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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극우 세력 일본제일당은 지난 21일부터 이틀간 도쿄에서 "2022 트리엔날레" 행사를 열고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을 조롱했다.
ⓒ 마코토 유튜브 화면 캡처	관련사진보기

 
흰색 저고리에 검은색 긴치마를 입은 남성이 옆 의자에 앉힌 '평화의 소녀상'과 비슷한 풍선 인형에 펌프를 이용해 바람을 넣으며 히죽거린다. 그러면서 그는 "오늘 이렇게 위안부가 줄지어 서 있다. 나도 그 중 한 명이지만 지금 한국에서 위안부 중에 이용수라는 노인이 일본에 사죄를 요구하고 있어서 큰일이다"라고 발언한다. 그가 바람을 넣는 인형 왼쪽 어깨에는 일본 지폐로 만들어진 작은 새가 올려져 있다.

일본 극우 세력인 '일본제일당'의 당수 사쿠라이 마코토가 지난 21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실시간으로 중계한 영상의 일부다.

이뿐만이 아니다. 영상에는 같은 당 소속 또 다른 인사가 소녀상 모양의 풍선 인형 어깨에 자리한 작은 새를 가리키며 "실제 소녀상은 여기 잉꼬가 앉아 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장난감 돈으로 만들었다. 당시 결코 강제 연행이 아니고 제대로 대가를 받았다는 걸 의미한다"라고 망언을 하는 모습도 담겼다. 

이는 '위안부에게 화대를 주고, 성매매를 했다'는 일본 극우의 주장을 반복한 것으로 '자유와 평화의 상징이자 세상을 떠난 위안부 피해자들과 현재의 우리를 이어주는 연결고리'로서 만들어진 작은 새 의미를 조롱하는 뜻도 포함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의 조롱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평화의 소녀상 아래쪽 바닥에는 위안부 피해자의 그림자를 그려놓았는데, 입 모양을 악마처럼 표현해 놓았다. 그림자 왼쪽 어깨에는 나비 그림, 정중앙에 태극 문양을 그려 넣었다. 악마로 표현된 그림자 안쪽을 자세히 살피면 안중근 의사의 잘린 손가락이 그려져 있다. 이들은 유튜브 방송에서 안 의사를 향해 "한국의 테러리스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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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극우 세력 일본제일당은 지난 21일부터 이틀간 도쿄에서 "2022 트리엔날레" 행사를 열고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을 조롱했다.
ⓒ 마코토 유튜브 화면 캡처	관련사진보기

 
여러 개의 소녀상 인형이 전시된 바닥에는 '일본군 위안부를 모집한다'는 광고도 새겨져 있었다. 내용에는 "위안부 시급 큰 모집. 연령은 17세 이상 23세까지"라며 "근무처는 후방 ○○대 위안부. 월급은 300엔(약 3000원) 이상. 근무 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라고 적었다.

이들은 지난 21일부터 이틀간 도쿄에서 열린 '2022 트리엔날레' 행사에서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을 닮은 풍선 인형을 설치해 놓고 모욕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전시 기간 마코토가 실시간 방송을 할 때면 이들의 행동을 지지하는 일부 시민들이 '슈퍼챗'을 쏘며 동조하는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이들이 속한 일본제일당은 2019년 8월 일본 아이치현에서 열린 기획전(표현의 부자유전·그 후)에 평화의 소녀상이 전시되자, "소녀상을 부수겠다"라고 협박해 전시회를 일시 중단시키기도 했다. 이후 이들은 '일본인을 위한 표현의 자유전'이라는 이름으로 혐한 전시회를 개최한 바 있다.

소녀상 작가 "극우 망동 대응, 정부가 주도하는 국제토론회 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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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앞에서 1,516차 일본군성노예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열리는 가운데, "반일 종족주의" 공동저자인 낙성대연구소 이우연씨가 집회장 부근에서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주장하며 태극기, 일장기를 흔들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이에 대해 '평화의 소녀상'을 제작한 김운성 작가는 27일 <오마이뉴스>에 "일본 극우들의 이러한 행태는 소녀상이 만들어지기 전부터 계속돼 왔다"면서 "지금은 새로운 타깃이 하니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비롯해 소녀상 등을 놓고 모욕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작가는 "관련해 우리 정부와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이 필요하다"면서 이를 위한 국제적인 토론회 개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가 독일 총리에게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는 상황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러니 일본 내에서 극우들이 위안부 피해자를 향해 더 모욕적인 행동을 하는 거 아니겠나.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과 독일, 일본 학자들까지 관계된 모든 사람들이 모여 논의를 해보자. 그렇게 해서 지금 무엇이 잘못됐고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이야기 해보자."

기시다 총리는 지난달 28일 일본을 찾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에게 베를린 미테구에 설치된 소녀상에 대해 "계속 설치되어 있는 것은 유감이다. 일본의 입장과는 전혀 다르다"면서 공식 철거를 요구했다.

수년째 소녀상 지킴이로 활동하는 '반일행동' 대표 이수민씨는 "더욱 심각한 문제는 우리나라에 있는 극우들이 매주 수요일 수요시위마다 일본 극우들의 소녀상 조롱을 그대로 따라 하고 똑같이 발언하는 것"이라면서 "이번 일본 극우의 망동은 한국 극우의 배후가 누구인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일본 정부가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를 인정하지 않고 제대로 사죄도 안 하니까 일본 극우들이 도쿄 한복판에서 이런 무도한 일을 벌이는 거 아니냐"면서 "윤석열 정부가 한일관계 개선한다고 역사문제를 덮으려고 하는데, 관계 회복은 제대로 된 사죄와 배상을 받아낸 이후에 필요하다는 걸 더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도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현실적으로 일본 극우들의 망동에 대해 우리가 명예훼손이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할 수는 없다"면서 "일본 사회의 자정 노력을 추구하는 양심세력의 행동에 기대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우리가 오히려 더 경계해야 할 지점은 이들과 똑같은 주장을 하는 한국의 극우세력이 매주 수요일 수요시위 현장에 몰려와 폄훼하고 모욕하는 행위를 일삼는 것"이라면서 '이들에 대한 경계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라는 뜻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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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앞에서 1,516차 일본군성노예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열리는 가운데, 인근에서 한 보수단체 회원이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주장하는 피켓과 함께 태극기, 일장기를 흔들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앞서 3월 민족문제연구소를 비롯해 정의기억연대와 천주교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평화나비 네트워크 민족문제 관련 단체들은 "자유에는 항상 책임이 따른다. 일부 극우 유튜버들이나 단체들이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지극히 모멸적인 발언을 반복하는 것에 대한 수사당국의 시급한 수사와 엄중한 처벌을 강력하게 요구한다"면서 극우단체 회원과 유튜버 등 10여 명을 수요시위 방해 및 '위안부' 피해자 모욕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실제 한국의 극우단체들은 최근 2년 사이 수요시위 현장에 반복적으로 나타나 일장기 등을 흔들며 '위안부는 매춘이다', '반일은 정신병이다' 등 위안부 피해자를 모욕하는 발언을 해왔다.

한편 외교부는 논란이 확산되자 27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진실을 부정하고 피해자들을 모독하는 일부 일본 우익 세력의 행보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우리 정부는 피해자 분들의 명예·존엄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