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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북부지검 형사2부장검사 (자료사진)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장검사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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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해도 잘 했을 수도 있다고요? 네 그랬을 수도 있습니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경영권 불법 승계 사건까지 정치·경제 권력 수사를 처리했던 이복현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장검사가 더불어민주당의 이른바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에 13일 사직의 뜻을 밝혔다. 민주당 당론 채택 이후 검찰에서 나온 첫 사직 의사다.

이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8시 40분께 '사직'이라는 두 글자 제목 아래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비판과 함께 사직의 뜻을 전했다. 주론은 검수완박 시 발생하는 권력 수사 공백을 '경찰은 메우지 못한다'는 주장이었다. 이와 함께 자신이 검사생활 23년간 공조 또는 처리해왔던 론스타 사건, 한화그룹 비자금 사건, 삼성 노조파괴 공작 사건, 국정원 사건, 삼성 불법 승계 사건 등을 줄줄이 열거하기도 했다.

이 부장검사는 "적어도 해당 사건을 담당한 검사와 수사관의 노력이 없었다면 이 사건들은 결실을 보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국정원 사건은 원래 경찰에서 수사가 시작돼 검찰이 여러 차례 경찰에 수사지휘를 했지만 실체적 진실 발견이 부족해 검찰 송치 후 수사로 사건 실체가 밝혀 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장검사는 또한 문재인 대통령과 취임을 앞둔 윤석열 당선인에게 "주제 넘게 감히 한 말씀 드리고 싶다"며 입을 뗐다. 그는 특히 "대통령께서는 검수완박 정책에 어떤 입장이신지 알려주셨으면 한다"면서 "일국의 사법제도를 통째로 바꾸어놓을 만한 정책 시도에 대통령제 국가 수반인 대통령이 입장이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대통령 입장'을 요청했다.

윤 당선인에겐 '제도 개선'을 주문했다. 이 부장검사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볼 때 진정성이 느껴지는 제도 개선을 함께 고민할 장을 마련해달라"면서 "지금 (민주당이) 밀어붙이는 검수완박이 맞는지 과문한 후배 법조인에게 알려달라"고 말했다.

"권력수사 가능한 법적 지위 없는 경찰, 수사 외압 견딜 수 있나"

특히 자신의 전문 분야인 기업 범죄에 대해선 군 체계에 경찰과 검찰을 비유하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검경은 특장이 다르다"는 주장이다. 이 부장검사는 "경찰은 지상전에 능한 육군 또는 해병대라면 검찰은 F-16을 모는 공군 같은 기능이다"라면서 "공군 파일럿이 미덥지 못하다고 수십년 거액을 들여 양성한 파일럿을 다 보내고 지상전 전문 요원인 보병을 교육해 나라를 지키자고 하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권력수사에서 흔히 발생하는 '수사 외압'에서 경찰의 지위가 불안정하다고도 했다. 이 부장검사는 "헌법과 법률이 보장한 법관에 준하는 검사로서의 지위가 있어 이런 수사들이 가능했다"면서 "경찰에서 수사를 담당하는 분들에게 법률적 보호장치가 마련돼 있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이 부장검사는 이어 "장기적으로보면 경찰이 보다 유능해지고 경찰 수뇌부가 정치, 경제 세력에 휘둘리지 않고 재벌이나 권력자, 금융자본에 대해 수사할 날이 올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그 장기에 이르는 기간 동안 제2 국정원 사건, 제2 삼성그룹 불법 승계 사건이 음지에서 발생하고, 수사기관이 대응하지 못한 채 만들어진 사회는 그렇지 않았을 때와 비교할 때 같은 것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검수완박은) 검찰 불신에 의해 비롯된 것이고, 검찰이 정치권에서 해결할 분쟁을 사법적 수단으로 재단해 온 원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잘못된 역할을 한 검사들이 있다면 비난 받아 마땅하다"면서도 "다만 검수완박으로 수사기관의 그런 잘못된 관행은 없앨 수 없다. 경찰이 정치 수사에 관여하는 걸 막을 수 있는 차단 장치가 마련돼 있느냐"고 다시 반문했다.

한편, 이 부장검사의 사직 글엔 이를 반려해 달라는 검사들의 댓글이 줄을 잇고 있는 상황이다. 한 검사는 "정확한 결단이 아니다"라고 반대 의사를 전했고, 또 다른 검사는 "끝까지 남아 힘을 보태 달라"고 요청했다.
 

태그:#이복현, #검찰, #검수완박, #민주당, #이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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