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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총이란 말의 어깨에 난 갈기나 꼬리털을 말한다. 과거 우리 조상님들은 말총을 이용해 갓(망건, 탕건, 총모자, 관모 등)을 만들어 썼으며 현대에 이르러서는 여러 가지 공예품으로 꾸민다. 말은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는 속담에서 알 수 있듯이 예로부터 제주에는 말총이 흔했다. 솜씨 좋은 제주도민은 말총공예를 통해 생계를 유지해왔다.

말총은 탄성과 강도가 좋아서 공예품의 재료로 안성맞춤이었기에 갓을 비롯하여 허리띠, 빗자루, 활시위 등의 생활용품으로도 쓰였다. 연암 박지원은 <허생전>을 통해 당시의 조선사회를 비판하고 있는데, 주인공이 말총을 매점매석하여 나라경제를 흔드는 장면이 나온다. 실학자의 관점에서 상업을 더욱 발전시켜 조선팔도의 경제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지금에 이르러 말총작품에 대한 수요는 거의 없어졌지만 아직도 몇몇 장인들이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국가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말총공예전을 통해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국립제주박물관 상설 전시실에서 남다른 말총공예 전시품을 볼 수 있으니 기회가 되면 들러볼 일이다.

벌레 세상에는 말총꼬리를 가진 곤충이 여러 종 있다. 대표적인 녀석은 고치벌과에 속하는 말총벌이고 뒤를 이어 맵시벌, 혹벌 등이 긴 꼬리(산란관)를 갖고 있다. 이들은 기생벌로서 세대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숙주(host)를 필요로 한다. 호스트를 찾아 알을 낳고 있는 몇 종의 벌을 살펴보자.
 
암컷의 산란관이 150mm에 달한다
▲ 짝짓기 중인 말총벌. 암컷의 산란관이 150mm에 달한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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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나무 숲에서 볼 수 있는 말총벌 암놈은 몸 길이가 20mm 내외인데, 꼬리 길이는 150mm에 이를 정도로 긴 산란관을 갖고 있다. 이 긴 꼬리는 밤나무 속에 사는 흰점박이하늘소 애벌레에 알을 낳기 위해 발달한 것이다. 주황색 몸매에 날개에는 검은점이 두 쌍 있으며 더듬이도 벌 치고는 제법 길어서 자신의 몸 길이 만큼이다.

오뉴월에 관찰할 수 있는데 수명이 약 일주일 정도로 짧은 편이므로 시기를 잘 맞춰야 볼 수 있다. 몹시 긴 산란관을 가졌지만 사람을 쏘지는 않는다. 순한 녀석이라 손에 올려놓고 관찰해도 괜찮다.

참고로, 참나무라 하면 도토리 열매를 맺는 나무를 총칭한다. 먹거리가 부족한 때에는 배고픔을 달래주었고 땔감으로도 쓰였으며, 재목으로 널리 사용했기에 나무 중의 으뜸, 참나무라고 한다. 이 중에 상수리나무는 도토리묵을 만들어 '임금의 수라상에 올린다'는 의미에서 상수리가 되었다.

굴참나무는 껍질이 두꺼워 코르크를 채취하여 병마개로 활용했으며 껍질로는 굴피 지붕을 엮을 수 있기에 '굴참'이란 이름을 얻었다. 떡갈나무는 잎이 매우 크고 두꺼우며 향기가 있어 떡을 찔 때 바닥에 깔았기에 '떡갈'이라는 이름을 얻었는데 현대 과학으로 조사하니 방부 물질을 많이 함유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신갈나무 잎은 짚신이 해지면 밑창 대신 깔았기에 '신을 간다'는 뜻이다. 가을에 단풍이 곱게 지는 '가을 참나무'는 갈참나무가 되었다. 가장 작은 잎과 도토리가 열려서 '졸병 참나무'란 뜻의 졸참나무에서는 제일 맛있는 도토리묵이 나온다.

침이 수납된 산란관 집으로 나무를 뚫는다

맵시벌류도 상당히 긴 산란관을 갖고 있는데 경계심이 강한 녀석들이라서 인기척을 느끼면 금세 달아난다. 그러나 알을 낳고 있을 때는 어렵지 않게 관찰할 수 있다. 작은꼬리납작맵시벌의 꼬리는 일종의 칼집으로써 두 가닥으로 맞붙어 있다.
 
죽은 나무에 산란관을 찔러 넣어 알을 낳으려 한다.
▲ 작은꼬리납작맵시벌. 죽은 나무에 산란관을 찔러 넣어 알을 낳으려 한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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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이 빈 대나무를 반으로 쪼개서 포개놓은 상태라고 보면 된다. 이 관을 따라 배마디에서 돌출한 침을 집어넣게 되어 있다. 어미는 이렇게 침이 수납된 상태에서 산란관집을 좌우로 비벼 죽은 나무 속을 파고 들어간다. 
 
산란관을 보호하는 칼집(산란관집)으로 나무를 뚫는다.
▲ 작은꼬리납작맵시벌의 알 낳기. 산란관을 보호하는 칼집(산란관집)으로 나무를 뚫는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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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따구리가 껍질을 벗겨낸 나무나 바싹 말라버린 나무 기둥에 알을 낳는다. 때로는 농가의 그늘막을 지탱하기 위해서 세운 기둥에 낳기도 한다. 더듬이를 위아래로 움직여 나무속에 숨어있는 유충을 찾으며, 숙주를 발견하면 단장이 끊어질 듯 배마디를 높이 들어 올려 산란관을 꽂는다.

한번 산란관을 찔러 넣으면 5~15분 정도는 꼼짝 않는데, 트럼펫을 불 때 숨을 크게 들이마시듯이 배마디에 압력을 가하여 크게 부풀린 뒤에 숙주의 몸에 알을 낳는다. 깨어난 맵시벌 유충은 먹잇감을 파먹고 자라난다. 

납작혹벌은 옆에서 보면 넓적한 몸통이지만 위에서 보면 납작하기 이를데 없다. 배처럼 보이는 몸통은 산란관을 보호하는 칼집이며 알을 낳을 때는 스르륵 미끄러져 침을 드러낸다. 산란관이 말총벌이나 맵시벌에 비해서 길지는 않지만 그래도 눈에 띄는 정도는 된다. 알을 낳기 위해 자리를 잡으면 30분 정도는 움직이지 않는다. 
 
산란관집이 배의 날개처럼 보인다.
▲ 알을 낳고 있는 납작혹벌. 산란관집이 배의 날개처럼 보인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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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나무를 찾아 알을 낳는 벌 종류도 생태계의 건전한 순환을 돕는다. 산란은 세대를 이어가기 위한 이기적인 행위지만 자연 전체로 보자면 생태계가 잘 굴러가기 위한 요소 중 하나다. 자연은 '스스로 그러하다'는 뜻이므로 불필요한 간섭을 하지 않을 때 더욱 잘 돌아간다. 썩은 나무라도 함부로 대할 수는 없는 일이다.

덧붙이는 글 | 해당 글은 한국우취연합의 월간 우표에도 같이 등록됩니다.


태그:#말총벌, #작은꼬리납작맵시벌, #납작혹벌, #산란관, #단칼 곤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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