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STORY <어쩌다 어른>의 한 장면.

tvN STORY <어쩌다 어른>의 한 장면. ⓒ tvN STORY

 
어른의 정의란 무엇인가. 만일 스스로 어른이거나 아직은 어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과연 어른답다는 것은 무엇일까. 6월 23일 방송된  tvN STORY 프리미엄 특강쇼 <어쩌다 어른>에서는 빅데이터 전문가인 '마인드 마이너' 송길영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가 출연하여 '그냥 늙지마라'는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7년 만에 돌아온 송길영은 2015년에 방송된 <어쩌다 어른> 첫 회에 출연하면서 "제목이 예뻐서" 출연을 결심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프로그램 제목처럼 많은 사람들은 어쩌다보니 어른이 되어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요즘 어른'이라고 분류할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인가.

옛날에 결혼할 당시 20대였던 부부와, 최근에 결혼한 요즘 30대 부부의 웨딩 사진이 나란히 공개됐다. 놀랍게도 20대였던 부부의 사진이 훨씬 성숙하고 나이들어 보였다. 여기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과거에 비하여 결혼연령대가 늦어졌다는 것, 그리고 오늘날 사람들의 외모가 많이 젊어졌다는 것이다.

1970년대에 촬영된 한 가족 사진에서 가장 나이가 지긋해보이는 노인의 나이는 환갑(60세)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근의 60대는 옛날의 40~50대와 비슷해보인다. 2022년 현재 기준으로 환갑은 1962년생이다. 이들이 대부분 결혼하고 가정을 꾸렸을 시기인 1980~1990년대의 출산율은 약 1.6% 밖에 되지 않는다. 이때 태어난 자녀들이 장성하여 환갑잔치에서 함께 가족사진을 찍는다고 해도 인원이 4~5명을 넘지 않는다. 또한 요즘은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환갑=노인'이라는 인식 자체가 변하고 있다.

과거에 비하여 현대인은 더 건강하고 활동적이다. 2000년대 초반 세대 출생자의 기대수명은 120~140세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점점 늘어나는 수명에 따라 여성의 출산 연령도 높아졌다. 2000년 기준으로 첫 자녀를 출산한 어머니의 평균 연령이 27.7세였다면, 20년 뒤인 2020년에는 32.3세로 크게 높아졌다. 오늘날의 현대인들은 일찍 결혼과 출산에 대한 부담 없이도 비교적 시간에 여유를 갖게 됐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었던 그림을 보면, 기원전 10대는 우락부락하고 용맹한 전사라면, 현재의 10대는 집구석에서 빈둥거리는 소심한 강아지로 묘사된다.

역사속 위인들을 살펴봐도 고구려 광개토대왕은 불과 17살에 왕위에 올랐고, 신라의 김유신은 15세에 대장군으로 군대를 통솔했다. 고대 스파르타에서는 7세에 집을 나와 혹독한 훈련과 시험 과정을 거쳐 전사로서의 능력을 검증받고 30세가 되어야 시민권과 결혼권을 획득할 수 있었다.
 
 tvN STORY <어쩌다 어른>의 한 장면.

tvN STORY <어쩌다 어른>의 한 장면. ⓒ tvN STORY

 
옛날과 현대의 나이에 따른 역할인식이 전혀 달라졌다는 것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과거에 이른 나이부터 요구되던 사회적 책무나 성취에 대한 부담이 미뤄지고, 야성적인 삶이 아니라 사회 시스템 안에서 훨씬 안전한 삶을 살게되며 긴장감이 낮아졌다.

다만 그들 각자 겪는 삶의 치열함이란, 시대와 환경, 그리고 삶의 무게에 대한 기준에 따라 다른 것일뿐 그 무게를 동등하게 비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공통점은 어떤 사회이든 항상 그 나이에 맞게 요구하는 성취에 대한 강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서류상의 나이는 과연 진정한 나의 나이라고 할수 있을까. 과거보다 외모나 신체적으로 훨씬 젊어진 현대인들에게 본래 나이에서 0.8을 곱하여 '진짜 나이'를 계산하는 현대 나이 계산법이 등장하여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물론 사회의 기대수명이 높아진다고 해도 얼마나 건강한 삶을 살아갈지는 본인의 노력에 따라 달라진다.

확실한 것은 백세 시대를 맞이하여 현대인들이 과거에 비하여 삶을 길게 바라보는 인식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그만큼 삶의 성취에 대한 조급함이 줄어든다. 과거에는 뒤처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나이에 맞춰서 단계별로 성취해야 하는 테스크가 존재했다. 일정한 시기를 놓치면 격차 극복이 어렵다는 조급함이 삶을 압박한다. 하지만 삶을 길게 보면 이제는 조금 쉬거나 천천히 해도 된다는 여유가 생긴다. 
   
삶을 길게 바라보는 인식의 변화는 사회 곳곳에도 나타나고 있다. 가수 송가인의 팬카페에 올라온 글에서는 팬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호소하며 50대 후반 팬들을 '청년'으로 규정하는 표현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 표현의 이면에는 오늘날의 50대 후반이 과거와 달리 청년으로 여겨도 무리가 없을 만큼 활동적이고 스트리밍 서비스나 팬덤 문화까지 흡수할 정도로 적응이 빠르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오늘날 문화의 수용에 있어서 세대 구분이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통적인 의미에서 유년기, 소년기, 청년기의 정의가 달라지고 있으며,  60대 이상도 본인의 노력과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청년이라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러한 시대변화를 따라오지 못하면 '옛날 사람' 취급을 받기도 한다. 기성세대의 경직성과 권위주의를 지칭하는 표현은 '꼰대'를 거쳐 '라떼'로 진화해왔다. 하지만 오늘날의 기성세대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배우고 적응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새로운 일들을 시작하면서 기존의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어른과 인생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요구하는 '오픈마인드'로 바뀌고 있다. 더 나아가서는 타인의 영향을 받지 않고 내가 원할 때 할 수 있는지, 내 삶을 내가 설계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 자신들만의 길을 만드는 주도성 있는 어른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1983년생은 올해 40세로 기성세대에 해당한다. 인생설계 5배수론에 따르면 나이에 따른 역할론을 통하여 보편적인 기준에 맞춰 스스로 인생을 잘살고 있는지 점검하는 수단으로 종종 활용된다.

그런데 빅데이터에 따르면 1983년생의 남성 비혼율은 무려 40.6%에 이른다. 과거 세대의 필수적인 통과의례 같았던 결혼이, 현재의 기성세대에게는 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는 선택의 일부분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과거의 어른들에게 결혼과 양육에 대한 부담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면 오늘날에는 삶의 의미를 부여하는 형태가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2015년 기준으로 당시 '어른'에게서 연상되는 연관어에는 아이와 엄마는 있었지만 '아빠'는 순위권에서 빠져있었다. 직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던 옛날 아빠들은 정작 가정에서는 존재감이 약해지는 결과로 나타났다. 이른바 산업사회가 낳은 그늘이다. 

하지만 불과 7년 사이에 아빠라는 검색어가 어른 연관어에 올라오기 시작하면서 큰 변화가 있었다. 사회적으로 남녀 고용기회가 균등해지고 남성의 가사 참여 비중이 높아지면서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워라밸' 중시 사회로 바뀌었다. 가정 내 아빠로서의 역할이 확대되면서 자연히 그 존재감도 커진 것이다. 

여기에 최근 몇 년간 코로나 팬데믹으로 직장과 외부 활동이 제한되면서 자연히 가족간의 시간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아이러니하게도 펜데믹이 우리가 그동안 잊고 있었던 가정의 중요함을 일깨우는 데 어느 정도 계기가 된 것이다. 송 교수는 이를 "우리가 생각하던 '삶의 정상화'가 도모되었다"며 큰 의미를 부여했다.   

좋은 남편의 기준은 무엇일까. 친구, 아빠, 요리, 집안일 등이 연관 검색어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다채로워졌고, 눈에 띄는 것은 능력이나 맞벌이같은 전통적인 가장으로서의 연관어는 후순위로 밀렸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육아와 생계를 분리했다면 오늘날에는 남녀 모두 사회생활 비중이 커지며, 가정의 평등한 일원으로 인식하여 가사와 양육을 공동책임으로 생각하는 변화가 일어났다.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남성의 육아휴직 비율도 아직 부족하기는 하지만, 예전에 비하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또한 주목할 부분은 좋은 남편의 연관 검색어로 '사위'를 비롯하여 신뢰, 자존감, 살림꾼 같은 단어가 급상승하고, 효자, 애교, 상남자, 사랑꾼 등은 하락했다는 것이다. 며느리의 의무를 강조하던 옛날과 달리 사위의 역할이 부각된 것은 양성평등을 강조하는 시대적 변화와 맞물려있다. 이러한 검색어 변화는 가족간의 더 좋은 관계를 위하여 진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돌아보게 한다. 

한국사회에서 양성평등이 발전하고 있지만, 여전히 육아와 출산, 교육 등은 엄마의 몫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워킹맘을 위한 사회적 지원 시스템은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여기서 최근 온가족이 함께하는 여행 대신 '엄마와 가는 여행', '아빠와 가는 여행'으로 따로 또 같이 즐기는 여행이 늘어나고 있다는 데이터는 흥미롭다. 현실적인 상황에 맞춰서 대안을 모색함과  동시에, 더 이상 과거처럼 양육을 우선순위로 올인하지 않고 효율적인 역할 분담과 휴식도 추구하는 새로운 형태의 가족문화가 등장하고 있는 것. 

또한 이는 그만큼 '나(개인)가 중요해지고 있는' 인식 변화의 증거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우리를 강조했다면, 오늘날에는 가족도 소중하지만 그만큼 나도 소중해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tvN STORY <어쩌다 어른>의 한 장면.

tvN STORY <어쩌다 어른>의 한 장면. ⓒ tvN STORY

 
공동체 중심의 사고와 개인 중심의 가치관은 종종 충돌을 빚기도 한다. 요즘 젊은 세대가 가장 싫어하는 직장 중 하나가 바로 '가족같은 회사'다. 온 가족이 모이는 명절과 제사는 누군가에는 엄청난 희생과 갈등을 초래하는 시간이었다. 20년 전에는 그런 문화가 당연히 옳았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지난 2년간 펜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직장과 명절에서의 통하는 공동체적 질서를 대체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오늘날에는 가족의 범위와 기준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핵가족 시대를 맞이하여 부모와 자녀 정도만이 같은 가족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오히려 반려동물이나 반려식물이 새로운 가족 구성원의 일부로 인정받고 있다. 꼭 사람이 아니더라도, 각종 경제적 부담이나 시간을 투자하더라도, 대상 자체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만큼 의지하고 유대할 수 있는 모든 존재는 '반려'라고 할 수 있다.  

가족의 행복을 의미하는 '화목'이라는 단어 역시, 에전처럼 획일화된 일체감보다 '따로 또 같이'로 바뀌고 있다. 그만큼 각자의 기호를 추구하는 삶의 방식이 보편화된 것. 또한 가족으로서 함께 짊어져야 할 의무에 관해서는 분업을 통한 역할분담이 자리잡았다. 더 이상 가족이라는 이유로 누군가의 희생을 전제하지 않고 독립된 인격체로서 공존을 추구하는 구조로 가족의 의미가 변화하는 추세다.

과거에 거실에서 중심을 차지하던 TV는 한때 가족의 소통을 위하여 사라졌다가 펜데믹을 맞이하여 부활했다. 달라진 점은 더 이상 거실 중앙 대신 각자 볼 수 있는 휴대용으로 바뀌었고 가족들은 굳이 TV만이 아니더라도 SNS나 휴대폰 등 다양한 수단으로 다양한 채널을 즐길 수 있게 됐다.

과거에 부모와 아이가 있는 가정을 '3인 가족'으로 분류했다면, 오늘날에는 1인 가구 2명에 플러스 아이 1명으로 규정할 만큼, 결혼으로 결합된 상태를 강조하기보다 각기 '독립된 자아들이 함께 사는 형태'로서 인식하는 분위기가 높아지고 있다.    

시대는 빠르게 변화한다. 누군가는 이런 변화에 너무 큰 간극을 느끼고 당황할 수도 있다. 예전에 배운 것들이 지금은 옳지 않을 수도 있다. 기준에 바뀌면 그에 맞춰 적응해야하고, 더 나아가 더 올바른 규칙을 만드는 데 동참해야 한다.
 
'요즘 애들'이라는 표현 자체에는 그 말을 쓰는 사람 자체가 요즘 사람이 아니라는 고백이 들어가 있다. 기성세대라고 해서 자신만의 벽에 갇혀있지 말고 다양한 세대의 사람들과 함께 교류하다보면 나의 상태가 어떤지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데이터를 적극 활용하다보면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삶의 변화들을 인식하고 실행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좀 더 나은 어른이 되기 위하여 세상의 변화를 막연히 두려워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적응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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