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풍선파리는 구애를 할 때 작은 곤충을 사냥하여 둥그렇게 포장을 하여 암컷에게 선물로 주는 습성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배 끝에서 끈적이는 거품을 내어 감싸는 녀석도 있고 앞다리에서 명주실을 뽑아 풍선을 만드는 종도 있다. 선물을 건네주기 전에 암컷 앞에서 요란하게 춤을 추며 주의를 끌기에 '춤파리'라고도 불리운다. 

애벌레는 썩은 유기물을 먹고 성충은 작은 벌레와 더불어 꿀도 빨아 먹는다. 성충의 대가리는 상당히 작고 주둥이가 뾰족하게 튀어나와 있기에 영어권에서는 단검파리(daggerfly)라는 명칭으로도 불리운다. 몸통은 바디 빌더의 근육처럼 부풀어 올라있으며 다리는 길고 가시가 나 있어 사냥꾼의 모습을 하고 있다.

풍선파리 암놈은 수컷의 선물이 마음에 들어야만 짝짓기를 허락한다. 바꿔말해, 먹잇감이 클 수록 암컷이 식사를 오래할 수 있으므로 교미 성공률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그러나 허우대가 좋아 댄스를 잘 추는 녀석은 대개 먹잇감을 포장하지 않고 그대로 건네준다. 이는 매력남이 갖는 프리미엄이며 암컷이 맛나게 음식을 먹는 동안 교미를 끝낸다. 

모범생이자 능력이 좋은 춤파리는 비단으로 정성스럽게 감싼 혼수품을 갖고 온다. 상견례가 끝난 뒤 암놈이 포장을 열고 먹이를 먹는 동안 숫놈은 자신의 목적을 성공적으로 이룬다. 신랑의 정성에 화답한 암컷은 먹잇감을 다 먹은 뒤에도 떨어지지 않고 나뭇잎 아래서 알콩달콩 사랑을 나눈다. 

곤충 세상에도 사기꾼은 있기 마련이다. 춤만 번지르르하고 멋잇감 조작에 능한 불량 단검파리는 꼼꼼히 포장한 선물 꾸러미를 들고 암컷을 유혹한다. 숫놈의 구애를 허락하고 기대에 들떠 상자를 열지만 속은 텅 비어 있다. 약삭빠르게 자신의 목적을 달성한 협잡꾼 풍선파리는 이미 도주한 상태다. 경찰을 부를 수도 없고 검찰이 나서지도 않으니 재판도 할 수 없다.
 
대가리가 작고 주둥이가 송곳처럼 뾰족하다.
▲ 굵은발춤파리 대가리가 작고 주둥이가 송곳처럼 뾰족하다.
ⓒ 이상헌

관련사진보기


전 세계적으로 풍선파리(Empididae) 무리는 3천 종을 넘고 있으며, 현재 현재 우리나라에 기록된 춤파리는 3종(굵은발춤파리, 무용춤파리, 춤파리)이다. 관련 연구가 진행되면 더 많은 놈들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혼수품을 준비해야 짝짓기를 할 수 있다

사냥감을 풍선으로 포장하지는 않지만 암놈에게 선물로 건네주는 종으로는 밑들이도 있다. 수컷의 꽁무니(파악기)가 전갈의 집게처럼 생겼으며 위로 들려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파악기는 짝짓기를 할 때 암컷을 붙들어 매는 역할을 하는데 연재 10화 '헤드록을 하는 잠자리의 별난 짝짓기'에서 알아봤다. 

우리나라에는 약 10여 종의 밑들이가 사는데 처음 보면 무척이나 그로테스크 한 느낌을 받는다. 전갈의 집게와 꼬리의 독침이 합쳐진 모양이기 때문에 영명으로는 전갈파리(scorpion fly)라고 부른다. 그러나 독은 전혀 없으며 쏘지도 않으니 안심해도 된다. 절지동물인 전갈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밑들이는 환경미화원 역할을 하며 작은 곤충을 잡아먹고 산다. 
 
주둥이가 길며 수컷의 꼬리가 전갈처럼 생겼다.
▲ 밑들이 주둥이가 길며 수컷의 꼬리가 전갈처럼 생겼다.
ⓒ 이상헌

관련사진보기

 
면상도 희한하게 생겼다. 발육부진의 사마귀 대가리를 연상시키는데다가 툭 튀어나온 주둥이는 마치 펠리컨의 부리 처럼 보인다. 암컷은 수컷이 먹이를 갖고 와야만 짝짓기를 허용한다. 숫놈은 작은 곤충을 사냥한 뒤에 성 페로몬을 내뿜어 암놈을 부른다. 냄새에 이끌린 암컷은 사냥감의 상태를 요모조모 살핀다. 

마음에 들면 식사를 하고 이틈을 놓치지 않고 짝짓기가 이루어진다. 역시 먹잇감의 크기가 커야만 교미가 수월해진다. 숫놈 끼리의 경쟁이 치열해지면 도둑질을 자행한다. 가령, 거미가 저장해 둔 식량을 혼수품으로 훔쳐오거나 다른 경쟁자의 선물을 강탈한다. 풍선파리가 얍삽한 사기꾼이라면 밑들이는 강도질에 능하다. 

짝짓기가 끝나면 숫놈은 서둘러 자리를 뜬다. 자칫하면 배고픈 암놈에게 잡아먹힐 수 있기 때문이다. 교미 후 암놈은 땅 속에 알덩어리를 낳는데 이 속에는 100개가 넘는 알이 뭉쳐져있다. 부화한 애벌레는 썩은 나무나 습지의 유기물을 먹고 자란다. 성충의 몸 길이는 약 20mm 정도이며 오염되지 않은 계곡 주변의 그늘에서 살아간다.
 
사냥감을 갖고 풀줄기에 매달려 성페로몬으로 암컷을 부른다.
▲ 수생식물이 많은 곳에 사는 별박이각다귀붙이 사냥감을 갖고 풀줄기에 매달려 성페로몬으로 암컷을 부른다.
ⓒ 이상헌

관련사진보기

 
밑들이 무리 중에서 별박이각다귀붙이는 긴 다리를 가진 각다귀와 밑들이를 흉내 낸 외모라서 요상야릇하게 생겼다. 송곳 같은 긴 주둥이를 가졌으며 생활사와 습성도 비슷하다. 각다귀붙이과 수컷은 파리나 나방과 같은 작은 곤충을 사냥하여 풀줄기에 매달고 성 페로몬을 방출한다. 수컷의 체취에 이끌려 암놈이 찾아와 식사를 하는 동안 짝짓기가 이루어진다.

덧붙이는 글 | 해당 기사의 사진은 글쓴이의 초접사 사진집 <로봇 아닙니다 곤충입니다>의 일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춤파리, #풍선파리, #밑들이, #각다귀붙이, #별박이각다귀붙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