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영화인총연합회 정기총회에서 이사장으로 당선된 양윤호 감독

지난 4일 영화인총연합회 정기총회에서 이사장으로 당선된 양윤호 감독 ⓒ 성하훈

 

[기사수정 : 12일 오후 4시 45분]

개혁적인 집행부가 들어선 영화인총연합회(약칭 영협)가 대종상 문제에 대해 전면 쇄신을 예고한 가운데, 기존 계약 파기 수순에 돌입했다. 지난 4일 정기총회에서 이사장으로 선출된 양윤호 감독이 대의원들에게 대종상 개혁을 승인받은 만큼 바로 실행에 들어간 모양새다.
 
영협 측은 11일 "현재 대종상을 준비하고 있는 조직위원회 측에 계약 파기 사실을 공문으로 보냈다"라면서 "더 이상 대종상을 외부에 팔아먹는 일을 되풀이하지 않겠다. 진보-보수 구분 없이 한국영화 전체가 참여하는 행사로 치르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비영화인이 주도하는 행사가 아닌 영화인 중심으로 새로운 준비기구를 꾸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영협 측은 이어 "영협이 대종상을 자체적으로 치를 여력이 안 됐기에 돈을 받고 모든 행사 권한을 넘기는 형태였다. 그러다 보니 온갖 리베이트 논란 등이 생기고 영협 비리의 근원이 됐다"라며 "다소 어려움이 있더라도 제대로 바로잡아 행사를 진행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양윤호 이사장도 대종상 문제에 대해 "대의원들에게 약속했고, 승인까지 받았는데 지켜야 하지 않겠냐"라며 당선 소감에 밝힌 대로 처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양 이사장은 당선 직후 "대종상이 영화인총연합회 운영자금이나 몇몇 집행부의 주머니를 불리기 위한 장사의 수단으로 전락해서는 결코 안 되고, 비영화인들이 주최하는 잔치가 되어서도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대종상영화제가 올해 6월 개최를 예고하며, 준비를 진행하고 있어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대종상은 영화인총연합회가 지상학 이사장이 재임하던 지난해 7월, 다올엔터테인먼트 김명철 대표(현 대종상 조직위원장)와 위탁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계약 조건을 보면, 영협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 간 4억 원(1억+1억 5천+1억 5천)의 후원금을 받는 내용으로 알려졌다. 자칫 법적 분쟁 가능성도 엿보이는 대목이다. 
 
영협은 특히 지난 3월 31일 대종상 조직위원회가 개최한 대종의 밤 행사를 문제 삼고 있는 모습이다. 당시 이 행사는 대종상 조직위원회 출범을 알리는 취지에서 진행됐다.

영협 측은 "총회를 4일 남겨 놓고 어떤 협의도 없이 자기들 멋대로 행사를 했다"라면서 "계약 내용도 다 이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총회를 앞두고 일방적으로 행사를 열어 영협 이사장 대행조차 불쾌해 할 정도였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종상 조직위원회(김명철 조직위원장) 측은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대종상 조직위원회 측은 "구체적인 공문을 받은 게 없어 밝힐 수 있는 입장이 없다"라며 "(영화인총연합회 측의)질문이 뭔지 알아야 답을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냐"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다만 "대종상 예심이 지난 3월 1일부터 시작해 4월 25일 끝날 예정"이라는 말로 개최 의지를 드러냈다. 
 
이권화된 대종상에 충무로 반발 심해
  
 올해 개최 예정인 58회 대종상영화제

올해 개최 예정인 58회 대종상영화제 ⓒ 대종상 조직위원회

 
대종상은 지난 2015년 김구회 전 이사장(남북문화교류협회 이사장)과 5년간 5회 행사 계약을 맺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57회 행사가 개최되지 못하면서 지난해 김명철 조직위원장과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김명철 조직위원장과의 계약 건이 이사회를 통과하지 못한 상황에서 지난해 먼저 받은 후원금 5천만 원이 일부 회원의 리베이트로 사용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영화인총연합회 산하 단체들의 불만이 상당했다.
 
특히 김구회 전임 조직위원장이 영화인총연합회를 상대로 빌려준 돈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내 1심에서 이긴 후 영화인총연합회의 항소로 2심이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대종상을 새로운 계약자에게 위탁하는 문제와 사후처리에 관한 이견으로 전임 이사장이 중도 사퇴하는 등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양윤호 감독이 이사장으로 선출된 바탕에는 이런 행태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감독협회, 촬영감독협회, 시나리오작가협회, 배우협회 등의 의지가 작용했다. 특정인 몇몇이 대종상을 팔아 잇속을 챙기는 것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충무로의 변화도 영향을 끼쳤다. 2020년 시나리오작가협회는 60년 동안 이어온 남성의 벽을 허물고 방순정 이사장을 첫 여성 이사장으로 선출했다. 

양윤호 이사장은 4일 총회에서 "직전 이사회에서는 계약 취소와 계약금 반환을 결의했으나, 이번 총회 직전에 급하게 열린 이사회에서는 대종상 관계를 다음 집행부로 넘기고 일단 계약 유지의 틀은 남겨둔 상태로 되돌아갔다"라고 밝혔다.
 
영협 측은 "올해 행사가 진행되도록 놔두면 괜한 피해자들만 늘어날 수 있고, 대종상 정상화도 요원해진다"라며 "한국영화 전체가 참여하는 방식으로 가기 위해서는 빨리 정비하는 게 낫다"라고 덧붙였다.

영화계는 일단 양윤호 감독의 개혁과 쇄신 의지를 반기는 분위기다. 특히 모든 영화인들이 안타깝게 지켜봤던 대종상을 바로 세우겠다는 데 대해 긍정적이다.

금강역사영화제 집행위원장을 역임한 <다방의 푸른 꿈> 김대현 감독은 "영화인총연합회나 대종상은 생각조차 하기 싫은 키워드인데, 양윤호 감독의 선출로 환골탈태하고 새로운 조직으로 거듭나길 바란다"라며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한편 대종상 조직위원회 측은 반론을 제기했다. 먼저 "계약 내용을 다 이행하지 않은 상태라고 하는 것도 이해할 수 없고, 이로 인해 영협측이 주장하는 계약파기의 이유조차 알지 못 한다"며 "영협 이사장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영협이 체결한 계약을 파기하겠다는 으름장은 모순"이라고 반박했다. 
 
 대종상 김명철 조직위원장.

대종상 김명철 조직위원장. ⓒ 대종상조직위원회

 
또한 리베이트 문제 거론에 대해서도 "영협의 비리는 영협 내부에서 해결해야 한다. 대종상 조직위원회가 영협내부의 리베이트까지 책임져야 하는가"라고 반문한 뒤 "영협의 비리를 해결하는 것은 영협의 일이며 조직위원회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총회를 계속 연기하고 미룬 것은 영협"이라며 "영협에서 2월 28일까지 새로운 위원장을 세우지 못하면 3월 1일부터 김명철 조직위원장의 활동을 인준한다는 결정이 이사회를 통과했다"라고 덧붙였다.
영화인총연합회 대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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