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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일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열리는 인천 계양을 지역 내 계양역 앞에 이재명(더불어민주당)·윤형선(국민의힘) 후보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6월 1일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열리는 인천 계양을 지역 내 계양역 앞에 이재명(더불어민주당)·윤형선(국민의힘) 후보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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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있는 곳이 다르면 풍경도 다른 법이다.

승리 이상이 필요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겸 총괄선대위원장)와 밑져야 본전인 국민의힘 양측에게 '민주당 텃밭인 인천 계양을'은 큰 의미가 없다. 이재명 후보에겐 텃밭이면서도 험지, 국민의힘에겐 험지이면서도 꽃놀이패, 인천 계양을은 지금 그런 존재가 돼버렸다.

<오마이뉴스>는 국회의원 보궐선거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26일 지역구 내의 계산역 사거리, 계양역, 계양산전통시장을 돌며 민심을 들어봤다. 40여 명에게 인터뷰를 시도했고 이중 10명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윤형선 후보 사무실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와 이재명 후보가 참석한 계양역 앞 기자회견(민영화 반대) 현장도 찾았다.

구도는 '이재명 대 국민의힘'의 성격이 짙었다. 기사 앞머리에 이재명 후보의 대척점에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를 놓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각 후보 지지 여부를 떠나 주민들은 이재명 후보를 "이재명"이라고, 윤형선 후보는 "국민의힘" 또는 "2번"이라고 불렀다. 이번 선거를 포함해 이 지역에서 세 번째 도전하는 윤형선 후보 입장에선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지점이다. 

이처럼 '인물 대 인물' 구도가 아니어서인지 윤형선 후보와 국민의힘이 짠 '25년 대 25일' 구도는 지지층 결집 이상의 큰 효과를 보지는 못하는 것으로 보였다. 관련 질문에 윤형선 후보 지지자들은 강하게 반응했지만 이재명 후보 지지자는 거세게 반박했다. 마음을 결정하지 못했거나 결정했더라도 정치 고관여층이 아닌 이들에게 후보자의 연고 여부는 썩 중요해 보이지 않았다.

이재명, 대선에서 52% 득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가 26일 오전 계양역 앞에서 인천 지역 시민단체가 연 '공항·철도·전기·수도 민영화 반대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가 26일 오전 계양역 앞에서 인천 지역 시민단체가 연 "공항·철도·전기·수도 민영화 반대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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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계양을은 계양1·2·3동, 계산1·2·3·4동을 포함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는 이곳에서 52.20%를 득표했다. 윤석열 후보보다 8.58%p 앞선 수치였다.

각 동별로 들여다봐도 이재명 후보는 모든 동에서 윤석열 후보를 앞섰다. 득표율도 적게는 49%, 많게는 56% 정도로 비교적 균일했다. 참고로 인천 전체 득표율을 비교해보면 이재명 후보 48.91%, 윤석열 후보 47.05%였다.

이렇듯 인천 계양을 유권자의 약 52%는 이 후보에게 표를 던진 경험을 갖고 있다. 대선과 이번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 없지만, 이재명 후보 입장에선 '52'란 숫자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재명 후보에겐 이 지역에서의 승리 이상이 필요하다. 그가 대선패배 후 잠행을 깬 명분도 "당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모든 일을 다 해야 한다"였고, 실제로 그는 지방선거를 이끄는 총괄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재명 후보가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이 되더라도 지방선거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이재명만 이긴' 판이 돼 버리면 그의 선택과 정치력에 비판이 따를 가능성이 높다.

이날 만난 주민 중 상당수는 '대선 때의 표심을 바꾸지 않겠다'는 쪽이었다. 지지층만 결집시켜도 넉넉히 승리를 거둘 수 있는 이재명 후보 입장에선 나쁘지 않은 신호다. 계산역 사거리에서 만난 50대 남성 박아무개씨는 "1997년부터 계산3동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계산역 사거리는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지난 19일 이재명 후보와 윤형선 후보 모두 유세를 한 곳이다.

박씨는 "일 잘하는 사람 쪽으로 마음이 간다. 이재명 후보가 경기도 있을 때 계곡 정비하는 것을 보고 정쟁보다는 실무에 강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고 지난 대선에서도 (이재명 후보를) 찍었다"라며 "서민에게 더 이득이 될 것 같은 사람이다. 인천이 서울·경기에 비해 낙후된 면이 없지 않은데, 외부에서 일 잘하는 사람이 오면 좋을 것 같다"라고 밝혔다.

계산동에 산다는 70대 여성 송아무개씨도 "외부에서 오고, 말고는 크게 상관없다. 외부에서 오더라도 이재명 후보 같은 큰 정치인이 이곳 국회의원을 맡는 것도 좋다고 본다"라며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를 찍었는데 (떨어져서) 많이 아쉬웠다"라고 말했다.

대선 표심이 바뀌지 않는 모습은 반대도 마찬가지였다. 같은 곳에서 만난 계산3동 거주자 20대 남성 직장인 서아무개씨는 "국민의힘을 지지하지 않지만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를 찍었다"면서 "정치에 큰 관심은 없는데 이재명 후보를 찍진 않을 것 같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20대 중후반의 남성 김아무개씨도 "대선 때 윤석열 후보를 찍었고 이번에도 국민의힘을 찍을 것"이라며 "연고가 없는 이재명 후보가 이곳에 온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27세 여성 대학생의 대답은 이재명 후보 입장에선 아프고, 윤형선 후보 입장에선 반색할 만한 내용이었다. 계양동에 사는 이 여성은 "지난 대선에서 3번(심상정 정의당 후보)을 찍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재명 후보가 이곳에 온다고 해서 의아하긴 했는데 굳이 비판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면서도 "어제 TV 토론회를 봤다. 대선 때 투표소에 가서 백지를 내고 오려다가 3번을 찍었는데 이번엔 국민의힘으로 마음을 정했다"라고 말했다.

"정말 이곳이 뜨겁나?" vs. "의외의 국힘 선전?"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원내지도부가 26일 오전 윤형선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 선거사무실에서 원내대책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원내지도부가 26일 오전 윤형선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 선거사무실에서 원내대책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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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후보의 사무실은 임학사거리 인근에 위치해있다. 계양IC를 나오면 바로 마주하는 이곳은 계양동과 임학동의 경계에 있으며 이 경계에 따라 계양갑·을 지역구가 나뉜다. 임학사거리 한 면의 모퉁이를 사이에 두고 두 후보 사무실 건물이 등을 맞대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가 되자 윤형선 후보 사무실이 북적였다.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롯해 국민의힘 원내지도부가 이곳에서 원내대책회의를 열었다. 연신 "이곳을 찾아주셔 감사하다"고 말한 윤 후보는 물론, 국민의힘 관계자들 역시 상당히 고무된 모습이었다. 권 원내대표는 "이번 선거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며 "결론은 누가 승리했나. 다윗이 골리앗을 누르고 승리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오전 11시 계양역엔 이재명 후보가 나타났다. 그는 인천 지역 시민단체가 연 '공항·철도·전기·수도 민영화 반대 기자회견'에 박남춘 인천시장 후보 등과 함께 참석했다. 지지자들도 많이 모였지만 현장이 역 앞이다 보니 일반 유권자를 비롯한 유동인구가 꽤 보였다. 큰 관심 없이 지나던 이들도 이재명 후보의 목소리엔 반응하기도 했다. 

계양1동에 산다는 60대 여성 김아무개씨는 "사실 민주당도 잘한 건 없다. 180석 되자마자 제대로 했어야 했는데 기껏 막판에 한다는 게 검수완박 밀어붙이기였다"면서도 "다만 이번 선거에서 이재명이란 사람에게 기회는 주고 싶다. 선거 때마다 (국민의힘 측 후보는) 공약과 능력보단 연고를 따지는데 그래서 국민의힘이 계양에서 뭘 했나"라고 지적했다.

계양역에서 인천1호선을 타고 임학역 4번 출구로 나오니 계양선전통시장이 나왔다. 인천을 대표하는 전통시장 중 한 곳으로 과거엔 병방시장으로 불린 곳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이던 4월 26일 이곳을 찾았는데 윤형선 후보는 이곳에서 유세를 하며 "윤 대통령이 칼국수도 먹고 갔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후보도 이곳을 찾아 즉석연설을 하면서 "세상의 변화를 바랐고 삶을 바꾸고자 했던 분들의 힘만 합치면 이번 지방선거를 압도적으로 이길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곳에서 만난 40대 남성 최아무개씨는 "이재명 후보가 와서 뜨겁다곤 하는데 진짜 뜨거운지는 모르겠다. 대선이 워낙 뜨거워서 그런지 몰라도 사실 그동안 지방선거 열기는 그냥 그렇지 않았나"라며 "제가 누굴 찍든 간에 어차피 민주당이 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30대 초반 남성 이아무개씨는 "여전히 (누굴 찍을지) 고민 중"이라며 "이곳이 민주당 텃밭이라곤 하는데 대선이 끝난지 얼마 안 된 시점에서 국민의힘이 의외로 선전할 수도 있지 않겠나"라고 평했다. 
 
6월 1일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열리는 인천 계양을 지역 내 계양산전통시장 내 모습.
 6월 1일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열리는 인천 계양을 지역 내 계양산전통시장 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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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인천, #계양을, #이재명, #윤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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