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1.10 13:05최종 업데이트 21.11.11 08:12
  • 본문듣기
정책네트워크 넥스트 브릿지(Next Bridge)는 지식경제, 기후, 디지털,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등 전환의 시대를 직면하여 비전과 정책과제를 연구하는 포스트 386 세대(90년대 대학을 다닌 사람에서 90년대생 청년) 중심의 연구자·정책 전문가의 네트워크다. 넥스트 브릿지는 주권자인 국민들이 사회 지향과 정책과제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와 사회발전이 가능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정책담론을 위한 대중적인 소통을 희망하며 다양한 분야의 정책 전문가들이 자기 분야의 정책과제를 가지고 매주 정책 칼럼을 연재한다.[편집자말]
인터넷을 보다 보면 2003-2004년 인기 시트콤이었던 MBC <논스톱4>에서 고시생 역할로 나온 앤디의 명대사를 언급하는 사람들이 있다. 앤디는 수시로 "아시다시피 장기화된 경기침체로 인한 청년실업이 40만 명에 육박한 가운데 미래에 대한 철저한 준비 없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겠습니까?"(회를 거듭할수록 50만, 60만으로 늘어난다)라는 대사를 날리고 다녔는데, 17년이 지날 동안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청년실업자 100만 명을 넘어서게 된 현실에 대한 자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보면 어렵게 취업을 하고도 1년을 버티지 못하고 조기 퇴사하는 MZ세대 사원들이 흔하다고 한다. 취업 플랫폼들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절반 이상이 조기 퇴사하는 신입사원들을 경험하며, 그 숫자도 취업한 직원들의 1/5에 달한다. 장기화되고 만성화된 청년실업이 존재하는데 다른 한편에선 쉬이 퇴사하는 신입사원이 늘어나는 이 현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서 청년단체 회원들이 '2022 대선 대응 청년행동' 발족식을 열고 청년요구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1.9.1 ⓒ 이희훈

 
2001년 5월 7일 김대중 대통령의 '청년실업대책' 지시 이후 20년이나 지났다.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도 매년 청년대책을 발표해 왔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청년실업은 변한 게 없다. 코로나19로 경제·사회 전반에 상당기간 악영향이 불가피하지만, 특히 '코로나 청년세대'의 경우 향후 5년 간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된다. 청년세대에게 문제없다는 듯이 힘내라고 격려하기에는 처한 삶의 현실이 너무 고단하다. 

우리나라 역시 일본처럼 생산 가능 인구의 감소에 따라 청년 취업난이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생산 가능 인구의 감소가 청년 취업난 해소로 이어지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본질적으로 대졸 고학력 청년의 취업난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것이지, 일자리 양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건 아니었다. 기업규모 간 임금 및 근로조건의 격차가 해소되지 않는 한 중소기업에 대한 취업을 기피하는 인력수급의 미스매치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 

양질의 일자리 부족

일자리, 주거, 금융, 정신건강 등 청년층 삶의 지표가 엉망이다 보니 정부는 '청년고용활성화대책', '청년특별대책' 등 발표를 통해 인건비 지원 고용촉진사업 등 각종 정책 및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중앙부처 간,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간, 지방자치단체 내 광역과 기초 간 등 각급 기관들 사이에 다수의 중복사업이 발생한다.


또한 지원 규모 및 물량 위주의 사업이 많아 취업과 바로 연계되지 않거나, 일시적·단기적 일자리 창출에 머물고, 지역의 산업수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일각에선 땜질식, 보여주기식 정책이라는 비판도 있다.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청년고용이 부진한 이유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주된 이유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유노조와 무노조 등으로 노동시장이 이중구조화 되어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월평균 임금은 대기업 월평균 임금의 약 63% 수준으로, 기업규모 간 임금격차가 크다.
 

취업박람회에 모인 구직자들 4일 오후 서울 강동구청 앞 잔디광장에서 열린 2021 강동 취업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입장을 위해 줄을 서고 있다. ⓒ 연합뉴스

 
또한 근로조건에서도 고용안정성이 낮고, 복리후생 제도가 미흡하며, 자기개발과 성장가능성이 낮아 청년들이 외면한다. 기업규모 간 임금 및 근로조건 격차가 큰 상황에서 청년들이 대기업, 정규직, 유노조의 일자리에 진입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이다.

그러나 중소기업 전체 사업체 수가 우리나라 기업체의 99.9%를 차지하며, 이들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종사자 수가 83.1%나 된다(중소기업중앙회, 2020년 중소기업 현황). 실업률 통계에 잡히지 않는 공시생과 대기업 취준생까지 고려한다면 중소기업을 좋은 일자리로 만드는 노력은 청년고용 문제 해소와 밀접하게 연관될 수밖에 없다.

[관련기사] 사무직도 노가다... 떠나는 청년 붙잡는 법 (http://omn.kr/1vu0j)

프레카리아트 못 담는 사회보장제도

기술혁명의 가속화와 코로나19 확산으로 노동시장이 급변하면서 불안정한 노동자라는 의미의 프레카리아트(Precariat)가 급증했다. 플랫폼 등의 출현으로 고용주와 근로계약에 따른 임금노동자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자영업자와 플랫폼 종사자가 증가했다. 또한 기술발전을 선도하는 소수계층의 소득은 올라가지만, 개인사업자와 플랫폼 종사자 등 다수계층은 낮은 소득 수준에 머물고 있다.

눈 깜짝할 사이 비정형 불안정 노동자들이 급증하고 소득격차가 확대되어 고용과 소득의 불안이 심화되고 있는데도, 보편적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기존 사회보장제도는 국민의 기본생활보장에 실패하고 있다. 비정형적 노동자들과 자영업자들 상당수가 사회보험(고용보험, 건강보험, 산재보험, 국민연금)과 사회수당(아동, 장애인, 노인), 그리고 선별적 프로그램인 공공부조(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국민취업지원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 
 

비정형적 노동자들과 자영업자들 상당수가 사회보험과 사회수당 그리고 선별적 프로그램인 공공부조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명동 거리를 오가는 시민들. 2021.2.13 ⓒ 연합뉴스

 
현재 사회보험은 근로를 통해 소득이 있는 사람에게만 작동되기 때문이다. 또한 현행 시스템은 보편적 복지국가를 지향하며 사회적 위험과 복지 욕구(요구)가 있으면 사고가 났을 때 '모두'(누구나)를 재정적으로 지원한다고 하지만, 자산조사 등 요건심사 없이 무조건·보편적으로 지급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결국 수급자격 심사과정에서 사각지대가 발생하게 된다.

특히 청년세대는 대기업의 경력직 채용 확대 등 제한된 양질의 일자리 경쟁에서 밀려나 영세중소기업 임금노동자로, 청년창업 자영업자로, 프리랜서, 플랫폼노동자, 특수고용종사자 등으로 떠밀리고 있다. 이러한 비정형 일자리는 사회보장의 사각지대이며 근로환경 또한 상시적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더 안 좋은 상황에 있는 이들은 졸업 이후 공시생, 취준생, 구직단념생, 청년니트, 고립청년들이다. 소위 이들 비경제활동인구가 급증하고 있다(체감실업률 청년공식실업률의 2.7배, 2021년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보조지표). 이들은 구직의욕도 없고 실업통계에도 잡히지 않는다.

청년정책 새판 짜기

다음 정부에서는 영세중소기업 청년 임금근로자, 비정형 불안정 노동자, 일하고 싶은 욕구가 충족되지 않은 비경제활동인구의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할 수 있도록 구조개혁이 필요하다. 청소년→청년→성인부모로의 이행기간(19~34세) 동안 임시·단기 지원이 아닌 장기 지원으로, 부모 소득·자산 등 심사 없이 무조건 지원으로, 구직자나 재직자 구분 없이 기술혁명에 대응하여 자기주도적 학습이 가능하도록 안정적인 소득지원을 해야 한다.

예컨대 특성화고 재학생의 경우, 2차 전지, 시스템반도체 등 첨단 분야 관련 지역 중소기업에 취업할 조건으로 재학하는 기간 동안 장학금을 지급하고, 중소기업 입사 후에는 생계 걱정 없이 장기간 재직할 수 있도록 청년연령(19~34세) 동안 청년기본소득을 보편 지급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 기업에는 청년고용에 대한 세금혜택과 인건비 지원 등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또한 특성화고 졸업 후 중소기업 재직자가 군 입대할 경우, 산업기능요원·부사관·특기병으로 주특기를 연결해 주고, 제대 후에는 청년기본소득과 함께 대학 학비(예시: 학점은행제, 주말 4년제 대학 과정)를 지원해 주면 자신이 속한 산업분야의 마스터 또는 연구개발자로 성장해 나갈 것이다. 

이런 식으로 취업 정책에 청년 기본소득까지 정책적으로 결합한다면, 청년들은 기본생활 보장과 함께 기술변화에 안정적으로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IMF 이후 해결하지 못한 사회 양극화라는 구조적 문제가 다음 정부에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 필자 소개 : 송수종은 한국고용정보원 청년정책허브센터에 재직 중이며 청년정책 연구개발 및 모니터링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중앙대학교 법과대학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농산업교육과에서 산업인력개발학을 전공하며 교육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독자의견


다시 보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