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4.18 18:10최종 업데이트 22.04.18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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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0일 강원도 철원 육군 3사단 부대(백골 OP)를 방문해 생활관에서 장병들과 대화하고 있다. 2021.12.20 ⓒ 국회사진취재단

 
"해당 공약(병사 봉급 200만  원)은 윤 후보께서 취임하고 바로 인상하는 걸로, 추진하는 걸로 알고 있다."
- 국민의힘 선대위 장영일 상근부대변인 인터뷰 내용 일부 (<오마이뉴스> 22.1.9 윤석열 선대본 "취임 즉시 병사 월급 200만 원으로 올린다")

"병사 봉급 200만 원 공약은 검토할 게 많다... 당장 이 문제가 거론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 윤석열 당선자 인수위 관계자 인터뷰 내용 일부(<한겨레> 22.4.13 비싼 청구서로 돌아온 대선 흥행카드…인수위, '윤석열 한 줄 공약' 난감)

취임 즉시 시행하겠다던 공약이 거론되지 않았으면 좋을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 병사에게 월급 200만 원을 주겠다는 공약을 낸 지 100여 일이 지났고, 대선이 끝난 지 한 달이 조금 넘었다. 윤석열 정부의 취임도 2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병사 월급 인상에 대한 논의는 찾아보기 어럽다. 숫제 거론하지 말라는 함구령의 분위기도 느껴진다. 어떻게 추진될지 더 두고 볼 일이지만, 취임 즉시 시행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서둘러도 될까말까한 일에 의지조자 찾아보기 어려우니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대선 후보이던 1월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병사 봉급 월 200만 원"을 공약했다. ⓒ 윤석열 후보 페이스북

 
병사 월급 200만 원 공약은 내세울 때부터 논란이 있었다. 현 67만 원(병장 기준) 정도인 병사 월급을 2026년까지 100만 원 수준으로 인상하겠다는 것이 정부 계획이었다. 이에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징집 규모를 축소하고 선택적 모병제를 도입해 2027년까지 단계적으로 200만 원 병사 월급 시대를 열겠다고 공약했다.

이를 취임 즉시로 맞받은 게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였다. 당장 당 경선 후보였던 홍준표 의원은 '그 공약은 헛소리'라고 비판했고,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부사관 월급은 어떻게 할 것이냐며 공세적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병사 봉급 월 200만 원'이라고 SNS에 한 줄 공약으로 의지를 재차 강조한 윤 후보는 병사 월급 최저임금 보장으로 공정과 상식의 나라를 열겠다며 국가 안보를 위한 개인의 희생과 헌신에 국가가 답할 때라고 공약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5조 1천억 원이 더 필요한 병사 월급 예산은 엄격한 세출 구조 조정을 하면 가능하다는 게 당시 윤석열 후보 선대위측의 설명이었다. 2017년에서 2022년 4년간 한 해 200조 원 이상의 재원이 늘어났지만 국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은 건 씀씀이를 제대로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문재인 정부를 바라보는 윤석열 선대위의 시각이기도 했다.

"당선 즉시 확실히 하겠다" 해놓고는

윤석열 선대위 원희룡 정책본부장은 윤 후보의 공약은 선거를 위해 푼돈 공약을 뿌려대는 이(재명) 후보의 포퓰리즘과는 다르다고 했다. 하지만 시행 시기까지 콕 집어놓고도 이제 와서 거론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는 건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당황스럽다. 

문재인 정부를 향해 '매표에 가까운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하고 있다고 정치 공세를 펴왔던 윤석열 당선자. '병사 월급 200만 원 즉시 시행 공약'도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은 '매표를 위한 포퓰리즘'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윤 후보가 당선되면 즉시 50조 원 플러스알파(+α)로 확실한 지원·보상을 하겠다... 대선이 끝나고 저희가 승리한 경우 당초 윤 후보가 제시한 부분을 빨리 체험할 수 있도록 약속드린다."
 
지난 2월 21일 코로나19로 인한 소상공인 손실 보상과 의료 방역 지원을 골자로 하는 추가경정예산 처리에 앞서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긴급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이른바 윤석열 당선자의 1호 공약인 '소상공인·자영업자 손실보상을 위한 50조 원' 지원안은 대선이 끝나고 윤 당선자가 직접 '온전한 손실보상'을 천명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4일 당선 이후 첫 외부 공식일정으로 서울 남대문시장을 찾아 상인 및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2.3.14 ⓒ 국회사진취재단


하지만 당선과 취임을 시행 시점으로 잡은 날짜는 지킬 수 없게 됐다. 문재인 정부에 추경을 요청한다고 했다가, 추경의 방향·내용·규모·제출시기 등은 오롯이 윤석열 정부에서 결정하고 제출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 하겠다고 방침을 바꾸었기 때문이다. 한시가 급한 자영업자들을 외면한 결정이다. 지방선거를 의식한 때문이 아니겠는가라는 의혹이 생겨나는 이유다.

우려스러운 점도 있다. 당선자가 국무총리, 경제관료로 지명한 인사들이 50조 지원에 회의적인 발언을 내놓고 있다는 점이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명 후 첫 기자회견에서 강조한 것은 재정 건전성이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확장 정책은 큰 위기 의식을 가지고 대응해야 할 과제라는 게 그의 소신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재정 건전성 고집과 다를 바 없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또한 대표적인 재정 건전성 강화론자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수차례 반대 의사를 내기도 했다. 윤 당선자의 자영업자 손실보상을 위한 50조 지원 공약을 재정 건전성 강화론자인 총리와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어떻게 할지, 문재인 정부에서 풀어내지 못한 해법이 윤석열 정부에서 가능할지 지켜볼 일이다.

1호 공약부터 안 지킬 건가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제5차 전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인수위사진기자단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은 11일 "경제는 엉망이고 나라는 빚더미이고 국민은 허리가 휘는 상황, 이것이 새 정부가 현 정부에게서 물려받은 성적표라는 것을 국민에게 말씀 드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의 이런 경제 진단도 자영업자 손실보상을 위한 50조 원 지원 실현을 어렵게 한다고 볼 수 있다.

경제가 엉망이고 나라가 빚더미라는 건 근거가 약한 주장이다. 코로나 팬데믹에서도 사상 최대의 수출과 매출을 기록한 기업이 늘어났고, 나라 살림도 세계적으로 건전성을 인정받고 있다. 기업과 국가 경제의 위기를 부풀려 50조 지원이 어렵다는 주장을 펼치려는 속이 들여다 보이는 졸렬한 주장이다.

50조 원 지원이 물가 폭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보수 언론과 경제지의 주장도 어처구니 없기는 마찬가지다. 세계적인 유가와 원자재 수급난으로 물가 인상이 줄을 잇고 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에게 든든하게 보상을 하는 것이 오히려 생활고를 덜어줄 수 있다는 생각은 왜 못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윤석열 당선자의 1호 공약이었던 소상공인·자영업자 손실 보상을 위한 50조 원 지원과 시행 시기까지 확약한 병사 월급 200만 원 공약이 삐걱대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지적처럼 도박꾼 베팅하듯 한 졸속 공약이라면 거론하지 말 것을 주문할 게 아니라 솔직하게 사과하고 이해를 구하는 게 순서다.

민주당도 시기와 방법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공약을 내놓았다. 양당이 손 맞잡으면 못할 일도 없는 공약들을 지방선거와 당리 당략을 앞세워 마냥 늦춰서는 안 된다. 윤석열 당선자가 50조 지원과 병사 월급 200만 원 공약에 의지와 비전을 보여줘야 할 때다.

공약은 당선자가 국민에게 베푸는 '하고 말고'의 시혜가 아니라 약속이다. 국민은 윤석열 정부의 첫출발을 기다리고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월급이 오를 수 있다고 설레는 병사들도 있을 것이고, 손실 보상이 넉넉해지면 살림살이가 나아질 수 있다고 희망을 가지는 자영업자와 소공인들도 많을 것이다.

윤석열 당선자가 불과 두세 달 전에 국민에게 한 약속이다. 첫출발부터 국민에게 실망을 안기지 말았으면 한다. 빠를수록 좋다. 당선자나 국민 모두를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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