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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가려고 한다. 붙잡아 보고 싶지만 시간은 어김없이 흘러간다. 봄이 가기 전 해야 할 일 하나가 남아 있어 마음이 홀가분하지 않았다. 매년 해 오던 쑥떡을 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오래전부터 봄이 오면 나만의 시간표대로 계절을 맞이해 왔다. 진달래가 피면 화전을 부치고 쑥이 나오면 쑥버무리를 찌고 쑥 개떡도 쪄서 남편에게 어머니의 추억을 선물한다. 

결혼하고 새댁 시절, 봄만 되면 시어머님이 꼭 쑥버무리를 해서 보내 주시곤 했었다. 아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 보내 주는 것은 아들에 대한 사랑이었다. 그 마음을 알고 있는 남편은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깊은 효자였다. 시어머님이 돌아가시고 남편은 봄만 되면 잊지 않고 쑥버무리와 어머님에 대한 그리움을 소환하면서 아련해지는 마음을 표현한다. 

시어머님이 돌아가시고 한동안은 그냥 보내왔다. 떡을 할 줄도 모르고 사는 게 너무 바빴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만드는 법을 몰라 자신이 없어서 그랬을 것이다. 다도를 하고 차츰 마음의 여유도 생기면서 나는 떡을 찌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잘 안 되어 실수도 했지만 이제는 익숙하다. 그때부터 남편과 가족들에게 떡을 해 주기 시작했다.

나이 들어가면서 생각이 달라진다. 삶이 어느 순간 멈출 수도 있다는 것을 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남편에게 봄이 오면 어머니의 추억을 선물하듯 떡을 쪄준다. 작고 소소한 것에 행복이 있다. 행복은 내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많지 않은 지금, 할 수 있는 한 계절을 축제하듯 맞이하며 살고 싶다.

그런데 어쩌다 이번 봄에 쑥버무리 할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쑥버무리 떡은 쑥이 어릴 때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쑥의 쓴맛이 있어 떡이 맛이 없고 쑥이 질길 수가 있다. 쑥버무리는 그때를 놓치면 떡을 못하게 된다. 계절에 맞는 음식을 먹으려면 부지런해야 한다. 올해 몇 번 시장을 가 보았으나 어린 쑥을 만날 수 없었다. 

올해 쑥떡은 포기해야 하나 할 때, 동생이 쑥을 캐다가 주었다. 형부가 쑥떡 좋아하는 걸 알고 우리 집에 가져왔다. 쑥을 다듬어 삶아 놓고 하루쯤 쓴 물을 우려냈다. 요즈음 쑥으로는 쑥버무리는 못해도 쑥떡은 찔 수 있다. 우리 동네 방앗간은 예약해야 한다. 방앗간도 예전 방앗간이 아니다. 모든 것이 시대의 요구에 따라 변한다.  
 
쌀과 쑥을 함께 섞어 방아 찧어온 가루를 반죽 해 놓는다.
▲ 방아 찧어온 가루를 반죽 한다 쌀과 쑥을 함께 섞어 방아 찧어온 가루를 반죽 해 놓는다.
ⓒ 이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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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가루 반죽을 등글게 만들어 놓은 개떡
▲ 만들어 놓은 개떡 쌀 가루 반죽을 등글게 만들어 놓은 개떡
ⓒ 이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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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에서 쩌놓은 개떡
▲ 완성된 개 떡 솥에서 쩌놓은 개떡
ⓒ 이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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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떡과 개 떡 찌기

1. 쌀은 새벽 6시쯤 담가 4시간쯤 불린 다음 담가놓은 쌀을 씻어 30분 정도 물을 뺀다.
2. 예약시간에 가서 방아를 찧어왔다.
3. 반죽하기. 차가운 물로 반죽을 해도 된다. 반죽하는 일이 힘이 든다.
4. 찜솥에 삼베 보자기를 깔고 찐다. 
5. 전통 떡살 무늬로 찍어 예쁜 떡도 찐다.
6. 찐 떡은 소분해서 냉동실에 넣어놓고 먹기도 하고 이웃에 나눔도 한다.


하루 삼시 세끼 집밥 차리는 일이 쉽지 않다. 아침은 떡과 과일과 차 한 잔이면 그만이다. 내 건강이 허락하는 한 봄이 오면 떡을 찌고 남편에게 어머니의 그리움을 선물하며 살고 싶다. 세월은 금방 화살이 날아가듯 빠르게 가고 있다. 내가 언제까지 이토록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살 수 있을까? 그게 의문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태그:#쌀 가루, #쑥 개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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