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정치

포토뉴스

윤석열 정부가 공식 출범하며 개방 2일째를 맞는 11일 오전 청와대에서 전통공연 공연자들이 연습을 하고 있다. ⓒ 이희훈
 
윤석열 정부가 공식 출범하며 개방 2일째를 맞는 11일 오전 청와대에서 시민들이 경내를 관람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이희훈
 
윤석열 정부가 공식 출범하며 개방 2일째를 맞는 11일 오전 청와대에서 전통공연 공연자들이 연습을 하고 있다. ⓒ 이희훈
 
[기사 보강: 11일 오후 5시 25분]

"좋긴 좋은데… 조금 아쉽네."
 
청와대 관람에 나선 젊은 여성이 이렇게 말하자, 몇 발자국 떨어져 있던 장년 남성은 "이 정도면 됐지, 뭘 그래"라며 "좋기만 하고만"이라고 주변 풍광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버지를 모시고 왔다는 이 여성은 무엇이 아쉬운지 묻는 기자의 말에 "사람도 많고 날이 더운데 딱히 쉴 곳은 없다"라면서도 "아버지가 좋아하시면 됐다. 사진 찍기는 좋은 것 같다"라고 웃으며 가던 길을 갔다.
 
11일 오전, 청와대 경내에서 만난 시민들 다수는 "멋지다" "예쁘다"를 연발하며 개방된 청와대를 거닐며 경치를 즐겼지만, 이처럼 군데군데 아쉬움을 호소하며 불만을 드러내는 관람객도 꽤 있었다.
 
'핫 플레이스'는 청와대 본관... 경찰과 사진 찍는 관람객도 다수
 
윤석열 정부가 공식 출범하며 개방 2일째를 맞는 11일 오전 청와대에서 시민들이 경내를 관람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이희훈
 
윤석열 정부가 공식 출범하며 개방 2일째를 맞는 11일 오전 청와대에서 시민들이 경내를 관람하며 기념촬영을 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 이희훈
 
윤석열 정부가 공식 출범하며 개방 2일째를 맞는 11일 오전 청와대가 인왕산과 어우러져 보이고 있다. ⓒ 이희훈
 
윤석열 정부가 공식 출범하며 개방 2일째를 맞는 11일 오전 청와대에서 한 노부부가 예약관람을 알지 못하고 입장하지 못한 채 돌아가고 있다. ⓒ 이희훈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청와대가 지난 10일부터 개방됐다. 개방 이틀째인 11일 이른 시간부터 청와대 인근은 혼잡스러웠다. 수백 명의 관람객이 들뜬 표정으로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고, 인근 교통이 통제되며 일부 도로의 차들이 뒤엉켰다. 청와대 앞까지 차를 끌고 오던 몇몇 시민들은 경복궁까지 다시 차를 돌려가느라 잠시 실랑이가 일기도 했다.
 
개방을 맞아 지난 10일부터 오는 22일까지 청와대 경내에는 다양한 행사가 진행된다. '약속을 담다' '희망을 나누다' '역사를 그리다' '문화를 펼치다' 등의 주제 아래에 조선왕실 전통 의상을 입은 이들의 행진이나 무사들의 대련, 사물놀이와 대취타 그리고 퓨전국악 등의 공연이 마련됐다. 오후 행사를 위해 일반 옷차림으로 리허설을 하는 장면조차도 관심을 많이 받았다. 리허설 도중에도 관람객들은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안내를 따라 움직이던 관람객들은, 해설사가 "원래 이곳에는 펜스(울타리)가 쳐져 있었다"라며 보행 도로를 가리키자 "오오"하고 감탄하기도 했다. 푸른색 옷을 입고 온 이들은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식수한 나무 앞에서 사진을 찍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가 공식 출범하며 개방 2일째를 맞는 11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전통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 이희훈
 
윤석열 정부가 공식 출범하며 개방 2일째를 맞는 11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전통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 이희훈
 
윤석열 정부가 공식 출범하며 개방 2일째를 맞는 11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전통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 이희훈
 
해설사를 따라 경내를 거니는 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자유롭게 청와대 경내를 산책했다. 중장년층 관람객이 확실히 절대 다수를 차지했지만, 젊은 시민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반려견을 데려온 젊은 여성, 손을 잡고 걸어가는 남녀 커플, 유아차를 끌고 온 부부, 교사의 부름에 모이는 어린 아이들, 한복을 빌려 입고 셀카봉을 든 학생들에 단체 관람을 온 군복 차림의 병사들도 있었다.
 
최고의 핫 플레이스는 역시나 청와대 본관이었다. 대정원을 끼고 본관이 보이도록 사진을 찍으려는 관람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사진을 더 잘 찍기 위해 정원 위로 사람들이 올라가려 할 때마다, 주변의 안내원들이 "잔디밭 위로 올라가시면 안 됩니다"라고 외치기 바빴다. 본관 앞에서 제복을 입은 채 보초를 서고 있는 경찰은, 마치 영국의 런던탑 경비병처럼 계속해서 사진을 찍자고 다가오는 관람객들 앞에서 근엄한 표정을 유지해야 했다.
 
"일반인이 언제 이런 곳을 와 보겠느냐... 피크닉 온 기분"
 
윤석열 정부가 공식 출범하며 개방 2일째를 맞는 11일 오전 청와대에서 시민들이 경내를 관람하고 있다. ⓒ 이희훈
 
윤석열 정부가 공식 출범하며 개방 2일째를 맞는 11일 오전 청와대에서 시민들이 경내를 관람하고 있다. ⓒ 이희훈
윤석열 정부가 공식 출범하며 개방 2일째를 맞는 11일 오전 청와대에서 시민들이 경내를 관람하고 있다. ⓒ 이희훈
   
관람객이 다양한만큼, 개방된 청와대에 대한 반응도 각양각색이었다. 엇갈린 반응은 대체로 무엇을 기대하고 왔느냐에 따라 달랐다. 기자의 질문에 긍정적으로 답한 이들은 "텔레비전 화면으로만 보던 청와대를 직접 보니 신기하다" "정원이 정말 깔끔하게 잘 관리되어 있다" "경치가 너무 멋지다" 등의 이유를 꼽았다.
 
세종특별시에서 오전 5시에 일어나서 기차를 타고 왔다는 60대 부부는 "우리 같은 일반인이 언제 이런 곳을 와 보겠느냐"라며 "국민 세금을 들여서 운영하던 곳인데, 이렇게 개방되니 너무 좋다"라고 이야기했다. 특히 남편은 "다른 정부 때도 와 봤었는데, 그때는 이렇게까지 자유롭게 볼 수가 없었다"라며 "윤석열 대통령도 어제 취임사에서 '자유'를 강조했는데, 이런 게 그 자유 중 하나가 아니겠느냐"라고 좋아했다.
 
친구들끼리 함께 왔다는 장년 여성은 "피크닉 온 기분이다, 너무 좋다"라며 "친구들과 함께 언제 또 와 보겠느냐. 더 늙기 전에 이렇게 올 수 있어서 기쁘다"라고 단체 사진 촬영을 기자에게 부탁하기도 했다. 바닥에 앉아 친구와 크림빵을 먹던 노인은 "내 친구가 옛날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당시 여기서 경호를 봤다고 자랑했던 기억이 있다"라며 "그 친구가 자랑하던 곳을 내가 직접 와 볼 수 있어서 좋다"라고 웃어 보였다.
 
하지만 경치가 아니라 다른 것을 기대하고 온 이들은 실망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서울 강서구에서 왔다는 등산복 차림의 70대 부부는 "청와대에서부터 시작해 북악산을 넘으려고 왔는데, 안내와 달리 실제로는 등산로가 통제 중이라더라"라며 "산에서 먹으려고 도시락까지 싸왔는데 못 먹게 됐다. 전망대까지만 올라갔다가 내려왔다"라고 아쉬워했다. 여성은 "관람 신청이 어려워서 바쁜 며느리에게 부탁해 당첨된 건데, 괜히 며느리에게 더 미안해졌다"라며 "나중에 다시 와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완전개방'이라고 했지만, 이처럼 실제로 청와대의 모든 구역이 다 열린 것은 아니었다. 이전보다 개방 구역이 더 넓어졌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대부분의 건물 안으로는 들어갈 수 없었고, 산책로 방향도 정해져 있었다. 공간 간 이동도 다소 불편했다. 줄광대 공연 관람을 위해 '칠궁'으로 향하던 관람객들은 "정문 쪽으로 나갔다가 돌아서 다시 QR코드를 찍고 들어오라"는 스태프의 안내에 당황하기도 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안 왔다... 너무 성급한 개방 아니었나"  
 
윤석열 정부가 공식 출범하며 개방 2일째를 맞는 11일 오전 청와대에 관저에 문재인 전 대통령의 주거 흔적이 남아 있다. ⓒ 이희훈
 
윤석열 정부가 공식 출범하며 개방 2일째를 맞는 11일 오전 청와대에 관저에 문재인 전 대통령의 주거 흔적이 남아 있다. ⓒ 이희훈
 
윤석열 정부가 공식 출범하며 개방 2일째를 맞는 11일 오전 청와대에 관저 입구에 인수문 현판이 걸려 있다. ⓒ 이희훈
 
윤석열 정부가 공식 출범하며 개방 2일째를 맞는 11일 오전 청와대 관저의 인수문의 빗장이 채워져 있다. ⓒ 이희훈
 
영빈관 앞 벤치에 앉아 공연 리허설을 보던 30대 부부는 "이럴 줄 알았으면 안 왔다"라고까지 이야기했다. "건물 안으로 못 들어가는 것도 그렇고, 시간마다 정해진 문화행사 말고는 딱히 볼 것도 없다"라며 "특히 날이 더운데 쉴 곳이 없는 게 제일 힘들다"라고 말했다. 이들이 앉아 있던 벤치 주변에는 그늘이 하나도 없는 상황이었다. 특히 아내는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너무 성급하게 무작정 개방한 게 아닌가 싶다"라고 혹평했다.
 
이처럼 몰려든 관람객에 비해 휴게 시설이 없는 것은 여러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던 내용이었다. 춘추관 앞 헬기장 위에 간이 천막 형태의 쉼터가 다수 조성됐지만, 금세 꽉 찼을 뿐더러 미적인 요소에 더 방점이 찍힌 공간이었다.

어쩔 수 없이 나무 그늘이 있는 잔디 위로 올라가 팸플릿을 바닥에 깔고 앉는 사람들이 많았다. 안내원들이 주기적으로 "잔디밭 위에 올라가시면 안 된다"라고 이야기했지만, 그때뿐이었다. 몇 분이 지나지 않아 쉴 곳을 찾아 다시 사람들이 그늘이 있는 잔디밭 위로 몰려들었다. 안내원들도 어느 정도 포기한 듯 보였다.
 
경내 마스크 착용 제한도 마찬가지였다. "사진 찍을 때 잠깐 마스크 내려도 되느냐"라는 한 관람객의 질문에, 안내원은 "원래는 안 되는데, 얼른 찍고 다시 쓰세요"라고 답했다. 실외 마스크 제한은 공식적으로 해제됐지만, 밀집도가 높아 감염 우려가 있는 구역은 아직까지 마스크를 써야 한다. 기온은 높고 답답한데, 마스크를 벗고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곳은 딱히 경내에 없었다. 한 여성이 "집에 가고 싶다"라고 투정을 부리는 남자아이에게 물을 주고 선크림을 다시 발라주며 달래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가 공식 출범하며 개방 2일째를 맞는 11일 오전 청와대에서 시민들이 경내를 관람하고 있다. ⓒ 이희훈
 
윤석열 정부가 공식 출범하며 개방 2일째를 맞는 11일 오전 청와대에 종합안내소가 마련되어 있다. ⓒ 이희훈
 
윤석열 정부가 공식 출범하며 개방 2일째를 맞는 11일 오전 청와대에서 시민들이 경내를 관람하고 있다. ⓒ 이희훈
 
청와대 개방 온라인 소통관인 '청와대, 국민 품으로' 누리집에는 "경내에 식음료를 파는 곳은 아직 없다. 식사하실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라며 "다만 청와대 앞 사랑채에 가시면 간단한 음료와 간식를 판매하는 카페가 있고, 잠시 쉬었다 가실 수 있는 휴게 공간도 마련할 예정"이라고 안내하고 있다. 개방 행사는 오는 22일까지이지만, 청와대 경내는 이벤트 기간 이후로도 개방을 이어갈 예정이다.

한편, 주최 측은 등산로 개방과 관련한 시민 불편에 대해 <오마이뉴스>가 질의하자 "등산로 자체는 전면 개방된 것이 맞다"라면서도 "개방 첫 날인 어제(10일)는 경내에서 바로 등산로로 갈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었는데, 오늘부터는 경내에서는 등산로로 진입할 수 없게 했다"라고 설명했다. "춘추관 뒷길이나 칠궁 뒷길쪽으로 가시면 진입하시면 지금도 등산로를 이용할 수 있다. 해당 시민 분께서 이 점을 오해하신 것 같다"라며 "안내를 통해 다른 관람객 분들은 불편이 없도록 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윤석열 정부가 공식 출범하며 개방 2일째를 맞는 11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이 새로운 모습을 하고 있다. ⓒ 이희훈
 
윤석열 정부가 공식 출범하며 개방 2일째를 맞는 11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이 새로운 모습을 하고 있다. ⓒ 이희훈
태그:#청와대, #개방
댓글18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독자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