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여 년 전 섬 제주의 야만적인 학살의 진실을 알리는 현기영의 소설 <순이삼촌>이 창작 가극(opera)으로 태어나 9월 3일~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오른다.
 
2년 전 제주에서 초연한 가극 <순이삼촌>은 지난해 12월 경기아트센터에서 재연한 데 이어 올해 서울 공연을 통해 수도권 시민들과 만난다.
 
제주4·3평화재단(이사장 고희범)과 제주시가 공동 기획·제작한 4·3창작 가극 <순이삼촌> 제작발표회가 10일(수) 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열렸다.

이날 제작발표회에는 원작자 현기영 소설가, 예술총감독 강혜명 소프라노, 최정훈 작곡가, 김홍식 지휘자를 비롯해 출연배우로 김신규·이동명(상수역), 최승현(할머니역), 장성일·김성국(서북청년단 출신의 고모부역) 등이 참석했다.
 
가극  '순이삼촌' 시연 9월 3일(토)∼4일(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가극 '순이삼촌'에 출연할 배우들이 10일(수)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잔디밭에서 열린 시연에서 함께 합창하고 있다.

▲ 가극 '순이삼촌' 시연 9월 3일(토)∼4일(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가극 '순이삼촌'에 출연할 배우들이 10일(수)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잔디밭에서 열린 시연에서 함께 합창하고 있다. ⓒ 박진우

 
가극 <순이삼촌>을 총연출한 제주 출신의 세계적인 소프라노 강혜명은 "제주도 출신 예술가로서 사명감을 느껴서 이 작품을 만들게 됐다"며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을 때 현기영 선생님을 찾아가서 오페라로 만들고 싶다고 제안했고, 여러 번의 설득을 통해 작품으로 태어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가극 <순이삼촌>은 기획 단계부터 강혜명씨가 참여해 예술총감독과 주연을 맡게 되었다고 밝혔다.
 
소프라노 강혜명은 "<순이삼춘>을 공연한 지 3년이 됐다. 초연 때는 성악가 위주로 3시간이 넘는 공연이었지만 그동안 수정되면서 연극배우도 참여하는 등 발전"했으나 "참여 배우들이 가위눌림 등 정신적 고통"도 받으면서 작품이 이루어졌음을 밝혔다.

강 감독은 <순이삼촌>을 통해 가장 크게 중점을 둔 부분은 "4·3 유가족의 마음을 어떻게 위로할 수 있을까"였다며, 4·3의 정명과 정치적 책임과 관련하여서는 "정치 문제는 정치인이 푸는 것이고, 역사적인 문제는 역사가들의 일이다. 나는 예술가로서 사람들의 마음에 위로가 되고 4·3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방법을 고민했다"고 전했다.
 
가극 '순이삼촌' 제작발표회  9월 3일(토)∼4일(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가극 '순이삼촌'에 출연할 배우들이 10일 (수) 오전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가극  '순이삼촌' 제작발표회에서 4.3을 표현하고 있다.

▲ 가극 '순이삼촌' 제작발표회 9월 3일(토)∼4일(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가극 '순이삼촌'에 출연할 배우들이 10일 (수) 오전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가극 '순이삼촌' 제작발표회에서 4.3을 표현하고 있다. ⓒ 박진우

 
소설가 현기영은 10일(수)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열린 가극 <순이삼촌> 제작발표회에서 "4·3이 발생한 지 30년 만에 이 책을 썼으나 읽으면 감옥에 잡혀가던 시절"이 있었다. "대한민국의 심장부인 서울까지 4·3이 진입"하게 되었고, 가극을 통해 "4·3을 겪은 이들의 절규와 외침, 절실함을 국민들이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4·3에 대해 미국의 책임이 자유롭지 않은 만큼, 미국에서도 가극 <순이삼촌>이 공연되었으면 한다"며 미국의 정치적 책임에 대해 미국 국민들과 함께 공감을 해야 한다는 점도 밝혔다.

이번 공연에서 제주교향악단을 이끄는 지휘자 김홍식은 "제주교향악단 단원 중에는 실제로 4·3의 아픔을 겪은 가족을 가진 단원들도 있다"며 "모두 제주의 아픔을 연주로 표현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공연에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기영은 "4·3사건만큼 극단적인 '떼죽음'은 없었다"며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금기시됐던 4·3사건에 대한 절규가 여전히 충분히 알려지지 못하고 있다. 이런 일이 한 공동체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을 그 구성원들이 모르고 지나간다면 이런 일은 되풀이될 것"이라고 관심을 호소했다.

고희범 이사장도 보도자료를 통해 "4·3창작 가극 <순이삼촌>은 제주 창작문화예술 공연 콘텐츠 지평을 넓혀가고 있는 대표 작품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이번 공연이 제주4·3의 진실과 교훈을 전국으로 알릴 수 있는 토대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제주4.3평화재단과 현기영 선생은 4.3항쟁 75주년을 계기로 내년에 다른 지방과 함께 일본 공연도 구상 중임을 밝히며, "4·3을 전국에 알리는 걸 넘어서 전세계에 알려 나갈 것"이며, 특히 "이 가극 작품을 미국에서 공연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가극 '순이삼촌' 2020년 제주 공연  2020년 11월 10일 제주아트센터에서 공연한 가극 ‘순이삼촌’의 한 장면

▲ 가극 '순이삼촌' 2020년 제주 공연 2020년 11월 10일 제주아트센터에서 공연한 가극 ‘순이삼촌’의 한 장면 ⓒ 제주4.3평화재단

 
가극 <순이삼촌>은 "제1막, 살아남은 자들의 고통과 가해자의 시선과 이승과 저승이 맞닿은 학살 현장(2막),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닌 현실의 시작(3막), 비로소 눈 감은 순이삼촌과 기억해야 할 이름들(4막)로 구성되어 침울하고 무거운 감정으로 4·3의 고통을 생생하게 재현"했다고 밝혔다.
 
제주 4·3평화재단은 이번 공연은 4·3특별법 개정과 4·3희생자 보상(배상이 아님) 등이 가능하도록 한 "국민적 관심과 격려에 대한 보답의 마음과 함께 4·3희생자 유가족들과 도민들을 대신해 국민에게 바치는 헌정 공연의 성격"이라고 밝혔다.

조정희 제주4·3평화재단 기념사업팀장은 <순이삼촌> 제작발표를 하는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은 "4·3 당시 제주도민들이 불법적인 재판에 의해 20년 이상 형을 받고 복역한 곳"이라며 제작 발표회 장소에 대해 의미를 설명했다.
 
9월 서울 세종문화회관 공연에는 도립제주예술단, 극단가람, 제주4·3평화합창단, 클럽자자어린이합창단을 비롯해 밀물현대무용단 등 약 230명이 출연하게 되는데 학살의 정치적 책임 국가인 주한미국대사와 가해기관인 국방부와 경찰청, 법무부, 그리고 재향군인회와 경우회 전·현직 회장들의 관람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가극 '순이삼촌'  9월 3일(토)∼4일(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가극 '순이삼촌' 공연에 대한 안내

▲ 가극 '순이삼촌' 9월 3일(토)∼4일(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가극 '순이삼촌' 공연에 대한 안내 ⓒ 박진우

 
제주4·3항쟁은 "미국군사정부시기인 1947년 3월 1일 경찰의 발포사건을 기점으로 하여 경찰과 서북청년단의 탄압에 대한 저항과 남쪽만의 선거와 남쪽만의 정부 수립의 반대를 기치로 1948년 4월 3일 남로당 제주도당 무장대가 무장봉기한 이래 1954년 9월 21일 한라산 금족지역이 전면 개방될 때까지 무장대와 토벌대간의 무력충돌과 토벌대의 진압과정에서 수 많은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이라고 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순이삼촌 오폐라 4.3평화재단 현기영 세종문화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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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에 보장된 정의의 실현은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과정이라 생각하며, 주권자로서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실천하는 시민들의 다양한 노력이 지속될 때 가능하리라 믿는다. 지방자치는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토대이며,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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