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명상을 제대로 배우고자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명상을 전파하고 전체 아이디어를 모두에게 팔 수 있기를 원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지금 우리의 힘을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그들은 항상 우리를 젊은이들의 리더라고 불렀고, 우리는 이것이 (젊은이들을) 이끄는 좋은 방법이라고 믿습니다." (존 레논)

비틀스가 마하리시 마헤시 요기를 만나고 의욕적으로 명상을 막 시작했을 때, 매니저 브라이언 엡스타인이 갑자기 사망하는 비극을 겪은 것은 그저 우연이 겹친 것이었겠지만, 우연치고는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어쨌거나 비틀스는 그들 영적 스승의 가르침에 위안을 얻었고 그 뒤로도 중단없이 명상을 이어나갔다.

그룹에서 명상에 가장 열심이었던 사람은 단연 존 레논과 조지 해리슨이었다. 이들은 자기들만 명상을 하는 게 아니라 남들에게도 알리고 싶어 했다. 그래서 두 사람은 <매지컬 미스터리 투어> 영화 제작이 끝나자마자 자발적으로 명상을 홍보하기 시작했다. 먼저 그들은 1967년 9월 29일 저녁 ITV의 <더 프로스트 프로그램>에 출연해 마하리시 마헤시 요기와 초월명상에 관한 의견을 밝혔다. <더 프로스트 프로그램>은 1968년 9월 비틀스가 출연해 트위크넘 스튜디오에서 <헤이 주드>와 <레볼루션>의 첫 라이브 연주를 들려준 바 있는 유명한 쇼 프로그램이었다.  

명상에 흠뻑 빠진 존 레논과 조지 해리슨
 
 <더 프로스트 프로그램>에 출연해 명상에 관해 이야기하는 조지 해리슨(가운데)과 존 레논(오른쪽). 유튜브 캡처.

<더 프로스트 프로그램>에 출연해 명상에 관해 이야기하는 조지 해리슨(가운데)과 존 레논(오른쪽). 유튜브 캡처. ⓒ ITV

 
프로그램 측에서는 사전에 녹음된 마하리시와의 인터뷰를 먼저 방영한 뒤, 비틀스 두 멤버와의 인터뷰를 내보내는 등 오로지 초월명상에 초점을 맞췄다. 토론이 시작되고 진행자 데이비드 프로스트가 명상할 때 구송하는 만트라에 관해 묻자 두 사람은 설명했다. 

"그냥 앉아서 마음을 비우는 거예요. 무슨 생각을 하든지 간에 그냥 그걸 내보내는 겁니다. 그러고 나서 만트라, 진동이 마음속에 들어오죠, 생각으로부터 자리를 넘겨받아서. 애를 쓰거나 의지력을 사용하는 게 아니에요." (존 레논)

"무언가에 관해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그 생각을 다시 만트라로 바꾸는 겁니다." (조지 해리슨)


그다음 진행자가 어떤 사람은 명상이 주는 느낌이란 약물, 즉 환각제가 주는 일시적인 효과의 영구적인 버전이라 말하던데 그게 정말 맞는지 확인차 묻자, 조지 해리슨이 답했다. 

"글쎄요, 그렇진 않아요. 왜냐하면 약물은 여전히 잠자고, 꿈꾸고, 걷는 것과 같은 상대적인 수준에 있기 때문이죠.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 세 가지는 모두 상대적일 뿐입니다. 반면 이것(명상)은 좀 더 미묘한 수준이기 때문에, 여러분은 그것을 실제로 비교할 수 없습니다."

이날 초월명상에 관한 비틀스의 TV 인터뷰는 뜨거운 반응을 얻었으며, 그로 인해 1주일 뒤인 10월 4일 존 레논과 조지 해리슨이 <더 프로스트 프로그램>에 다시 한번 출연했다. 특히 두 번째 출연 날에는 스튜디오 관객으로 명상 반대파였던 작가, 언론인, 학자가 초대되어 존 레논, 조지 해리슨과 논쟁을 벌였다.

프로그램 중간에 진행자 데이비드 프로스트가 명상을 시작하고 나서 돈에 대한 그들의 태도가 바뀌었는지 묻자 두 사람은 솔직하게 대답했다. 

존 레논: "우리는 갑자기 돈이 생겼고, 그다음은 그다지 좋지 못했습니다."
조지 해리슨: "돈을 가지면서 우리는 많은 물질적인 것을 갖게 되었기 때문에, 돈이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평생 얻으려고 애쓰는 것을 우리는 아주 어린 나이에 얻을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우리는 그것이 존재하지 않고, 여전히 뭔가가 부족하다는 것을 배웠기 때문입니다."


얼마 뒤 진행자가 다시 한 번 민감한 질문을 던졌으나, 조지 해리슨은 동요하지 않고 차분하게 답했다. 

데이비드 프로스트: "명상을 통한 행복 체험과 위스키 한 병을 마시는 행복 체험 사이의 차이점은 뭡니까?"
조지 해리슨: "위스키 한 병은 상대적인 것이기 때문에 당신이 얼마나 취했느냐에 따라 상대적으로 행복할 수도 있습니다. 반면에, 명상을 하면 여러분은 그 너머 경험의 상대적 수준에 있는 이 평범한 경험을 뛰어넘습니다."


인터뷰 막바지가 되어 진행자는 끝으로 존 레논에게 물었다.

데이비드 프로스트: "존, 그렇다면 명상 전의 존 레논과 몇 주간의 명상 후 존 레논의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존 레논: "음, 예전 같았으면, 저는 여기 없었을 거예요. 더 많은 에너지와 더 많은 행복을 얻었습니다. 저는 지능에 관해서는 모릅니다. 그냥 더 행복해요. 저는 그저 더 나은 사람일 뿐이고 이전에도 나쁘지 않았어요."
조지 해리슨: "나도 그렇게 생각해. (웃음)"
존 레논: "고마워 조지, 정말 고마워."


마헤시 요기를 향한 믿음

<더 프로스트 프로그램> 이후에도 마하리시 마헤시 요기를 향한 존 레논과 조지 해리슨의 믿음은 굳건했다. 두 사람은 런던 사우스 켄싱턴에 있는 마하리시의 거처에 자주 방문했고, 가능한 한 그의 강연을 찾아 들었다. 또한 마하리시에 관한 장편영화의 제작비를 대는 것도 고려하고 있었으며, 이 장편영화는 런던에 초월명상 대학교를 설립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제작될 계획이었다. 

비틀스의 홍보 효과는 확실했다. 통계에 따르면, 그룹의 뱅거 명상 세미나 참석과 <더 프로스트 프로그램> 출연, 인도여행 계획 등으로 마하리시 마헤시 요기의 신봉자가 열 배 이상 증가해 15만 명이 되었다고 한다. 덕분에 '비틀스의 구루' 마하리시도 유명인이 되었다. 그는 1967년 9월 8일자 <라이프>지에 표지모델로 등장했으며, 이후 <투나잇쇼> 같은 인기 TV 프로에도 잇달아 출연했다. 

그 뒤로도 마하리시 마헤시 요기의 인기가 계속 치솟아 <뉴욕 타임스>지는 그를 가리켜 "서구 세계의 최고 구루"라고 선언하는 한편, <라이프>지는 1968년을 "구루의 해"로 명명했다. 또 1967년 겨울 마하리시는 미국 동부에서 순회강연을 하면서 수천 명의 관객을 끌어모았다. 특히 1968년 1월에는 미국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었던 두 차례 강연을 통해 1만 5천 달러를 벌어들이기도 했다. 

그러한 인기에 비례하여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마하리시 마헤시 요기가 자신을 홍보하기 위해 비틀스의 스타덤을 이용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마하리시는 실제로 그랬다. 그는 1967년 11월 음반을 발표하면서 "마하리시 마헤시 요기, 비틀스의 영적 스승, 사랑과 그 안에 있는 미개척된 힘의 원천에 관해 세계의 젊은이들에게 말한다"라는 광고 문구를 붙여 비틀스 매니지먼트 팀을 걱정시켰다. 뒤이어 마하리시는 미국 ABC 텔레비전의 스페셜 TV 쇼에 출연하는 것과 관련하여 자기와 함께 비틀스가 출연할 것이라 호언장담했으며, 이를 빌미로 ABC 텔레비전 측에 스폰서를 요청했다. 물론 사전에 그룹과 합의된 내용이 전혀 아니었다. 

이 때문에 매니지먼트 팀의 수장이었던 피터 브라운은 ABC 텔레비전 법무팀으로부터 마하리시 마헤시 요기가 비틀스 출연을 약속했으니 협조하라는 전화를 받았다. 피터 브라운의 부탁으로 폴 매카트니와 조지 해리슨이 스웨덴까지 날아가 마하리시를 면담하고 그의 사업에 비틀스의 이름을 사용해서는 안 되며, 그의 TV 스페셜 쇼에 자기들은 출연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이때 피터 브라운은 마하리시를 너무 믿지 말라고 존 레논과 조지 해리슨을 설득했지만, 조지 해리슨은 "그는 요즘 사람이 아니에요. 이런 것을 잘 이해하지 못해요"라며 마하리시를 방어했다. 

또 폴 매카트니의 공식 전기 <폴 매카트니: 매니 이어스 프롬 나우>(1997)를 쓴 작가 배리 마일스가 '마하리시 마헤시 요기는 비틀스로 돈 벌 계획을 세운 가짜 성자이며 상업적 목적으로 힌두 신앙을 이용하는 자'라고 비판하자, 존 레논은 마하리시를 옹호하며 이렇게 쏘아붙였다

"만약 당신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 어떤 이국적인 개자식도 내게서 황금으로 된 성을 얻지 못할 거야. 상업적이면 뭐 어떻다고?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상업적인 그룹이거든!"

이러한 존 레논의 날선 반응은 당시까지만 해도 그가 마하리시와 명상에 관해 신념이 확고했다는 방증이었다.  
 
 존 레논이 작사/작곡한 비틀스 명곡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존 레논이 작사/작곡한 비틀스 명곡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 Northern Songs

 
또한 존 레논은 이 무렵, 즉 1967년 10월부터 12월 사이, 초월명상에 영향을 받아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Across The Universe)>라는 신곡을 썼고, 인도 리시케시에 가기 직전인 1968년 2월 3일부터 8일까지 팀 동료들과 함께 스튜디오에서 곡을 녹음했다.

훗날 비틀스의 마지막 앨범 <렛 잇 비>(1970)에도 수록되는 이 곡의 코러스에는 "옴" 만트라와 더불어 "자이 구루 데브"라는 산스크리트어가 반복된다. 이 구절은 "구루 데브에게 영광을!"이라는 뜻으로, 여기서 '구루 데브'는 마하리시 마헤시 요기의 영적 스승을 가리킨다. 마하리시는 강연에 앞서 항상 "자이 구루 데브!"라 구송하면서 스승에게 먼저 경의를 표했으며, 존 레논은 거기에서 영감을 얻어 이 구루 찬가를 코러스에 붙였다.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녹음을 끝으로 그룹 비틀스는 이제 인도에 갈 준비를 모두 마쳤다.  

한편 '비틀스 효과'에 고무된 마하리시 마헤시 요기는 1968년 1월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비틀스가 인도에 가게 된 것에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앞으로 비틀스가 내는 음반에서 더 성장하고 더 나은 노래가 나오길 기대합니다. 명상이 가져온 의식과 마음의 확장으로 인해 비틀스의 음반은 훗날 변화를 보여줄 것이며, 그들이 아직 도달하지 못한 재능의 깊이를 드러낼 것으로 생각합니다. 비틀스가 초월명상을 더 연구하기 위해 곧 나를 따라 인도에 가서 미래에 그들이 명상을 연습하고 지도할 수 있도록 하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마하리시 마헤시 요기)
덧붙이는 글 저서로는 <조지 해리슨: 리버풀에서 갠지스까지>(오픈하우스, 2011), <살림지식총서 255 비틀스>(살림출판사, 2006) 등이 있다.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존 레논 조지 해리슨 구루 초월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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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스와 조지 해리슨을 좋아하는 비틀스 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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