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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피는 계절 4월 중순에 임실 향교의 문화체험 행사가 시작되었다. 개나리 진달래에 이어서 벚꽃이 세상을 화사하게 하는 4월 15일 토요일 오전에 임실 향교 앞 도로에 관광버스 한 대가 도착하며 이십 명의 학생들이 내리며 활기가 넘친다.

이들은 우리나라의 정부 초청 장학제도(GKS)에 의해 장학생으로 선발된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 중앙아시아의 5개국의 유학생들로 우리나라의 여러 대학과 대학원에 재학하고 있다. 중앙아시아 유학생센터(센터장 전욱)에서 단체로 임실 향교 문화체험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아침 일찍 서울에서 출발하여 임실읍의 임실 향교를 찾아왔다.
  
임실 향교 명륜당 인문학 강좌
 임실 향교 명륜당 인문학 강좌
ⓒ 이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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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실 향교는 2022년에 (재)문화재아웃리서치연구소(대표 전경미)가 주관하는 '살아 숨 쉬는 향교·서원'을 주제로 하여 '어이~ 유생(儒生)! 유생(乳生)!' 문화체험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중앙아시아 유목 민족의 전통과 역사에서는 다소 생소할 동아시아 유교 문화의 유산인 향교에서 한국의 문화를 이해하고 인문학적 소양을 배양하는 뜻깊은 기회이다.

학생들이 임실 향교의 외삼문을 거쳐 동재와 서재 사이의 마당을 지나 명륜당에 이르렀다. 조선 시대에 향교에서 공부하던 선비들의 복식인 유생복을 입으며 옅은 하늘색 유니폼이 신기한 표정들이다.

명륜당의 건물 목적에 맞게 전교 선생님의 강의가 진행된다. 비단길 유목민의 후예인 이들 중앙아시아 유학생들에게는 생경할 어휘가 나열되며 설명된다. 하마비, 공수, 홍살문, 외삼문과 내삼문, 동재와 서재, 대성전과 명륜당 등. 그러나 한국어 실력이 상당한 이 학생들은 경청하는 태도가 진지하다.
  
임실 향교 앞 도자 타일 인증 사진
 임실 향교 앞 도자 타일 인증 사진
ⓒ 이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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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실 향교에는 수령이 600년으로 추정되는 은행나무가 두 그루 있다. 이들 나무에서 가을에는 은행을 두어 섬씩 수확했다고 한다. 그런데 을사늑약이 체결된 1905년 이후로는 은행이 하나도 열리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전해 온다고 한다.

향교 명륜당의 강의는 충효를 화제로 이야기를 전개하며 강의를 마무리한다. 이슬람 문화권인 중앙아시아에도 식사 시간에 손윗사람이 먼저 식사를 시작해야 그제야 함께한다고 한다. 유학생들은 유교식 충효의 주제도 공감하고 이해하는 모습들이다.

이어서 '향교 마을 어메니티(향교 골목길 가꾸기)' 프로그램으로 도자(陶瓷) 타일에 그림 그리기가 진행된다. 임실 향교 앞길에는 지금까지 여러 해 동안 '향교 마을 어메니티' 체험행사에 참여한 분들의 작품이 진열되어 있다.

뜨거운 가마 속에서 영원한 생명을 얻는 도자기는 천년의 선물이라고 한다. 도자기를 닮은 도자 타일 만들기에 참여하는 이 학생들의 작품도 이곳에서 임실 향교의 기념물로 오래 남을 것이다.

학생들이 도자 타일에 원하는 그림을 스케치하고 정성껏 안료를 바른다. 안료는 가마 속에서 1,250℃ 이상의 고열에서 색깔이 완성되므로 안료 색깔을 원하는 색보다 조금 약하게 칠해야 만족할 만한 색감이 나온다고 친절하게 안내한다.
  
임실 향교 앞 어메니티 도자 타일 장식
 임실 향교 앞 어메니티 도자 타일 장식
ⓒ 이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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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륜당 현판 아래 창문 가까이에서 한 여학생이 진지하게 도자 타일 그림 그리기에 열중하고 있다.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온 유학생(Mokymova Gulelek)으로 대학원에서 국어국문학과 석사과정에 학업 중이라고 한다.

이 학생은 2020년 우리나라의 정부 초청 장학생에 선발되었으나, 2020년 초에 발생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년 동안 우리나라에 입국할 수 없었다. 올해 2월에 입국하여 3월부터 유학생이 되었다고 한다.

이 학생과 같이 장학생으로 선발되고도 2년이 지난 올해에 입국하여 한국 생활이 이제 두 달 된 투르크메니스탄 학생 6명이 이날 임실 향교 체험행사에 같이 참여하였다고 한다. 유학을 기다리는 하루하루의 기약 없는 기다림에 얼마나 애가 탔을지?
  
중앙아시아 유학생의 한국 문화체험
 중앙아시아 유학생의 한국 문화체험
ⓒ 이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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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향교 명륜당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을 들었다. 그런데 학생들 상당수가 라마단 금식 기간이라며 식사하지 않았다. 라마단 금식 기간인데도 장거리 여행을 하며 한국 문화를 이해하고 체험하는 행사에 참여한 열정들이 뜨거웠다.

학생들이 관광버스에 올라 임실 향교에서 임실치즈테마파크로 이동하여 체험관에 도착했다. 임실치즈테마파크는 화창한 4월 중순의 날씨에 모처럼 활기를 찾았다. 치즈테마파크 주차장에 빈 곳이 드물 정도로 방문객이 많았다. 체험관 옆 야외공연무대에서는 마술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자연석을 줄지어 놓은 계단식 관람석에는 많은 관중이 마술 공연을 흥겹게 즐기고 있었다.

피자와 치즈 만들기 체험이 시작되자 학생들은 중고등학생들처럼 천진한 미소로 즐거워하였다. 체험관에서는 피자를 만드는 재료에 이들 이슬람 문화권 학생들에게는 양파 버섯 피망을 주재료로 제공하였다.

수천 년 전에 중동이나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치즈가 최초로 만들어졌다고 전한다. 한 유목민이 말을 타고 여행하며 가죽 주머니에 우유를 채워두었는데, 이 우유가 자연 발효되어 유청과 커드로 분리된 것을 발견하였다고 한다. 유목민들은 이 커드를 가공하여 치즈로 발전시켰다고 한다. 중앙아시아 비단길을 개척한 유목민의 후예인 이들이 임실치즈테마파크에 와서 치즈 만들기 체험행사에 흥미롭게 참여했다.
  
임실치즈테마파크 치즈 체험관의 체험
 임실치즈테마파크 치즈 체험관의 체험
ⓒ 이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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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중앙아시아 국가 유학생들의 임실 향교 체험행사를 진행하는 중앙아시아 유학생센터의 전욱 센터장은 말한다.

"이들 학생이 한국에 대해 더 잘 알았으면 좋겠어요. 우리나라의 전통 예절과 전통문화 그리고 고유한 점들까지요. 많이 배우고 고국에 돌아가서 우리 한국을 잘 이해하고 알리는 리더들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이들 앞에는 파미르고원에 이어진 산맥들, 건조한 사막과 광막한 스텝을 배경으로 중앙아시아의 힘찬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중앙아시아는 페르시아, 그리스, 투르크, 이슬람의 다양한 역사적인 문명과 문화의 교차로였다. 이 학생들이 그 교차로에서 미래의 주역이 되기를 기원한다. 우리나라를 항상 마음의 고향으로 여기며 살아가는 중앙아시아의 고려인을 생각하면 중앙아시아가 더욱 가깝게 느껴진다.

태그:#임실 향교, #문화재아웃리서치연구소, #중앙아시아 유학생센터, #향교 마을 어메니티, #임실 향교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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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해설사입니다. 향토의 역사 문화 자연에서 사실을 확인하여 새롭게 인식하고 의미와 가치를 찾아서 여행의 풍경에 이야기를 그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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