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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시작됐다. 내리던 비가 잠시 주춤하다가 또다시 소나기처럼 퍼붓고 잠잠해지나 싶다가도 추적추적 오기 시작한다. 길을 걸을 때 신발이 젖는 것을 생각하면 장화를 신어야겠지만 발에 땀이 차니 슬리퍼나 고무신(젤리슈즈)이 오히려 편하다. 발도 발이지만 많은 양의 비 때문에 축축한 공기 안에서 이러다가 모두가 물이 될 것 같다.

 
물이 가득 찬 논에 벼가 자라면 멋진 서식지가 만들어진다
 물이 가득 찬 논에 벼가 자라면 멋진 서식지가 만들어진다
ⓒ 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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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많이 와 가장 좋은 곳은 습지다. 가까운 곳에 논이나 연못이 있다면 지금 바로 가봐야 한다.

최근 논의 상황은 모내기 후 작은 벼가 위태롭게 땅에 뿌리를 내리려고 애를 쓰던 시기가 지나 튼튼하게 자라고 있는 벼로 가득하다. 물이 가득 찬 논에 벼가 자라면 멋진 서식지가 만들어진다. 따뜻하고 얕은 물에서 벼가 쑥쑥 자라면 천적으로부터 숨기 좋아 고여있는 따뜻한 물에서 새끼를 키우는 생물들이 생긴다.

개구리밥·올챙이·소금쟁이·어린 우렁이는 논이라는 집에 함께 살고 있는 또 다른 가족이다. 논 생태계를 보니 논 주인이 아닌데도 부자가 된 기분이다. 논 주인은 논에서 벼만 얻지만, 필자는 1년 내내 논을 기웃거리며 벼를 제외한 더 많은 것을 얻기 때문이다. 
 
논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어린 우렁이.
 논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어린 우렁이.
ⓒ 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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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옆 수로를 따라 생물들은 어디까지 갈까. 물길을 따라가면 용인 기흥호수가 나온다. 큰비로 생기는 물길은 많은 생물이 이동하는 길이 된다. 생물이 이동하고 섞이면 생태계 생물 다양성이 풍부해진다. 고립된 생태계가 아닌 열린 생태계가 되어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회복 탄력성이 높다.

논은 겉으로는 고요하지만 그 안에서 다양한 먹이그물이 작동한다. 육상 생태계에 비해 좁은 면적이지만 물을 찾아 모여드는 생물들과 떠밀려 쌓이게 되는 생물들이 많기 때문이다. 숲과 논과 강이 연결된 생태계가 도시에도 존재해 다행이다. 논 주변 숲에 백로가 앉아있다. 언제든 논에서 밥을 먹을 수 있으니 올해 먹을 걱정 없는 여유로운 백로다.

안개 자욱한 논은 그야말로 습지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습지는 주변 기온이 급하게 오르는 것을 막아준다. 도시 중간중간에 습지가 있어서 도시의 열섬화를 줄여준다면 혹독하게 더운 여름날은 줄어들 것이다.

그렇게 되면 종일 에어컨을 틀지 않고 창문을 열어 자연 바람을 쐬는 풍경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도시에 바람길이 생기면 기온은 더 내려가고 미세먼지가 머무르지 않고 도시 밖이나 숲으로 이동해 상쾌한 생활을 할 수 있다.
 
어린 우렁이는 논이라는 집에 함께 살고 있는 또 다른 가족이다.
 어린 우렁이는 논이라는 집에 함께 살고 있는 또 다른 가족이다.
ⓒ 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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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공원을 만들 때 물길을 많이 생각한다. 예전처럼 잔디밭이나 나무만 심어서 죽어가는 공원을 만들지 않는다. 공원이라는 인공생태계가 점점 자연과 가까운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필자가 사는 마을에도 최근 근린공원을 새로 만들고 있다. 올해가 가기 전에 완공될 것 같다.

전에는 이 땅에 일부 꽃씨를 뿌리거나, 다른 곳에서 가지치기하고 나온 자른 가지들을 쌓아 놓았다. 또 일부는 사람들이 불법으로 경작했다. 이제는 주변 숲과 연결하고 전에 있던 연못과 물길을 살려 주민들이 즐겨 찾을 수 있는 공원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하니 기대된다.

생태계는 면적도 중요하지만 연결성이 중요하다. 이런 연결을 논과 강과 때마다 내리는 큰비와 장마가 해주니 장마철이 좀 불편하더라도 참고 지내볼 가치가 충분히 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홍은정 생태환경교육협동조합 숲과들 활동가 입니다.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용인시민신문, #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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