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2.23 07:33최종 업데이트 21.12.23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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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네트워크 넥스트 브릿지(Next Bridge)는 지식경제, 기후, 디지털,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등 전환의 시대를 직면하여 비전과 정책과제를 연구하는 포스트 386 세대(90년대 대학을 다닌 사람에서 90년대생 청년) 중심의 연구자·정책 전문가의 네트워크다. 넥스트 브릿지는 주권자인 국민들이 사회 지향과 정책과제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와 사회발전이 가능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정책담론을 위한 대중적인 소통을 희망하며 다양한 분야의 정책 전문가들이 자기 분야의 정책과제를 가지고 매주 정책 칼럼을 연재한다.[편집자말]
문재인 정부 내내 이어진 집값 폭등과 부동산 실정으로 인한 민심이 사나운 가운데 시작된 2022 대선이 불과 7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를 앞두고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문재인 정부와 집권여당의 아킬레스건인 부동산의 강을 건너려는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연일 내놓는 부동산 대책에 대해 정치권의 반응과 국민의 관심이 뜨겁다.

이 후보는 지난 13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제도를 시행한 후에 종부세를 부과했다, 다주택자들에게 다주택을 해소할 기회를 부여해주는 것이 필요하다"라면서 지난 6월 시행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제도를 1년 동안 일시 유예하자고 제안했다. 다주택자 종부세로 보유세 부담이 높아진 상태에서 양도세 중과세 제도가 시행되다 보니 다주택자들의 매물 잠김 현상이 생겼고, 따라서 다주택자가 주택을 팔 수 있도록 양도세 중과세를 추가 유예해주자는 주장이다.

이에 청와대를 중심으로 한 정부는 '부동산 3법 시행 이후 양도세 중과세를 피할 시간이 충분했고, 다시 중과세를 유예하면 서둘러 매각한 사람만 손해가 된다'면서 정책의 일관성과 시장의 혼란을 들어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후보 캠프에서도 비판적 의견이 대두되었다.
 

정부와 부동산 ⓒ 권우성

 
이 후보는 지난 주말에는 공시가격 관련 제도의 전면 재검토를 제안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 큰 폭으로 상승한 주택가격이 곧 발표될 2021년 공시가격에 반영되면 재산세는 물론 건강보험료 증가, 복지수급 탈락 등 국민 부담으로 이어지니 올해 수준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재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 계획을 유예하고 세부담 상한 비율도 낮추자고 주장했다.

아울러 68개 민생 제도에 영향을 미치는 부동산 공시가격 인상으로 복지수급자격 등에서 탈락하지 않도록 기초연금, 장애인연금, 기초생활보장 등 복지제도에 주택가격 인상분을 감안한 '조정계수'를 서둘러 도입하자고 했다.


이에 정부와 여당은 당정협의를 통해 공시가격 변동으로 1 주택을 보유한 서민과 중산층의 재산세 등 세부담이 늘지 않게 내년 주택 보유세 산정기준으로 올해 공시가격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공시가격 관련 제도도 서둘러 개선하기로 했다.

민주당 후보로서의 정체성까지 의심받는 이 후보의 일련의 파격적인 '정책 폭탄'은 그동안 세금 폭탄을 주장하던 일부 언론과 야당의 주장을 선제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기에 이들로서는 환영 논평이라도 내야 할 판이다. 그러나 야당은 일제히 '조삼모사식 정책', '노골적 관권선거', '대선 매표 행위'라고 비난을 퍼붓고 있다. 그러면서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문 정부와 거리두기?

이 후보의 일련의 부동산 대책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으로 중도층을 끌어안고 성난 부동산 민심을 달래려고 문재인 정부와 거리를 두는 것이라고 흔히들 분석한다. 과연 그럴까.

우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일시 유예 제안의 경우 청와대와 정부가 나서 모두 반대를 하고 있으니 현 정부 정책 기조와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최근 그간 수요 억제 정책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신도시 개발, 도심 고밀도 개발 등 신규 공급을 늘리는 적극적인 공급 확대 정책을 강력하게 펼치는 한편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양도세 중과세 입법으로 더 많은 주택이 시장에 나오게 하는데 집중해 왔다.

정부는 그간 1 주택자들의 세부담을 줄여주는 데 집중해 세부담을 크게 경감하고 다주택자와 법인에 징벌적 세제를 완성했다. 이로써 세금 폭탄을 실제로 체험하게 된 다주택자들과 법인은 이제라도 세금 폭탄에서 탈출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양도세  중과세에 가로막혀 있다 보니 매물로 내놓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이 후보의 제안은 공평 과세와 조세 정의를 위한 보유세나 불로 소득에 대한 중과세 기조를 벗어난 것이 아니라 빌라, 원룸 종부세 합산 배제에서 탈락된 임대사업자 등 향후 무거운 보유세를 감당할 수 없는 다주택자들이 보유 주택을 서둘러 처분할 수 있게 하여 청년과 무주택 서민들에게 주택 공급을 늘리자는 것이다. 

시장에 부족한 주택 신축 공급을 보완해 기존 주택을 원활하게 공급하는 것은 핵심적인 주택 공급 확대 정책이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일시 유예가 정부의 주택 공급 확대 정책을 돕기 위한 것이니 이는 정부의 정책 기조와 다를 것이 없다. 막혔으면 뚫어야 한다. 세제 당국의 좁은 눈이 아닌 정부 주거복지 정책의 큰 틀에서 바라봐야 한다.

공시가격 조정이 선거개입?

공시가격 제도 제안은 어떨까. 지난해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대한 공시가격 상승률은 19.05%였다. 이 정도에서 여야는 공시가격 상승분에 대한 서민과 중산층의 부담을 덜기 위해 서둘러 재산세 낮은 세율 적용 대상을 6억 원에서 9억 원까지 높였고 종부세 비과세 범위도 9억 원에서 11억 원까지 대폭 조정했다.

그 덕분에 오른 공시가격에도 1 주택자들은 재산세나 종부세 부담이 크게 높아지지 않았고 '세금 폭탄'은 제거되었다. 하지만 공시가격 상승으로 인한 건강보험 부담이나 복지혜택 탈락 등의 부수적 문제는 충분히 해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올해 집값이 2020년에 비해 더 올랐다. 게다가 2030년까지 시세의 90%까지 공시가격을 현실화하려는 로드맵까지 실행된다면 곧 발표될 주택 공시가격은 올해보다 20~30% 높아질 것이 확실하다.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적용하면 공시가격의 상승 압력은 더 커진다. 예컨대 시세가 5억 원, 공시가격이 2억 5천만 원으로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50%였던 집이 10억 원으로 오른 상태에서 현실화율을 70% 높이면 공시가격은 무려 7억 원이 된다. 현실화율을 50%로 그대로 두어도 5억 원이 되어 시세 변동만큼 그대로 공시가격에 반영될 텐데 현실화율까지 높이면 증가율은 훨씬 커진다. 올해가 딱 그런 시기다.
 

23일 오후 서울 강남우체국에 종합부동산세 고지서가 집배순로구분기 앞에 놓여있다. 2021.11.23 ⓒ 연합뉴스

 
이런 비상한 상황이라면 국민의 세 부담이 급격이 높아지지 않고 복지 혜택이 박탈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작년 충분히 대비하지 못한 건강보험료 인상이나 복지 혜택 탈락 등의 문제도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은 국민 보호와 국정을 책임진 이들의 당연한 책무다.

돌이켜 보면 사실 공시가격 전면 재검토는 지난 보궐 선거 때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를 비롯한 야당에서 줄기차게 요구한 사항이다. 일부 언론도 연말이나 부과될 종부세에 대해 공시가격을 조정하지 않으면 세금 폭탄이 될 거라며 불안감을 조성해 선거에서 재미를 보았다.

당시 일부 언론은 은마 아파트 거주 은퇴자의 종부세 예상액을 부풀려 종부세 세금폭탄론을 제기했고, 국민의힘 조은희 서초구청장과 원희룡 제주지사는 선거를 이틀 앞두고 야당 당사에서 '불공정한 공시가격 정상화' 기자회견을 열어 관내 아파트 공시가격이 잘못 산정된 사례를 들면서 불복할 것이라고, 지자체장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행동까지 했다.

가만 두면 공시가격이 20~30% 인상 조정될 것이 뻔한 상황에서 공시가격 관련 제도에 손대는 것을 관권 선거라고 주장하는 '내로남불' 야당을 보면 얼굴이 뜨겁다. 야당과 일부 언론은 작년 공시가격 발표 때, 또 지난 보궐 선거 때, 아직 나오지도 않은 종부세를 미리 예상해 국민을 걱정했듯, 공시가격 인상으로 혹여 부담할 세금과 복지 혜택 탈락을 예상하고 공시 가격 제도를 고쳐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자고 해야 맞다.

변절인가 민생인가

자신의 정책 방향이나 선거의 유불리로 판단하는 정부나 야당, 언론의 문제 제기가 아니더라도, 이 후보의 부동산 대책이 이미 집을 가진 국민을 위한 정책으로 집값폭등으로 집을 갖지 못해 상대적 박탈감에 빠진 국민을 위한 정책이 되지 못한다고 비판하는 것은 가능하다. 또 이 후보가 지금까지 강조해온 불로 소득과 재산과세 강화, 공평 과세와 조세 정의에 배치되는 것으로 여겨 향후 기본소득이나 지대 개혁 등 핵심 정책 추진에 어려움이 있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올해 종부세의 경우 다주택자와 불필요한 주택을 가진 법인에 집중적으로 중과세하는 입법 시행이다 보니 억울한 다주택자와 법인들의 피해도 발생했다. 이 후보도 움막 같은 농어촌 주택 때문에 다주택자로 중과세 되는 사례가 발생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사 목적으로 과세기준일 현재 일시적인 2 주택, 고향에 있는 1억 원에도 미달하는 농가 주택, 소수 지분을 상속받은 주택까지 다주택자로 규제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 집값 폭등세를 잠재우려고 2020년 2 주택 이상 다주택에 대해 예외 없이 중과세 해 선의의 피해자들도 나왔다. 법인의 경우도 구성원 1인 1 주택으로 볼 수 있는 경우까지 다주택 규제를 하는 것은 무리다.

누가 보아도 규제해야 할 다주택자라고 볼 수 없는 국민이 다주택자로 몰려 감당할 수 없는 세금을 부과받는데도 정책의 일관성을 이유로, 집을 많이 가진 국민만을 위한 정책이라는 이유로 손을 놓고 있을 순 없다.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 연합뉴스

 
마찬가지로 현재의 종부세와 양도세 중과 제도는 보유세와 자본 이득이니 과세를 강화하는 것이 조세 분야의 정책 방향으로 맞지만, 지금 청년과 신혼 세대 등 무주택자들에게 주택 공급을 대폭 늘려야 하는 주거복지 부동산 정책이 충돌한다면 정부여당은 조세정책 수단을 한시적으로 희생해서라도 국민 복리에 더 적합한 큰 정책을 선택해야 하는 것이 온당하다.

비상한 시기에 습관적인 정책과 작은 명분에만 기대어 국민의 고통을 덜기 위한 일시적 충격 요법과 비상수단을 강구하지 않는다면 무책임하다. 필요하면 사회적 합의에 부쳐서라도 부동산 문제에서 서둘러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 국정을 맡은 정부여당은 물론 세금 폭탄에 걱정이 많은 야당과 언론이 취해야 마땅할 본분이다.

*필자 소개: "세상에 좋은 세금은 없다"는 윈스턴 처칠의 말, 하지만 좋은 세금은 충분히 가능하다. 납세자 국민과 정부가 모두 만족하는 세금이 그것이다. 1999년부터 억울하고 답답한 세금에서 국민을 보호하는 활동과 납세자권리를 연구하는 활동을 하며, 세금을 세금답게, 시민을 세금 주인답게 만드는 좋은세금 만들기와 납세자주권 찾기를 사명으로 삼고 있다. 현재 세무법인 굿택스 대표, 한국납세자권리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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