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 지수가 85~115를 평균으로 보고 70 이하면 지적 장애인으로 본다. 그리고 70~85 사이인 집단을 '경계선 지능'이라 부른다. 미국·영국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약 14% 즉, 7명 중 1명은 경계선 지능인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사회성과 학습 능력 등이 비장애인보다 떨어지므로 학교와 직장, 사회에서 훨씬 더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이들은 법적으로 장애인이 아니라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들에 대한 대책은 없을까?

지난 15일 KBS 1TV <시사 직격>에서는 '삶의 경계에 내몰리다-경계선 지능' 편이 방송되었다. 이날 방송에서는 경계선 지능인들과 그 가족들의 이야기를 통해 경계선 지능인이 교육·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됨으로써 생기는 문제에 대해 들어봤다.

취재 이야기가 궁금해 '삶의 경계에 내몰리다-경계선 지능' 편을 취재한 김영헌 PD와 지난 17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KBS 1TV <시사 직격>의 한 장면

KBS 1TV <시사 직격>의 한 장면 ⓒ KBS

 
다음은 김 PD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방송 끝났는데 소회가 어떠세요?
"일단 방송 끝난 지 한 2~3일밖에 안 됐는데 아직 경계선 지능이나 느린 학습자에 대한 용어가 낯설다 보니 대중들이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 같아요. 경계선 지능에 대해 관심이 많았으면 좋겠는데 그 부분이 좀 아쉽습니다."

- 경계선 지능에 대한 취재는 어떻게 하게 되셨나요?
"한 1년 전쯤인가요. 제가 여러 군데 취재하다가 경계선 지능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경계선 지능인이 느린 학습자라고도 불리는데 느린 학습자들이 범죄에 노출되어 피해자 또는 가해자가 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예를 들어서 인천 모텔 영유아 학대 사건이라든가 최근에 다시 이슈가 됐던 염전 노예 사건, 그리고 소액 사기 사건 등이요. 그러니까 장애를 갖게 되면 법적인 보호를 받게 되지만 이들은 일반인의 범주에 속해 법의 보호를 전혀 못 받고 있으니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해서 시작하게 된 거예요."

- 취재는 어디서부터 시작했나요?
"전문가분들을 몇 명 만났어요. 경계선 지능과 관련된 전문가분들이 많지는 않아요. 우리나라에 조사 통계가 전혀 없어요. 전문가들을 만나고 대책 방안이 뭔지, 그리고 우리가 취재 방향을 어떻게 가져가야할지에 대해 상의하고 시작했어요."

- 지능지수 70~85 사이를 경계선 지능이라고 하던데, 자세히 설명좀 해주세요. 
"경계선 지능이 지능 지수의 범주라고 보시면 돼요. 그러니까 평균 지능 지수를 100이라고 봤을 때 표준 편차 기준으로 85~115까지 평균 지능이라고 하고요. 70 이하가 지적 장애 수준이에요. 그러면 70~85 사이에 있는 지능 지수들이 생기잖아요. 이 지능 지수는 지적 장애와 평균 지능의 경계선 부위에 속하는 범주라고 해요. 지적인 부분만 말씀드리면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평균 지능지수는 106인데 70 밑으로는 지적장애, 70 이상으로는 비장애인이라고 분류하면 될 것 같아요. 70~85 사이의 문제가 어떻게 보면 그 영역의 사각지대인거죠. 사회성이나 인지 능력이 조금 떨어지는 수준이에요. 특히 학교생활에서 일반 학생하고 공부할 경우에는 학업을 쫓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렇다고 특수반에서 공부할 경우 학업을 너무 잘 쫓아가서 흥미를 잃을 가능성이 높아요."

- 경계선 지능인은 학습 습득 능력이 느린 것 말고 어떤 특징이 있나요?
"경계선 지능이라는 게 다양한 측면으로 볼 수 있긴 하거든요. 경계선 지능이라고 해서 특징들이 딱 있는 게 아니에요. 다양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경계선 지능을 가진 분들이 이런 특징을 갖고 있고 저렇게 행동할 거다'라고 선입견을 갖고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더라고요."

- 김현식(가명)씨 딸 우희(가명)의 이야기로 시작하셨잖아요. 많은 사례 중 우희 이야기로 시작한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보편적으로 보기 힘들고 예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우희 이야기로 시작했거든요. 우희는 12살에 일주일도 안 되는 사이 3명의 학생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해요. 그런데 그 학생들은 경찰 조사 결과 무혐의가 나왔거든요. 성폭행이라는 증거가 불충분하고 그 피해자의 증언이 문제가 됐어요. 이건 경계선 지능을 가진 분들이 피해 사실을 명확히 전달하지 못하면서 겪는 대표적인 문제거든요. 만약에 자기 의사 표현을 정확하게 하고 구체적으로 증언했다면 가해자에게 무혐의가 나오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거죠. 경계선 지능을 가진 분들의 일반적이면서도 극단적인 사례가 우희 이야기인 것 같아서 (그 이야기로) 시작했어요."

- 그럼 우희씨가 경계선 지능이라는 걸 가족이 알고 있었나요?
"경계선 지능이라는 게 웩슬러 검사를 통해서 알 수 있는데 우리나라가 웩슬러 검사를 하는 데가 많지 않아요. 많이 안 하니까 아마 부모님들도 그 검사 하기 전에는 전혀 몰랐던 것 같아요."

- 학교에서 지능검사를 하지 않나요?
"요즘에 학교에서 IQ 검사 안 해요. 학생들을 지능지수로만 판단한다는 선입견 때문에 사라진 것도 있고 다문화 가정 같은 경우에는 언어 습득력이 느리기 때문에 연령에 맞는 웩슬러 검사를 해야 되는데 그 연령에 맞는 웩슬러 검사를 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거든요."

- 지능이 소근육 발달과 관련 있다던데, 어떤 의미인가요?
"소근육은 손과 손가락을 사용하는 작은 운동을 말하는데 일단 소뇌와 질 대뇌피질이 발달하면서 두뇌 회전이 빨라진다고 알고 있어요. 그런데 경계선 지능을 가지신 분들이 소근육 발달이 느리다고 알고 있어요.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소근육 발달 교육을 많이 한다고들 해요."

- 소근육이 발달하면 지능도 올라가나요?
"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인데 지능 지수라는 게 아쉽게도 크게 상승하지는 않는다고 해요."

- 이연수(가명)씨의 경우 남매가 경계선 지능 판정받았잖아요. 혹시 유전 가능성도 있나요?
"의견이 분분한데요. 전문가들은 유전적인 요인과 환경적인 요인이 비슷하게 영향을 미친다고 말씀하세요. 그런데 저희가 만난 경계선 지능 부모님들을 만나봤을 때 대부분 다 경계선 지능을 갖고 있거나 장애를 가진 분들은 아니었어요. 그래서 전문가들도 이것에 대한 원인은 정확히 알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어요."

- 경계선 지능 아이를 둔 부모는 아이를 위해 희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국가는 왜 아무것도 안 해주는 걸까요?
"말씀드렸듯이 일반적인 학생보다 학습 속도가 느리다 보니까 그 속도에 맞춰서 교육할 수 없는 게 현실인데 느린 학습자라고 성향이 다 같은 게 아니잖아요. 다양해서 1대1 맞춤 교육을 해야 되는데 국가 차원에서 한계가 있다 보니까 부모들이 직접 나서서 교육하자고 판단하신 것 같아요. 서울시에서도 조례가 2020년도에 한번 통과했고 경기도에서도 지금 조례를 개정하려고 하는 중이고요. 강원도에서도 그렇고 지금 천천히 관심을 갖고 있어요."

- 이은호(가명)씨는 가장 친한 친구에게 사기 피해를 당하셨는데.
"경계선 지능을 가진 분들이 사기 피해를 많이 당하시는데 은호씨 같은 경우에는 가장 친한 친구로부터 사기 피해를 당하셨어요. 중학교 때부터 서로 알고 지냈고 부모님들도 서로 알고 지냈던 사이인 것 같아요. 은호씨가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으로부터 학대와 방임을 당했어요. 그러다 보니 기댈 공간이 필요하고요. 그 친구한테 기댔는데 그 친구는 그걸 이용해서 사기를 친 거죠. 그래서 의심 못했을 수도 있지만 경계선 지능인이 사기 피해를 많이 당하는 건 맞아요."

- 우리 사회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게 어려운 질문인데, 전체 인구의 14%가 경계선 지능인이에요. 이들은 사회 일원으로서 학교 교육도 받아야 되고 사회생활도 해야 되고 (남자라면) 군대도 갔다 와야 되고 일반인과 똑같은 생활을 해야 되는데 교육과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거는 확실하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일부 부모님 중에서는 장애인 등록을 원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편법적으로라도 장애 등록을 하시는 분들이 가끔 있더라고요. 일단은 어느 정도 사회 인식이 개선돼야 할 것 같아요. 사회적 관심을 가지면서 공통으로 대책을 모색해 나가야 할 것 같아요."

- 취재할 때 어려운 점은 있었나요?
"경계선 지능인이 전체 인구의 14%나 되잖아요. 저희가 취재원들 찾기도 쉬울 줄 알았어요. 그러나 공개하시려는 분들이 많지 않아서 그 부분이 좀 아쉬웠어요. 왜냐하면 이 부분을 공론화해야 (사회가) 어느 정도 관심을 가질 텐데 정작 촬영하려고 했을 때 그분들이 대부분 다 꺼려하시더군요. 저희 방송 보시면 아시겠지만, 부모님도 그렇고 아이들도 그렇고 다 모자이크 처리가 돼 있어요. 아직까지는 준비가 안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부분이 좀 아쉬웠어요."

- 취재하면서 느낀 점 있을까요?
"소외계층에 대한 관심 갖고 우리가 경계선 지능인들과 같이 살아갈 수 있게끔 돕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영헌 시사 직격 경계선 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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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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