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미노이가 어떤 음식을 조리할지 선정하고 있다
▲ 미노이의 요리조리 시즌3 미노이가 어떤 음식을 조리할지 선정하고 있다
ⓒ 유튜브 AOMGOFFICIAL

관련사진보기

 
"폴킴 오빠는 왠지 폴댄스를  유연하게 잘 출 것 같으므로 연어 스테이크를 준비해보겠습니다."
<미노이의 요리조리 시즌3>, 에피소드 7 폴킴 편 중

식탁에 앉아 인터넷에 게스트 이름을 검색해서 잠깐의 자료 조사를 하는 척 하더니 이내 게스트와는 전혀 연관성이 없는 음식을 만들겠다고 제안한다. 유튜브 AOMGOFFICIAL 계정에서 업로드하고 있는 <미노이의 요리조리>의 일부 장면이다.

미노이는 AOMG 소속 가수로 상대방에게 기분 나쁘지 않은 농담을 잘 던지고, 분위기를 편하게 하며 엉뚱한 이야기도 자주 한다. 미노이가 음식을 직접 조리해서 매번 다른 게스트를 초대해 함께 밥을 먹으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이 영상의 전부다(물론 나이가 많지 않은 여성이 음식을 해서 대접한다는 성역할 문제는 여기선 다루지 않겠다).

노인의 혼밥은 우울에 영향을 준다

내가 여기서 주목한 것은 '음식을 매개'로 게스트와 함께 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이다. 서로 안부를 묻고 관심사를 이야기하고 재밌는 농담도 즐긴다. 진부한 이야기지만 식구(食口)란 한자는 함께 밥을 먹는다는 것은 진정한 가족이라는 의미다. 그러므로 같은 식탁에서 마주 보고 밥을 먹는다는 것은 진정한 가족이 아니면 쉽지 않은 일이다(불편한 식사자리를 떠올려보라. 밥이 잘 넘어가는가?).

사실 코로나19로 사적모임 제한과 식당의 영업시간 제한 등으로 함께 밥을 먹는 것이 한 공간에서 거주하지 않는 이상 어려워졌다. 그로 인해 집에서 밥을 먹을 수밖에 없어 배달 수요가 급증했고, 식당에서는 '혼밥(혼자 밥 먹기)'만이 가능했다. 

특히 노인은 코로나19로 노인여가시설이 모두 운영 중단해서 갈 곳이 없어졌다. 코로나19 전에는 노인복지관이나 경로당에서 식당을 운영해 매일 같이 가서 지인과 친구들과 함께 밥을 먹으며 여가 생활을 보냈는데, 코로나19가 확산이 되면서 이런 생활도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노인복지관 같은 경우에 식당을 운영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노인들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또한 어려워지면서 레트로트 식품을 포장하여 집으로 배달해드리거나 복지관으로 오셔서 받아가게끔 운영할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19 시기 취약계층 어르신에게 대체식을 제공했다
 코로나19 시기 취약계층 어르신에게 대체식을 제공했다
ⓒ 백세준

관련사진보기

 
노인복지관에 매일 나와서 친구와 함께 매일 밥을 먹던 어르신들은 대체식을 받고 어쩔 수 없이 집에서 혼밥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노인의 혼밥 문제는 코로나19 이전부터 대두되고 있었다. 류한소, 이민아가 2019년에 노인의 혼밥이 우울에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연구 내용을 살펴보면, 하루 한 끼의 혼밥은 우울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않지만, 두 끼 이상을 혼자 먹는 노인은 항상 같이 먹는 노인에 비해 우울이 훨씬 높음을 증명하였다.

뿐만 아니라 강윤화 등의 2018년 연구 결과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도출되었다. 노인 4명 중 1명은 혼밥을 하고 있고, 혼밥을 하지 않는 노인보다 혼밥을 하는 노인은 우울증 위험이 최대 30%나 높은 것으로 조사되기도 하였다. 이처럼 코로나19전부터 노인의 혼밥은 심리사회적, 정신건강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그리고 전 세계를 잠식시킨 바이러스는 노인의 혼밥을 더 부추겼다. 혼밥을 하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노인이 혼밥하는 주된 이유는 사회적 관계 단절이다. 그러므로 이를 해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노인의 혼밥 문제 해결하려는 노력, 인천복지기준선 수립

인천시는 2019년 초부터 인천만의 복지기준선을 수립하기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 인천시민이 주체가 되어 적극적으로 참여를 하였고, 전문가와 공무원TF 등 총 211명의 인력이 투입됐다.

각종 토론과 회의 등을 거쳐 2020년에 필수적인 복지의 적정선과 사회안전망 강화로 인천형 복지 실현이라는 비전을 확립했고, 5대 영역(소득, 건강, 주거, 교육, 돌봄)의 최저 기준과 적정 기준을 제시하였으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총 118개의 세부과제를 설정하였다.

인천복지기준선은 쉽게 말해 '인천시민이라면 5대 영역에서 이 정도는 당연한 권리로서 보장받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복지기준선은 중앙정부의 복지정책의 사각지대와 한계점을 보완하기 위해 지방정부 차원에서 수립하고 있다. 서울시가 2012년 최초로 수립한 뒤로 부산, 광주, 경기 등 지자체별로 설정하고 있으며, 포괄하는 영역도 해당 지역의 여건에 맞게 조정하여 수립하고 있다.
 
인천복지기준선 세부 설명 자료
 인천복지기준선 세부 설명 자료
ⓒ 인천복지기준선 백서(인천광역시)

관련사진보기

   
인천복지기준선의 돌봄 영역에서 노인의 혼밥을 해결하려는 인천시의 의지를 살펴볼 수 있다. 돌봄 영역의 세부 과제는 34개를 제시했는데, 그 중 '행복한 어르신 밥상 사업(아래 밥상 사업)'이 있다. 밥상 사업을 직접 수행하는 주체는 바로 인천 지역 내 있는 노인복지관과 경로당이다.

지자체가 사업비를 투입하여 경로당을 몇 개소 선정하여 공유 주방 형태로 리모델링을 하고, 필요한 기자재를 구입한다. 노인복지관은 경로당과 협력해 참여할 노인을 모집하고, 어떤 요리 메뉴를 구성할지 논의한다. 이후 만나는 횟수와 시간을 고정적으로 정해서 경로당에 모두 모여 진행한다. 

밥상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행될 때쯤 얄궃은 코로나19가 확산되었고,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선에서 요리를 함께 진행했지만, 완성된 음식을 나눠먹지는 못했다. 그러다 올해 4월 말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모두 해제되면서 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번 6월에 총 4번을 진행한 미추홀구에 한 경로당에서 진행한 밥상 사업을 모두 참관했더니 요리하는 과정이 중요해 보이지 않았다. 음식은 정말 '매개'의 역할을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경로당에 모인 뒤부터 참여 노인들은 오늘은 어떤 요리를 할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미노이와는 다르게)부터 서로 안부를 묻고, 농담도 하며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있었다. 
 
밥상 사업 참여자들이 완성된 음식을 선보이고 있다
 밥상 사업 참여자들이 완성된 음식을 선보이고 있다
ⓒ 백세준

관련사진보기

 
밥상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최회천(73세)씨는 "음식을 다 만들고 나면 사실 허탈하다. 평소 등산을 즐겨 하는데, 정상에 다 올랐을 때의 기분"이라며 "정상으로 가기 위한 과정이 재밌듯이 음식도 만드는 과정이 재미있다. 다 만들고 나면 프로그램 시간이 끝나가는 것을 느끼기 때문에 아쉽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여자 김희자(76세)씨는 "서로 안부를 묻고, 요리도 함께하고 농담도 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며 "음식을 다 만들고 같이 먹을 때 뿌듯하고 행복하다"며 웃어 보였다. 

인천시 관계자는 "앞으로 인천 지역사회에 있는 경로당을 더 활용해 밥상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어르신들의 혼밥을 조금이나마 해결하는 데 최대한 노력할 것이며, 단순히 요리하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도록 하는 것이 주 목적이므로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문헌
강윤화, 강소연, 김경중, 고현영, 신진영 & 송윤미(2018). The Association between Family Mealtime and Depression in Elderly Koreans. Korean Journal of Family Medicine, 39(6), 340-346.
류한소, 이민아(2019). 노인의 '혼밥'과 우울의 관계: 성차를 중심으로. 조사연구, 20(1), 1-27.
인천광역시(2020). 인천복지기준선 백서

태그:#인천, #혼밥, #복지기준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이전에 축구를 하다 그만두었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아들이 좀 더 나은 세상에서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복지정책을 공부하고 연구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