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문화

인천경기

포토뉴스

도시와 사람을 그리는 어반스케치를 하면서 서울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생각합니다.[편집자말]
양떼를 위한 콘서트 양들이 정영주 손태진 콘서트를 보는 것 같다. ⓒ 오창환
 
도시와 사람을 그리는 '어반스케쳐스'는 주로 도시별로 만들어지는데, 각 도시별 지부를 '챕터'라고 한다. 월드 어반스케쳐스를 큰 책이라고 보면, 각 도시가 챕터가 되어 그 책을 구성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약 20여 개 챕터가 있고, 수도권에서 서울, 수원, 인천, 성남이 있는데 이제 어반스케쳐스 고양이 만들어진다.

풍부한 문화유산을 가진 대도시 서울을 많이 그리지만, 사실 내가 사는 곳은 경기 고양시다. 고양시에서도 어반스케치 챕터를 만들자는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고양시는 문화의 도시답게 원래 그림 그리는 분들이 많은데, 특히 곽윤환 작가가 어반스케쳐스가 생긴 초기부터 열성적으로 강좌를 하고 있어서 어느 도시보다 어반스케쳐가 많다.

하지만 챕터를 만들려고 했을 때, 코로나 사태가 시작돼서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이제 코로나도 끝나가고 해서  고양의 스케쳐들이 모이기로 했다. 두 번의 준비모임을 하고 몇 가지 중요한 결정을 하였고 어반스케쳐스고양의 운영자로는 내가 정해졌다. 이제 운영진을 더 보강하고 정기모임을 정착시키고 몇 가지 소소한 일들을 처리해야 한다.

어반스케쳐스 챕터들은 도시마다 개성과 특징이 있다. 어반스케쳐스 고양은 어떤 색깔로 만들어 가야 할까.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어반스케쳐스의 정신을 지키고, 모든 스케쳐들이 각각 자신의 스타일을 살려서 개성있는 그림을 그리는 챕터가 되었으면 좋겠다. 스케치와 저널을 묶어서 책을 만드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우리는 한 번에 그린 한 장의 그림으로 고양시를 보여준다('We show Goyang city, one drawing at a time'정도면 좋을 것 같다). 내년 이맘때쯤이면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먼저 고양의 정기 모임을 정해야 하는데, 인천이 매달 두 번째 토요일이고 서울이 세 번째, 수원이 네 번째 토요일이다. 우리는 어럽지 않게 매월 첫 번째 토요일로 정기 모임 날짜를 정했다. 성남과 날짜가 겹치는 것이 좀 아쉽기는 하다. 5월 7일 호수공원에서 우리의 첫 번째 정기 모임을 한다. 어반 스케쳐스 고양 로고는 공개모집을 하기로 했다. 벌써 여러 스케쳐들이 시안을 보내와서 깜짝 놀랐다. 

매주 월요일마다 드로잉 모임... 벚꽃 아래서 스케치

하지만 야외 스케치에 목마른 고양의 스케쳐들은 한 달에 한번 오는 정기 모임으로는 성에 차질 않는 모양이다. 그래서 매주 월요일마다 고양 월요드로잉 일명 '고양월드'를 만들기로 했다. 

첫 번째 모임은 고양시청 뒤쪽 마상공원이라는 작은 공원에서 했다. 그곳에는 고양시에서 운영하는 작은 도서관이 있고 작은 트랙이 있다. 작은 도서관 안에는 작은 전시장이 있는데, 우리 스케쳐 중 한 분이 거기서 다른 작가 몇 분과 함께 전시를 하고 있었다. 작은 공원이지만 마당의 벚나무는 결고 작지 않은 제법 굵은 나무로, 벚꽃이 최절정 만개를 하고 있었다. 벚꽃잎이 날리는 그곳에 앉아서 스케치를 하면서 우리는 후회했다. 왜 진작 고양 모임을 만들지 않았을까 하고.

두 번째 주가 지난 4월 18일이었다. 이번에는 복합문화공간인 고양어울림누리에서 하기로 했다. 화정역에서 차로 10분 정도 걸린다. 

고양어울림누리는 별모래극장, 어울림극장, 별따기배움터 등 문화공간과 성사얼음마루, 꽃우물수영장, 별무리경기장 등 체육시설의 복합공간이며 고양시민이 사랑하는 곳이다. 건물 이름을 다 한글로 지어서 처음에는 다소 어색했으나, 점차 친숙해지며 지금은 예쁘고 부르기도 좋다. 하지만 코로나로 오랫동안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가, 이제야 슬슬 프로그램을 시작하는 것 같다.

성사얼음마루는 고양시청 소속 빙상팀 김아랑 선수와 곽윤기 선수가 훈련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곽 선수는 얼마 전 TV 프로그램에서 화정역 앞에 있는 풀빵 집을 단골집으로 소개했는데, 한동안 줄이 길어 풀빵을 사 먹을 수가 없었다. 최근 가보니 줄이 많이 줄어서 별로 기다리지 않아도 풀빵을 먹을 수 있다.

한편, 일산에 있는 아람누리가 주로 무게감 있는 공연을 한다면 어울림누리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공연을 담당하여 '생활 속의 예술가가 되는 곳'을 지향한다. 별따기 배움터 안에 좋은 갤러리가 있는데, 내년쯤에 거기서 어반스케쳐스고양 단체 전시회를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고양 어울림누리 전경 ⓒ 오창환
 
집에서 멀지 않아 자전거를 타고 갔다. 이른 시간에 갔는데도 벌써 몇 분이 와 계시다. 그림을 시작했는데 계속 스케쳐들이 모여든다. 야외라서 다들 모자를 쓰고 있는 데다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몇 번 본 분도 얼른 알아보기가 어려운 게 문제다. 어서 코로나가 끝나기를 빈다.

인사를 나눈 스케쳐들이 흩어져서 그림을 그린다. 어반스케쳐 작가에서부터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초보 스케쳐까지 다들 자신의 과제를 가지고 그림을 그린다. 얼마나 아름다운 장면인가.

별따기 배움터 앞에 양떼 조형물이 있다. 나무 그늘에 앉아서 그리기에도 좋은 위치다. 멋진 뿔을 가진 숫양 한 마리가 있고 나머지는 암양과 어린양들인 걸 보면 한 가족인 것 같다. 저 멀리 별모래 극장에 콘서트 안내 현수막이 크게 걸려있다. 언뜻 보면 양떼들이 그 현수막을 스크린처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콘서트 장에 우르르 몰려가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정했다. 이번 그림의 제목은 '양떼를 위한 콘서트'.

이렇게 스케치를 한 뒤 거기에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 재미있다. 또한 스토리가 있는 그림이 좋은 그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다른 사람 그림에서도 재미있는 스토리를 찾는데, 찾다 보면 많이 발견하고는 한다. 다음에 겸재 정선의 그림에서 내가 찾은 스토리에 대해 써야겠다.
 
스케치 모임에는 옷보다도 신발을 예쁜걸 신고가야 된다. 이렇게 인증샷을 찍으니까. ⓒ 오창환

덧붙이는 글 | 개인 브런치에도 게재될 예정입니다

태그:#어반스케쳐스고양, #고양어울림누리, #마상공원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