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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풍선과 노란 우산을 준비한 봄날의 산책마당
▲ 말랭이마을전경 알록달록풍선과 노란 우산을 준비한 봄날의 산책마당
ⓒ 박향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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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말랭이마을의 풍광은 가히 절정이었다. 낮에는 월명의 벚꽃이, 밤에는 월명의 달빛을 받아 고이 접혀있던 생명들이 모두 깨어났다. 어느 품에서 피어날까 고민할 겨를없이 이곳저곳에서 마구 피어나는 생명 속에는 말랭이 마을의 사람꽃들도 있었다. 올해 새로 입주한 문화예술작가 7인도 있었다.

올해 '군산 말랭이 마을 문화예술인 입주작가'라는 이름으로 마을에 기거하는 작가 7인이 처음으로 동네 마을잔치를 준비했다. 지난 3월부터 주 1회씩 만나 말랭이 마을이 문화마을로서 입지 할 수 있도록 토의해왔다. 나처럼 책방을 열어서 주거공간을 처음부터 개방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작가들의 고유공간이니 완전 개방은 어렵다는 작가들도 있었다. 사실 실제 거주를 하는 작가들의 경우에는 자신의 내부를 다 보여주는 경우니 개방여부를 두고 강제할 수 없었다. 하지만 군산시가 말랭이마을을 '문화가 꽃피는 마을'로 이끌어 오래되고 낙후된 마을의 선진사례로 하고자 하는 마음에 작가들이 동의했다.

4월의 마지막 날 <동네골목잔치>라는 제목을 걸었지만 처음하는 일이니 군산시의 전체 홍보보다는 가까운 이웃들이 와주길 바랐다. 군산의 말랭이 마을이 어디있는지, 어떤 작가들이 있는지, 마을 주민과의 화합을 위한 행사로 만들자고 논의하고 준비했다.

나야 책방이니 당연히 책을 내걸었지만 주말마다 가족단위의 방문객들이 있어서 어린이를 위한 행사도 준비했다. '봄날의 산책 책방그림그리기'. 어린이들의 무지갯빛 동심을 생각하며 책방의 울타리 난간마다 알록달록 풍선을 매달았다. 저절로 어린아이 같은 맘이 생겨 나뭇잎에 번지는 연초록물처럼 내 몸속에도 신록으로 가는 길이 생겼다.
 
초등어린이들이 책방그리기활동에 참여해서 즐거워했다
▲ 봄날의 산책 책방그리기 초등어린이들이 책방그리기활동에 참여해서 즐거워했다
ⓒ 박향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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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의 마술사팀(문태현 마술사)은 마술도구와 마술시범을 보였다. 그림그리기는 아이들만 호기심을 보였는데, 마술은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모두 신기해했다. 마술시범을 직접 눈으로 보고 있어도 어떻게 동전이 사라졌는지, 어떻게 카드가 정렬되는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마술이야말로 현실이 아닌 꿈을 꾸는 동화 속 세상을 보여주는 듯했다.

"한 달간 급하게 준비하고 기관과 작가간에 협의해야 하는 과정이 너무 많아서 힘들었지만 행사가 실제로 오픈되고 함께 해주시는 분들이 즐겁게 임해주셔서 기뻤습니다. 시작은 부족했지만 이를 계기로 다음은 더 나은 모습이 될 거라고 기대합니다."

아랫집의 한복공예팀 아울(이현미 작가)에서는 전통한복을 변형한 작품, 천연염색 스카프, 연포보자기, 매듭목걸이 등을 선보였다. 특히 다포보자기에 바느질을 하는 작가의 모습은 친정엄마가 이불을 홀치는 모습이 생각나서 많은 사람들이 보면 좋겠다 싶었다.

"저희팀은 결과보다 과정에 감사한 하루였어요. 무슨 물건을 팔지도 모르겠고 상품 만들 시간도 부족했거든요. 마을에 오는 관광객들이 적어서 처음 계획했던 한복입기 체험을 못했어요. 다음에는 상품판매보다 체험위주의 문화활동을 하는 것으로 기획할 거예요. 손수건 천연염색, 한복입고 마을돌기 등을 통해 사진도 찍고 여행지에 온 분위기로 이끌고 싶어요."

사실 이 행사를 진행하면서 세간의 소리를 적지 않게 들었다. 군산시가 말랭이마을을 조성하면서 쓰인 많은 예산과 마을 조성 후 침체기로 이어진 마을의 모습은 마을인에게 많은 실망을 주었다고 했다. 또한 입주작가들에게 바라는 각도 역시 시의 부처 담당자마다 달랐다. 누구 말을 따라야 하는지, 왜 따라가야만 하는지, 공모에 통과한 것이 특별한 혜택을 받은 건지 등 많은 부분이 혼동스러웠다.

일부 지역언론에서는 '말랭이마을 입주작가 레지던스 운영 제자리걸음' 등의 제목으로 시민에게 전달되기도 했다. 문화마을 구성의 원 취지인 주민과 입주민, 또 방문객들과의 문화적 소통이 상실될 우려가 있다고 보도했다. 운영규정, 매뉴얼강화, 현장인력 역할 등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기사화됐다. 입주 후 지난 3월까지 잠자는 듯이 보이는 구성원들을 향한 쓴소리 같았다. 매일 책방을 열고서 가장 활동적으로 보이는 나 역시도 여러가지 불평도 했고 마음만 답답했었다.

하지만 혼란스러울수록 본질을 보려고 노력해야 했다. 입주작가들을 통한 젊은 감각과 누적된 시간으로 고유한 아름다움을 가진 마을이 어떻게 하면 조화를 이루어 서로 공생할지 생각했다. 가능하면 마을 어르신들과의 접촉을 통해 그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있다. 개량된 집 이외에도 아직도 빈집 빈터로 남아 있는 곳을 보면서 그곳의 체취를 느끼려고 노력 중이다.
 
책방을 비롯한 마술팀의 마술, 공예팀의 바느질, 젊은작가들의 바자회모습
▲ 말랭이마을잔치 참가작가들 책방을 비롯한 마술팀의 마술, 공예팀의 바느질, 젊은작가들의 바자회모습
ⓒ 박향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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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학생들과 활동을 해 온 경력을 바탕으로 어떤 아이디어로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할지를 남보다는 조금 더 알고 있다. 또한 방문객들을 어떻게 대하는 것이 그곳을 한번 더 찾게 할지, 나중에 좋은 추억이 될지를 알고 있다. 물론 나의 의견이 시 담당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꾸준히 건의한다. 시 담당자의 생각이 변하면 반드시 정책과 실천 역시 달라질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책방의 행사로 어린이들을 참여할 수 있는 기획을 하는데는 이유가 있다. 청소년을 지도하고 있는 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재능과 역량을 결코 가벼이 보지 않는다. 그들을 가정지도하는 학부모들의 눈높이를 결코 과소평가하지 않는다. 그래서 지역의 역사 문화를 가장 먼저 알도록 지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늘 전달한다. 멀리 여행가지 않아도 지역 내에서 가족이 함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곳,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체감할 수 있는 곳이 우리 지역에도 많다고 말한다.

다른 지역 학생들은 일부러 수학여행도 오는데 지역의 귀중한 가치가 있는 곳을 교육하지 않는 것 역시 방임이라 할 수 있다. 지역에 대한 자긍심은 결국 사회와 나라에 대한 자긍심으로 연결되지 않겠는가. 군산의 관광명소를 동영상으로 찍어 영어 내레이션과 함께 유튜브로 홍보했던 중고등 청소년 봉사활동이 있었다. 그들은 대학생이 된 지금도 나를 찾아올 때마다 그때의 일들을 추억하며 자기 동네를 비하하지 않는다.

말랭이마을 입주작가들은 행사를 마친 취 시정 할 것, 발전시킬 것 등을 논했다. 결코 작가들이 단지 물건 판매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공간 속에서 발산되는 작품의 향기가 문화의 씨앗을 달고 날아가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말랭이마을의 기지개는 끝났다. 이제 화려한 봄날, 5월의 여왕이 베푸는 두 번째 마을 잔치를 위해 열심히 준비할 것이다.

태그:#군산말랭이마을, #골목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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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과 희망은 어디에서 올까요. 무지개 너머에서 올까요. 오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임을 알아요. 그것도 바로 내 안에. 내 몸과 오감이 부딪히는 곳곳에 있어요. 비록 여리더라도 한줄기 햇빛이 있는 곳. 작지만 정의의 씨앗이 움트기 하는 곳. 언제라도 부당함을 소리칠 수 있는 곳. 그곳에서 일상이 주는 행복과 희망 얘기를 공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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