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로스트 도터> 관련 이미지.

영화 <로스트 도터> 관련 이미지. ⓒ 그린나래미디어


 
 
출산과 육아, 그리고 일 모두 놓치지 않을 수 없을까. 밖에서 인정받곤 하는 뛰어난 사람들은 종종 가정 문제로 큰 고통을 겪고는 한다. 특히 임신과 출산을 고스란히 감내해야 하는 여성 입장에서는 더욱 그 어려움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다. 현대사회 대부분 국가는 출산을 장려하지만 사회적으로 여전히 누군가의 절대적 희생이 따른다.
 
영화 <로스트 도터>는 전도유망했던 한 학자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그리스의 한 휴양지를 찾은 레다(올리비아 콜맨)는 홀로 여유롭게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낼 계획이었는데 우연히 한 대가족, 그 안에서 어린 딸로 고생하는 젊은 여성 니나(다코타 존슨)를 본 뒤론 신경을 쓰게 된다.
 
다소 무례해 보이는 니나 식구들에 신경질이 나면서도 아이와 니나에게 눈길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결국 친절함을 가장해 니나의 어려움 몇 가지를 도운 뒤 환심을 사게 되지만 정작 레다는 니나의 딸 엘레나가 가장 아끼던 인형을 몰래 가지고 온다. 없어진 인형에 자지러지는 엘레나, 그리고 멈추지 않는 투정으로 고통받는 니나 가족을 바라보는 레다의 표정이 영화가 진행될수록 복잡미묘해진다.
 
영화는 레다의 이상 행동을 교차 편집과 플래시백으로 설명한다. 사랑을 찾아 단란한 가정을 꾸린 뒤 두 딸을 낳았지만, 레다는 육아와 남편의 무신경에 지치고 만다. 결국 엄마로서 행하지 않았어야 할 행동으로 치부되는 가출을 선택한다. 망가진 가족 관계, 파탄난 부부 관계라는 과거는 레다의 큰 상처 중 하나다.
 
모성에 대한 환상을 깨는 과감함, 여기에 더해 일하는 여성이 짊어져야 하는 사회적 굴레 등이 영화 곳곳에 깊게 표현돼 있다. 휴가지의 여유를 즐길라치면 벌레에 물린다든가, 솔방울에 다친다든가 뭔가 사소한 불유쾌함을 경험하는 레다는 어쩌면 예측할 수 없는 사소한 불행이 누적돼 결국 몸과 마음을 다치게 되는 현대 여성의 단면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인다.
  
 영화 <로스트 도터> 관련 이미지.

영화 <로스트 도터> 관련 이미지. ⓒ 그린나래미디어


 
영화는 이탈리아 작가 엘레나 페란테의 소설 <잃어버린 사랑>을 원작으로 한다. 배우로 활동하던 매기 질렌할이 원작을 보고 판권 구입 문의를 했다. 작가는 흔쾌히 동의하면서도 영화 연출을 매기 질렌할이 직접 할 것을 조건으로 달았다고 한다. 결국 <로스트 도터>는 그의 연출 데뷔작이 됐다.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올리비아 콜맨은 이번 영화를 선택한 것에 "대본을 읽고 더 이상 난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만큼 여성으로서 품고 살았을 여러 고민과 고통을 현실적이면서 설득력 있게 풀어냈다는 방증 아닐까. 전문 학자로, 아내로, 엄마로, 그리고 누군가의 딸로 살아온 여성들의 다면적 모습과 관계 맺음이 올리비아 콜맨과 다코타 존슨의 연기로 잘 표현돼 있다.
 
물론 영화 자체가 편하게 볼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다. 의도된 불편함이 있기에 그만큼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게 현실의 단면이기도 하다. 누구보다 섬세하게 여성의 상황과 마음을 다루고 있지만, 그런 이유로 남성 또한 함께 영화를 볼 것을 추천한다.
 
한줄평: 침착하고 단단하게 쌓아 올린 한 여성의 서사가 주는 묵직한 한방
평점: ★★★★(4/5)

 
영화 <로스트 도터> 관련 정보

감독: 매기 질렌할
출연: 올리비아 콜맨, 다코타 존슨, 제시 버클리
원작: 엘레나 페란테 <잃어버린 사랑>
수입 및 공동배급: 그린나래미디어㈜
배급: ㈜영화특별시 SMC
제공: ㈜인터파크
러닝타임: 121분
개봉: 2022년 7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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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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