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대표팀이 파라과이와의 평가전에서 벤투 감독의 교체전술이 성공해 무승부를 거뒀으나 수비진의 불안감을 확실하게 떨쳐내지 못했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10일 수원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파라과이와의 6월 세 번째 평가전에서 종료직전 '작은' 정우영의 동점골에 힘입어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로써 6월 3번의 A매치에서 1승 1무 1패의 성적을 기록한 한국은 14일 이집트와의 평가전을 마지막으로 6월 A매치 4연전을 마무리한다.

수비불안에 무너진 한국, 이를 극복한 벤투 감독의 교체카드
 
골 넣은 정우영 10일 오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 대 파라과이의 경기. 동점골을 넣은 정우영이 환호하고 있다.

▲ 골 넣은 정우영 10일 오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 대 파라과이의 경기. 동점골을 넣은 정우영이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파라과이전에 나선 벤투 감독은 또 한 번의 변화를 줬다. 김승규 대신 조현우 골키퍼가 선발로 출전한 데 이어 김진수, 백승호, 권창훈이 선발로 나선 한국은 4-1-3-2 포메이션으로 나서며 이 전 2경기보다 상당히 공격적인 라인업으로 경기에 나섰다.

하지만 이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중원에서의 기동력과 볼배급이 원활하지 못한 한국은 손흥민이 중원까지 내려와 볼을 받는 현상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면서 공격 파괴력이 떨어졌다. 그 결과 전반 종료 직전 김진수의 헤더 슛이 골대를 맞고 나온 데 이어 나상호의 슈팅이 옆그물을 맞은 것 외엔 위협적인 공격을 만들지 못한 한국은 전반전 5개의 슈팅 중 한 개의 유효슈팅도 기록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오히려 공격적인 라인업으로 나선 탓에 수비의 불안감이 더욱 고조됐다. 전반 24분 중원에서 백승호가 볼을 뺏기면서 맞이한 역습 위기에서 수비수 정승현이 상대의 스루패스를 제대로 클리어링 하지 못한 채 볼 소유권을 내줬고 이를 놓치지 않은 파라과이 미겔 알미론이 침착하게 왼발 슛을 시도해 득점에 성공하면서 파라과이가 리드를 가져갔다.

후반전에도 한국은 수비불안 속에 추가골까지 내줬다. 후반 4분 코너킥 기회가 차단되면서 내준 파라과이의 역습 상황에서 수비의 전환속도가 늦은 한국은 또다시 미겔 알미론의 왼발에 추가골을 내주면서 0대 2로 끌려가고 말았다.

이러자 벤투 감독은 교체카드를 통해 변화를 줬다. 후반 시작과 함께 김문환 대신 이용을 투입한 것을 시작으로 후반 14분에는 백승호와 나상호 대신 김진규, 엄원상을 투입하면서 중원과 측면에 변화를 줬다.

이는 주효했다. 후반 19분 엄원상의 슈팅을 통해 공격의 포문을 연 한국은 후반 21분 황의조의 파울로 얻어낸 프리킥 기회에서 손흥민이 침착하게 슈팅을 시도해 득점에 성공하며 만회골을 터뜨렸다. 이 득점으로 손흥민은 A매치 33호골로 이동국과 득점 타이기록을 이뤄냈다.

기세를 탄 한국은 후반 24분 김진수 대신 홍철, 후반 29분에는 황의조와 권창훈 대신 조규성과 작은 정우영을 투입해 동점골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그리고 이는 종료직전 결실을 맺었다. 김영권이 길게 찔러준 볼을 엄원상이 침착하게 내주자 이를 달려들던 정우영이 슈팅을 시도해 득점에 성공한 것. 0대 2로 뒤지던 한국은 후반 종료 25분여를 남기고 연달아 2골을 터뜨리면서 극적인 무승부를 이뤄냈다.

0대 2에서 2대 2 만들어냈지만... 크게 다가온 '큰' 정우영의 부재

이날 경기의 긍정적인 부분은 뒤지던 경기를 무승부로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일본에게 1대 4로 패한 파라과이는 1주일 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팀이었다. 대다수의 주전멤버들이 모두 합류하면서 팀 밸런스가 잘 잡혀져 있었고 적극적인 압박과 날카로운 역습으로 한국을 위협했다. 이로 인해 한국은 전반 24분과 후반 4분 연달아 2골을 허용하면서 끌려가는 경기를 펼쳤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교체카드를 통해 이 흐름을 바꿨다. 백승호 대신 김진규를 투입해 중원의 안정감을 가져다 준것을 비롯해 홍철, 이용, '작은' 정우영, 엄원상, 조규성을 투입해 전방과 측면에 변화를 가져간 한국은 후반 22분 손흥민의 만회골을 시작으로 종료직전엔 엄원상과 정우영이 득점을 합작해내면서 무승부로 결과를 뒤집었다.

특히 정우영의 활약은 이번경기에서도 이어졌다. 지난 칠레와의 경기에서 4번의 찬스메이킹을 비롯해 1어시스트를 기록하며 공격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한 정우영은 이날 파라과이전에선 후반 29분 교체로 출전해 16분가량 활약하면서 1골을 기록해 또다시 벤투 감독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하지만 '큰' 정우영의 부재가 크게 다가오면서 대표팀은 향후 중원 구성에 있어 고민거리를 남기게 됐다. 벤투 감독 부임이후 주전 수비형 미드필더로 자리를 굳힌 정우영은 2019 아시안 컵을 시작으로 월드컵 예선 기간동안 꾸준히 중용받으면서 대표팀의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진출에 크게 기여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 6월 A매치에서도 벤투호에 합류한 정우영은 브라질-칠레전에서도 선발로 나서며 벤투 감독의 신임을 굳건히 받었다. 그러나 파라과이전을 앞두고 부상으로 하차하면서 대표팀은 이재성에 이어 또다시 중원의 핵심자원이 이탈하는 악재가 발생했다.

이에 벤투 감독은 파라과이전에서 백승호를 이 자리에 배치시킨 가운데 나상호, 황인범, 권창훈을 그 앞선에 배치하는 4-1-3-2 포메이션으로 나서 이 전 2경기보다 공격적인 라인업으로 경기에 나섰다. 이는 결과적으로 실패로 귀결됐다. 중원에서 수비보호를 해줄 선수가 없자 전체적인 팀의 밸런스가 깨졌고 이는 상대 역습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었다.

특히 정우영 자리에 선발로 나선 백승호의 부진이 뼈아펐다. 백승호는 후반 15분까지 60분간 활약하면서 빌드업을 비롯해 수비시의 위치선정, 전환속도에 문제를 드러내는 등 공수에 있어 어떠한 영향력도 행사하지 못했다.

실제로 전반 24분 선제 실점은 센터백 정승현의 판단미스가 실점으로 이어졌으나 중원에서 백승호가 볼을 뺏기면서 이어진 파라과이의 역습에서 나온 장면이었으며 후반 4분 두 번째 실점장면에서도 코너킥 상황에서 지나치게 전진했다가 상대 역습속에 1차 저지선 역할을 제대로 해주지 못하면서 내준 실점이었다. 백승호로선 지난 브라질전에 이어 다시한번 출전기회를 얻었으나 이번에도 그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서 향후 엔트리 경쟁에 있어서 불리한 입장에 놓이게 됐다.

정우영의 공백이 크게 부각되면서 벤투호는 향후 중원 구성에 있어 깊은 고민거리를 가져오게 됐다. 6월 마지막 A매치인 이집트전에서도 정우영 대체자를 찾기 위한 벤투 감독의 피드백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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