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식으로 윤석열 정부가 시작되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광화문 시대는 역대 대통령들이 얘기한 적 있기 때문에 새로울 게 없었다. 하지만 당선된 후 열흘이 지나자 집무실을 광화문이 아닌 용산으로 옮긴다고 했다. 그리고 50일이 흘렀다. 준비는 되었을까?

지난 6일 KBS 1TV <시사 직격>에서는 '용산 대통령 시대 준비는 끝났나' 편이 방송되었다. 이날 방송에서는 용산 집무실 이전 과정과 함께 용산 이전 이유로 내세운 소통 문제와 안보, 그리고 미군기지의 환경 오염을 짚어보았다. 취재 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9일 '용산 대통령 시대 준비는 끝났나' 편을 연출한 김영우, 박영미 PD를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만났다.

"취재 요청에 답 없던 인수위 TF, 아쉬워"
 
 <시사 직격>의 한 장면

<시사 직격>의 한 장면 ⓒ KBS

 
- 지난 6일 방송된 KBS 1TV <시사 직격> '용산 대통령 시대 준비는 끝났나' 편 연출 하셨잖아요. 방송 끝났는데 소회가 어떠세요?
김영우 PD(아래 김): "아쉬운 게 많아요. 저희가 취재 요청을 인수위 TF 쪽에 여러 번 했는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답이 오지 않았어요. 방송이라는 게 어떤 사람이 문제제기하고 거기에 대해서 저희가 취재하면서 입장을 듣고 또 반대편에 있는 사람의 이야기도 들어서 중립적으로 방송을 만들어 나가는 게 매우 중요하죠. 사실 이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전문가나 정치인 등의 얘기는 저희가 많이 찾아들어 볼 수 있었어요. 그러나 반대측 의견 가진 사람들과 만남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양쪽의 의견을 다 들어보는 자리가 마련되지 못했던 측면이 있거든요."

박영미 PD(아래 박): "저도 인수위 답변을 공식적으로 못 받았다는 게 제일 아쉬운 부분입니다. 하지만 저희 방송이 새로운 대통령 취임 사흘 전에 나간 만큼 시의성을 살려 관련된 사안들에 대해 정리하고 현시대의 기록을 남기는 방송으로서 의미 있었던 작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를 다루신 거잖아요. 어떻게 하게 된 건가요?
김: "그게 사실은 시작은 간단했어요. 한 3월 15일 즈음 뉴스를 보다 보니까 갑자기 국방부 얘기가 나오는 거예요. 되게 뜬금없었죠. 광화문 얘기는 전임 대통령들이 했죠. 근데 용산은 갑자기 나오니 제 주변에 가족이나 친구들이나 직장 동료들이 다 '왜 그런대?', '어떡하겠대?'라고 묻더라고요. 이게 저도 일단 궁금한 거예요. 표면적으로야 당선자가 20일 기자회견을 통해서 소통 얘기를 했지만 이해가 안 되고 납득이 안 되니까 이상한 소문도 돌았죠. 그러면 기왕 이렇게 다들 궁금해하는데 현장감 있게 현장을 가보고 전문가 얘기도 들어보고 가급적 당선자나 당선자 측의 TF한테 물어보면 이유를 찾을 수 있겠다 생각한 거죠."

- 처음에 취재는 뭐부터 하셨어요?
김: "처음에 취재한 게 환경 쪽이었어요. 왜냐면 관심 중의 하나가 조감도 보면 앞에 공원을 굉장히 넓게 조성한다고 당선자가 기자회견에서 얘기했는데 저희가 알기로는 그 조감도는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거고 그 앞에는 여전히 미군기지가 있거든요. 용산 미군기지가 환경적으로 오염되어 있다는 얘기는 수차례 들어왔었는데 이걸 그럼 어떻게 해결할 거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쪽에 관심을 오랫동안 보여온 녹색 연합의 용산 미군기지 환경오염 문제를 담당하고 있던 신수연 팀장을 만났어요. 그때 아니나 다를까 환경적으로 분명히 문제가 있다는 거를 전달을 받게 됐고 그 부분을 취재 시작하기 시작했죠."

- 용산은 처음에 반대가 높았나요?
김: 아무래도 재산권 침해를 당할 거라는 생각이 되게 크셨던 것 같아요. 특히 국방부 바로 옆에 삼각지 지역이 서울에서도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이거든요. 그러니까 여기 있는 지역 주민들은 길 건너편에 있는 것처럼 고층 주상복합을 짓게 되면 경제적으로 많은 이익을 볼 수 있지 않을까란 기대를 하셨던 것 같아요. 근데 대통령이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하게 되면 아무래도 여러 가지 건축상의 제한이 생길 거니까 거기에 대해서 충분히 이만큼 이윤을 못 보게 되면 어떡하지나 고도 제한이나 문제 때문에 내가 사는 데 불편하면 어떡하지라는 것 때문에 인근에 거주하시는 분들은 많이 조금 처음에는 반대하셨던 걸로 기억해요."

- 지금은 어때요?
박: "그때도 지금도 재개발과 교통 문제가 주민들 사이에서는 제일 큰 이슈였죠. 교통 문제에 대해 최근에 당선자 측에서 용산 미군 기지 13번 게이트 있는 쪽으로 출퇴근하신다고 이야기를 바꾸셨어요. 그렇지만 한국 최초로 출퇴근하는 대통령인 만큼 교통 통제 때문에 혼란이 있지 않겠는가, 이런 문제는 계속 불거져 있는 상태인 것 같아요."

- 원래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공약은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었잖아요. 그러나 당선 후 용산으로 말을 바꿨죠. 공약 파기 논란도 있었는데.
김: "이건 서로 다른 기준을 갖고 얘기하는 것 같아요. 대통령 당선자나 당선자 지지하는 사람은 '어디로 가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청와대 나와서 좀 더 많은 사람과 만나겠다고 약속한 거니까 장소가 중요하지 않다'고 보시는 것 같고 비판적으로 보시는 분들은 '광화문으로 가기로 한 약속은 공약의 일부이지만 갑자기 뜬금없이 용산으로 간다는 것 자체는 문제가 있지 않느냐'라고 보시는 것 같기도 하고요. 공약 파기라기보다는 일방적인 변경에 대해서 문제를 삼으시는 분들이 있었죠."

- 청와대는 국민과 소통이 어려우니 안 들어간다는 건데 과연 소통이 장소 문제일까요? 대통령이 소통하려면 옮기지 않아도 가능할 것 같거든요.
김: "근본적으로 그렇죠. 소통은 굳이 장소의 문제는 아닌데 어느 대통령이든 어떤 행위를 하기 위해 상징적인 액션을 취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청와대에서 나오겠다는 게 굳이 저는 문제가 있었다는 행동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만약에 당선자가 애초에 광화문, 용산, 세종을 두고 여러 가지를 파악해서 최종적으로 결정하겠다고 공약을 내세웠다면 이렇게까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거나 사람들이 반대하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공간이 아니라 자기 의지가 소통 좌우하는 게 아닐까"
 
 <시사 직격> 김영우(우), 박영미(좌) PD

<시사 직격> 김영우(우), 박영미(좌) PD ⓒ 이영광

 
- 이른바 천공 스승 인터뷰하셨잖아요. 어떠셨어요?
김: "경선 과정에서 유승민씨가 막 문제 제기를 했었을 때 다들 관심을 가졌지만 한 번도 제대로 언론에서 장기간 인터뷰를 해서 만난 적이 없어요. 그래서 처음엔 저도 좀 호기심이 있었는데 일단 이분이 공식적으로 용산 이전에는 어떠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밝히셨죠. 다만  당선자가 검찰에 몸을 담고 있었을 때 당선자 부부와 수차례 만난 바 있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눈 바 있다고 했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 흥미롭게 들은 측면이 있습니다."

- 안보 공백 논란이 있잖아요. 취재해보니 어떤가요?
김: "이것도 보는 관점에 따라 서로 굉장히 다른 것 같습니다. 협의의 군사적 안보 공백은 많은 분이 그렇게 크지 않을 것 같다고 얘기하셨어요. 왜냐하면 실제 군사 작전과 관련된 지휘는 합참에서 이루어지게 되는데 합참은 이전하지 않으니까 그쪽에 있는 군사적 위기관리센터 경보 센터는 정상 작동을 하기 때문에 군사적 측면의 안보 공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추측하죠.

그러나 김병주 의원이 지적한 바 있듯이 비군사적 안보 위협 포함한 국가의 넓은 의미의 안보는 다소 공백이 생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왜냐하면 지금은 수해가 일어날 계절은 아니지만 태풍, 지진, 산불이라든지 지하철 화재라든지 어떤 테러라든지 이런 비군사적 안보는 여태까지 청와대 내 위기관리센터에서 총괄적으로 관리 했는데 이 시스템이 용산으로 단기간 내에 이전시킬 수 있을지 이전 시키더라도 그 시스템이 원활하게 100% 작동 진행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충분히 들었고요. 그런 점을 포함한다면 넓은 의미의 국가 안보는 재난이나 테러 등의 영역에서 충분히 공백이 생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청와대와 국방부 지하 벙커는 어떤 게 차이가 있나요?
김: "지하 벙커라는 말이 저희가 통상적으로 쓰니까 입에 굳었는데 엄밀히 말하면 벙커라는 말보다 위기관리센터 상황실이겠죠. 청와대에 있는 상황실은 33가지에 걸쳐 군사적, 비군사적 여러 가지 안보에 위협이 되는 것들을 대통령에게 보고가 가능하게끔 정보가 취합되는 곳이고 현재 합참에 마련된 것은 주로 군사 작전과 관련해서 북한이나 인접 국가들의 군사 동향을 체크하고 훈련하고 유사시에 군사적 행동을 총괄할 수 있는 곳이라서 충분히 기능 차이가 있어요. 국방부 밑에 현재 청와대에 있는 것과 같은 위기관리센터를 만들고 있다고는 알려져 있는데 과연 단기간에 지금 청와대에 말하던 위기관리센터의 시스템이 다 넘어올지는 미지수죠."

- 방송에 나온 건 대통령 출퇴근에 대한 경호를 담당하는 사람들의 우려잖아요. 혹시 경호상 문제없다는 사람은 없었나요?
김: "저희가 만나본 사람들은 그런 문제를 제기했고 경호상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한 사람은 저희가 만나보지 못했어요."

- 용산공원 조성은 N+7년이던데 그럼 윤석열 당선자 임기 중엔 조성 안 된다는 것 아닌가요?
김: "이게 작년에 국토교통부에서 용산 공원 개원에 관련된 국가고시를 내린 건 N+7년이라고 기본적인 걸 세워놨기 때문에 여러 가지 전문가와 현재 반환 상황 등 고려해 봤을 때 안에 어떻게 오염되어 있는지도 모르겠고 오염이 있다고 가정을 했을 때 실질적으로 그것을 정화하는 데 들어갈 시간도 있으니까 최종적으로 반환받고 7년을 해야 된다라고 기본적으로 계획을 세워놓은 거예요. 그러니까 원칙적으로는 그 계획상으로는 쉽지 않은 얘기인데 당선자가 무조건 임기 내에 추진하겠다고 해서 거기에 엄청난 예산을 부어서 시간을 당길 수도 있는 문제고 그거는 당사자의 의지에 있지 않을까 하죠. 절대 불가능한 건 없고 다만 작년에 현재의 국가의 계획상으로는 그랬어요."

- 환경 문제가 있는데 해결 가능할까요?
김: "그건  전문가도 알 수 없다고 얘기를 했어요. 왜냐하면 거기에 얼마나 오염돼 있는지 조사가 이루어진 바가 없어요. 또 얼마나 오염되는지 안다고 하더라도 예산과 장비를 많이 투입할 수 있다면 빨라지겠죠. 다만 현재 주어진 예산과 여러 가지를 했을 때 7년을 설정해 놨는데 그리고 그게 오염이 생각보다 덜 됐을 수도 있고 또 국가에서 갑자기 의지를 보여서 이걸 정화하는 장비를 많이 투입할 수도 있고 그렇다면 그거는 시간은 되게 유동적이기 때문에 전문가 배정한 교수조차도 이게 임기 중에 된다 안 된다. 그렇게 칼로 무 베듯이 말할 수 있는 그런 문제는 아니라고 얘기를 했어요."

박: "다만 확실한 것은, 당선자가 조감도처럼 집무실 앞에 생태 공원을 조성하겠다고 하셨는데요. 환경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 조감도처럼 생태공원을 만드는 건 임기 내에는 힘들 것이다. 용산 미군 기지를 개방하는 건 쉽다. 오염되어 있을 것이라고 추측되는 곳이지만, 반환받고 나면 바로 개방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런데 공원을 조감도처럼 아예 조성한다는 건 다른 얘기다'란 점을 짚어주셨어요."

- 취재하며 느끼신 점 있을까요?
김: "좀 아이러니죠. 이게 소통하기 위해서 옮긴다고 했는데 정작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고 불통인 상황에서 이루어지고 있잖아요. 보면 수단과 목적이 바뀐 거죠. 목적이 소통이고 집무실 이전은 수단인데 집무실 이전이 목적이 되고 수단과 목적이 전도되면서 실제로 하겠다는 소통이 사라져버린 형국이거든요. 그렇다면 내일(10일)부터 임기가 시작되고 5년이 정권 기간이 될 터인데 이렇게 많은 사회적, 정치적 이슈에서 수단과 목적이 뒤바뀌는 일이 생기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좀 들었습니다."

박: "저도 비슷한 의문이 계속 들었습니다. 청와대가 구중궁궐과 같다고 소통하겠다고 나온다고 하는 건데, 원하는 대로 용산에 집무실을 이전하고 6월까지 공원을 만들고 담장을 낮춘다고 해도 지금과 같이 소통이 안 되는 이 상황이 계속된다고 하면 이건 지리의 문제가 아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당선자는 공간이 생각을 지배하고 업무를 지배한다고 표현했는데 '공간'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가 소통을 좌우하는 중요한 점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취재했는데 방송엔 담지 못한 게 있나요?
김: "있죠. 아쉬운 것 중에 하나 영미씨가 했던 그 경제 효과 문제 방송에 못 담았죠."

박: 집무실 이전 비용과 청와대 공개에 따른 경제적 효과가 얼마나 되는지 세금 낭비 지적도 있었기 때문에 경제 효과 부분이 원래 파이가 컸었는데 집무실 이전이 급물살을 타고 예산 편성도 확정된 터라 다른 이슈들을 조금 크게 가져가게 되면서 아쉽게도 빠지게 되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전북의 소리'에 중복 게재합니다.
김영우 박영미 시사직격 대통령 집무실 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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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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