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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전 국정원장 ⓒ 이희훈
  
박지원 전 국정원장과의 인터뷰를 앞두고 여러 사람에게 무엇이 궁금한지 물었다. 열이면 열 "앞으로 무엇을 할 건가"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국회의원 4선, 원내대표 3번, 장관, 청와대 비서실장, 국정원장까지 두루 역임했고 민주당을 떠나 국민의당 비대위원장과 당대표까지 경험했다. 2년 전 총선 낙선 후 "정계 은퇴는 없다"고 말했던 박 전 원장에게 "지금도 그 말은 유효한가" 물었다.
 
"네, 유효합니다. 물고기는 물을 떠나 살 수 없어요. 박지원은 정치를 떠나 살 수 없습니다. 다만 현재까지는 1선에 나서진 않겠다는 겁니다."
 
박 전 원장의 "현재까지는"이란 단서가 유독 귀에 들어왔다. 그는 곧장 이어진 "1선엔 언제쯤 나서나"란 질문에 "모르죠"라고 답했고, 계속해서 "박지원의 쓰임새"를 묻자 "정권교체의 초석"을 이야기했다.
 
그는 유독 '꽃'을 자주 인용해왔다. 2003년 대북송금 특검으로 구속되며 조지훈의 시 '낙화'를 인용했고(꽃이 지기로소니 바람을 탓하랴), 2007년 특별사면 땐 "바람에 진 꽃이 햇볕에 다시 필 것"이라고 말했다. 2년 전 낙선 인터뷰에선 "시든 꽃도 봄이 오면 다시 핀다"고 말한 뒤, 한 달 후에 국정원장에 임명됐다. "지금과 앞으로의 박지원은 어떤가"라고 묻자 그는 이 같이 답했다.
 
"어느 꽃이 흔들리지 않고 피겠습니까. 흔들리더라도 뽑히지 않겠습니다."
 
박 전 원장은 친문·친명 갈등과 2선후퇴론에 휩싸인 민주당을 향해 "총구를 앞이 아닌 옆으로 향하도록 해서 동지를 죽이는 전철을 밟아선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79세대(1970~1990년대생)도 586도, 이재명도 전해철도 홍영표도 이인영도 우원식도 다 같이 나와 경쟁하다보면 우열이 나타난다"며 "물러나야 할 사람은 자연스레 정리가 되게끔 당원과 국민이 결정하도록 하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저한테 늘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지도자는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 이끌지 못하면 변화에 적응이라도 해라. 그래야 살아남는다.' 또 이런 말씀도 하셨습니다. '길가에 넘어지면 주저앉는 사람도 있지만 돌멩이 하나라도 쥐고 일어나는 사람도 있다. 인생이나 정치나 좌절이 가장 나쁘다.' 민주당도 패배에 집착하지 말고 당원과 국민을 설득하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특히 박 전 원장은 여야의 청년 정치인 두 명, 이준석·박지현에게 주목했다. 그는 "80점"을 주며 두 사람을 높이 평가했다. 다만 이준석 대표에겐 "남녀 갈라치기는 잘못"이라고, 박지현 전 공동비대위원장에겐 "선거운동 중 '586 물러가라'고 한 건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그는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젊은 세대와 여성들의 공감을 얻기 위해 (지방선거에서) 박지현 전 위원장을 조금 더 앞세웠으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있다"며 "선거 후 그 책임을 물어 지금 (박지현 전 위원장이) 활동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민주당이 청년, 여성을 키우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렇게 좋은 인재가 비교적 성공적으로 활동했다면 당의 자산 아닌가. 계속 함께 해야 한다"면서 "그래야 청년이, 여성이 우리 민주당을 바라보고 찾아온다"라고 강조했다.
 
아래 17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만난 박 전 원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민주당 4연패 막는 길은 노장청의 조화"
  
박지원 전 국정원장 ⓒ 이희훈
 
 
- 만약 대선 직후,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이라면 이재명 의원에게 어떤 조언을 했을까요.

"저는 당시 국정원장이었기 때문에 말할 수 없었습니다. 이 의원은 대선 패배 후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했고 (그 자리의) 송영길 의원은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했습니다. 국민이 이미 심판했습니다. 대선에서 이 후보는 1610만 표를 얻었습니다. 0.73%p 차이 패배라고 하지만 아쉬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선거는 한 표가 적어도 패배한 것입니다.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얻은 표는 930만 표에 불과합니다. 또한 정치풍향계 광주의 투표율이 37.7%였어요. JAL(일본항공) 회장이 '망하니까 길이 보이더라'라고 했는데 (이 의원은) 그 길을 찾아야 합니다."
 
- 현재 이 의원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정치는 본인이 안 하든지, 당에서 공천을 안 주든지, 국민이 지지하지 않으면 끝납니다. 이 의원의 당대표 출마 여부는 본인이 결정할 문제이고 스스로 '여러 이야기를 듣고 있다'고 하는 걸 보면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이 의원에게 '나와라, 마라' 이야기하는 건 또다시 불난 집에 휘발유를 끼얹는 격입니다. 더 중요한 건 이거예요. 이번에 79세대(1970~1990년대생)가 등장하는 걸 보고 굉장히 기뻤습니다.

이제 총구를 앞이 아닌 옆으로 향하도록 해서 동지를 죽이는 전철을 밟아선 안 됩니다. 79세대도 586세대도, 이재명도 전해철도 홍영표도 이인영도 우원식도 다 같이 나와서 경쟁하다보면 우열이 나타나잖아요. 물러나야 할 사람은 자연스레 정리가 되게끔 당원과 국민이 결정하도록 하는 게 좋습니다. 저는 절대 친명도, 친문도 아닙니다."
 
- 전당대회를 앞두고 민주당에선 일부 인사들을 상대로 2선후퇴론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모든 정당에서 전당대회 등을 앞두고 꼭 나오는 게 2선후퇴론입니다. 양념이에요. 그래서 당원과 국민이 중요합니다. 청년도 중요하고 세대교체론도 중요하지만, 당은 노장청이 조화를 이뤄야 해요. 노의 원숙한 경륜, 장의 합리적 판단, 그리고 청의 돌진과 진취력이 조화를 이뤄야 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젊은 대통령·총리가 나라를 이끄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곳도 노장청이 조화를 잘 이루고 있어요. 40대가 대통령·총리라고 장·차관 전부 40대 미만으로 임명하는 게 아니잖습니까."
 
- 김대중 전 대통령은 2선후퇴론을 이끌기도 했고, 2선후퇴론의 대상이기도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당의 책임자로서 당을 떠나기도, 쫓겨나기도 했어요. 정치란 그런 겁니다."
 
- 40대기수론, 진산파동 등 2선후퇴론을 이끌던 김 전 대통령은 어떤 기준을 갖고 있었습니까.
 
"선거에서 지면 개혁과 혁신을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새로운 인물이 등장해야 하죠. 생산적 2선후퇴론입니다. 지금 민주당은 그것도 필요하지만 노장청 조화가 필요합니다. 그것이 (보궐선거, 대선, 지방선거 패배 이후 2024년 총선에서의) 4연패를 막는 길이라고 봅니다."
 
- 한편으로 김 전 대통령은 1990년대 초반 대선을 전후로, 그리고 2000년대 초반 대통령 임기 후반부 등에서 2선후퇴론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상황에 따라 이를 거부하기도, 수용하기도 했는데 김 전 대통령은 어떤 고민을 했습니까.
 
"(2선후퇴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았어요. 저한테 늘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지도자는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 이끌지 못하면 변화에 적응이라도 해라. 그래야 살아남는다.' 또 이런 말씀도 하셨습니다. '길가에 넘어지면 주저앉는 사람도 있지만 돌멩이 하나라도 쥐고 일어나는 사람도 있다. 인생이나 정치나 좌절이 가장 나쁘다. 어려움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국민 속으로 들어가라.' 김대중 정치엔 좌절이 없었습니다. 반성하고 전화위복의 삼아 국민 속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종국엔 승리한 것이죠. 민주당도 패배에 집착하지 말고 당원과 국민을 설득하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 586용퇴론엔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습니다. 
 
"김 전 대통령이 처음 이명박 전 대통령을 알게 됐을 때 '실사구시'형이라며 긍정적으로 생각했습니다. 후보 시절 찾아온 이 전 대통령은 햇볕정책에 대한 설명을 듣고 1시간 동안 다섯 번이나 '각하, 저하고 똑같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김 전 대통령도 이 전 대통령을 믿었고 처음엔 협력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실망한 김 전 대통령은 386(현재 586)들을 불러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5000만 국민이 골프를 쳐도 386 너희는 골프 치지 마라. 배낭 메고 삼삼오오 시골 장부터 전국을 다니며 국민과 소통하라. 5000만 국민이 양주 폭탄주를 마셔도 386 너희만은 전통시장에서 순대에 소주를 마시며 국민과 소통하라.'
 
또 김 전 대통령은 재야 지도자와 정치 원로를 불러서도 '나이 80인 나도 저항하는데 무엇하고 있느냐. 민주주의와 남북문제에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내라'고 말했습니다. 386도, 재야 지도자와 정치 원로들도 그러겠다고 약속했는데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두 달 정도 지나 김 전 대통령이 물었을 때 저는 '(그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골프에 여념이 없습니다'라고 답변했습니다. 그래서 김 전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3.1구국선언' 같은 걸 하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의사를 전달하지 못한 상황에서 노 전 대통령이 서거했습니다. '내 몸의 절반이 무너지는 심정'이라며 권양숙 여사와 그 뜨거운 햇빛 아래서 오열했던 김 전 대통령도 세 달 후 8월 18일에 서거하셨습니다.
 
만약 그때 386이, 재야 지도자와 정치 원로들이 투쟁했다면 나라가 이 꼴이지는 않았을 겁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586은 물러가라'고 주장하는 건 맞지 않습니다. 우리 민주당의 큰 자산인 586이 몽땅 물러나는 것엔 반대합니다. 그 와중에 우상호 비대위원장과 최재성 전 정무수석이 스스로 차기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사례도 있잖습니까."

"이준석 대표, 40대기수론처럼 획기적... 남녀 갈라치기는 잘못"
  
박지원 전 국정원장 ⓒ 이희훈
  
- 과거 문자폭탄을 많이 받아봤다고 여러 번 이야기했습니다. 민주당이 '팬덤정치'로 갑론을박 중인데 어떤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보십니까. 
 
"저도 박근혜 탄핵안 가결을 위해 본회의 상정을 일주일 연기해야 한다고 밝혔다가 문자폭탄을 너무 많이 받았습니다(실제 일주일 연기해 상정). 당시 문자폭탄 전용 휴대폰을 갖고 다니기도 했죠. 그러나 팬덤정치도 때론 필요합니다. 각자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문자폭탄이란 방법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지나치면 안 됩니다. 서로 의견이 다를 수 있잖아요. 그 다름이 멀면 국민의힘인 것이고 그 다름이 가까우면 민주당인 것이죠. 무자비한 욕설과 인신공격은 안 됩니다. 그런 면에서 문 전 대통령 양산 사저 앞의 그런 시위도, 윤 대통령의 '법대로' 발언도, 윤 대통령 집 앞에서의 맞불 시위도 지양해야 합니다."
 
- 노장청 조화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향해 '어른도 없고 소장파도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계파정치와 패권투쟁만이 당을 지배하고 있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당이라면 파벌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걸 꼭 나쁘다고 말할 순 없어요. 다만 서로 다른 생각을 큰 용광로 또는 샐러드 보울(bowl)에서 잘 섞어 하나로 분출해내는 게 중요하죠. 민주당에 어른도 청년도 없다는 지적, 맞습니다. 정치에서 내 생각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국민의 생각이 중요합니다. 국민의 생각이 그러면 민주당이 반성하고 개선해야 합니다. 저는 우상호를 비대위원장으로 선출하는 것을 보고 그래도 희망을 봤습니다. 우 위원장이 잘 할 겁니다. 잘 돼야 합니다. 잘 안 되면 다 죽습니다."
 
- 이준석 대표 체제의 국민의힘은 지지자나 중도층으로부터 '젊은 정당'의 이미지를 획득한 듯합니다.
 
"이 대표의 탄생은 40대기수론과 함께 우리 정당사의 획기적 사건으로 기록될 겁니다. 국민의힘이라는 저 '꼰대당'이 그런 선택을 할 줄 알았겠습니까. 물론 이 대표가 남녀 청년들을 갈라치기한 건 잘못입니다. 그러나 대선과 지방선거의 승리를 이끌었으니 그 자체는 높이 평가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승리 후에도 2년 남은 총선에 대비해 개혁과 혁신의 기치를 먼저 들어버리잖아요. 물론 당내 반발도 있지만 지도자라면 그러한 개척정신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 이 대표에게 몇 점을 주고 싶습니까.
 
"음, 80점."

- 민주당은 이 대표의 '남녀 갈라치기' 선거 캠페인 앞에서 우왕좌왕 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과거엔 민주당이 메시지를 선점했습니다. 메시지 선점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걸 이 대표가 잘 했고 우린 따라가기만 했습니다. 따라가면 잘해도 2등이고 선점하면 못해도 1등입니다. 이 대표의 대항마로 26세 여성 박지현을 공동비대위원장으로 내세운 건 민주당이 잘한 겁니다. (박 전 비대위원장의) 발언을 들여다보니 그 내용이 굉장히 좋더라고요.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젊은 세대와 여성들의 공감을 얻기 위해 박 전 위원장을 조금 더 앞세웠으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있습니다."

"좋은 인재 박지현, 더 적극 활용했어야"
 
- 민주당은 대선에서 박지현이란 젊은 정치인을 얻었지만 지방선거를 거치며 그로 인한 새로운 동력을 소진해버린 모습입니다. 지방선거 과정에서 당 지도부의 갈등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승리 원인은 한 가지이지만 패배 원인은 백 가지가 넘습니다. 청년 여성을 공동비대위원장으로 선임했으면 조금 더 적극적으로 활용했어야 했는데 아쉽습니다. 또한 선거 후 그 책임을 물어 지금 활동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민주당이 청년, 여성을 키우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제 돌아와야죠."
 
- 대선과 지방선거를 거치며 활동한 박 전 위원장에겐 몇 점을 주고 싶습니까.
 
"음, 80점."
 
- 앞으로 민주당과 박 전 비대위원장의 행보에 조언을 해준다면.
 
"그렇게 좋은 인재가 비교적 성공적으로 활동했다면 당의 자산 아닙니까. 계속 함께 해야 합니다. 그래야 청년이, 여성이 우리 민주당을 바라보고 찾아옵니다. 민주당이 (박 전 위원장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해야 합니다."
 
- 국회의원, 원내대표, 장관, 청와대 비서실장, 국정원장 등을 두루 역임했습니다.
 
"국민의당에서 당대표도 했고 비대위원장도 세 번 했죠."
 
- '민주당 당대표'는 2014년 문턱까지 갔다가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아쉬움은 없습니까.
 
"세상이 다 알다시피 투표 3일 전 (당이) 룰을 바꿨습니다. 그러나 고심 끝에 승복했어요. 불만이 있더라도 당의 결정에 승복하는 것이 더 큰 민주주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것도 운명이죠."
 
- 2년 전 낙선 후 인터뷰에서 '정계 은퇴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 말은 지금도 유효한가요.
 
"네, 유효합니다. 물고기는 물을 떠나 살 수 없어요. 박지원은 정치를 떠나 살 수 없습니다. 다만 현재까지는 1선에 나서진 않겠다는 겁니다."
 
- 현재까지는?.
 
"현재까지는."
 
- 1선엔 언제쯤 나섭니까.
 
"그건 모르죠."
 
- 당시 인터뷰에선 '문 대통령의 성공을 통해 진보정권이 반드시 재창출돼야 한다. 그 과정에 제 역할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는 말도 했습니다. 진보정권 재창출이 무산된 상황에서 이제 '박지원의 쓰임새'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저는 현재까진 1선에 나서지 않고, 2선에서 정치선배이자 국가원로로서 윤 대통령이 성공하고 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조언할 것입니다. 또 제 혼이 담겨 있는 민주당에 복당해 민주당이 국민의 지지를 받는 '김대중 민주당'으로 돌아가 정권교체를 이룩하도록 초석을 놓고 싶습니다. 그게 제가 말하는 정치이지 다른 건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열심히 인터뷰도 합니다. 제가 출연하면 시청률도, 청취율도, 조회수도 높습니다(웃음). 언론인 분들이 많이 찾아요. '너무 많이 나온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있는데 제가 평생 정치를 하면서 언론인들에게 많은 사정을 해왔잖아요. 그런 언론인들이 인터뷰를 요청하는데 제가 응하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필요할 땐 사정하면서 요청은 거절하면 안 되잖아요."

"제일 관종이 나보고 관종이라고"
 
박지원 전 국정원장 ⓒ 이희훈

- 별명이 많습니다. 우선 '정치 9단'이란 별명이 있습니다.
 
"삼김(김대중·김영삼·김종필)이 돌아가셨고, 남아 있는 정치인 중에 제가 유일하게 현역 국회의원일 때 그 별명이 붙었는데 제겐 과분합니다."
 
- 한편으론 '여우'라는 비난을 받기도 합니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제가 어떻게 하겠어요. 관종 정치를 제일 잘하는 사람(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 지칭)이 저보고 관종 정치를 한다고 비난하잖아요(웃음). 정치는 다 그런 겁니다."
 
- 과거 대북송금 특검으로 구속되며 조지훈의 <낙화>를 인용했고("꽃이 지기로소니 바람을 탓하랴"), 2년 전 낙선 후 인터뷰에선 '시든 꽃도 봄이 오면 다시 핀다'고 말했습니다. 지금과 앞으로의 박지원은 어떻습니까.
 
"어느 꽃이 흔들리지 않고 피겠습니까. 흔들리더라도 뽑히지 않겠습니다. '좌우가 극렬히 대립할 때 박지원은 무엇이라고 말하는가'라고 주목하도록 만들겠습니다. 제가 국정원장을 맡으며 정치를 떠나 2년 정도 바라보니까 보이더군요. 지금은 경제입니다. 지금은 물가입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 중이고 미국과 중국이 갈등 중입니다. 우린 지정학적으로 도랑에 든 소입니다. 4강에 둘러싸여 미국풀, 중국풀, 일본풀, 러시아풀을 다 먹어야 합니다.

그래서 외교가 중요합니다. 외교만 잘하면 잘 살 수 있습니다.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로서 한미동맹을 굳건히 지키며 한중 경제협력도 잘해나가야 합니다. 김대중의 햇볕정책이 뭡니까. 튼튼한 안보, 한미동맹, 한미일 공조, 중러 협력 속에서 한반도 전쟁을 억제하고 교류협력의 길로 나아가자는 것 아닙니까. 그 길로 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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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박지원, #인터뷰, #민주당, #이준석, #박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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