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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세월호 현수막 가위로 훼손 일행... 구청이 시켰다? 세월호 8주기인 지난 16일 오후 3시 44시쯤 북구 화명동 거리에서 A씨(40대)가 '여덟 번째 봄 세월호를 기억해주세요' 등이 적힌 가로 80cm, 세로 1m 크기 추모 현수막을 잇달아 떼어냈다.
ⓒ 화명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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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당일인데 이런다니 이해가 안 갑니다. 다른 날도 아니고요. 부끄럽지 않나요?"

세월호 참사가 있었던 2014년 4월 16일 이후 지금까지 부산 북구에서 촛불을 들어왔던 강찬주(61)씨는 허탈한 표정을 보였다. 화명촛불 회원인 강씨는 추모 현수막을 무단으로 대거 훼손한 그들의 행동을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고 했다.

세월호 8주기 부산에서 벌어진 추모현수막 훼손 사건
 
세월호 참사 8주기인 지난 16일 오후 3시 44시쯤 부산시 북구 화명동 거리에 걸렸던 추모현수막이 대거 잘려나갔다. 화명촛불은 현장에서 3인 1조로 현수막 고정줄을 제거하던 이들을 발견해 경찰에 고발했다.
 세월호 참사 8주기인 지난 16일 오후 3시 44시쯤 부산시 북구 화명동 거리에 걸렸던 추모현수막이 대거 잘려나갔다. 화명촛불은 현장에서 3인 1조로 현수막 고정줄을 제거하던 이들을 발견해 경찰에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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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씨가 찍은 현장 영장을 보면, 세월호 8주기인 지난 16일 오후 3시 44시쯤 북구 화명동 거리에서 A씨(40대)가 '여덟 번째 봄 세월호를 기억해주세요' 등이 적힌 가로 80cm, 세로 1m 크기 추모 현수막을 잇달아 떼어냈다.

이를 발견한 강씨가 "무슨 짓을 하느냐"며 그에게 묻자, "구청에서 불법점거물이라고 해 제거하고 있다. 아르바이트를 나왔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신원을 밝히라는 강씨의 말에 A씨는 "신고는 했느냐. (우리는) 일반 시민이다"라며 화제를 돌렸다.

길 반대편에서도 현수막 고정줄 철거가 한창이었다. B씨(50대) 역시 A씨처럼 가위로 현수막을 계속 제거했다. 그 또한 "불법이고 민원, 신고가 들어왔다"라며 같은 이야기를 반복했다.

이들 외에 다른 1명까지 3인 1조로 움직인 이들의 목소리는 당당했다. 미안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현수막은 집회신고까지 마친 뒤 합법적으로 걸어놓은 것이었다. 부산 북구청은 A씨 일행에 지시를 한 적도, 관련도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세월호 추모 현수막 훼손은 고발사태로 번졌다. A씨 등이 잘라낸 세월호 추모 현수막은 무려 64개. 화명촛불이 단 현수막은 127개. 시민들이 십시일반 모금을 모아 현수막을 만들었지만, 절반 넘게 고의 훼손된 셈이다. 화명촛불은 이들 3명을 경찰에 고발했고, 부산 북구경찰서는 재물손괴 혐의로 A씨 등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8년 전 발생한 세월호 사고의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고, 아직도 유가족들은 진실규명을 외치고 있다. 북구 주민들이 모인 화명촛불이 14일부터 추모 현수막을 내건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잊지 않을게, 아이들아, '어디까지 왔나요. 그날의 진실은' 등이 주 내용이었다. 이들은 이 현수막과 함께 15일 오후 추모행사를 열었다. 그러나 현수막은 이틀도 가지 못했다.

"그분들도 부모일 텐데 다른 자식의 일이라도 같이 아파해 줘야지 않나요?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세월호 노란 리본은 싫다, 이거 불법이다, 그러면서 잘라야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은 정말 옳지 않은 일입니다. 세월호 유가족이 아니더라도 부모 입장에서 보면 이거는 진짜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에요."

이들을 고발한 김길후 화명촛불 공동대표는 "유가족 중 한 분이 '자식이 죽은 사건에는 공소시효가 없다'는 말을 했어요. 정말 그렇지 않나요"라고 기자에게 반문했다. 그리고 재물손괴가 아닌 집회 방해 혐의로 경찰 수사가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구청을 향해서도 쓴소리를 냈다. "훼손한 사람들이 북구청 핑계를 댔으니 어떤 단체의 소행인지 공개하고, 책임을 져야 해요. 아직도 싸우고 있는 생존자와 유가족의 심경을 안다면 어찌..."

"여전히 촛불 드는 이유? 우리 아이가 희생됐다면..." 
 
8년째 부산에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촛불을 들고 있는 화명촛불이 지난 14일부터 내 건 추모 현수막의 내용. 그러나 이틀 뒤인 16일 127개 중 64개가 훼손됐다.
 8년째 부산에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촛불을 들고 있는 화명촛불이 지난 14일부터 내 건 추모 현수막의 내용. 그러나 이틀 뒤인 16일 127개 중 64개가 훼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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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는 김 대표의 말처럼 끝난 게 아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추모식에서 "8주기에는 추모만 할 수 있게 해 달라"면서 울먹였던 김종기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올해도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을 외쳐야 했다.

같은 자리에 선 세월호 생존자의 목소리도 같았다. 스물여섯의 나이가 된 장애진 학생은 "친구들이 왜 돌아오지 못했는지 진상규명 꼭 해보자고 했는데, 시간이 흘렀어도 그대로"라며 "사람들은 이제 그만하라고 하지만, 나는 끝까지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민 공동대표도 "우리의 아이가 희생됐다면 어떻게 했을까. 몇십 년 전에 잃어버린 실종 사건도 지금까지 찾으려 유인물을 돌리는 이들이 있다. 이 분들에게 그만해라 이렇게 할 수 있겠느냐"라고 물었다.

18일과 19일 이틀에 걸쳐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한 강찬주씨, 김길후 대표, 김종민 대표 등 부산 화명촛불의 목소리는 한결같았다. "다시는 추모 현수막을 없애려는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라며 이들은 이렇게 말했다.

"진실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어요. 8년이 지났다고 덮을 수 없는 참사입니다. (제대로 밝혀야)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한 길로 갈 수 있겠죠. 꾸준하게 외쳐왔고, 규명될 때까지 계속할 겁니다. 왜 구조하지 않았는지, 책임을 져야 할 이들은 왜 빠져나갔는지, 끝까지 확인할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또 현수막을 훼손하는 일이 벌어질 거예요. 세월호 참사를 잊거나 폄훼하는 이들에게 똑똑히 보여줘야 해요."

태그:#세월호 8주기, #추모현수막 훼손, #부산, #화명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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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입니다. kimbsv1@gmail.com/ kimbsv1@ohmynews.com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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