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1부> 영회 포스터

▲ <외계+인 1부> 영회 포스터 ⓒ 케이퍼필름


2022년 현재, 인간의 몸속에 수감된 외계인 죄수를 관리하는 가드(김우빈 분)는 프로그램이자 로봇인 썬더(김대명 목소리)와 함께 오랜 시간 지구에 머물며 임무를 수행해왔다. 어느 날, 형사 문도석(소지섭 분)은 마약범을 쫓는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는 기이한 일들이 계속 벌어지고 서울 상공에 나타난 우주선을 목격한다. 그런데 우주선은 문도석을 추격하기 시작하고 가드와 썬더는 외계인 죄수가 탈옥하려는 위험 신호를 감지한다. 그러던 중 시간의 문이 열리며 2022년과 고려 말이 연결된다. 

한편, 630년 전 고려에선 얼치기 도사 무륵(류준열 분)은 항상 지니고 다니는 부채 속 오양이 우왕(신정근 분), 좌왕(이시훈 분)과 함께 엄청난 현상금이 걸린 신검을 찾아 떠난다. 그 과정에서 권총을 들고 다니는 정체 모를 여인 이안(김태리 분), 부적으로 분신술을 부리고 도술 무기를 사용하는 삼각산의 신선 흑설(염정아 분)과 청운(조우진 분), 가면으로 얼굴을 감춘 밀본의 수장 자장(김의성 분) 등 여러 경쟁자와 마주하게 된다. 이들이 신검을 차지하기 위한 쟁탈전을 벌이는 사이 깊은 계곡에서 빛을 내며 우주선이 떠오른다.

최동훈 감독은 자타공인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흥행 보증 수표'다. 그는 매력적인 캐릭터와 탁월한 스토리텔링, 감각적인 편집과 탄탄한 연출력으로 <범죄의 재구성>(2004) 212만 명, <타짜>(2006) 684만 명, <전우치>(2009) 613만 명, <도둑들>(2012) 1298만 명, <암살>(2015) 1270만 명 등 연출한 5편을 모두 흥행에 성공시켰다. 

<외계+인 1부>는 최동훈 감독이 7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보통 2~3년 만에 작품을 만들었던 것에 비해 이번엔 많은 시간이 걸린 건 2017년 홍콩영화 <절청풍운>(2009)을 리메이크한 <도청>이란 작품을 캐스팅까지 확정하고 크랭크인에 들어가기 직전에 주연으로 내정된 김우빈 배우의 건강 문제가 생기며 무기한 제작 중단된 까닭이다.

최동훈 감독의 도전정신
 
<외계+인 1부> 영화의 한 장면

▲ <외계+인 1부> 영화의 한 장면 ⓒ 케이퍼필름

 
<외계+인 1부>는 고려 말 소문 속의 신검을 차지하려는 도사들과 2022년 인간의 몸속에 수감된 외계인 죄수를 쫓는 이들 사이에 시간의 문이 열리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내용을 본다면 앞선 최동훈 감독의 작품에 나타났던 무엇인가를 놓고 쫓고 쫓기며 속고 속이는 범죄오락물 요소와 <전우치>에서 보여준 바 있는 고전설화의 세계가 깊이 녹아 있음을 알 수 있다. 최동훈 감독은 리얼리즘한 <암살> 이후 최대한 떨어진, 나만의 방식으로 SF를 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어떤 사람에게 이상한 존재가 와서 '당신 안에 외계인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면 어떨까?'에서부터 이야기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아주 많은 캐릭터를 만들었다. '이런 캐릭터가 주인공이면 어떨까?'하고 대략 열 명의 캐릭터를 계속 교차하면서 시나리오를 썼다."

최동훈 감독은 도전적인 정신으로 <외계+인 1부>를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그의 바람대로  <외계+인 1부>엔 그동안 한국 상업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실험적 요소들이 가득하다. 먼저 다양한 장르의 결합이다. 제작사 케이퍼 필름의 안수현 대표는 <외계+인 1부>의 장르를 "SF(외계인과 시간여행) 판타지(도사와 도술) 모험극(신검 쟁탈전)"이라 소개한다. 이외에도 히어로, 액션, 무협, 성장, 사극, 코미디, 멜로, 재난 등 장르를 총망라하고 있다.

상업 영화를 만들면서 동양적인 도술 세계와 서양적인 SF 세계란 이질적인 두 세계(바꾸어 말하면 판타지와 SF 장르)를 결합, 기존의 틀을 깨려는 시도는 신선하다. 여기에 부적을 쓰고 바람을 일으키는 도사들과 신선들이 레이저를 쓰고 촉수를 사용하는 외계인과 싸우고 그 사이에서 권총을 쏘는 처자가 나오는 생경한 광경을 상당히 그럴듯하게 보여준다.  
 
<외계+인 1부> 영화의 한 장면

▲ <외계+인 1부> 영화의 한 장면 ⓒ 케이퍼필름

 
<외계+인 1부>는 <신과함께> 시리즈처럼 2편의 영화를 동시에 제작(참고로 2부는 2023년에 개봉 예정이다)한 점도 눈에 띈다. 최동훈 감독은 2편을 동시에 만든 이유를 "이야기 분량이 많다 보니 연작으로 가야 드라마틱한 구성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밝힌다. 그런데 <신과함께> 시리즈와 차이점도 뚜렷하다. <신과함께-죄와 벌>(2017)과 <신과함께-인과 연>은 이어진 부분도 존재하지만, 각각의 영화가 어느 정도 완결성을 갖추었다. 반면에 <외계+인 1부>는 <외계+인 2부>와 긴밀히 연결된 탓에 결정적인 대목에 영화가 끝나버려 허탈감이 밀려온다. <매트릭스 2-리로디드>(2003)나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2018)를 보았을 때 기억이 떠오른다.

청운 역을 맡은 조우진 배우는 <외계+인 1부>를 "퍼즐 맞추기식의 구조로 이루어진 시나리오"라고 이야기한다. 그의 표현대로 <외계+인 1부>는 과거와 현대의 전혀 접점이 없어 보였던 인물들은 비밀이 밝혀지며 하나의 소실점으로 모이는 내용이다. 전개 과정에서 고려 시대에 사는 이안이 어떻게 권총을 사용하는지, 자장의 정체는 무엇인지, 어릴 적 무륵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등 극중 의문이 하나씩 풀린다.

제목 <외계+인>은 인간의 몸속에 가둬진 외계인(소재), 외계에서 온 존재 대 사람 또는 미래에서 온 존재 대 과거의 인간(갈등 구도), 외계인과 인간의 협력(주제)이란 다양한 함의로 나타난다. 그리고 타인을 지배하려는 적대적이고 침략적인 태도를 버리고 나와 다른 존재를 받아들이고 이해하자는 주제가 드러난다.

장르와 시대를 넘나드는 볼거리도 화려하다. <외계+인 1부>는 300억 원 이상이 투입된 대작답게 촬영, 미술, 의상, 미술, CG 등 각 파트에 국내 최정상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가장 눈에 들어오는 건 CG다. <신과함께> 시리즈와 <승리호>(2020) 등을 통해 기술력을 인정받은 덱스터 스튜디오는 외계인, 로봇, 타임슬립, 도심 전투, 우주선, 부채에서 나오는 고양이와 칼, 도술을 발휘하는 거울, 변신술, 장풍 등 SF와 판타지적인 세계를 현실감 있게 완성했다. "한국 CG 수준의 최대치"란 최동훈 감독의 표현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과거와 현재의 액션 콘셉트가 다른 점도 흥미롭다. 유상섭 무술감독은 <외계+인 1부>의 액션에 대해 "초강력 촉수 외계인과 로봇이 주를 이루는 현대 장면에선 마블 영화처럼 인간을 능가한 능력치의 액션을, 고려 시대 도술은 속도감 있는 와이어 액션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한다. 현재의 서울과 과거 고려 시대를 오가며 격투, 검술과 총격 액션, 장풍과 경공술, 도술 등 한 작품 안에서 펼쳐지는 액션의 스펙트럼이 실로 넓다. 

무엇보다 도술을 사용하여 외계인과 싸우는 기상천외한 상상력을 한국의 대형 상업 영화에서 만난다는 사실이 놀랍다. 저예산으로 날림 제작하여 한철 장사를 노렸던 <슈퍼 홍길동> 시리즈를 지나 <전우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마블로 대표되는 할리우드 SF 영화와 한국적 색채의 히어로물의 이종결합까지 발전시킨 최동훈 감독의 뚝심이 대단하다. 판타지, 히어로 장르의 저변이 없다시피한 한국에서 말이다.

단점도 명확한 '외계+인'
 
<외계+인 1부> 영화의 한 장면

▲ <외계+인 1부> 영화의 한 장면 ⓒ 케이퍼필름

 
다양한 장르의 결합, 2편 동시 제작, 장르와 시대를 넘나드는 볼거리란 장점만큼이나 단점도 명확하다. 두 시간대를 교대로 보여주는 탓에 상업 영화치곤 상당히 복잡한 편이다. 게다가 등장인물이 너무 많다. 포스터에 나온 주요 캐릭터만 11명에 달할 정도다. 이들이 각자의 서사를 갖다 보니 후반부에 하나로 모이기 전까지 도통 집중이 되질 않는다. <외계+인 1부>가 여러 연령대를 겨냥하는 여름 텐트폴 영화인 점을 감안한다면 더욱 단순한 전개가 필요했다. 

대사의 맛도 형편없다. 최동훈 감독의 전작들은 인상적인 대사들이 가득해 지금까지 회자한다. 그런데 <외계+인 1부>의 대사는 진부하기 짝이 없다. 유머의 유효타로 적거니와 러닝 타임 안에 많은 걸 다루다 보니 설명조 대사가 넘친다. 볼거리 측면에서도 외계인, 우주선, 전투 장면, 도술 장면에서 마블 영화나 <엑스맨> 시리즈, 홍콩 무협 영화에서 익히 본 기시감에서 헤어나기 힘들다. 창의력이 도전정신을 따라가지 못한 꼴이다.

<외계+인 1부>는 7월 29일까지 총관객 수 121만 명을 동원하며 개봉 2주 만에 종영 수순에 들어갔다. 손익분기점 730만 명과는 거리가 먼 성적표다. <외계+인 1부>가 여러 측면에서 한국 영화의 지평을 넓힌 건 평가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영화는 새로운 것의 즐거움을 표방했으나 도리어 대중은 낯선 것에 대한 거부감으로 받아들인 것도 사실이다. 극장의 티켓 가격이 상당히 오른 상황에서 포스터와 예고편을 보아도 무슨 내용인지 감이 도통 안 오는데 무작정 지갑을 열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관계자들은 <외계+인 1부>의 홍보 전략도 곱씹어봐야 한다. 

<외계+인 1부>가 남긴 유산은 확실하다. 유명 원작(반지의 제왕, 신과함께), 역사에 바탕을 둔 스펙터클(적벽대전), 1편의 대성공(매트릭스2와 3, 빽 투 더 퓨쳐2와 3), 검증된 시리즈(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와 엔드 게임,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처럼 예측할 수 있는 '무언가'가 존재하는 경우라면 몰라도 오리지널 아이디어만으로 낙관적인 예상을 하며 동시 제작하는 일은 다신 없을 것이다. 애초에 천만 영화를 연달아 두 편이나 만든 감독이니까 가능했던 프로젝트였고 결과는 실패로 돌아왔다. CJ ENM은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교훈을 얻었다.
외계+인 1부 최동훈 류준열 김우빈 김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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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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