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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기억은 유달리 오래도록 남는다. 여행 역시 그런데 때론 어떤 곳에 대한 인상은 그곳에서 맛본 음식으로만 기억되기도 한다. 필자의 경우도 여행 당시의 기억은 흐릿한 반면 목포에서 맛본 짭짤하고 꾸덕한 보리굴비와 춘천에서 만난 시원한 동치미 막국수의 맛은 여전히 선명하다.

강화섬이 오래도록 여행객에게 기억되고 사랑받는 것 역시 다양한 특산물 때문 아닐까. 지난 편 '맛술 여행'에 이어 이번는 강화의 특산물을 재해석한 이색 맛집을 소개한다.

[스트롱파이어] 전 세계 유일무이, 밴댕이가 피자를 만났을 때
 
스트롱파이어에서 만든 파이어 피시 피자인 밴댕이피자. 밴댕이를 넣어 만든 낯선 맛이지만 뜻밖의 경이로움을 준다.
 스트롱파이어에서 만든 파이어 피시 피자인 밴댕이피자. 밴댕이를 넣어 만든 낯선 맛이지만 뜻밖의 경이로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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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달콤하고 고소한 식감 때문에 이맘때 강화의 밴댕이 무침이나 회를 꼭 찾곤 한다. 강화도를 여행하는 사람들도 맛집을 고르기 어려울 땐 순무 김치가 맛있거나 밴댕이 무침을 잘하면 실패하지 않는다는 나름의 '정답노트'를 공유한다고 할 정도니 밴댕이는 초여름 강화의 대표적인 특산물인 셈이다.

공기 중에 노출되면 쉽게 무르고 손질을 잘못하면 내장 비린내가 심해 밴댕이 요리를 잘하는 곳이라면 검증된 맛집일 것이라는 기대도 무리는 아니다.

밴댕이를 활용한 요리는 대부분 새콤달콤한 회무침이 주를 이루는데 오늘 소개할 이곳은 아마도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피자를 만드는 곳이다(일일이 팩트체크를 하지 못했지만 적어도 우리나라에선 유일하다).

밴댕이 피자를 그것도 화덕으로 만들어내는 이곳, 스트롱파이어는 여행자를 위한 펍으로 강화특산물을 활용한 피자와 시원한 맥주를 판매한다. 위층에는 게스트하우스 '아삭아삭 순무민박'이 자리하고 있다.

밴댕이 피자의 시초는 2017년 풍물시장 화덕피자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콜릿부터 라면, 삼겹살까지 다양한 시도 끝에 탄생한 밴댕이 피자는 매스컴의 주목을 받으며 출시와 동시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언뜻 보면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한번 맛을 보면 강화를 찾을 때마다 생각나게 하는 확실한 맛을 보장한다.
 
스트롱 파이어의 전경
 스트롱 파이어의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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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 명칭은 '파이어 피시 피자'다. 스트롱 파이어의 파이어와 밴댕이의 생선이라는 정체성을 드러낸 것일 테다. 화덕에 구운 얇은 피자에 노릇하게 구워진 밴댕이와 청양고추의 조합은 담백하면서도 고소하고 매콤하다. 평소 피자는 느끼해 두세 조각 이상 못 먹는 필자도 앉은 자리에서 한 판을 다 먹을 수 있을 정도다.

이 메뉴의 가장 큰 장벽은 '밴댕이(생선)를 피자에 넣었다고? 그게 맛이 있을까'하는 낯섦인데 그 우려를 잠시 뒤로 하고 한입 경험해보기를 권한다. 밴댕이 피자를 만든 이들의 새로운 도전 덕분에 우리는 뜻밖의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는데 이를 마다할 필요가 있을까.

밴댕이 피자 외에도 속노랑 고구마피자가 있는데 꿀보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을 자랑한다. 세트 메뉴로 두 피자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으니 꼭 먹어볼 것을 추천한다.

○ 위치: 인천광역시 강화군 강화읍 강화대로 368번길 6

[온수리조] 고려 상인도 놀란 맛, 인삼을 품은 아이스크림
 
온수리조는 젤라또집으로 강화의 대표적 특산물을 멋지게 재해석했다. 강화 인삼, 속노랑 고구마 등 대표적인 특산물을 고유의 맛과 향을 젤라또에 녹여 제품을 만들었다.
 온수리조는 젤라또집으로 강화의 대표적 특산물을 멋지게 재해석했다. 강화 인삼, 속노랑 고구마 등 대표적인 특산물을 고유의 맛과 향을 젤라또에 녹여 제품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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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 불사를 원했던 진시황제도 극찬했다던 고려 인삼, 그 명맥을 잇는 게 강화 인삼이다. 강화는 기후, 토양 등 인삼 재배지로 최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만큼 지금도 인삼 하면 강화산을 최고로 친다. 한국의 가장 대표적인 보약재인 만큼 수삼과 홍삼, 엑기스, 차, 젤리, 막걸리 등 다양한 활용법이 나왔지만 인삼을 활용한 젤라또(이탈리아식 아이스크림)를 생각한 사람이 있었을까.

전등사 가는 길, 올해 새로 문을 연 젤라또집 온수리조가 인삼을 멋지게 재해석했다. 강화 토박이인 대표는 부모가 직접 재배한 쌀과 주변 지인에게서 공수한 강화 특산물을 젤라또로 만들고 있다. 먼저 서울에서 젤라또 가게를 운영하는 누나의 도움도 받았다.

인삼, 속노랑 고구마, 사자발약쑥, 강화섬쌀, 순무 등 강화의 대표적인 특산물 고유의 맛과 향을 잘 살린 젤라또에 직접 튀긴 뻥튀기를 얹어준다. 제철 과일 소르베또(우유를 넣지 않은 셔벗)는 봄 딸기, 여름 토마토, 가을 포도로 계절마다 색다른 맛을 경험할 수 있다. 모든 메뉴가 강화 특산물 고유의 맛과 향을 살리면서도 젤라또 본연의 느낌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온수리조 대표가 손님에게 젤라또를 담아주고 있다.
 온수리조 대표가 손님에게 젤라또를 담아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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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수리조 위치 : 인천광역시 강화군 길상면 삼랑성길 46, 1층

[솔트 커피·강화까까] 입맛 돋우던 조연, 쑥의 화려한 주연 데뷔
 
솔트커피에서 만든 쑥을 넣어 만든 쑥비엔나는 마셔본 사람이라면 강화를 찾을때마다 계속 생각난다고 한다.
 솔트커피에서 만든 쑥을 넣어 만든 쑥비엔나는 마셔본 사람이라면 강화를 찾을때마다 계속 생각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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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특산물 하면 쑥을 빼놓을 수 없다. 쑥떡, 도다리쑥국처럼 봄철 달아난 입맛을 사로잡는 훌륭한 조연 역할을 묵묵히 하던 쑥이 화려한 주연으로 등극했다. 사자의 발 모양을 닮았다고 사자발 약쑥으로 불리는 강화 쑥은 효능이 뛰어나 오래전부터 약재로 쓰여왔다. 몸에 좋으면 입에 쓰다고 쑥은 쓰고 텁텁한 입맛 때문에 호불호가 나뉘고 특히 젊은 입맛에는 잘 안 어울린다는 오명을 사곤 했다.

하지만 이번에 소개할 두 공간은 쑥도 충분히 맛있고 젊은 감각의 메뉴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그것도 주연으로 말이다. 먼저 소개할 '솔트 커피'는 강화군청 옆에 위치한 작은 카페로 쑥으로 만든 음료, 쑥비엔나를 제공하고 있다. 달곰쌉쌀한 맛의 찰떡 조합이 일품인데 특히 더운 여름에 제격이다. 이곳의 쑥 비엔나를 마셔본 사람이라면 강화를 찾을 때마다 계속 생각난다고 할 정도니 꼭 경험해보길 권한다.

광성보와 덕진진 가는 길에 위치한 '강화까까'는 강화 특산물을 활용한 타르트집이다. 타르트 고유의 달콤함에 쑥, 인삼 등 강화 특산물의 맛이 어우러져 이색적인 맛을 자랑한다. 선물용 포장도 잘 돼있어 소중한 사람에게 나눔하기에도 좋다.

○ 쑥비엔나-솔트 커피 위치 : 인천광역시 강화군 강화읍 강화대로 404번길9
○ 쑥 타르트-강화까까 위치 : 인천광역시 강화군 불은면 덕진로 159


글·사진 안병일 책방시점 대표, 자유기고가

태그:#인천,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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