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엘비스>의 포스터.

영화 <엘비스>의 포스터.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엘비스 프레슬리가 현대 대중음악에 끼친 영향은 말 그대로 절대적이다. 미국 남북전쟁이 끝난지 1세기도 되지 않았을 무렵 태어난 그는 소위 흑인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리듬 앤 블루스와 백인의 음악으로 치부되던 컨트리를 접목시키며 일약 스타덤에 오른 뮤지션이다. 그를 조명한 여러 다큐멘터리와 극영화가 있었고, 곧 개봉할 <엘비스>도 그 연장선상에 오르게 됐다.
 
가수 이름을 그대로 내세운 <엘비스>는 특이하게도 소년 엘비스 프레슬리를 발굴하고, 평생 그의 매니저를 자처했던 톰 파커의 시선을 따라간다. 파커 대령으로 불리던 그는 엘비스 사후에 온갖 불공정 계약과 횡령을 일삼았고, 엘비스를 혹사시키다가 결국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평가를 받은 인물. 세간의 혹평과 비판에도 그가 엘비스 프레슬리를 가장 근거리에서 지켜본 사람임은 분명하다.
 
이런 과감한 서사 구조에 엘비스가 생전 내놓은 히트곡, 그에게 영향을 준 수많은 뮤지션들을 교차 편집함으로써 극적 긴장감을 높였다. 가난했던 집안 환경, 수표 위조로 교도소 생활을 했던 아버지 대신 그는 일찌감치 가장의 길을 선택했는데 그 수단이 바로 음악이었다. 유년 시절과 청년 시절, 그리고 전성기 이후 급사하기까지 파란만장했던 그의 삶이 단순하게 시대순으로 나열되지 않고, 음악과 주요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모양새다.
 
그의 인생에서 음악의 강렬함을 온몸으로 체험한 첫 경험, 그러니까 흑인 교회에서 이뤄지던 합창과 인근 사교 클럽에서 진행되던 끈적한 블루스는 엘비스의 인생을 바꿔놓는다. 여러 뮤지컬을 비롯해 <물랑루즈> <위대한 게츠비> 등 음악과 화려한 배우들로 점철된 수작을 내놓은 바즈 루어만은 본인의 장기를 십분 살려 음악과 감각적 화면을 고루 활용했다.
  
 영화 <엘비스>의 한 장면.

영화 <엘비스>의 한 장면.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압권은 그의 초기 히트곡 'Hound Dog'을 비롯해 엘비스를 저항과 열정을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올려놓은 'Jailhouse Rock', 'Trouble', 그리고 좀 더 대중 친화적인 'Can't Help Falling in Love'의 노래를 동시대 활동했던 뛰어난 뮤지션들의 명곡들과 매치시키는 장면이다. 마치 현대 DJ들이 비트 매칭과 화성 매치를 하듯, 비비 킹을 비롯해 'Tutti Frutti'라는 노래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리틀 리챠드의 노래를 빠르게 교차시킨다. 음악이 한 개인에게 미치는 기적적인 순간을 감각적으로 표현한 셈이다.
 
엘비스가 뛰어난 건 소위 악마의 음악으로 치부되던 로큰록 장르를 대중화한 장본인이고, 나아가 그때까지만 해도 인종 차별의 잔재가 강했던 미국 남부 사회에서 흑인 음악에 대한 거부감을 완화시키는 데 기여했다는 점이다. 퍼포먼스 중심의 마이클 잭슨이 등장하기 전까지 엘비스는 특유의 리듬감과 멜로디를 통해 듣는 즐거움을 극대화한 뮤지션으로 대중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영화는 그런 엘비스의 신화성을 강조하기보단 화려함에 가려진 인간적 면모를 적극 드러냄으로써 미처 우리가 알지 못했던 그의 심성, 음악에 대한 순수성을 확인하게 한다. 엘비스 프레슬리 역할을 따난 신인 배우 오스틴 버틀러가 약 2년 여간 철저히 엘비스 프레슬리처럼 살며 치열하게 캐릭터를 준비했다는 후문이다.

악역 톰 파커 역의 톰 행크스 또한 특수 분장 등을 이용해 연예산업종사자의 입체적인 면모를 갖춰놓았다. 감각적 연출과 배우 간 좋은 호흡으로 점철된 <엘비스>를 본 이후 1930년대 미국 흑인 음악 등을 찾아듣게 되는 관객들이 꽤 될 것이다.

한줄평: 대중음악사의 큰 획을 제대로 짚어냈다. 귀까지 충분히 호강한다.
평점: ★★★★(4/5)

 
영화 <엘비스> 관련 정보

원제: ELVIS
감독: 바즈 루어만
출연: 오스틴 버틀러, 톰 행크스, 올리비아 더용 외
수입 및 배급: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59분
북미개봉: 2022년 6월 24일
국내개봉: 2022년 7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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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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