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2.07 13:30최종 업데이트 22.02.07 13:30
  • 본문듣기
정책네트워크 넥스트 브릿지(Next Bridge)는 지식경제, 기후, 디지털,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등 전환의 시대를 직면하여 비전과 정책과제를 연구하는 포스트 386 세대(90년대 대학을 다닌 사람에서 90년대생 청년) 중심의 연구자·정책 전문가의 네트워크다. 넥스트 브릿지는 주권자인 국민들이 사회 지향과 정책과제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와 사회발전이 가능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정책담론을 위한 대중적인 소통을 희망하며 다양한 분야의 정책 전문가들이 자기 분야의 정책과제를 가지고 매주 정책 칼럼을 연재한다.[편집자말]

2020년 2월 27일 화섬식품노조 타투유니온지회가 설립됐다. ⓒ 화섬식품노조

 
타투이스트(Tattooist, 문신사)들이 2020년 2월 27일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정확하게는 전국화학섬유식품노동조합이라는 산업별 노동조합에 개인별로 가입하고, '타투유니온지회'를 만든 것이다. 2022년 1월 현재 650여 명의 조합원을 조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의 노동조합 가입 또는 설립이 주목되는 이유는 이들이 자신의 점포를 가지고 사업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즉, 자영업자가 스스로 노동자임을 자처하고 노동조합을 조직했기 때문이다. 쉽게 생각해서 "노동자"는 "노동"을 하는 사람을 의미하고, "노동"은 "일"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넓게 이해한다면, 타투이스트도 노동자임은 분명하다. 이렇게 보면 자영업자인 타투이스트가 노동자임을 자처하면서 노동조합을 조직한 것은 그다지 놀랄만한 일은 아닐 것이다.

근로자의 열린 정의

참고로 이러한 해석은 우리 대한민국의 헌법 정신과 국제노동기구(ILO)의 협약 취지와도 일치한다. 먼저 1948년 헌법 제정 과정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노동3권의 주체를 넓게 이해하였다. 제정 헌법 제18조(지금의 제33조 제1항에 해당)에서도 "근로자"라는 개념을 사용하였는데, 그 의미에 대해서 헌법안 기초자인 유진오 박사는 이렇게 설명한다.
 
"이 18조의 '근로'라는 말은 도회의 노동자를 상대로 쓴 말입니다. 그러나 농민이라고 하더라도 농민조합을 만든다든가 하는 권리는 역시 18조에 의해서 보장된다고 말씀하겠습니다."

1948년 우리나라의 농민 중에 상당수는 소작농이었겠지만, 자영농도 존재하였다. 유진오 박사는 이러한 농민도 근로자라고 명언(明言)하고 있는 것이다. 참고로 ILO의 1921년 농업노동자의 결사권 협약에서 농업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에 대해서 이 협약이 적용된다고 명시하였다.

다음으로 우리나라가 비준한 단결의 자유에 관한 ILO 제87호 협약과 제98호 협약에서도 노동3권의 주체를 넓게 이해하고 있다. ILO 협약은 단결의 자유를 누리는 주체를 임금노동자를 의미하는 "employee"가 아니라 "worker"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 worker에는 employed worker(임금노동자)뿐만 아니라 self-employed worker(자영업자)도 포함된다.


ILO 협약이 이미 임금노동자와 자영업자를 포함하여 노동자 일반을 단결의 자유의 주체로 인정하고 있고, 이들 협약을 우리나라가 비준한 이상 헌법에서 말하는 "근로자"에는 "자영 노동자"가 포함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헌법 제6조 제1항에 따르면, "헌법에 의하여 체결·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동법적으로 보면 이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난점은 노동조합을 조직할 권리(즉 단결권)를 포함하여 단체교섭을 할 권리, 단체행동을 할 권리는 헌법 제33조에서 "근로자"의 권리로서 보장하고 있다는 점에 연유한다.

헌법에서는 "근로자"가 누구인지를 정의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는 곧 헌법을 해석하는 문제가 되는데, 헌법이라는 법률을 해석하는 다양한 방법을 적용해도 명확한 범위를 설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통상적으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른바 노동조합법)의 "근로자"의 개념 정의 조항을 통해서 헌법 제33조 제1항의 근로자가 누구인지를 해석해왔다.

노동조합법은 "근로자"를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를 말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이라는 문구가 있지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이라는 것이 무엇인지가 모호하다. 이러한 모호성으로 인해 단결권의 주체인 근로자인가를 둘러싸고 지난 30여 년 간 노동운동진영, 학계, 법조계에서는 치열한 투쟁과 논쟁이 있었다.

이러한 투쟁과 논쟁의 성과로 골프장 캐디, 보험모집인, 택배기사, 학습지교사, 배달종사자, 퀵서비스 기사, 대리기사 등과 같이 다른 사람의 노동력을 이용하지 않으면서 주로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보수를 받아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도 헌법 제33조의 노동3권이 보장되었다. 법원 및 노동위원회, 고용노동부는 여전히 이들을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 근로자로 인정하는 데 부정적이지만, 노동3권의 주체로서는 관대하게 인정하고 있다.

자영업자와 근로자, 그 경계의 모호함

골프장 캐디, 보험모집인, 택배기사, 학습지교사 등의 노무제공 형태를 보면 거래 상대방에 '종속'적인 관계, 특히 경제적인 종속 관계에 있다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이들 '종속자영업자'들과는 달리 거래 상대방에 대해 '독립'적인 관계에 있는 타투이스트와 같은 '독립자영업자'들은 여전히 노동3권의 주체인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여 노동3권을 누릴 수 없다.

하지만 거래 상대방에 대한 경제적 종속 여부로 독립자영업자와 종속자영업자로 나누는 것은 상당히 애매모호하다. 그 모호성의 예시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들 수 있다. 프랜차이즈는 본질적으로 프랜차이즈 본사가 정한 방식대로 운영해야 한다. 프랜차이즈 점주는 당연히 프랜차이즈 본사에 "종속"되어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핵심 이슈는 프랜차이즈 본사와 점주를 노동조합법 상의 "사용자"와 "근로자"로 볼 수 있는가 여부이다.

우리나라에는 이에 관해서 판단한 법원의 판결과 노동위원회의 결정은 없지만, 일본에서는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운영되는 편의점의 점주가 노동조합법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를 노동위원회에서 다툰 적이 있었다.

오카야마현과 동경의 지방노동위원회는 이들 편의점 점주가 노동조합법의 근로자임을 인정하여 이들이 결성한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요구에 편의점 본사가 성실하게 응할 것을 명령하였지만, 중앙노동위원회는 편의점 점주는 편의점 본사에 노무를 제공하고 그에 따른 수입에 의해서 생활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사업을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일본 중앙노동위원회도 편의점 점주와 편의점 본사와 사이에 거래 조건에 관한 교섭력의 격차가 존재하는 것은 부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이 격차에 의하여 발생하는 문제를 노동조합법상의 단체교섭에 의해서 해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편의점 본사와 편의점 점주의 관계는 사업자 대 사업자 간의 관계이기 때문에 이들 간의 거래 조건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공정거래법과 같은 경제법의 적용을 통해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말미에 덧붙이고 있다.

단체교섭은 권리이지 구걸이 아니다

이렇듯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는 자가 그 힘을 이용하여 거래조건을 일방적으로 자신에게 유리하게 정하지 못하게 하고 이를 위반하면 국가가 제재하여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자는 발상은 노동법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근로기준법이나 최저임금법이 그 전형이다.

하지만 국가가 사적인 경제 주체의 거래 관계에 개입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그 한계를 넘는 영역에서 거래 조건을 향상하는 것을 경제 주체들에게 맡겨놓아서는 교섭력 격차에 따른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노동법은 노동시장에서 경제적 약자인 근로자가 스스로 단결하여 그 힘으로 법에서 정한 조건 이상의 유리한 조건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가능성을 부여하고 있다. 이것을 헌법에서는 노동3권으로 확인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노동법이 다른 경제법이나 소비자보호법과 다른 특징인 것이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서 생존권 결의대회를 열어 정부의 코로나19 방역대책에 반대하며 방역패스 철회, 영업제한 철폐,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철폐 등을 요구하고 있다. 2021.12.22 ⓒ 유성호

 
사실 단결의 힘을 통하여 거래 조건을 개선할 수 있도록 하는 법 제도는 근로자의 전유물이 아니다. '중소기업협동조합법'은 중소기업협동조합이 할 수 있는 업무로 위탁 사업자 및 원사업자와의 "협의"를, '가맹사업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은 가맹사업자의 권리 중 하나로 가맹본부와의 "협의"를 인정하고 있다. "협의"라는 완곡한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 눈에 거슬리지만, 이러한 협의 요청을 받은 위탁 사업자, 원사업자, 가맹본부는 모두 성실하게 협의에 응하여야 한다고 이들 법률은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그 한계는 명확하다. 협의 요청에 응하지 않거나 성실하게 협의하지 않더라도 법적으로 이를 강제할 방법이 없다. 결국 경제적 강자의 선의에 기댈 수밖에 없다. 나아가 이러한 협의를 요청할 수 있는 단체를 구성하는 것조차 많은 제약이 따른다. 처음부터 단결하여 교섭함으로써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들의 거래 조건을 유지·향상시키는 것이 매우 어려운 법제도이다. 이 점에서 노동법상의 단체교섭권 보호와 천양지차를 보인다.

이와 같은 차이가 발생한 이유는 단 하나이다. 이들은 애초부터 독립된 사업자이기 때문에 근로자가 아니고, 따라서 단결권의 주체가 되지 못한다는 전제 하에 법을 제정하고 해석하고 적용하였기 때문이다.

다양해지는 근로 형태

노동의 오랜 역사에서 볼 때 임금노동이 노동 형태의 핵심적 지위에 오르게 된 것은 19세 이후 산업사회부터다. 즉 임금노동은 산업사회에서 요구되는 노동 방식(물질적인 어떠한 것을 생산하는 노동)에 전형적으로 적용된 방식(prototype)이다. 자본주의 경제에서 중요한 관심은 자본과 노동의 결합에 있기 때문에 임금노동은 관리되어야 하는 주된 대상이었다.

가사노동이나 자영업 등 다양한 형태의 노동을 법적으로 보호해야 할 "노동"으로 보지 않은 이유는 주된 관심의 영역에서 벗어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노동력"의 주체(membership of the labor force)는 노동법의 보호 영역에서도 배제되었다. 하지만 명확히 시대는 변화하고 있고, 그 변화는 비가역적일 것이다

노동시장과 노동생활의 영역에서 유연성은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왔고 그에 따라서 노동을 하는 사람의 지위의 전환 가능성도 증가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프랑스의 노동법 학자 알렝 쉬피오가 교수가 주장하는 것처럼 고용을 넘어서는 다양한 형태의 근로(Work)에 대해서 기본적인 노동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임금근로(paid employment)뿐만 아니라 직업적 활동(occupational activity)을 하는 사람에 대해서도 그에 맞는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어느 하나의 경제활동 종사자의 지위, 직업적 지위에 대해서만 특별한 권리를 부여하는 것으로는 노동을 보호할 수 없다. 이것이 모든 일하는 사람을 위한 노동법의 제정을 주창하는 사람들의 기본적인 생각이다. 이를 위해서 먼저 자영업자들을 포함한 모든 일하는 사람에 대해서 노동조합을 할 권리,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보장해야 한다.

* 필자 소개: 정영훈은 헌법재판소와 국회미래연구원을 거쳐서 현재 한국노동연구원에서 노동법을 연구하고 있다. 노동을 하는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누려야 할 권리와 개별 노동의 유형과 특성에 따라서 특별히 보장되어야 하는 권리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다.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독자의견


다시 보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