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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지방선거를 앞두고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6.1지방선거를 앞두고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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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앙은 짧았고, 비난은 길다. 대선 막판 2030 여성을 결집시키며 '0.73%p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승부에 기여, 더불어민주당의 위기를 타개할 인물로 꼽혔지만, 연이은 쓴소리로 '내부 총질'이라는 반발에 부닥친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처한 상황이다. 

25일 그는 여기에 스스로 쐐기를 박았다. 이날 박 위원장은 국회 본청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586정치인의 용퇴를 논의해야 한다"며 "대선 때 2선 후퇴를 하겠다는 선언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 은퇴를 밝힌 분은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영춘 전 장관, 최재성 전 수석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우리 편의 잘못에 더 엄격한 민주당이 되어야 한다"며 선거 뒤로 미뤄진 최강욱 의원의 징계절차를 조속히 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갑자기 전면 등장한 586 용퇴론... "박지현 스스로 고립 중"

불과 하루 전만해도 '586 용퇴론'은 박 위원장의 주장이 아니었다. 24일 대국민 기자회견 후 '민주당이 말로만 반성할 게 아니라 이재명 후보의 당대표 선거 불출마나 586 주류세력의 차기 총선 불출마 등이 뒤따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 지점에 대해서는 당내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금주 중으로 발표하겠다"고 답한 게 전부다. 하지만 다음날 박 위원장은 아예 공세적으로 태도를 바꿨다. 비공개 회의에선 항의하는 중진들과 언쟁까지 벌였다.

그런데 전국에서 고전하는 민주당의 현재 상황은 586이 용퇴하지 않아서일까? 586이 물러나기만 하면 민주당은 '꼰대' 이미지를 탈피하고, 지방선거에서 반전을 만들어낼까? 누구도 쉽게 고개를 끄덕이기 어렵다. 사전투표도 단 하루 남았다. 

결국 민주당 안에선 박지현 위원장을 향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2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인터뷰'에서 "그거(586용퇴 논의) 자체가 내부에 분란이 있을 수 있다"며 수긍하지 않았다. 자칫하면 박지현 위원장이 고립될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상임선대위원장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균형과 민생안정을 위한 선대위 합동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상임선대위원장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균형과 민생안정을 위한 선대위 합동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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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민주당 의원은 "박지현 위원장 스스로가 (자신을) 고립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586이니까 용퇴하라는 게 아니라 '정치교체'를 얘기하려는 것 아닌가"라며 "그러면 당에 젊은 정치인, 개혁성향 정치인이 들어올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의무가 비대위원장에게 있다. 그거 하나 없이 586 용퇴론을 말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나아가 "본인은 아니라고 하지만, (대안 없이 586 용퇴론만 주창한다면) 또 하나의 포퓰리즘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의원은 "박 위원장의 방향은 맞는 것 같은데, '과정과 절차까지 맞나'란 문제는 제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평했다. 그는 "며칠 안 남은 선거에 집중하자"며 "이후에는 얘기가 안 나올 수 없다"고 했다. 다만 "박 위원장의 방향은 충분히 이해가 되는데, 본인도 송영길 전 대표 공천 문제에선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며 "그때 동의했다면 지금 586 용퇴론은 안 나왔을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애초 공천관리위원회의 송 전 대표 배제 결정에는 반발한 게 지금의 입장과는 다르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하지만 박지현 위원장의 주장에 동의하냐를 떠나 '민주당이 이대로 가선 안 된다'는 위기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한 의원은 "시기가 좋진 않다"면서도 "박지현처럼 외부 인물을 영입했으면 그런 소리 들을 각오를 해야 했다"고 봤다. 그는 "지도부가 잘못하고 있다"며 "대선에서 졌으면 제대로 평가를 해야 이후를 준비할 텐데 그걸 빼먹고, 586 용퇴론도 586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명확히 평가했어야 했는데 지금까지 안 하지 않았냐"고 일갈했다.

또 다른 의원은 "비대위 내부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어쨌거나 일선에서 뛰는 분들을 위해서 민주당이 더 낮은 자세로, 읍소전략을 적극 보여주는 일이 필요한데 왜 박지현 혼자 총대를 메는지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대선 때도 나왔던 얘기인데다 선거시기라 민감하게 다가올 수 있으니 박 위원장도 좀더 수위를 조절하고 공감대를 만들어서 메시지화할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도 "지도부가 역할을 나눠서 같이 했으면 더 낫지 않았겠나"라고 아쉬워했다.

"왜 박지현 혼자 총대..." 국민과 멀어지는 '더불어'민주당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삶을 따라가보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 '깨어있는 시민 문화체험전시관'이 서거 13주기 추모제가 열리는 23일 특별개관했다.
▲ "나는 일곱번 선거에서 네번을 졌어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삶을 따라가보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 "깨어있는 시민 문화체험전시관"이 서거 13주기 추모제가 열리는 23일 특별개관했다.
ⓒ 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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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윤 민주당보좌진협의회 회장은 개인 생각이라고 전제한 페이스북글에서 "박 위원장의 기자회견이 '틀린 자세와 방식'이었다는 점에 동의하고, '용퇴론'도 좀더 신중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위원장의 공식 기자회견을 단지 '개인 차원의 입장 발표'일 뿐이라고 일축할 수 있나"고 꼬집었다. 그는 "우리는 대선 패배 이후 반성과 쇄신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과연 그렇게 했나? 무엇을 했는가?"라며 "후보들을 위해서라도 제대로 반성하고 올바로 쇄신해야 한다"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대변인 출신 김종민 의원은 노 대통령 13주기인 23일, 한 편의 글로 깊은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친노라면 국민통합정치, 다양성 민주주의, 현장 민주주의의 길로 가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자의든 타의든 흑백민주주의, 승패민주주의, 양극화 정치, 대결정치, 팬덤정치, 승자독식 기득권 정치에 갇혀 있습니다. 이 벽을 뛰어넘을 용기를 내지 못했습니다. 부끄러운 일입니다. 친노, 친문만으로 기억되는 정치 이제 그만합시다. 지방선거 결과에 관계없이 민주당 정치를 근본부터 돌아봐야 합니다."

이미 민주당 구성원들은 '진짜 고립'을 두려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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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초간 허리숙인 박지현 "586 용퇴안, 금주 발표" http://omn.kr/1z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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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민주당, #박지현, #586 용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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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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