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2년 4월의 바르셀로나 거리 풍경
▲ 바르셀로나 거리 22년 4월의 바르셀로나 거리 풍경
ⓒ 임명옥

관련사진보기

 
지구 반대편 스페인에 있다가 다시 돌아온 고향 땅은 봄으로 만개해 있다. 열흘 동안의 여행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곳의 일상을 꺼두고 스페인 여행에 몰두해 있다 와서 그런지 활짝 피어 있는 노란색 민들레도 반갑고, 벌써 피었다 떨어져 있는 벚꽃잎도 새롭다.

작년 봄 나는 오남매 중 셋째인 여동생을 떠나보냈다. 외국에 사는 남동생들은 누나의 장례식에 오지 못했다. 8개월 만에 간 누나의 아픈 모습을 한 번도 보지 못했고, 병문안 한 번 와 보지 못해서 작별 인사마저 제대로 나누지 못했다. 코로나 시국이 가져다 준 비극을 우리 오남매는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함께 슬픔을 나누지 못한 것은 서로에게 아픔이어서 기회가 되면 언제 한번 모여야겠다고 생각했고, 나는 그것이 여행지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여동생을 떠나 보내고 오남매가 아닌 사남매의 여행은 계획되었다.

혈육을 잃은 슬픔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은 코로나 시국이라는 것도 큰 장애물이 되지 않았다. 될 수 있으면 빨리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였다. 작년 11월 비행기표를 예매하고 숙소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바르셀로나는 스페인의 대표적인 도시이고 가우디의 건축물이 인상적인 도시라서 그리고 아직 가 보지 않은 곳이라서 동생들에게 의견을 묻고 선택하게 되었다. 여행 기간은 뉴욕에서 빡빡하게 일하는 남동생이 일주일을 낼 수 있다 해서 거기에 맞췄다.

새벽에 도착하는 남동생을 배려해 한국에서 출발하는 우리가 하루 먼저 도착하는 일정으로 계획을 세웠다. 4명이서 먹고 자고 구경 다니고 저녁에는 이야기 하면서 8일을 보내려면 공간이 좀 여유로워야 했다. 그래서 침대 4개를 가진 방 3개, 화장실이 2개인 집 전체를 빌리는 에어비앤비를 알아보았다.

에어비앤비는 처음이라서 딸에게 도움을 청해 먼저 회원가입을 했다. 머물고 싶은 도시와 날짜를 고르니 숙소의 형태와 사진과 편의시설들, 주변 여건, 지도와 더불어 호스트에 대한 설명이 자세하게 나와 있었다.
 
바르셀로나에서 묵은 에어비애비 숙소의 다이닝 룸
▲ 바르셀로나 에어비앤비  바르셀로나에서 묵은 에어비애비 숙소의 다이닝 룸
ⓒ 임명옥

관련사진보기

 
구글 지도와 숙소 위치를 번갈아 살펴보면서 바르셀로나의 구역을 익혀갔다. 바르셀로나의 중심지인 카탈루냐 광장과 에스파냐 광장, 에이 샴플라 지역, 드레타 데 이샴플레 지역, 고딕지구, 라발 지구,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근처와 구엘 공원 근처 등등.

그리고 선호하는 구역과 가격을 비교해 보았다. 가격이 맘에 들면 지하철 역에서 멀거나 집이 좁았고 숙소가 맘에 들면 비싸거나 변두리였다. 그래서 적정한 가격과 편리한 교통편과 집의 깔끔함과 조용한 잠자리와 같은 원하는 모든 것을 만족시킬 수는 없었고 우선순위를 정해야 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조용한 잠자리였다. 우리는 50대 중반과 40대 후반의 나이여서 건강을 살피며 잘 자고 잘 먹고 다니는 여행이어야 했다. 그래서 소란스러울 수 있는 카탈루냐 광장 쪽과 시내 쪽은 피했다. 대신 지하철 역이 가까운 곳으로 알아보았다. 

첫 번째로 에스파냐 광장 쪽을 알아보았는데 공항버스가 서는 정거장인 데다가 지하철 역이 있고 관광지에서도 멀지 않은 좋은 위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격이 괜찮고 집 상태도 괜찮은 것들을 저장해 놓고 며칠 지나면 금세 물건이 사라져 버렸다. 누군가 벌써 예약을 한 모양이다. 괜찮은 집이 나오면 예약을 미룰 게 아니었다. 서둘러서 예약을 하는 게 낫다는 교훈을 얻었다.

여러 군데를 며칠 동안 계속 알아보고 있었는데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었다. 에스파냐 광장 쪽은 너무 비싼 물건들만 나와서 산츠역 근처로 다시 알아보았다. 산츠역은 지하철도 있지만 기차역이 있어서 근교 도시로 여행하기에 좋은 위치였다.

더구나 내가 알아보고 있는 숙소는 마트가 건너편에 있고 지하철 역이 가까이에 하나 더 있었다. 거실과 다이닝룸은 넓었다. 공항에서 올 때 공항버스는 못 타게 되었지만 택시를 타면 30유로 정도라고 했다. 동생과 둘이서 타는 거니까 그리 큰 부담은 아니었다. 가격은 여태 보고 있었던 집들보다 좀 셌지만 점점 오르고 있으니 빨리 예약을 해야 했다.

그렇게 우리의 에어비앤비 숙소는 산츠역 근처로 22년 4월 4일 체크 인, 12일 체크 아웃 하는 걸로, 올해가 시작되기 전에 예약을 끝내 놓았다. 

비행기표를 끊어놓고 숙소를 예약해 놓긴 했지만 코로나가 장기화되어 가고 더구나 우리나라에서는 하루가 다르게 확진자 수가 증가하고 있던 터라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세계가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아야 했다.

입국과 출국 때 필요한 서류들, 예를 들어 스페인 입국 시 필요한 Spth(Spain Travel Health) 와 백신접종증명서나 pcr검사지가 필요한지 알아보아야 했다. 그리고 입국 시 필요한 pcr테스트를 바르셀로나의 어느 곳에서 받아야 하는지도 계속 알아보아야 했다.

또한 스페인에서 pcr 결과가 양성 나왔을 경우의 수도 염두에 두어야 했다. 영국에서 오는 동생과 미국에서 오는 동생이 있으니 그곳 상황도 예의 주시하며 살펴보고 상황 변화를 체크해야 했다.

넷 중에 한 명이라도 못 오게 될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은 코로나 시국이었다. 더구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전쟁 중이다. 그런 악조건 속에서 여행을 준비하면서 기대감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마음을 비워야 했다. 바르셀로나에 대한 여러 권의 책을 읽고 스페인에 대한 책들을 읽으며 여행 계획을 세웠다.

코로나 시국이라 어느 것 하나 쉽게 흘러가는 것이 없었다. 비행기표도 6개월 전에 핀에어를 예매해 놓았는데 떠날 날짜 50여일을 앞두고 비행기표가 변경됐다는 이메일이 왔다. 4월 4일 비행 날짜가 3일로 변경되었다는 내용이므로 내가 예약한 4일자 비행은 없어졌다는 얘기였다. 숙소도 다 예약해 놓은 상태에서 그들의 변경 시간을 맞출 수는 없어 취소를 요청했다.

그리고 다른 항공사 편을 다시 알아보았다. 카타르 항공편이 가격도 적당하고 20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경유지에서도 여유가 있어서 그걸로 예약했다. 이 항공기는 제발 시간 변경이 없기를, 캔슬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그동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전쟁을 시작했고 유럽항공 노선들은 줄줄이 취소되었다. 나는 핀에어의 변덕 덕분에 미리 카타르로 갈아타서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3월은 우리나라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어서 스페인 입국 시에 Spth뿐만 아니라 백신접종증명서가 필요해진 상황이었다. pcr 검사지를 요구하지 않아서 다행이라 생각하며 동생과 나는 무사히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기 안에서 바라 본 지상의 풍경
▲ 비행기 안에서  비행기 안에서 바라 본 지상의 풍경
ⓒ 임명옥

관련사진보기

 
새벽 1시 30분 발 인천에서 출발한 비행기는 대부분 자리가 차 있었다. 마스크를 쓴 채 10시간을 날아 도하의 하마드 공항에 도착했다. 동이 트는 도하의 지평선은 끝도 없이 펼쳐져 있어 새삼 신기했고 하마드 공항은 넓고 깔끔하고 세련되었다.

그리고 2시간 30여 분을 기다린 후 거의 꽉 찬 비행기를 타고 다시 7시간 50여 분을 날아간 끝에 바르셀로나에 도착했다. 2022년 4월 4일, 21시간의 비행으로 몸은 지쳤지만 한낮의 바르셀로나는 화창했고 하늘은 청명했다.

덧붙이는 글 | - 다음 회에 이어집니다. 제 브런치에도 함께 올립니다.


태그:#스페인여행, #바르셀로나 여행, #에어비앤비, #코로나 시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글쓰기를 통해 삶과 생각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