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4.25 09:09최종 업데이트 22.04.25 09:09
  • 본문듣기
정책네트워크 넥스트 브릿지(Next Bridge)는 지식경제, 기후, 디지털,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등 전환의 시대를 직면하여 비전과 정책과제를 연구하는 포스트 386 세대(90년대 대학을 다닌 사람에서 90년대생 청년) 중심의 연구자·정책 전문가의 네트워크다. 넥스트 브릿지는 주권자인 국민들이 사회 지향과 정책과제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와 사회발전이 가능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정책담론을 위한 대중적인 소통을 희망하며 다양한 분야의 정책 전문가들이 자기 분야의 정책과제를 가지고 매주 정책 칼럼을 연재한다.[편집자말]

3월 28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동쪽으로 약 400km 정도 떨어진 트로스트시아네츠 마을에서 청소년들이 부서진 러시아 탱크를 보고 있다. ⓒ AP=연합뉴스

 
지난 4월 20일 북한 외무성은 "우크라 위기, 미국이 고안한 인위적 책동의 산물" "미국, 대리전쟁으로 패권 유지"를 주장하며 러시아를 옹호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러시아-중국-북한을 잇는 동맹의 실체를 다시금 보여주고 있으며, 3.8선이 한반도와 국제관계의 경계선임을 선명히 드러냈다.

코로나가 사회의 모든 이슈를 삼켜 우리의 관심사에서 다소 멀어져있지만, 한반도의 평화는 한국은 물론 동아시아와 국제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구조적 문제이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이어진 한반도 평화 현실은 답답하기만 하다. 2018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두 손을 맞잡으며 발표한 4.27 판문점 선언은 한반도를 제3차 세계대전 촉발 위기로부터 구해냈지만, 2019년 2월의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급전직하 하기 시작했고, 이후 별다른 해법을 찾지 못한 채 표류 중이다. 심지어 2020년 6월 16일 북한의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등 현재 남북관계는 2000년 6.15 선언 이전으로 되돌아간 것 같다.
 

손 잡은 남-북 정상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손을 잡은 채 2018년 4월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 광장에서 열린 2018남북정상회담 환송공연 '하나의 봄'을 보고 있다. ⓒ 한국공동사진기자단

 
평화를 '단순히 전쟁이 없는 상태'로만 규정한다면, 한반도는 1953년 7월 27일에 휴전협정 즉 정전협정을 체결하면서 총성이 멈춘 후, 68년간 평화를 유지해온 셈이다.

그러나 그 68년을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로 기억할 수는 없다. 남과 북의 무수한 사람들이 이 어정쩡한 평화 속에서 고통과 억압을 겪어왔고, 전쟁과 다름없는 인명의 희생이 수없이 거듭되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전쟁'이 멈춘 지난 68년을 '전쟁이 없는 평화의 상태'로 알고 살아왔지만, 실제로 남북관계는 국가보안법이 엄연히 살아있는, 그리고 3.8선 이북 지역은 지금도 엄연히 유엔사의 행정적 관할권이 우선되고 있는 '反 평화적' 상태라는 게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현실이다.

물론 우리 사회 특히 정치권에서도 민주화 진전에 따른 국가보안법 폐지 노력이 있었고, 6.15공동선언 이후 남북교류협력시대를 여는 훌륭한 하모니를 연출해 내기도 했다. 비록 주변 국제환경이 더 이상의 진전이 이루어지지 못하도록 이를 제약했지만, 그 역사의 동력은 오늘 이 순간에도 용암처럼 도도히 지표면 밑을 흐르고 있다.
 

30일 오전 ‘한반도 종전 평화 캠페인’ 참여 단체 회원들은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 부근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당선인과 새 정부를 향해 ‘남북, 북미 합의를 존중하고 이행할 것’ ‘군비 증강이나 제재가 아니라 평화와 협력을 우선으로 하는 접근법을 택할 것’ ‘균형 잡힌 평화 외교, 호혜적인 협력 외교를 펼칠 것’을 제안했다. 특히 참가자들은 ‘북미가 대화의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추가 대북 제재, 북한의 ICBM시험 발사 등이 이어지고 한미연합군사연습이 예정되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현실을 우려한다’며, ‘어떠한 경우에도 판문점 선언 이전의 위기 상황으로 되돌아가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 권우성

 
윤석열 정부의 역할

한반도는 20세기 냉전의 대리전을 이미 치렀고, 또 다시 그 이상의 대리전을 치를 가능성이 높은 '현장'이다. 20세기 냉전의 시작은 사회주의/공산주의와 자본주의 사이의 적대적 대결이었다. 사회주의의 출발은 '인간의 얼굴을 한 문명'이었지만, 이젠 사회주의/공산주의도 권력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냉전과 대결구도는 여전히 한반도 평화공존의 근원적인 장애와 구조적 모순을 이루고 있다.

우리가 서있는 한국은 평화 속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 현실은 반평화이며, 우리 국민의 지속적인 평화정착 노력을 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남남갈등으로 평화 에너지를 모으기는커녕 오히려 국민적 에너지를 소진하는데 급급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한반도 평화의 길은 한반도 평화 과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남북 사이의 평화공존을 이루고, 이를 지속가능한 형태로 만들어나가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 있다. 이 길에는 여야와 보수진보가 따로 없으며 누구에게 미룰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우리는 이 길을 개척했던 역사적 경험을 가지고 있다. 1994년 6월의 '북폭 위기'를 시작으로 세계3차 대전이 될 수 있는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상태가 한동안 지속되었으나 남북정상회담으로 이 위기를 우리 스스로 넘어섰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 G2의 신냉전은 다시금 한반도 평화를 구조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과거로의 '역주행' 가능성이 언제나 우리 목에 가시처럼 걸려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한반도 평화'는 마치 깨지기 쉬운 유리잔과 같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시기에 "민주당 정권의 '한반도평화프로세스'는 완전히 실패했다"고 비판하며 이명박-박근혜 정부로의 회귀를 공약했고, 한반도 갈등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자유ㆍ평화ㆍ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 외교안보 글로벌비전 발표를 마친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영구적이고 제도화된 진정한 평화를 향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길은 대결과 긴장고조를 통해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역사적으로 알고 있다. 한반도 평화는 인내심을 가지고 내적으로는 교류와 협력을, 외적으로는 동북아 안보균형에서 한국의 역할을 강화해서 한반도 평화공존을 구축하고 그 결실로 평화통일을 이뤄낼 때 가능하다. 

0.73% 포인트 차이이지만 윤석열 당선인은 국민이 선택한 차기 대통령이다. 대선과정에서는 당선을 위해 진영론을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의 생존과 안녕을 보장해야 하는 대통령이 긴장과 전쟁을 부추기는 강경 일변도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윤석열 당선인이 지금 구상해야할 것은 강력한 전쟁억제력 구축과 더불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이다. 윤석열 당선인의 평화프로세스 발표를 강렬히 희망하고 고대한다.


* 필자 소개 : 서울디지털대 교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 한국NGO학회 남북학술교류위원장. 1998년 2박 3일간의 금강산관광, 2001년 8월 7일간의 평양방문을 시작으로 평양, 개성, 금강산을 40여 차례 방문해 회의와 행사를 진행하였고 지금까지 한반도평화와 남남대화를 통한 평화만들기 활동을 하고 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독자의견


다시 보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