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틀린 집> 영화 포스터

▲ <뒤틀린 집> 영화 포스터 ⓒ (주)테이크원 스튜디오 , (주)스토리위즈


홀로 아이들을 육아하며 우울증에 걸린 아내 명혜(서영희 분)와 표절 시비에 휘말려 모든 걸 잃을 위기에 처한 남편 현민(김민재 분)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아파트를 떠나 외딴  곳에 위치한 단독주택으로 이사한다. 그러나 명혜는 이사 온 첫날부터 이 집이 뒤틀렸다고 말하는 기괴한 차림새를 한 이웃집 여자의 경고와 자물쇠로 굳게 잠긴 창고, 그리고 집 안 곳곳에서 들리는 이상한 소리 때문에 환청과 환각에 시달린다. 

소리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창고에 발을 들인 명혜는 이후 무언가에 빙의한 듯 다른 사람처럼 행동하기 시작한다. 곧이어 가족을 지키려던 현민도 알 수 없는 무언가에 현혹되어 버린다. 평소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봐오던 딸 희우(김보민 분)는 위험을 감지했으나 어찌할 바를 몰라 혼자 전전긍긍한다.
 
<뒤틀린 집> 영화의 한 장면

▲ <뒤틀린 집> 영화의 한 장면 ⓒ (주)테이크원 스튜디오 , (주)스토리위즈

 
가장 안전하고 편안해야 할 '집'에서 이해할 수 없는 위험한 사건이 벌어지고 집과 가족이 공포의 대상으로 바뀌는 '하우스 호러' 장르의 역사는 깊다. 1974년 미국에서 벌어진 실제 사건으로 토대로 만든 소설을 영화화한 <아미티빌의 저주>(1978)와 주인공이 이사 온 집이 버려진 공동묘지 위에 지어졌다는 내용을 다룬 <폴터 가이스트>(1982)가 대표적인 하우스 호러 영화다. 최근엔 영화 <파라노말 액티비티>(2009), <컨저링>(2013), <유전>(2018),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힐 하우스의 유령>(2018)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

<뒤틀린 집>은 제목 그대로 한 가족이 낯선 집으로 이사 간 후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그린 하우스 호러 영화다. 영화는 공포소설의 대가 전건우 작가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일반적인 '각색'이 아니다. 2019년 스토리 프로덕션 겸 출판사 안전가옥의 원천스토리 '하우스 호러' 공모전을 수상한 원작은 출간 전 트리트먼트 단계에서 이미 영화화가 확정되어 영화 시나리오와 소설이 각각 쓰였다고 한다. 연출을 맡은 강동헌 감독은 "원작 트리트먼트를 받았는데 재밌는 요소를 찾을 수 있었다"며 "소설에는 퇴마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영화는 가족의 내용 안에서 시작해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영화만의 차별화된 면을 이야기한다.

영화에서 제목 <뒤틀린 집>은 중의적으로 쓰였다. 하나는 '귀신이 들린 집'이란 뜻이다. 전건우 작가의 소설 <뒤틀린 집>은 대문, 거실, 침실 등이 같은 사택에 속해 있어야 길한 집이 되고 서로 다른 방위에 속하면 흉한 집이 되고, 그중에서도 방위가 뒤죽박죽 뒤틀려 그 틈 사이로 온갖 귀신이 모여드는 흉가 중의 흉가를 뜻하는 풍수지리의 '오귀택'을 바탕으로 한다. 거칠게 말하자면 한국판 <폴터 가이스트>인 셈이다.

<장화, 홍련>(2003), <컨저링>을 참고한 느낌이 강한 영화의 공간 연출은 준수한 편이다. 강동헌 감독이 <장화, 홍련>의 촬영팀에서 일했던 경험이 비주얼인 측면에서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흉가라는 멋진 무대를 만든 노력에 비해 설명은 예전에 누군가 지었다는 정도로 그쳐서 의아하다. '오귀택'과 관련한 서사가 더 있었다면 영화가 한층 풍성했을 텐데 말이다.
 
<뒤틀린 집> 영화의 한 장면

▲ <뒤틀린 집> 영화의 한 장면 ⓒ (주)테이크원 스튜디오 , (주)스토리위즈


<뒤틀린 집>은 '뒤틀린 가족 관계'를 의미하기도 한다. 강동헌 감독은 "멀쩡하고 일반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런 척하고 사는 현재의 가족을 그리고 싶었다"라고 말한다. 영화 속 가족은 도시의 아파트에 살다가 변두리의 주택으로 밀려난 신세로 계급 상으로 추락하였기에 불안하다.

영화는 계급적 불안 외에 가족에게 경제적으로 피해를 줘 죄책감에 시달리는 아빠, 신경쇠약에 시달리며 가족을 제대로 보살피지 못하는 엄마, 둘 사이의 냉랭한 공기를 읽고 불안해하는 아이들의 모습까지 담아내며 실직, 육아 우울증, 아동 학대, 입양, 보험금을 노린 살인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건드린다. 하지만, 너무 많은 걸 다룬 탓에 변죽만 울린 느낌이 강하다.

강동헌 감독은 "전반부는 물리적으로 공포를 느낀다면 후반부에는 감정적인 공포가 극대화되도록 바랐다"라고 연출 방향을 밝힌다. 그러나 "초반부 힘찬 전개가 무색한 뒷심 부족(씨네21 이지연)"이란 평가를 들을 정도로 후반부가 허술하다. 오귀택과 관련한 전사가 없는 것도 문제거니와 원작의 흔적으로 남겨진 퇴마사 김구주(박혁권 분)와 아들 동우(오지훈 분)는 전개와 아무런 상관이 없기에 지웠어야 마땅했다. 사회 문제를 다루는 '사회파 호러'와 인물에 집중하는 '심리 호러', 둘 중 하나에 집중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뒤틀린 집> 영화의 한 장면

▲ <뒤틀린 집> 영화의 한 장면 ⓒ (주)테이크원 스튜디오 , (주)스토리위즈

 
<뒤틀린 집>에서 눈에 띄는 건 주연배우와 음악감독이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서영희 배우는 <추격자>(2008),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2010), <여곡성>(2018),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2020) 등 호러, 스릴러 장르에서 두각을 나타낸 바 있다. 그녀는 <뒤틀린 집>에서 양극단을 오가는 명혜를 멋지게 소화하며 기대에 부응한다. <변신>(2019)의 장영남 배우처럼 존재감만으로 공포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서영희 배우를 더 많은 호러, 스릴러 영화에서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희우 역으로 분한 아역 배우 김보민도 칭찬받아 마땅하다. <미쓰백>(2018)의 어린 상아 역을 비롯하여 <출국>(2018), <생일>(2018), <담쟁이>(2020) 등 다수의 작품에서 활동한 김보민 배우는 어린 나이가 믿지 않을 만큼 탄탄한 연기력을 선보인다. 서영희 배우 역시 "같은 배우라는 생각이 들게 자기 몫을 철저히 하는 프로다운 배우"였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다음을 궁금하게 하는 배우다.  

음악감독 윤상은 기대하지 않았던 놀라움이다. 데뷔 32년 만에 영화 음악에 도전장을 내민 윤상은 "대중 음악은 백지 위에 그림을 그린다는 느낌이라면 영화음악은 오롯이 영상과 이야기에서 느껴지는 에너지를 음악으로 표현해야 한다"라고 차이점을 설명한다. 그는 작은 규모의 한국 영화에선 쉽게 느낄 수 없는 고급스러운 선율을 입혀주어 청각의 만족도를 높여준다. 특히 마지막에 나오는 피아노곡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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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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