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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 곰솔조경 대표.
 박정기 곰솔조경 대표.
ⓒ 곰솔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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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명 '우영우 팽나무'가 인기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소덕동 팽나무'로 나온 나무의 실제는 창원시 의창구 대산면 북부리 동부마을에 있다. 이 팽나무의 가치를 문화재청이나 드라마 제작진보다 먼저 알아차린 사람이 있다.

경남 일대에서 '나무 박사'로 알려진 박정기(61) 곰솔조경 대표다. 그가 최송현 부산대 교수와 함께 2021년 2월 문화재청에 이 팽나무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달라고 건의했던 것.

최근 이 팽나무가 드라마에 나오면서 찾는 관광객들이 줄을 잇고, 문화재청이 천연기념물 지정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지난 7월 29일 현장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박정기 대표가 이번에 책 <창원에 계신 나무어르신 - 창원시 노거수 생태와 문화>(불휘미디어 간)를 펴냈다. 이 책에는 당연히 '동부마을 팽나무'도 소개돼 있다.

488쪽에 걸쳐 창원의 오래된 나무들이 사진과 함께 갖가지 이야기들이 다 담겨 있는 책이다. '노거수를 찾는 사람들(노찾사)' 대표활동가이기도 한 그가 오랫동안 발품을 팔아 정리한 것이다.

'나무 박사'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그는 박사학위가 없다. 조경학 석사가 전부이지만, 나무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해박하다. 먼저 책 제목부터 재미 있다.

나무를 얼마나 사랑하고 귀하게 여겼으면 '계신'에다 '나무어르신'이라며 존칭을 썼다. 책에는 나무를 '수종'과 '지역' '노거수 공간'으로 분류해놨다. 

이 책을 보면 창원에 여러 수종에다 오래된 나무가 정말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푸조나무는 가음정동, 천선동, 안골동, 소사동, 안정리, 고형리, 동산리 등에 있다.

대장동과 모산리, 덕산리, 감천리, 신감리, 동전리, 일암리 등에 있는 느티나무가 정리되어 있고, 장복산과 안성리, 감천리, 여양리 등에 있는 소나무도 책에 나온다.

팽나무는 드라마에 나온 동부마을 뿐만 아니라 여좌동, 불모산동, 유등리, 용강리 등에도 있다. 또 마치 '주인공'이나 '수호신'처럼 곳곳을 지키며 서 있는 서어나무, 음나무, 회화나무, 은행나무, 상수리나무, 곰솔, 왕버들, 굴참나무, 배롱나무, 모과나무, 감나무, 동백나무도 많다.
  
박정기 대표가 펴낸 책 <창원에 계신 나무어르신> 표지.
 박정기 대표가 펴낸 책 <창원에 계신 나무어르신> 표지.
ⓒ 불휘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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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다가 이름도 예쁜 노박덩굴, 닥나무, 말채나무, 민주엽나무, 이팝나무, 종가시나무, 향나무, 개잎갈나무도 창원에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또 노거수 마을숲이거나 '읍지'에도 실려 있는 나무들도 소개돼 있다. 마산합포구 '삼진'지역 푸조나무 마을숲, 진해구 해안 팽나무 노거수, 의창구 동급·대산면의 '독뫼산' 노거수, 마산회원구 내서읍 마을숲, 웅천읍성·창원읍성·진해읍성·합포성의 노거수 등이다.

오래 됐는데 혼자 서 있는 나무(단립), 두 노거수(쌍립)가 있거나 여러 노거수(다립)가 있는 공간, 거기다가 무리지어(군집) 있는 노거수 공간을 구분해서 정리돼 있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없는 '사라진 노거수'고 많다. 여러 원인으로 고사한 노거수의 흔적을 찾아 기록해 놓은 것. 대표적으로 월영동 월영대 감나무, 요장리 진해현 동림 노거수, 진해 중원광장 팽나무, 태백동 평지마을 우의송, 진동리 진해현 관아 벽오동, 감계리 내감마을 팽나무 등이다.

박정기 대표는 책을 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그는 "서울보다 넓은 창원 구석구석을 10년 넘게 발품 팔았으니 동네 신발가게에 도움이 된 사실만 인정해 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노거수를 왜 찾느냐"는 질문에 그는 "등산가에게 왜 높고 험한 산에 오르느냐 물었더니 산이 있어서란다. 노거수마을에서 나서 노거수를 보고 자랐고 어른이 되자 가는 곳마다 노거수가 있었다"며 "노거수 생태와 문화를 찾아가는 그 길에 오아시스 같은 사람을 만났고 둘이 되고 셋이 되고 더 많은 이들이 동행하여 '노찾사'가 태동했다"고 설명했다.

창원에 있는 노거수는 400그루 정도다. 이 가운데 '제원'이 우수하거나 보존 가치가 높은 나무는 277그루이고, 그중에 94그루가 보호수로 지정돼 있다. 책에는 192그루의 노거수가 실려 있다.

"노거수는 나무인가 신인가"라는 질문에 그는 "이 땅에 나서 신의 경지에 다다른 수령을 가진 노거수는 그대로 신목이 돼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목', 사람 소원을 들어주는 '소원목'이 된다. 이쯤 되면 나무가 아니라 이미 신이다"라고 말했다.

또 박정기 대표는 "노거수를 해치면 벌을 받는다"거나 "노거수가 있는 마을은 효가 있다" "노거수가 있는 마을은 범죄가 없다" "노거수가 있는 마을은 인물이 난다" "노거수는 관광 자원이다" "노거수는 방치가 답이다" "노거수는 제사를 지내면 오래 산다"는 말에 갖가지 사례와 들었던 이야기를 언급하면서 설명했다.

"자연은 방치가 답이다"라는 말에 그는 "노거수는 방치가 답인가 관리가 답인가? 우문이다. '제대로 된 관리가 아닐 바에야 차라리 방치가 낫다'로 귀결된다. 대책없는 방치가 아니라 함부로 손대지 마라는 뜻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노거수 수난의 역사는 시멘트가 나오고부터다. 1970년대 이후의 노거수 개체의 생존을 위협하는 결정적인 요소는 시멘트와 콘크리트를 이용한 과도한 관리"라며 "정답은 아니지만 무분별한 관리보다는 방치가 낫다"고 했다.

박 대표는 "나무는 자연생태 구성물이자 인류문화의 산물"이라며 "노거수는 자연유산이자 선조들의 애환이 스며 있는 역사문화자산으로 생태와 인문 가치를 동시에 지닌다. 따라서 노거수를 지키는 것은 그 지역 자연과 환경, 역사를 지키는 의의가 있다. 노거수는 생태적으로 관리하고 문화적으로 이용할 때 지속가능하다"고 했다.

최송현 부산대 교수는 추천사에서 "저자는 기존에 나와 있는 노거수의 이야기에 더하여 나무들을 직접 '알현'하고 '관찰'하며, 가슴으로 '느끼고' 돌봤다"며 "그래서 그가 만난 많은 나무어르신들의 사연을 하나하나 정리했다"고 말했다.

박정기 대표는 '우영우 팽나무'에 대해 책에서 "'노찾사'는 2015년 4월에는 창원 대산면 북부리 팽나무를 국내 최대 팽나무로 특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이 팽나무에 관광객들이 몰려들자 갖가지 보호 대책을 제시하기도 했고, 현장 조사를 벌인 문화재위원들한테 자료를 전달하기도 했다.
 
창원 의창구 대산면 북부리 동부마을 ‘팽나무’
 창원 의창구 대산면 북부리 동부마을 ‘팽나무’
ⓒ 박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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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노거수, #팽나무, #박정기 대표, #노찾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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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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