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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을 이용하는 1학년 학생이 그림책을 읽고 그린 그림
 도서관을 이용하는 1학년 학생이 그림책을 읽고 그린 그림
ⓒ 신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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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기사 "단순업무 하는 사서? 아이들 독서의 길잡이입니다"에서 이어집니다. 

사서를 괴롭히는 책 먼지

- (②-(1)편에 이어) 지금까지 도서관과 독서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는데요. 이제 사서 직종에 관해 말해보려고 해요. 책이 많아서 먼지도 많을 것 같고, 에어컨이나 히터를 틀면 실내라서 건조해질 수도 있고. 근무환경이 어떤지, 일할 때 불편한 점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책 먼지죠. 똑같은 청소기의 사용 연수가 교실과 도서관이 달라요. 도서관에서 더 빨리 망가져요. 책 자체에 먼지가 많고, 책 사이에 먼지가 많이 들어가요. 종이가 뿜어내는 먼지도 있고, 책과 책장 사이의 먼지도 있고요. 교실은 같은 아이들이 이용하고, 자기 물건 자기가 챙겨서 가고, 다른(반) 애들은 안 와요. 여기는 전교생이 수시로 드나들고, 자기 것이 아니라 생각해요. 도서관에서는 수업받을 때처럼 가만히 있지 않고 움직임이 커요. 그래서 먼지가 아주 많죠. 공기청정기 하나로는 부족해요. 교실은 공기청정기 하나 가지고 1년에 한 번 필터 청소하거든요. 저는 몇 번 해요. 그리고 아이들이 책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모르잖아요. 거기서 오는 오염도 많고요."

학교도서관과 관련된 공기 질 관리 규정은 '실내공기질 관리법'과 '학교보건법'이다. 실내공기질 관리법에 따르면, 연면적 3000㎡ 이상 도서관의 경우 공기 질 측정 대상에 포함된다. 연면적 3000㎡가 넘지 않는 공공도서관이 많은데, 그보다 작은 학교도서관은 실내공기질 관리법상 공기질 측정 대상에 포함될 수 없다.

학교보건법에서는 공기 질 측정 대상으로 학교도서관을 따로 명시하고 있지 않다. 체육관, 강당, 급식시설, 기숙사 외에는 대부분 '교사(校舍)'로 묶인다. 법령 외에 각 지역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 실내 공기 질을 관리하고 있으나, 여기서도 학교도서관을 별도로 언급하고 있지 않다.

"공공도서관은 책을 스캔할 때 기계로 훑고 지나가는데, 학교도서관은 아니에요. 한 권씩 빼서 찍어서 놓고, 어느 정도 책이 차면 솎아내면서 배치를 다시 해야 하고요. 새 책이 오면 책장에 꽂고, 필요 없는 책 솎아내고, 바코드 작업하고, 'DLS 프로그램'을 거쳐야 해요. 자동이 아니라 일일이 등록번호 찍고, 버튼 누르고, 또 누르고. 몇 번 클릭해야 책 한 권이 없어져요. 손가락을 쓰는 반복작업이죠. 폐기 도장도 받아야 하고요. 바코드와 라벨지도 그냥 버리는 게 아니라 다 찢어서 버려야 하고요. 이걸 혼자 다 해요. 책을 들었다 놨다 하는 건 기본이죠. 반납도서도 정리해야 하고. 손목을 많이 쓸 수밖에 없죠.

공간이 부족하기도 하죠. 사서의 작업공간도 없고요. 학습공간, 작업공간, 폐기 전 도서를 관리하는 공간이 기본적으로 있어야 하는데, 다 갖춘 도서관을 찾긴 힘들죠. 학교도서관의 전반적인 문제예요."


책 읽는 것도 업무입니다

"책 읽는 것은 사서의 업무예요. 요즘 뭐가 주요 관심사인지는 잡지를 봐야 아이들과 이야기할 수 있죠. 신문도 봐야 하고요. 그걸 볼 시간이 없어요. 아이들이 자주 빌려 가는 책, 교사들 책도 봐야 하고요. 이게 다 업무인데 못 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어요. 그러다 모처럼 앉아서 책을 보고 있는데 사람들이 와요. 그걸 본 사람은 한가하다고 생각하는 거죠. 업무시간에 업무 하는 건데 쉬는 시간처럼 보는 게 안타깝죠. 일이 되면 알 거예요. 내가 혼자서 보는 건 재미있는데, 일로 할 때와는 다르죠. 내 당연한 업무인데 집에 가서 하라는 식으로 대하죠. 책을 보면서 눈이 나빠지기도 했네요. 뭔가를 보는 사람들은 다 그럴 것 같은데(웃음)."

- 혼자 하시는 일도 많고, 안 계시면 도서관 운영이 안 될 것 같아요. 뒤집어 말하면 휴가나 연수 같은 걸 제대로 가실 수 있는지, 대체인력 운영이 잘 되는지 궁금합니다.
"전국적으로 거의 안 된다고 보시면 돼요. 대체인력이 없어요. 관리자 중에는 방학 때도, 휴가 때도 도서관을 비우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어요. 인식이 바뀌어야죠.

도서관에 사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모든 도서관에 사서를 배치해야 해요. 한 학교에 사서 1명이 배치되지 않은 경우도 많은데 '사서가 있어야 한다', '자리 비우면 안 된다'는 말을 하냐 이거죠. 미리 공지하고, 도서관 이용하게 하면서 (연수가는 등의 시간은) 비워도 되거든요. 사서 없는데 도서관이 무너진다면 그게 도서관일까요? 교장 선생님 안 계신다고 학교 무너지지 않아요.

근무하는 사람이 1명이라 정보로부터 소외되면 이용자에게 영향을 줘요. 직종 특성상 교류를 많이 해야 하는데 교류를 못 하고 있어요. 인터넷으로 소개된 자료를 보는 것과 내가 직접 실물로 보는 건 많이 달라요. 자꾸 현장에 나가봐야 해요. 그렇지 못하면 자리 지킴이가 되는 거죠. (연수는) 사서의 의무이자 권리에요."

- 사서로서 받는 연수가 있는지요? 혹은 받고 싶은 연수가 있나요?
"교육청에서 하는 연수를 두 번 받아요. 문제는 의무가 아니라 신청해야 가능하다는 거죠. 관리자가 허락 안 하면 못 가는 거예요. 평가나 포상할 때 직무연수를 받았는지도 평가 항목인데, 연수 보장은 안 해줘요. 저희 학교는 관리자분이 출장이나 조퇴 사용하는 데 지지해주시긴 하지만요(웃음).

개인연수도 필요해요. 예를 들자면 초등학교에서 일하니까 그림책에 관한 연수, 환경이나 메타버스에 관한 연수가 있죠. 이런 건 내 돈 내고 들어야 해요. 어떤 학교에서는 연수비를 주는데, 이게 활성화됐으면 좋겠어요. 교사들에겐 어느 정도 연수비가 있는 거로 알아요. (교사가 아닌) 사서에게도 자기 업무를 위한 연수라면 인정해주는 게 필요해요.

사서 연수는 학교도서관의 미래와 연관되서 이뤄져야 해요. 변하는 사회를 읽을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교육을 했으면 좋겠어요. 사서끼리 학교 교육 변화를 주제로 토론해보고, 도서관이 어떻게 변하는 게 좋을지, 책이 어떻게 될지 사서끼리 정보교류나 토론, 이야기해보고요. 아이들과 1회성 행사, 만들기만 하지 말고요."
 
신간 도서 소개 코너를 정리하는 이민아 선생님
 신간 도서 소개 코너를 정리하는 이민아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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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교직원들끼리 서로 업무를 분담할 텐데, 어떤가요?
"사서의 고유한 업무가 아닌데 업무가 넘어와요. '교과서 업무'(교과서를 주문, 보관, 배부하고 정산, 마무리하는 업무)를 이야기하자면, 관리자들이 학교에 있는 모든 책자를 도서관에 보내요. 도서관을 책 창고처럼 생각하는 거죠. 지역마다 다른 것 같은데, 경기도는 교육청에서 교과서 업무는 사서 업무가 아니라는 공문도 내려왔어요. 요즘은 사서를 독서교육을 운영하는 사람으로 생각해서 다른 업무를 주진 않는데, 일부 관리자들이 학교 소식지를 만들라고 하는 등 (고유업무 아닌) 일을 시키죠."

누군가의 고유한 업무가 아니라는 공문이 내려갔다는 건, 공문이 내려가기 전까지는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에게 고유업무 외의 다른 일을 많이 시켰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는 사서 직종뿐 아니라 교육공무직 전체의 문제다. 신분이나 보수, 복무규정 등이 법으로 보장된 교원, 공무원과 달리 교육공무직은 법적 규정과 근거가 없다. 고유업무가 분명히 있음에도 '공무직이 그런 일 하라고 뽑은 거 아냐?'라고 생각하는 가진 사람이 여전히 있다.

그래서 교육공무직이 가입한 노동조합이 교육청과 맺은 단체협약에는 '해당 직종의 고유업무를 보장하고, 업무 외의 사적 지시를 금지한다'라는 조항이 있고, 교육공무직의 법적 근거를 담은 '교육공무직법'을 만들려고 한다.

- 기사를 볼 학부모,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주세요.
"학교도서관이 2003년부터 만들어졌어요. 그때 사서 급여가 60만 원이었어요. 비정규직이 처음 등장한 시기기도 했죠. 시작이 그러니까 일하는 사람의 능력과는 무관하게, 최저 수준 일자리가 돼버렸어요.

대다수가 (비정규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일을 시작해서 20년 가까이 학교도서관을 운영해왔어요. 학교도서관의 기반을 갖추고, (학생 몇 명당 사서 1명을 배치하는 것에서) '1학교 1사서'를 만들어낸 게 사서들이에요. 비정규직이니까, 처우가 열악하니까 능력이 없는 게 아니에요. 사서교사와 큰 차이가 있지도 않고요. 역량이 있음에도 평가절하되며 일한 거죠.

'1학교 1사서'를 만들었지만 교육당국은 기간제 교사를 잔뜩 뽑아버렸어요. 이거는 학교도서관이 시작할 때 비정규직 사서를 대거 뽑은 거랑 다를 게 없어요. 이름만 사서교사일 뿐, 새로운 비정규직을 만들어낸 거죠. 그거를 마치 교사를 많이 뽑았으니 도서관이 잘 운영되고 있는 것처럼 홍보되는 게 문제에요."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전국사서분과에서 ‘1학교 1사서’를 외치며 만든 뱃지. 노동조합과 함께한 사서들의 투쟁으로 ‘학생 1,500명마다 사서 1명’을 배치하게끔 규정됐던 학교도서관진흥법 시행령이 2018년 ‘학교당 1명 이상’으로 바뀌었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전국사서분과에서 ‘1학교 1사서’를 외치며 만든 뱃지. 노동조합과 함께한 사서들의 투쟁으로 ‘학생 1,500명마다 사서 1명’을 배치하게끔 규정됐던 학교도서관진흥법 시행령이 2018년 ‘학교당 1명 이상’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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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학생들은) 도서관의 희망이죠! 책을 좋아하든 아니든 도서관이라는 공간에서 즐거움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그 안에서 새로운 것도 배우고 잘 활용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궁금한 게 있다면, 담임 선생님에게 말하지 못하는 게 있거나 진로를 어떻게 결정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문제를 함께 해결해나갈 수 있는 장소로 도서관을 활용했으면 좋겠어요. 학교도서관이 주는 안정감, 즐거움, 다양한 매력을 경험해보세요!"

도서관의 3대 구성요소는 건물, 장서, 그리고 사람, 즉 사서다. 그러나 사서가 자기 일에 자부심을 느낄만한 일은 많지 않다. 일부 지역은 사서가 방학에 출근하지 않는다. 방학에 출근하는 사서와 같은 일을 해야 하니 피로도와 노동강도는 더 높다.

도서관은 누구나 드나드는 곳이라는 인식이 있어서인지 관리자나 다른 교직원이 갑작스레 와서 회의 목적 등으로 도서관을 쓸 때도 있다. 사서가 일하는 작업공간임에도 미리 이야기하지 않고 와서 사용하거나, 차를 세팅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사서는 문헌정보학이나 도서관학을 전공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용자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도서관을 전체적으로 운영하는 전문인력이다. 이에 수반되는 서류작업, 행정업무도 많다. 그러나 학교도서관 시설에는 투자해도 사서는 없는 곳이 많았고, 2018년에야 한 학교에 사서가 1명 이상 배치되도록 바뀌었다.

일하는 사람의 상태는 그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 학교도서관도 마찬가지다. 사서의 사기, 노동강도, 피로도가 아이들에게 영향을 준다. 사서가 그저 대출반납하고 바코드 찍는 사람, 고유업무 아닌 다른 업무를 해도 되는 사람이 아닌, 독서교육과 도서관을 운영하는 전문가로서 대접받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노동과세계>에도 게재될 예정입니다.


태그:#교육공무직, #학교도서관, #사서, #교육복지,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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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교육선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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