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는 내가 처음으로 가 본 외국이었습니다. 나는 덴마크나 네덜란드나 프랑스가 외국이라고 느껴본 적이 없어요. 언어만 다를 뿐이었죠. 하지만 인도에 도착했을 때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기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링고 스타)
 
1968년 초, 비틀스는 전년도에 <매지컬 미스터리 투어> 프로젝트 때문에 연기했던 인도여행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그룹은 1968년 2월, 크리슈나, 라마, 시바, 두르가 등 수많은 신이 있는 신들의 나라 인도로 향했다. 그리고 4월 말까지 인도 북부 히말라야 산중에 있는 마하리시 마헤시 요기의 명상원에 체류하며 초월명상을 공부할 예정이었다. 전 세계의 이목이 갠지스강 동쪽 언덕에 위치한 마하리시의 수련원에 쏠렸지만, 비틀스는 외부 세계와는 철저히 분리된 채 명상에 몰두했다. 그들은 히말라야와 갠지스강을 품은 이 천혜의 은신처에서 명상하고 휴식하고 대자연과 호흡했다. 

이러한 비틀스의 인도 체류는 대외적으로 인도와 명상과 요가가 온 세상에 알려질 정도로 파급력이 컸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그룹에게 무척이나 평화롭고 건강하고 생산적이고 예술적인 시간이었다. 

세 번째 방문한 인도
 
 리시케시 갠지스강에서 목욕하고 나오는 인도인들

리시케시 갠지스강에서 목욕하고 나오는 인도인들 ⓒ 고영탁

 
그런데 사실 비틀스가 인도 땅을 밟은 것은 그때가 처음은 아니었다. 그룹은 1964년 6월 8일 투어차 암스테르담에서 홍콩으로 가던 중 급유를 위해 콜카타 공항에 잠시 들렀다. 당시 그들은 공항 내에서 평화롭게 차를 마시며 다음 비행을 준비했다. 실질적으로 인도를 처음 여행한 것은 그로부터 2년 뒤인 1966년 7월 6일이었다. 직전 필리핀 투어에서 살해 협박을 받으며 거의 쫓겨나다시피 떠나왔던 비틀스는 지난번 콜카타 공항에서의 조용한 환대를 기대하며 뉴델리 공항에 내렸다. 

그러나 "적어도 인도에서는 비틀스를 모를 것"이라던 조지 해리슨의 생각과는 달리 뉴델리 공항에는 600명이 넘는 팬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고, 그룹이 묵었던 오베로이 호텔에도 수많은 팬이 둘러쌌다. 이때 첫 인도 여행의 목적은 오로지 조지 해리슨이 좋은 시타르를 사기 위해서였다.

1965년 비틀스 앨범 <러버 소울>에 수록된 '노르웨지안 우드(디스 버드 해스 플로운)(Norwegian Wood(This Bird Has Flown))'에서 시타르를 연주한 뒤로 해리슨은 더 진지하게 시타르와 인도음악을 배우고 싶어 했으며, 이를 위해 완벽한 시타르가 필요했다. 

델리에 도착한 다음 날, 비틀스는 호텔에서 몰래 나와 탐험에 나섰다. 이때 멤버들은 머리에 터번을 두른 시크교인 운전사와 사막 등지를 다니면서 기념 촬영을 하는 등 이국적인 경험을 했다. 그룹은 그날 오후에 쇼핑할 기회가 있었고, 델리 중심가인 코넛 플레이스에 있는 악기점 리키 람에서 조지 해리슨이 최고급 시타르를 산 뒤 행복하게 인도 여행을 마쳤다. 그리고 이제 리시케시에 있는 마하리시 마헤시 요기의 명상원에서 진행된 초월명상 캠프에 참석하기 위해 비틀스는 세 번째로 인도를 방문한 것이다. 

먼저 존 레논과 아내 신시아, 조지 해리슨과 아내 패티 보이드, 그리고 패티의 여동생 제니 보이드가 1968년 2월 15일 런던 히스로 공항을 떠나 다음날인 2월 16일 오전 8시 15분 뉴델리 공항에 도착했다. 이틀 전 먼저 멤버들의 짐을 가지고 델리에 와있던 그룹의 오랜 로드 매니저 말 에반스가 이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비틀스의 방문은 널리 알려지지 않아 일행은 미디어의 방해나 소란 없이 30분 만에 쉽게 공항을 빠져나왔다.

말 에반스 외에도 이날 공항으로 비틀스를 마중 나온 사람 중에는 할리우드 배우 미아 패로가 있었다. 존 레논과 조지 해리슨 일행은 뜻밖의 유명인사와 형식적으로 인사를 나눈 뒤 낡은 앰버서더 택시 세 대에 나눠탔다. 그리고 리시케시까지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와 굽은 산길을 여섯 시간이나 달려 현수교 락슈만 줄라에 다다랐다. 갠지스 강을 건너는 유일한 다리였던 이 현수교는 폭이 좁아 자동차가 지나다닐 수 없었기에 모두 차에서 내려 강둑 언덕에 있는 마하리시 마헤시 요기의 아슈람까지 약 20~30분을 걸어서 이동했다. 

명상원에 도착한 당일 저녁 비틀스 일행은 마하리시 마헤시 요기의 강연을 들은 뒤 각자의 방갈로로 돌아가 휴식을 취했다. 이튿날 오전에는 그들의 담당자로 지정된 미국 출신의 명상 지도자 낸시 쿡 드 헤레라와 인사를 나눴고, 이어 오후에는 마하리시의 수제자 라그벤드라의 안내를 받아 리시케시 시내에 나가 쇼핑했다. 이들은 쿠르타, 파자마, 사리와 펀자비 드레스 같은 형형색색의 인도 전통의상을 구입한 뒤, 입고 왔던 서양식 옷을 벗고 인도 옷으로 갈아입었다. 또 리시케시의 2월은 아직 추웠기 때문에 모두들 카슈미르 숄을 하나씩 사서 몸에 둘렀다. 이처럼 비틀스는 성공적인 쇼핑을 마쳤으나, 현지의 비틀스 팬들이 그들을 알아보고는 마하리시의 수련원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비틀스의 인도 여행을 하나부터 열까지 도맡아 준비했던 조지 해리슨은 리시케시에 도착한 지 며칠도 채 되지 않았는데도 명상원 생활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제 수명이 20년은 더 늘었다고 믿습니다. 여기 히말라야에는 수백 년 동안 살아있는 사람이 존재한다고 믿습니다. 예수보다 먼저 태어나 지금까지 살아있는 사람이 어딘가에 있습니다." 

이런 조지 해리슨의 모습에 존 레논이 익살스럽게 말했다. 

"조지가 하는 모습을 보건대, 아마도 마흔 살쯤 되면 조지는 마술 카펫을 타고 하늘을 날고 있을 것 같군요."

채식주의자가 되기로 하다
 
 1964년 2월 7일 뉴욕에 도착한 비틀스 멤버들.

1964년 2월 7일 뉴욕에 도착한 비틀스 멤버들. ⓒ AP

 
며칠 뒤인 2월 19일, 후발대였던 폴 매카트니와 이제는 그의 약혼자가 된 제인 애셔, 링고 스타와 그의 아내 모린 스타키가 런던을 떠나 인도로 향했다. 이들은 테헤란을 경유해 20시간의 긴 비행 끝에 아침 뉴델리 공항에 도착했다. 그런데 갑자기 발심(發心)이라도 한 것일까. 비행기를 타고 델리로 가던 도중 폴 매카트니와 링고 스타 두 사람 모두 채식주의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비행기에서 폴과 나는 끝까지 가보기로 하고 채식주의자가 되기로 했어요. 나는 여전히 달걀을 먹겠지만 그게 다예요. 그 말에서는 그게 전부예요. … 어찌 됐든 우리는 모두 채식주의자가 되는 것이 고기를 먹는 것보다 훨씬 건강에 좋다고 생각합니다." (링고 스타)

폴 매카트니와 링고 스타가 뉴델리 공항에 도착할 때는 존 레논과 조지 해리슨이 왔을 때와는 분위기가 매우 달랐다. 며칠 전 비틀스 선발대가 인도에 도착한 사실이 이미 언론을 통해 알려진 터라 뉴델리 공항에는 이미 활주로서부터 수많은 카메라맨과 기자들이 나와 있었다. 마침내 비행기 문이 열리고 폴 매카트니가 밝은 얼굴로 약혼자 제인 애셔와 함께 가장 먼저 비행기 트랩을 내려왔다. 

그 뒤를 이어 링고 스타도 아내 모린과 함께 활주로로 내렸고, 입국장으로 가는 버스에 올라타기 전까지 여러 기자에게 둘러싸여 카메라와 질문 세례를 받았다. 이때 링고 스타는 두 개의 여행 가방이 있었다. 하나는 자신과 아내의 옷을 넣었지만, 음식 알레르기가 심했던 링고 스타는 만약을 대비해 나머지 가방 하나는 강낭콩에 토마스 소스를 넣고 졸인 베이크드 빈 깡통으로 가득 채웠다.

입국장에는 동료 말 에반스와 마하리시의 수제자 라그벤드라가 리시케시에서 먼거리를 마중나와 있었으며, 인도 전통에 따라 빨강과 노랑 두 색상의 금잔화로 장식된 화환을 폴과 링고 일행의 목에 걸어주며 그들을 뜨겁게 환영했다. 그러나 이들은 바로 리시케시로 갈 수 없었다. 갑자기 링고 스타가 인도 여행을 위해 런던에서 예방 접종했던 팔 부위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에 데려다 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일행은 다 같이 병원으로 향했지만, 운전기사가 길을 잃는 바람에 그들을 뒤쫓던 어느 현지 기자의 도움으로 어렵게 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링고 스타는 병원에 가서도 오랜 기다림 끝에 간신히 치료받았고, 결국 시간이 지연되어 델리에서 하룻밤 묵고 다음 날 리시케시로 향했다. 

그런데 또 하필이면 도중에 링고 스타가 탄 낡은 택시의 엔진이 과열되어 차가 멈추어 섰다.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곤 엔진이 식을 때까지 길가에서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과연 앞선 링고 스타의 말처럼,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질 지 알 수 없는 인도, 인도 여행이었다. 그 와중에도 링고 스타는 짬을 내어 <힌두스타니 타임스>지와 인터뷰를 간단히 진행했다. 

"우리는 첫눈에 그의 제자가 되었습니다. 그것은 우리의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이었습니다. 여기 우리가 찾던 사람이 있습니다. 마하리시는 훌륭하고 놀랍고 경이롭습니다. 마하리시가 우리가 (명상) 지도자가 되기를 원한다면 우리는 반드시 복종할 것입니다." 
 
  락슈만 줄라 현수교 아래에서 대기중인 원숭이

락슈만 줄라 현수교 아래에서 대기중인 원숭이 ⓒ 고영탁

 
이어 기자가 인도에 관한 인상을 묻자, 지금까지의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링고 스타는 극찬했다. 

"인도에 매력을 많이 느낍니다. 물질만능주의 세계와는 거리가 먼 마음의 평화가 깃든 전혀 다른 분위기입니다. 이 모든 것이 나를 인도로 끌어당깁니다. 그런데다가, 우리가 가장 이끌리는 우리의 영적 스승 마하리시는 이 땅 사람입니다. 이곳은 우리의 정신적 고향입니다."

마침내 택시 엔진이 정상화되어 나머지 비틀스 멤버는 여행을 재개했다. 그리고 앞서 존 레논, 조지 해리슨이 그랬던 것과 마찬가지로, 현수교 락슈만 줄라 입구에서 내린 뒤 갠지스 강을 건너 저 언덕 위의 명상원까지 걸어 올라갔다. 이로써 비틀스 멤버 전원이 리시케시에 도착해 명상 수업과 명상원 생활을 시작했다.
덧붙이는 글 저서로는 <조지 해리슨: 리버풀에서 갠지스까지>(오픈하우스, 2011), <살림지식총서 255 비틀스>(살림출판사, 2006) 등이 있다.
인도 리시케시 링고 스타 아슈람 명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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