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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사에서 가장 박진감 넘치는 경주 장면이라고 한다면 찰턴 헤스턴 주연의 벤허(1959)를 한 손에 꼽는다. 아카데미상 11개 부문을 수상한 대작으로 이 기록은 약 40년이 지난 1997년, 타이타닉에 와서야 경신된다. 이후 헤스턴은 명성을 얻으며 굵직굵직한 영화에서 여러 히트작을 남긴다. 충격적인 엔딩으로 널리 알려진 혹성탈출(1968)과 오메가 맨(1971)이 그러하다. 

둘 다 지금에 와서 리메이크되었으며 알파벳의 마지막 글자인 오메가(Ω)는 '인류 최후의 생존자'를 의미한다. 생화학 전쟁을 일으킨 인간은 종말을 맞이하게 되는데, 군의관 네빌 역의 헤스턴은 실험 중인 백신 덕분에 간신히 목숨을 부지한다. 나머지 살아남은 소수의 인간은 햇볕 아래서는 살지 못하는 돌연변이가 되어서 밤마다 네빌을 쫓는다. 

오체투지는 여행 다큐멘터리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티베트인들의 독특한 성지순례법이다. 그들은 사람으로 태어난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내세를 기원하며 순례에 나선다. 자신이 살던 집이나 마을 어귀에서 삼보일배 오체투지로 출발하여 티베트의 수도 라싸까지 고행길이 이어진다. 이는 일생에 완수해야 하는 삶의 목표다. 

8개월에 걸친 고행길은 인간의 의지를 시험한다. 최종 목적지인 라싸의 조캉 사원에 도착해서는 또다시 10만 번의 절을 하고 순례를 마무리한다. 지금까지도 티벳인들의 성지순례는 계속되고 있으며 중공 지배에 있는 티베트의 자유 독립 염원을 같이 담아 절을 한다.

지구를 재는 자벌레

곤충 세상에는 자벌레가 오체투지를 하며 오메가를 만든다. 걸을 때 한뼘한뼘 움직이는 모습이 마치 '자를 재는 것 같다'고 해서 자벌레라고 부르며, 영어로는 고리벌레(loopers) 또는 인치벌레(inchworm)라고 한다. 나비목 애벌레는 보통 5쌍의 다리를 가지는데 자벌레는 가슴에 있는 진짜 다리와 배다리(Prolegs) 2쌍만 있어서 걸을 때 한치두치 움직인다. 위험을 느끼면 몸을 꼿꼿이 펴고 나뭇가지처럼 보이게 하려고 꼼짝하지 않는다. 
 
자벌레는 배(abdomen)에 다리가 없기에 한뼘씩 걷는다.
▲ 오메가를 만드는 잠자리가지나방 애벌레. 자벌레는 배(abdomen)에 다리가 없기에 한뼘씩 걷는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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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벌레가 다 자라서 날개돋이를 하면 자나방이 된다. 날개를 수평으로 활짝 펼치고 앉으며 인편이 기하학적 무늬로 배열되어 있어 눈에 띈다. 자나방의 학명은 Geometridae. 지구를 뜻하는 geo와 재다(measure)를 의미하는 metron의 조합이다. 곧 '지구를 측정하는 벌레'이며 잎을 갉아먹는 산림 해충이 많다. 

대량 발생하면 수풀에 피해를 주지만 동서양 모두 인간의 평가는 그렇게 박하지 않다. 주역에 '척확지굴'이라는 말이 있다. 대나무가 크게 자라기 위해서는 마디를 만드는 것처럼, '자벌레가 몸을 굽히는 것은 다음에 몸을 펴고자 함'이라는 뜻으로 훗날의 성공을 위해 어려움을 참고 견뎌야 한다는 말이다.

나비만큼이나 수려한 몇 종의 자나방을 살펴보자. 큰노랑물결자나방은 날개편 길이가 60mm에 이르는 녀석으로 동북아 3국과 연해주 일대에만 서식한다. 자벌레 시절에 다래나무과 식물을 먹고 살며, 성충은 노랑 바탕에 연갈색 줄무늬가 기하학적 조화를 이루어 시선을 잡아끈다.
 
다래나무과 식물을 먹고 자란다.
▲ 큰노랑물결자나방. 다래나무과 식물을 먹고 자란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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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무늬가 물결을 치는듯 보인다.
▲ 오얏나무가지나방 수컷. 범무늬가 물결을 치는듯 보인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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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얏나무가지나방은 귤빛 바탕에 검은색 잔물결이 넘실대서 호피무늬를 보는 듯하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자두나무와 매실나무잎을 먹고 자란다. 

별박이자나방은 은은히 비치는 하얀 속적삼에 까만점이 콕콕 박혀있어 하늘거리는 느낌이다. 애벌레는 쥐똥나무 잎을 먹고 명주실을 내어 얼기설기 집을 만들고 산다. 검은색 똥까지 덜렁거리며 매달려 있어 과히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지만, 육식성 곤충을 방어하기 위한 나름의 생존 수단이다.

쥐똥나무잎을 파먹지만 오랫동안 공진화하여 큰 피해를 주지는 않는다. 쥐똥나무는 공해에도 강하고 추위에도 잘 버티며 상처가 나도 금방 회복한다. 강인한 생명력으로 예로부터 사철나무와 함께 울타리로 썼다. 

쪽동백나무에서 볼 수 있는 먹세줄흰가지나방은 우윳빛 몸매에 사선으로 난 줄무늬가 꼬리 부분으로 이어진다. 날개 끝에는 노랑 테두리에 검은점이 박혀있기에 언뜻 보면 대가리로 착각하게 만든다. 천적의 공격을 말단 부위로 유도하여 생존확률을 높이려는 수단이다.

잠자리가지나방은 노박덩굴과(사철나무, 화살나무, 회나무 등) 식물을 먹고 산다. 애벌레 시절에 노랑 바탕에 직사각형의 검은점이 줄지어 나 있으며 성충이 되어서도 비슷한 몸꼴을 보인다. 유충으로 월동하고 4월에 출현하여 노박덩굴을 명주실로 감싸 육아방을 만들고 5월에 번데기가 된다.

덧붙이는 글 | 해당 기사의 사진은 글쓴이의 초접사 사진집 <로봇 아닙니다 곤충입니다>의 일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자벌레, #자나방, #찰턴 헤스턴, #티베트, #오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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