행렬, 입에 맞지 않은 먹을거리를 물고 우는 아기들, 원하는 물품이 없어 자원봉사자들과 실랑이하는 모습들이 펼쳐진다.

폴란드와 다르게 몰도바는 현장에서 활동 중인 국제 NGO는 수가 적다. 보리스 길카(Boris Gilka) 키시나우시 보건사회국장은 "피스윈즈코리아의 물품 공급으로 물자배급소 운영을 재개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표현했다. 키시나우시에 머무는 우크라이나 난민 숫자는 10만 명이다. 6만 명은 몰도바 사람들이 내준 자기 집에서 더부살이 중이고, 4만명은 45개 임시 피난소에 나뉘어 생활 중에 있다.
 
한국에서 도착한 우크라이나 난민 긴급 구호품.
 한국에서 도착한 우크라이나 난민 긴급 구호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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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을 위한 의약품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키시나우시는 적재적소에 의약품을 공급할 수 있는 '모바일클리닉' 운영을 현장에서 활동중인 피스윈즈코리아에 제안하기도 했다.

론 프리사카루(lon Prisacaru) 몰도바 보건부 차관은 "우리의 현대 의료 시스템은 역사가 깊지 않고, 부족한 것이 많다. 특히 안과 시술은 우크라이나 난민도 몰도바 국민도 열악하긴 매 한가지다"라며 국제 사회의 다각적 보건의료 협력을 요청했다. '암에 걸린 몰도바 사람들은 죽음을 기다린다'고 읊조렸던 통역자의 말이 귀를 멤돌았다.

절망적인 우크라이나 난민들 상황, 뜻 있는 한국 기업들의 지원 잇달아
 
몰도바에 머물고 있는 우크라이나 난민을 위한 구호 물자가 도착했다
 몰도바에 머물고 있는 우크라이나 난민을 위한 구호 물자가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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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에서 몰도바를 지원하기 위해 키시나우시에 설립되었던 NGO NCUM(National Congress of Ukrainians in Moldova)은 현재 우크라이나 난민 임시 피난소로 변모하여 역할을 수행 중에 있다. 50명 정도 난민들이 임시로 머물며, 생활여건이 보장되는 독일로의 피난을 보내는 일을 하는 NCUM에서는 매일 오후면 절규가 들려온다. 나탈리아 활동가는 "키어코 고향인 키이우로 돌아가겠다는 할어버지, 입대를 위해 키시나우에서 국경으로 이동하는 아빠, 아이들 손잡고 안정된 생활을 꾸리려 독일로 떠나는 엄마와 아이들이 뒤섞여 울고 있다"며 눈 앞에 목도한 비극을 설명해줬다. 아이들은 시시때때로 폭격 때의 엄청난 굉음으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겪고 있기도 하다.

팔랑카(palangca) 국경에서 만난 발야 할머니는 미콜라이우에서 살고 있었다. 밤새 이어진 폭격 소리에 지쳐 맨 몸으로 국경까지 오게 됐다. 유엔난민기구에 난민 등록을 하면, 버스를 타고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다. 팔랑카에서는 몰도바, 폴란드, 헝가리 등을 버스로 갈 수 있었고, 키시나우시로 들어오면 비행기로 이동할 수 있는 나라도 여럿이다. 발야 할머니는 막막할 따름이다. 공포에 질린 채, 아무 계획도 없는 상태로 사람들에게 이끌여 버스에 오를 뿐 이었다.

블라드미르 목사는 몰도바에서 우크라이나 오데사를 오가고 있다. 위험천만한 길이다. 며칠 전에는 차 옆으로 미사일이 지나가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오데사 외곽지역에 있는 정신병원 'ODESKA REGIONAL PSYCHIATRIC CLINIC №2'은 블라드미르 목사의 물자보급 차량 덕에 간신히 버틸 힘이 생겼다. 외곽지역과 사회적약자들은 물자 보급을 받기 여간 힘든게 아니다. 아이쿱생협, 빗썸, 디오로지텍, 비앤빛강남밝은세상안과의원 등과 같은 한국 내 기업들의 지원이 블라드미르 목사의 활동을 가능케했다.

우리 사회 아이들을 위해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도와야
 
몰도바에 위치한 우크라이나 난민 임시대피소.
 몰도바에 위치한 우크라이나 난민 임시대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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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후, 몰도바 정부는 수용가능한 우크라이나 난민 수를 1만5천 명이라고 밝혔다. 실제 유입된 난민은 40만 명, 그 중 10만 명이 수도인 키시나우시에 머물고 있다. 유럽의 최빈국 몰도바는 '함께 싸운다'는 정신으로 이들을 수용 중에 있지만, 한계를 벗어난 지 이미 오래다. 그간 난민 수용에 소극적이었던 일본조차 전세기를 보내 우크라이나 난민을 자국으로 수송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우크라이나 난민 수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도전적인 질문을 받고 있는 셈이다.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 우리나라가 해야하는 역할과 책무에 대해 현장에서의 고민이 있다. BTS, 오징어게임, K-방역이 올릴 수 있는 우리의 국격이 있고, 자유세계에 일원으로 살아가면서 치러야할 우리에겐 의무가 존재한다. 대한민국 대사관도 없는 몰도바에 출현해 임시 피난소를 협력 운영하고, 우크라이나 본국 내로 물자보급 차량을 보내는 피스윈즈코리아의 활동이 유럽의 최빈국 몰도바와 비극적인 우크라이나 난민들에게 어떤 의미일지 매순간 고민하며 활동한다.

전문가들은 종전이 되더라도, 우크라이나 재건에는 십수 년의 세월이 걸릴거라 말한다. 인간이 사회를 이루고 사는 이유, 힘만으로 모든 것을 이룰 수 없는 이유, 선량한 보통 사람들의 일상이 송두리째 앗아지는 비극, 작금의 사태를 지켜보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할지에 대한 가늠… 우리가 우크라이나 난민을 도와야 하는 이유는 이 사태를 처음부터 지켜보는 우리 사회의 아이들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난민을 위해 우리에겐 기도와 함께 작은 행동이 필요하다. 비극과 절망의 현장에서 우리는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무사히 집에 돌아가 일상을 회복할 때까지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그리고 몰도바의 헌신적인 희생을 기억하며, 이들과도 협력을 계속해볼 작정이다.
 
몰도바에 위치한 우크라이나 난민 임시대피소.
 몰도바에 위치한 우크라이나 난민 임시대피소.
ⓒ 피스윈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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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필자는 재단법인 피스윈즈코리아 상임이사입니다. 긴급 구호 관련 활동은 홈페이지(https://peacewindskorea.org/)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태그:#우크라이나, #난민, #몰도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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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법인 피스윈즈코리아 상임이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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