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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림을 안내하는 표지목이 서있다.
 비자림을 안내하는 표지목이 서있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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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숲을 찾는 이유는 뭘까? 숲속에서 시원한 향을 느끼고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20세기 중반 러시아 레닌그라드 대학의 '토킨(Tokin)' 교수는 그 원인을 피톤치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식물은 타 미생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상대방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살균물질을 발산하는데 이 물질을 피톤치드라 한다. 피톤치드는 우리 몸의 신진대사 활성화, 심폐기능 강화 등 탁월한 효능을 발휘한다.
  
울창한 비자림으로 둘러싸인 숲길에서 산림욕하는 기분은 어떨까?
 울창한 비자림으로 둘러싸인 숲길에서 산림욕하는 기분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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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관리인들이 예쁘게 다듬은 비자림 표지가 보인다.
 공원관리인들이 예쁘게 다듬은 비자림 표지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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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목들이 각종 병균과 해충 곰팡이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하여 끊임없이 뿜어내는 방향성 물질인 피톤치드에는 독소저해물질, 성장촉진물질 등도 함유되어 있어 삼림욕을 할 때 사람들의 건강도 보호하게 된다.

지난주 아내와 함께 제주시 구좌읍 비자숲길 55에 있는 비자림을 방문했다. 천연기념물 제374호인 비자나무 숲은 한라산 동쪽에서 뻗어 내려간 종달~한동 곶자왈 지역 중심에 있는 평지림으로 남북방향 1.4㎞, 폭 0.6㎞ 길이로 형성된 타원형 모양이다.

'곶자왈'은 숲을 뜻하는 제주어 '곶'과 가시덤불을 뜻하는 '자왈'을 합쳐 만든 말이다. 화산이 분출할 때 점성이 높은 용암이 크고 작은 바위 덩어리로 쪼개져 요철지형이 만들어지면서 나무, 덩굴식물 등이 뒤섞여 원시림의 숲을 이룬 곳을 이르는 제주 고유어이다.
 
보호받고 있는 고목나무
 보호받고 있는 고목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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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나무가 하나로 된 연리목
 두 나무가 하나로 된 연리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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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적 44만8758㎡인 비자림에는 수령 500~800년생 비자나무 2800여 그루가 밀집해 있으며 풍란, 차걸이난 등 희귀한 난초식물을 포함한 초본류 140여 종과 후박나무, 상달나무 등과 같은 목본류 100여 종이 자생한다. 숲에 자생하는 비자나무는 키가 3~17m, 가슴높이 둘레는 0.3~5.7m, 가지 폭은 동서 1~24m, 남북 1~26m에 이른다.

전라도와 경상도 일부 지역에서 자라지만 주로 제주도에 자생하는 비자나무는 4월 중순에서 5월 초순에 꽃을 피워 9~10월에 녹색빛 열매를 맺는다. 늘푸른 바늘잎나무인 비자나무는 잎모양이 '비(非)'자를 닮아 비자란 이름이 생겼다고 한다.

비자나무는 암나무와 수나무가 따로 있으며 열매는 속에 땅콩처럼 생긴 단단한 씨앗이 들어있다. 옛날에는 씨앗을 먹어 몸 안의 기생충을 없애고 기름을 짜기도 했다. 비자나무는 탄력이 좋고 습기에 강해 고급 가구재나 건축재로 쓰인다. 비자나무 열매는 구충제로 쓰이기도 한다.

오늘날에는 피로를 해소하고 인체의 리듬을 되찾고자 하는 사람들이 녹음이 짙고 울창한 숲을 많이 찾고 있다. 비자 열매와 나무는 예로부터 민간과 한방에서 귀중한 약재와 목재로 널리 쓰이고 있다.

고서에서도 비자는 '눈을 밝게하고 양기를 돋운다'라고 하며 강장 장수를 위한 비약이라 했다. 콜레스테롤을 제거하는 작용도 있어 비자를 상시 먹으면 고혈압 예방치료에도 도움을 주며 요통이나 빈뇨를 치유한다. 기침을 다스리고 폐기능 강화, 소화촉진, 치질, 탈모, 기생충 예방, 중독과 약독 제거에도 쓰인다.

비자림 숲길에 깔린 송이(scoria)

비자림 숲길에는 '송이(scoria)'가 깔려있다. '송이'는 제주도 화산활동 시 생긴 화산쇄설물로 알칼리성의 천연세라믹이며 제주를 대표하는 지하 천연자원이다. 송이는 천연상태에서 원적외선 방사율이 92%, 탈취율이 89%, 수분흡수율이 10%, 항균성이 99%이며 PH7.2로 알칼리성 천연세라믹이다. 
 
비자림 숲길에는 '송이(scoria)'라고 부르는 화산쇄설암이 깔려있다.
 비자림 숲길에는 "송이(scoria)"라고 부르는 화산쇄설암이 깔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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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이가 박힌 멋진 비자나무 모습
 옹이가 박힌 멋진 비자나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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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의 신진대사 촉진과 산화방지기능을 한 유해한 곰팡이 증식을 억제해 새집증후군을 없애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으며 식물 생장에 필요한 수분을 알맞게 조절해 화분용 토양으로 많이 쓰인다.

상록 침엽수에 들어있는 테르팬((terpene)

테르팬(terpene)이란 식물 속에 들어있는 정유 성분이며 피톤치드와 같이 숲속의 공기속에 포함되어 있다. 테르팬은 편백, 삼나무, 비자나무 등 침엽수에 많이 들어있는데 방향성, 살균성, 살충성은 물론 독특한 치료효과를 가지고 있다.

테르팬 물질은 숲속을 천천히 걷는 사람의 자율신경을 자극하고 성격을 안정시키며 체내분비를 촉진할 뿐만 아니라 감각계통의 조정 및 정신집중 등의 뇌 건강에 좋은 작용을 한다.

이같이 소중한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고려와 조선시대 기록에 의하면 비자나무 열매와 목재를 임금님께 조공물로 진상하였으며 함부로 벌채 못하도록 인근 마을 주민을 지정해 관리하게 하였다.

비자림 산책로는 A, B코스로 나뉜다. 어느 코스를 걸어도 좋지만 B코스는 다소 거친 돌멩이길이 포함되어 있다. 만삭의 산모와 초보 부모에게는 A코스 이용을 추천한다. A, B코스는 숲 안에 형성된 사거리 기준으로 나뉘며 A코스는 거리가 2.2km로 대략 40분 정도 소요된다.

대부분 화산송이가 깔린 평지로 이루어져 있어 유모차 이용도 가능하다. A, B 코스 모두 숲길 안쪽에 위치한 새 천 년 비자나무와 연리목이 연결되어 있다. 숲속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탐방해설사 프로그램에 참여해보자. 비자림에 자라는 다양한 식물과 숨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해설 프로그램은 무료이며 1시간 이상 소요된다.
    
2000년 1월 1일 '새천년 비자나무'로 명명된 나무로 수령 813년에 높이는 14m, 흉고둘레 6m에 달해 비자림 신목으로 여겨지며 건강과 행운 소원을 비는 나무로 알려져 있다
 2000년 1월 1일 "새천년 비자나무"로 명명된 나무로 수령 813년에 높이는 14m, 흉고둘레 6m에 달해 비자림 신목으로 여겨지며 건강과 행운 소원을 비는 나무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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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맞았지만 살아나 '벼락맞은 나무'라고 이름붙었다.  비자나무는 원래 암수가 다른 자웅이주인데 이 나무는 암수가 한 그루다
 벼락맞았지만 살아나 "벼락맞은 나무"라고 이름붙었다. 비자나무는 원래 암수가 다른 자웅이주인데 이 나무는 암수가 한 그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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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림에는 세 개의 유명한 나무가 있다. 벼락맞은 나무, 새천년비자나무, 연리목이다. 비자나무는 원래 암수가 따로있는 자웅이주 식물이지만 벼락맞은 나무는 암수가 한 그루로 벼락을 맞고도 살아난 나무이다. 수령 813년 수고 14m, 흉고둘레 6m인 새천년 비자나무는 비자나무 숲의 신목이라고도 불린다. 두 몸이 한 몸이 된 연리목은 사랑나무라고도 불린다.

혼자서 열심히 비자림 숲길을 도는 여성을 만났다. 대전에서 제주도로 와 한달살기를 하고 있다는 그녀가 비자림에 대한 소감을 말했다. 
 
비자나무 우물터. 귀한 대접을 받은 비자나무는 옛날에 숲을 지키는 산감이 이곳에 상주하면서 먹울 물로 사용했다고 한다.
 비자나무 우물터. 귀한 대접을 받은 비자나무는 옛날에 숲을 지키는 산감이 이곳에 상주하면서 먹울 물로 사용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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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서 와 제주도에서 한달살기 한다는 여성은 거의 매일 비자림 숲길을 걷는다고 한다. "대전 공기와는 비교할 수 없다"고 했다
 대전에서 와 제주도에서 한달살기 한다는 여성은 거의 매일 비자림 숲길을 걷는다고 한다. "대전 공기와는 비교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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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서 차를 가져와 자연이 주는 혜택을 누리고 살아요. 시간이 나면 거의 매일 비자림을 방문하는데, 대전 공기와는 비교가 안 됩니다."

천년의 세월이 녹아든 신비로움 가득한 비자림 속에서 산림욕을 해보면 어떨까?

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뉴스에도 송고합니다


태그:#비자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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