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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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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딸이 고등학생 신분으로 해외 학술지에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면서 불거진 '부모 찬스' 논란에 대해, 진보적 연구자 단체들이 한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 교수연구자협의회(민교협2.0) 등 7개 연구자 단체는 지난 8일 <학문 생산과 오픈액세스 운동을 왜곡하지 말고 한동훈 후보자는 즉시 사퇴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우리 연구자들은 한동훈 후보자의 딸이 발표한 '논문 의혹'과 그에 관한 후보자 측의 해명에 경악한다"라며 "(한 후보자의) 해명은 큰 문제를 안고 있고 궤변에 불과하다"라고 밝혔다.

한 후보자는 딸의 논문 발표와 관련한 언론 보도에 대해 "'논문'이라고 허위 과장해 언급한 글들은 2019, 2020, 2021년 3년에 걸쳐 학교 리서치 과제, 고교 대상 에세이대회를 통해 작성한 것을 모아 2021년 11월께 이후 한꺼번에 '오픈액세스저널'이 요구하는 형식에 맞게 각주, 폰트를 정리하여 업로드한 것"이라며 "대략 4~5페이지 분량으로, 해당 '오픈엑세스저널'은 간단한 투고절차만 거치면 바로 기고가 완료된다"라고 해명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민교협 등 연구자 단체들은 성명을 통해 "한 후보자 딸의 논문이 3편이나 실린 모 전자저널은 홍보 동영상에서 논문 투고 과정에서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이 전혀 들지 않고 비용도 단돈 미화 50달러에 불과하다고 선전한다"라며 "이것은 전형적인 부실 학술지, 즉 가짜 학술지, 혹은 약탈적 학술지(predatory journal)의 행태다. 이런 학술지와 그에 돈을 내서 기고하는 행위가 얼마나 학문 생태계를 교란하고 사회에 큰 해악을 끼치는지 한 후보자와 그 가족들이 아는지 궁금하다"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왜 한 후보자의 딸이 이런 저널에 다량의 글을 모아 올렸을까?"라며 "이런 사이비성 전자저널에 실린 논문 아닌 논문이 어떻게 한 후보자 딸의 진로에 도움이 되는지 우리는 자세히 알지 못한다. 그러나 이런 행태 속에 많은 의혹과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라고 밝혔다.

이어 한 후보자의 해명이 '오픈액세스 저널'에 대한 무지와 왜곡를 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오픈액세스 저널'은 누구나 지식과 정보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학술지로서 해당 분야 전문가에 의한 엄격한 심사과정을 거치는 점은 여느 학술지와 전혀 다를 바 없다. '오픈액세스 저널'은 결코 '간단한 투고 절차만 거치면 바로 기고가 완료되는 사이트"가 아니다"라며 "이런 식으로 '오픈 액세스 저널'을 이해하는 것은 무지의 소치이고 국내외에서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약탈적 학술지의 잘못된 행태를 인정하는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우리는 지난 십수년간 수많은 고위 공직후보자들이 표절 등 연구부정행위가 드러나 낙마하거나, 심지어 그런 문제가 불거졌음에도 불구하고 공직을 수행하는 참담한 현실을 겪어왔다"라며 "딸의 표절과 '논문' 게재 등의 의혹과 그에 대한 해명에 비춰볼 때 한동훈 후보자는 나라의 헌법과 법률을 지키는 법무부장관 후보자로서 완전히 부적격이다"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민교협 등 연구자 단체들이 발표한 성명 전문이다.

<학문 생산과 오픈액세스 운동을 왜곡하지 말고 한동훈 후보자는 즉각 사퇴하라>

눈앞으로 다가온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 청문회를 앞두고 우리 연구자들은 한동훈 후보자의 딸이 발표한 '논문' 의혹과 그에 관한 후보자 측의 해명에 대해 경악한다.

1.
여러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 후보자 측은, 일부 언론이 "'논문'이라고 허위 과장해 언급한 글들은" "에세이, 보고서, 리뷰 페이퍼 등을 모아 올린 것"이며, "해당 '오픈액세스저널'은 간단한 투고 절차만 거치면 바로 게재가 완료되는 사이트로, 한 후보자의 딸이 재학 중 장기간 작성해 온 글을 전자문서화하기 위해 업로드한 것이다. 석·박사 이상만이 작성할 수 있는 것으로 연상되는 '논문'이라고 칭하는 것은 전형적인 왜곡 과장"이라고 반박했다. 이 해명은 큰 문제를 안고 있으며 궤변에 불과하다.

예컨대 한 후보자의 딸의 논문이 3편이나 실린 모 전자저널은 자신의 사이트에 올라 있는 홍보 동영상에서 논문 투고 과정에서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이 전혀 들지 않고 비용도 단돈 미화 50달러에 불과하다고 선전한다. 이것은 전형적인 부실 학술지, 즉 가짜 학술지, 혹은 약탈적 학술지(predatory journal)의 행태이다. 이런 학술지와 그에 돈을 내서 기고하는 행위가 얼마나 학문 생태계를 교란하고 사회에 큰 해악을 끼치는지 한 후보자와 그 가족들이 아는지 궁금하다.

어떤 논문을 제대로 된 학술지에 정식으로 게재하려면 심사위원들의 공정하고 양심적인 학문적 심사가 필요하다. 심사 결과가 나오기까지의 대기 시간이 '제로'라고 자랑하는 일은 사실상 심사가 없거나 부실하다는 증거이다. 그러나 해당 학술지는 자신이 'Asian Business Consortium'이 후원하는 다학제적(multidisciplinary) 학술저널이라고 강변한다. 논문 제출의 경험이 없는 일반시민들도 믿기 어려운 주장이다.

왜 한 후보자의 딸이 이런 저널에 다량의 글을 모아 올렸을까? 이런 사이비성 전자저널에 실린 논문 아닌 논문이 어떻게 한 후보자 딸의 진로에 도움이 되는지 우리는 자세히 알지 못한다. 그러나 이런 행태 속에 많은 의혹과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2.
또 우리 연구자들이 분노하는 것은 한 후보자 측의 해명과정에서 나온 '오픈액세스 저널'에 대한 무지와 왜곡이다. 전자정보혁명으로 인쇄학술지가 전자저널로 대거 전환하는 과정에서 이미 20여년 전부터 해외에서는 오픈액세스(Open Access) 운동이 발전해왔다. 오픈액세스 운동은 대형 학술 출판사들이 전자저널 출판을 독점하여 개인 연구자와 대학도서관 등에 높은 구독료를 강요함으로써 연구자와 시민의 권리를 침해하고 지식과 정보를 사유화하여 그 공공성 실현을 막는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그리고 최근 유럽과 북미의 대학들은 오픈액세스 전환계약을 연달아 체결함으로써 큰 진전을 거두고 있으며, 이에 발맞춰 국내에서도 최근 오픈액세스 운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오픈액세스 저널'은 누구나 지식과 정보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학술지로서 해당 분야에 전문가에 의한 엄격한 심사과정을 거치는 점은 여느 학술지와 전혀 다를 바 없다. '오픈액세스 저널'은 결코 "간단한 투고 절차만 거치면 바로 기고가 완료되는 사이트"가 아니다. 이런 식으로 '오픈 액세스 저널'을 이해하는 것은 무지의 소치이고 국내외에서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약탈적 학술지의 잘못된 행태를 인정하는 것이다. 이런 사이비 학술지들은 몇 년 전에 언론의 탐사보도로 크게 사회적 문제가 된 와셋(WASET), 오믹스(OMICS) 등의 가짜 학회와 다를 바 없으며, 실제 이런 학회와 학술지들이 공생관계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국민의 세금으로 지급된 연구비를 낭비하며 고등교육기관과 학문 생태계가 지켜야 할 기본원칙을 파괴하여 대학과 학술계를 병들게 함으로써 결국 국가와 시민을 잘못된 길로 이끄는 독버섯이다.

우리는 지난 십수년간 수많은 고위 공직후보자들이 표절 등 연구부정행위가 드러나 낙마하거나, 심지어 그런 문제가 불거졌음에도 불구하고 공직을 수행하는 참담한 현실을 겪어왔다. 오로지 진리와 진실을 추구하는 학문 연구자로서 우리는 더 이상 이와 같은 문제를 좌시할 수 없다. 딸의 표절과 '논문' 게재 등의 의혹과 그에 대한 해명에 비춰볼 때 한동훈 후보자는 나라의 헌법과 법률을 지키는 법무부장관 후보자로서 완전히 부적격이다.

2022.5.8.
새로운 학문 생산체제와 지식공유를 위한 학술단체와 연구자연대(지식공유연대),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 교수연구자협의회(민교협2.0), 지식공유 연구자의집,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전국교수노동조합, 인문학협동조합, 만인만색 연구자네트워크 (무순)

 

태그:#한동훈, #오픈액세스 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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