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독일의 폭스바겐사에서 내놓은 비틀(beetle) 자동차는 독특한 디자인을 무당벌레에서 따왔다. 1938년에 히틀러의 국민차 의뢰를 받아서 포르셰(Ferdinand Porsche)가 만든 승용차인데, 사실은 한스 레드빈카(Hans Ledwinka)가 설계한 체코 자동차 타트라(Tatra) T97 모델을 베꼈다. 히틀러는 당시 독일 상류층에서 인기가 높았던 타트라에 대항할 수 있는 국민차 생산을 포르쉐에게 요구했다. 

그는 껍데기만 살짝 다를 뿐 내부 설계는 그대로 복사한 비틀을 내놓았고 타트라사에 의해 손해배상 소송을 당한다. 그러나 독일이 체코를 침략하면서 유야무야되었고 훗날 히틀러는 자신의 업적을 포장하기 위해서 T97 모델을 완전히 단종시킨다. 2차 대전이 끝난 뒤 포르쉐는 나치에 충성한 죄를 받아 옥살이를 하였고 출소 후 사망한다. 오늘날 비틀은 유려한 디자인 덕분에 지금까지 가장 많이 팔린 자동차 상위권에 랭크되곤 하며 뉴 비틀, 더 비틀 시리즈로 이어지고 있다.
 
딱정벌레를 모티브로 한 디자인, 타트라 T97 모델을 베꼈다.
▲ 비틀 자동차. 딱정벌레를 모티브로 한 디자인, 타트라 T97 모델을 베꼈다.
ⓒ 이상헌

관련사진보기

 
현대 팝 뮤직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비틀즈는 새 시대의 물꼬를 튼 록 밴드였다. 그룹명은 비트에 딱정벌레를 더해서(beatles = beat + beetle) 만들었다. 록 음악은 재즈와 블루스가 터를 닦고 엘비스 프레슬리가 대중화시켰으며 비틀즈에 이르러 절정을 맞이했다. 이후 등장한 그 어떤 밴드도 이들의 아성을 넘지는 못하고 있다. 

산송장으로 기생벌을 지키는 무당벌레

무당벌레는 화려한 외관으로 인하여 영어권에서 귀부인벌레(ladybug)라고 부르며, 같은 종이라도 딱지날개의 변이가 심하여 다른 종류로 착각하게 만든다. 호화로운 몸매지만 고약한 냄새와 맛을 갖고 있기에 새들이 거의 사냥하지 않는다. 무당벌레는 생물학적 방제곤충으로서 맹활약하며 1년 동안 5천 마리도 넘는 진딧물을 잡아먹는다. 

천적이 없을 것 같지만 개체 수를 조절하는 것은 기생말벌(Dinocampus coccinellae)로서 무당벌레의 몸에 산란관을 꼽고 알을 깐다. 깨어난 유충은 무당벌레의 내부 장기를 파먹고 자라며, 약 20일이 지나면 번데기로 변신하여 숙주의 몸 밖으로 빠져나와 고치를 만든다. 이 기간 동안 귀부인벌레는 산송장으로 있으면서 벌을 지킨다. 좀비가 되어 고치를 보호하고 있다가 다른 곤충이 접근하면 갑작스레 다리를 휘저어 물러나게 만든다.

기생말벌이 우화하여 떠나간 뒤에도 이런 방어행동은 계속되는데 그 이유는 말벌 어미가 알과 함께 주입한 바이러스 때문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신체를 강탈당했음에도 약 25%의 확률로 살아남는 무당벌레가 나온다는 점이다. 귀부인벌레는 가을이면 수십에서 수백마리가 한 군데 모여 성충으로 겨울을 난다. 버려진 가전제품 안이나 폐가의 벽 틈, 지붕 아래 등등 눈바람을 막아주고 기온 변화가 적은 곳에서 혹한기를 넘긴다.

병균을 먹고 잎벌레를 사냥하며 감자를 해친다

남생이무당벌레는 몸 길이가 약 10mm 정도이며 우리나라 무당벌레 중에서 가장 크다. 애벌레나 성충이나 버드나무잎벌레를 잡아먹고 살며 위협을 느끼면 반사출혈(reflex bleeding)로 빨간 핏방울이 저절로 스며나와 자신을 방어한다.
 
위험을 느끼면 자동으로 빨간 핏물이 스며나온다.
▲ 남생이무당벌레의 반사출혈. 위험을 느끼면 자동으로 빨간 핏물이 스며나온다.
ⓒ 이상헌

관련사진보기

 
다른 곤충에게는 고약한 냄새이나 필자가 맡아보니 희석된 더덕 내음과 비슷하다. 또한 남생이무당벌레를 4분의 1로 축소해 놓은 듯한 꼬마남생이무당벌레는 진딧물의 포식자로서 활약한다. 
 
오이와 고추에 발생하는 흰가루병균을 먹고 산다.
▲ 노랑무당벌레. 오이와 고추에 발생하는 흰가루병균을 먹고 산다.
ⓒ 이상헌

관련사진보기

 
특이하게도 노랑무당벌레는 진딧물 대신에 오이와 고추에 발생하는 흰가루병균을 먹고 산다. 말 그대로 오이에 하얗게 곰팡이가 피는 증상이며 노랑무당벌레를 활용하면 약 60퍼센트의 방제효과를 본다. 분류 카테고리를 넘나들며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이 다양함과 예외성이야말로 곤충 탐험이 주는 별격의 매력이다.

큰이십팔점박이무당벌레와 이십팔점박이무당벌레는 진딧물을 사냥하지 않고 감자를 포함한 가지과(토마토, 고추, 가지, 까마중 등) 식물의 잎을 먹기에 농부의 미움을 받는다. 피해를 당한 잎이 찢어진 스타킹처럼 보여서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한편, 겨울을 나고 감자에 돋아난 싹에는 몇 가지 독성(옥살산염, 솔라닌) 화합물이 있으므로 초록색으로 바뀐 부분은 먹지 않는것이 좋다. 특히 새싹은 굉장히 쓴 맛을 내며 많이 섭취하면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다. 
 
감자를 비롯한 가지과 식물을 먹고 산다.
▲ 이십팔점박이무당벌레. 감자를 비롯한 가지과 식물을 먹고 산다.
ⓒ 이상헌

관련사진보기

 
(큰)이십팔점박이무당벌레는 감자의 독 성분을 체내에 축적하고 있다가 위험을 느끼면 노란 독액이 몸 밖으로 방울져 나오게 만든다. 짝짓기 후 약 20~50개의 알을 낳으며 한 달 정도 지나면 성충으로 탈바꿈하며 1년에 세 차례 발생한다. 어미는 번식력이 뛰어나 3개월의 일생 동안 600~800개의 알을 낳으므로 감자 농가에는 골칫거리다.

덧붙이는 글 | 해당 글은 한국우취연합의 월간 우표에도 같이 등록됩니다.


태그:#무당벌레, #남생이무당벌레, #노랑무당벌레, #큰이십팔점박이무당벌레, #이십팔점박이무당벌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