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8월 30일 기획재정부가 2023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을 반영하지 않았습니다. 지역화폐 예산을 전액 삭감하겠다고 합니다. 지역화폐의 여러 기능을 다시 재조명하고자 지난 25일 <오마이뉴스>에 게재된 기사를 소개합니다.[편집자말]
경기 용인시가 지역화폐 ‘용인와이페이’.
 경기 용인시가 지역화폐 ‘용인와이페이’.
ⓒ 용인시

관련사진보기

 
"지역화폐 어떻게 될 것 같아요?"

요즘 주변에서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다.

발단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최근 국회 대정부 질의응답이었다. 지난 7월 26일 추 부총리는 "전국 지역화폐를 중앙정부 예산으로 대대적으로 지원한 데 대해 학계 등 전문가의 많은 지적이 있었고, 원점에서 실효성을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각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해야 한다. 중앙정부 예산으로 광범위하게 지원하는 형태는 재고돼야한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지원 예산 축소는 올해부터 있었다. 정부는 2022년 국비 지원액을 2021년보다 5000억 원 이상 적은 7053억 원으로 편성했다. 그 결과 경기도의 경우 국비:도비:시비 지역화폐 인센티브 비율이 4:3:3 수준으로 편성되었다. 지난해는 8:1:1 수준이었다.

정부의 올해 급격한 지역화폐 지원 축소로 인해 각 지자체들은 지속가능성의 한계에 부딪치게 되고, 인구수가 많아 발행량이 큰 광역시·대도시를 중심으로 지역화폐 인센티브 축소 및 중단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이 와중에 추 부총리의 발언이 나오자 곳곳에서 지역화폐가 내년부터는 발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마저 나오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부정적 견해?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도 예산안과 관련해 상세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2.8.30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도 예산안과 관련해 상세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2.8.30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사실 관계부터 톺아보자. 추 부총리의 재고 발언의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효과성에 대한 학계 및 전문가들의 의문. 그 근거는 2020년 조세재정연구원의 보고서이다. 조세재정연구원은 '지역화폐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 보고서를 통해 "특정 지역 소비가 늘어나도 국가 전체적으로는 소비 증대 효과가 없다. 지역화폐는 소비자가 원래 쓰려고 한 현금을 대체하는 것에 불과하다. 지역화폐를 쓸 수 있는 업종에만 소비가 몰리게 하는 문제를 불러 온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지역화폐를 대신해 전통시장 상품권인 온누리상품권의 확대'를 대안으로 지목했다.

지역화폐 도입의 가장 큰 목적은 '역외소비방지'이다. 서울·수도권으로 지역소비의 부가 몰리는 것을 막고 지역 내 소비로 돌려보자는 것이다. 서울·수도권에 본점이 몰려있는 대형마트, 백화점, 온라인쇼핑몰, 대기업 직영점 및 프랜차이즈 등이 지역화폐 가맹점이 안 되는 이유이다.

다시 말해 지역화폐는 국가 전체적인 소비 증대가 목적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난맥상 중에 하나인 부의 서울·수도권 집중 현상을 조금이나마 해소해 보자는 의도로 시작된 것이다.

지역에서만 쓰게 한 지역화폐는 다음단계로 지역 내 소외된 소비처에서 순환시키자는 목적이 덧붙여진다. 그래서 대기업상권에서는 못쓰고 주로 골목상권에서만 쓰도록 지자체마다 가맹점 기준을 정한다. 간단히 말하자면 그동안 별다방에 가던 소비자의 발길을 동네카페로 돌리려는 것이다. 대기업상권과 골목상권의 상생과 공존을 위함이다.

덧붙여 보고서는 지역화폐를 쓸 수 있는 업종에만 소비를 몰리게 하는 문제라고 했지만 이는 지역화폐의 가맹점 기준을 감안하면 역설적으로 동네상권에서만 소비를 몰리게 하는 게 문제라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현실에서 지역화폐를 쓸 수 있는 업종(가게)들은 지역화폐를 쓰지 못하는 가게보다 대체로 열악하다.

조세재정연구소의 해당 보고서가 나온 이후 지역화폐에 부정적인 입장에서는 전가의 보도처럼 이 보고서의 내용이 인용된다. 하지만 이 보고서가 과연 지역화폐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현장의 현실을 제대로 살펴보고 나온 보고서인지 의문이다. 이 보고서가 나온 이후 지역화폐 관련 다수의 논문이 나왔고, 대부분 지역화폐가 지역경제 활성화 및 경제공동체 강화에 순기능을 하고 있다는 분석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보고서가 제시한 대안이 온누리상품권이라는 부분에서는 더욱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온누리상품권은 전국의 전통시장과 상점가에서만 쓸 수 있게 만든 상품권이다. 지역화폐의 목적과 용도와는 전혀 다른 상품권을 대체재로 내놓았다는 생각이다.

두 번째 근거는 재정문제이다. 어떤 시각에서는 정치적 변화가 지역화폐 정부지원 축소의 배경이라고 말하지만 사실과 다르다. 정부의 지역화폐 지원 축소는 이미 4년 전부터 계획되어 있었다. 2019년부터 정부는 기재부의 예비비로 4년 동안 한시적인 지원 예산을 마련했다. 그 기간이 올해 종료된 것이다. 그러니 2023년부터 새로운 틀에서 지원 방향을 모색해야 했고, 바뀐 정권의 긴축재정 정책에 따라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인 것이다. 정부 지원 축소는 이미 예고된 미래였다.

앞서 말한 대로 정부는 올해 지역화폐 지원 국비 투입액을 7053억 원으로 편성했다. 내년도 정부 총 예산은 640조 원으로 편성될 것으로 보인다. 만일 올해 지역화폐 국비 투입액만큼을 전액 삭감한다 해도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지역화폐에 대한 국민의 만족도와 정책 효율성을 감안한 정책 방향인지는 잘 모르겠다.

지역화폐 정책, 일제히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여하튼 정부 지원이 축소되거나 중단된다 하더라도 지역화폐 정책이 일제히 일몰되지는 않을 것이다. 지역사랑상품권은 지자체가 발행 권한을 가지기 때문에 존폐는 지자체의 선택 여부에 달려있다. 지자체의 의지에 따라 지역화폐가 유지되거나, 더욱 발전하거나 반대로 복지비(정책수당)의 전달 수단에 머물거나, 아예 정책을 중단하는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다.

확실한 사실은 지난 3년간 코로나19 민생위기 극복 차원에서 유지됐던 10% 할인/적립 인센티브를 지속하기 힘들다는 점이다.(지자체가 의지와 예산을 부담할 수 있는 여력이 된다면 예외이지만)

이 와중에 살아남을 지역화폐는 지역화폐의 도입 취지에 충실한 지자체의 지역화폐가 될 것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지역 소비의 역외유출을 막고, 역내로 유입된 소비가 고르게 배분되어 대기업 상권과 골목상권 자영업이 균형 있는 발전을 이루기 위함이 지역화폐의 목적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이재환님은 시흥시청 소상공인과 지역화폐팀 책임관으로 재직중입니다. 이 기사는 인권연대 웹진 <사람소리>에도 실립니다.


태그:#지역화폐, #지자체, #민생위기극복, #온누리상품권
댓글17

인권연대는 1999년 7월 2일 창립이후 세계인권선언의 정신에 따라 국내외 인권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인권단체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