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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3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친 뒤 원내대표실로 향하고 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3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친 뒤 원내대표실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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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31일 오후 5시 26분]

'추석 연휴(9.9~9.12) 전까지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를 통해 당헌·당규 개정안을 통과시키고, 새 비상대책위원장 및 비상대책위원 임명까지 마무리하겠다.'
  
대혼돈 상황인 국민의힘이 내놓은 시간표다. 추석 연휴 직전까지 가급적 관련 절차를 마무리하겠다는 건 크게 두 가지 이유로 풀이된다. 하나는 '추석 민심'이다. 명절을 맞아 전 세대와 계층, 지역이 한데 모인 자리에서 구성될 '추석 민심'을 마주하기 전에 상황을 최대한 수습해 '정치적 데미지'를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대통령실의 인적 쇄신과 타이밍을 최대한 맞춰서, 여권의 변화 노력을 강조하겠다는 포석도 깔려 있다.

또 하나는 이준석 전 대표의 추가 가처분 신청에 대한 심리 기일이 추석 연휴 직후인 14일로 예정된 탓이다. 국민의힘은 주호영 비대위원장의 직무만 정지된 것이지, 직무 정지 이전에 그가 임명한 비대위원의 지위와 권한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절차적 하자와 민주적 정당성의 문제를 지적하며 주호영 비대위원장의 직무를 정지시킨 재판부가, 개별 비대위원의 직무 역시 정지시켜달라는 이준석 전 대표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할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그래서 국민의힘 입장에서 갓 출범한 비대위마저 확정적으로 직무가 정지되기 전에, 얼른 새 비대위를 꾸려야만 한다. 새 비대위가 구성되면 기존 비대위는 자동으로 해산되는 만큼, 이 전 대표가 가처분을 신청한 '채무자'도 사라지는 셈이기 때문이다. 만약 기존 비대위마저 무력화되면, 이를 보완하기 위한 추가 절차도 복잡해지고 당의 내홍도 커질 수밖에 없기에 새 비대위를 최대한 빨리 띄워야 한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내홍이 이로써 수습 국면으로 들어서리라 기대하는 이는 드물다. 추석 전까지 물리적 시간이 촉박한 것은 물론이고, 설사 새 비대위가 들어선다 하더라도 오히려 당은 더욱 수렁에 빠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그럴 듯한 계획... 그러나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도중 의원총회장 밖으로 나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8.27
▲ 기자 질문에 답하는 하태경 의원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도중 의원총회장 밖으로 나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8.27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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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전 새 비대위 출범' 계획 자체는 그럴 듯하다. 하지만 넘어야 할 관문이 많다.

먼저, 비대위 반대파들에 대한 설득이다. 양금희 원내대변인은 지난 의총이 끝난 직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의총에서의 의결 내용과 다른 내용을 SNS나 이런 거(방송 등)에 (밝히는 데) 대해 지양하자는 의견이 굉장히 많았다"라고 이야기했다. 재선 의원들도 별도의 성명서를 통해 "일부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대안도 없이 당을 흔드는 언행을 계속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자제해 줄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31일 오전에도 비대위 반대파들은 목소리를 높였다.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 나선 조경태 의원은 "이번 사태를 가져오게 된 원인제공자 원내대표가 또 비대위를 구성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그것을 구성하겠다는 것은 참으로 논리적으로도 안 맞고 또 상식에도 안 맞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유력 당권주자인 안철수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전화에서 "(이준석 전 대표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이번 법원 결정 자체가 비대위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비대위로 다시 돌아간다', 또 '비대위가 성립하기 위해서 새롭게 법을 고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소급 입법에 해당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진퇴양난"이라면서도 "최고위로 돌아가서 우리의 운명을 우리가 스스로 정하는 그런 일"이 더 낫다고 강조했다.

하태경 의원은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대안이 없는 게 아니라 대안을 안 보시는 것"이라며 재선 의원들의 성명서를 직격했다. 하 의원은 "어제 의총에서도 대안을 제시했다"라며 "이렇게(최고위원 보완) 하면 추석 전에 당이 수습이 된다. 지금 주류 측 의원들이 이 대안을 살펴보려고 하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도로 권성동'에 이은 '도로 주호영'?
  
국민의힘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오후 국회에 들어서며 법원의 직무정지 가처분 결정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국민의힘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오후 국회에 들어서며 법원의 직무정지 가처분 결정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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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초는 또 있다. 시간과의 싸움이다. 비대위 반대 목소리를 설득, 무시 혹은 침묵시키더라도 상임전국위와 전국위 절차를 또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상임전국위와 전국위를 소집할 권한을 쥐고 있던 서병수 의장은, 새 비대위 출범 반대 의사를 재차 밝히면서 의장직에서 사퇴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사퇴한 서병수 의원을 대신해 부의장인 윤두현, 정동만 의원이 상임전국위전국위의 소집과 사회를 맡는다고 했다. 하지만 상임전국위와 전국위를 무사히 소집하더라도 '추석 전'이란 데드라인을 맞추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국민의힘은 지금부터 새 비대위를 구성하기 위해 총 5번의 위원회 소집이 필요하다.

먼저 당헌·당규 개정안 가결을 위해 9월 2일 상임전국위, 9월 5일 전국위가 열릴 예정이다. 전국위의 경우 소집 최소 3일 전에 공고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는 비대위원장 임명안이 상임전국위와 전국위를 통과해야 한다. 9월 5일 오후에 별도의 상임전국위를 열어 비대위원장 임명안을 가결하고, 오는 9월 8일에 전국위를 열어 해당 안을 통과시키겠다는 게 국민의힘의 계획이다.

그러면, 새롭게 임명된 비대위원장이 새로 비대위원을 지명해 상임전국위의 의결을 별도로 받는다. 비대위원 인선은 전국위를 거칠 필요가 없으므로, 9월 8일 오후에 별도의 상임전국위를 소집해 가결하게 되면 추석 연휴 직전까지 비대위 조직이 완료된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박정하 수석대변인이 이날 기자들에게 밝혔듯 모든 것이 원만하게 진행될 경우에 가능한 시나리오이다.

시간표를 맞추려면 비대위원장과 그 후에 이어질 비대위원 인선에 소요될 시일을 최대한 단축해야 한다. 지난 비대위원장 임명 때 하마평에 올랐던 일부 중진의 이름이 재차 오르내리고 있지만, 직무정지 된 주호영 비대위원장을 대신해 바통을 누가 이어받을지 다시 고르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당장, 새 비대위원장 후보 지명 권한이 누구에게, 어떤 명분으로 있는지조차 명확하지 않은 상태이다. 9월 2일 상임전국위와 5일 전국위에서 기존 비대위의 존속 여부 등에 대한 해석도 병행될 예정이다.

새 비대위원장이 임명할 새 비대위원 인선 역시 마찬가지이다. 본인은 오보라고 부인했지만, 앞서 주호영 비대위원장 역시 비대위원 '인력난'을 겪고 있다는 보도가 다수 언론을 통해 나왔다. 과연 기존 비대위원 전원을 물갈이할 것인지, 일부만 교체할 것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어떤 방향으로 가든 다소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다.

내부적으로 이미 직무가 정지된 주호영 비대위원장에게 다시 새 비대위원장을 이끌도록 하겠다는 안이 유력하게 이야기되는 것도 결국 '시간' 때문이다. 기존 비대위원들도 특별히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는 한, 가급적 그대로 임명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여러 정치적 고려가 포함된 전망이지만, '새로 뽑을 시간이 없다'라는 게 가장 주된 이유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법원이 비대위원장이나 비대위원 개인의 자격이 미달된다고 본 것도 아니고, 해당 인사들이 특별히 하자가 있거나 새로이 문제가 발생한 게 아니지 않느냐"라며 "법원은 절차적인 문제를 지적한 것이니, 절차만 잘 거친다면 인선은 거의 그대로 갈 것 같다"라고 밝혔다. 사실상의 '재신임'인 셈이다.

"절차적 하자 치유, 그건 이미 본질이 아니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30일 오후 대구 동구 방촌시장을 찾아 칼국수를 먹고 있다.
▲ 대구 방촌시장 찾은 이준석 전 대표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30일 오후 대구 동구 방촌시장을 찾아 칼국수를 먹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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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난관을 돌파했다고 해도, 당이 정말 법원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새 비대위가 출범하고 나면, 이준석 전 대표는 신임 비대위원장과 새 비대위를 향해서도 또 한 번의 가처분 신청을 낼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 비대위의 출범은 곧, 당원권 정지 징계가 만료된 이후에라도 그가 당대표로 복귀할 수 없게 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에서는 당헌·당규 개정을 통해 절차적 하자가 치유됐다고 항변하겠지만, 당장 당내에서도 최재형 의원이나 조해진 의원 등은 추가 가처분 신청 역시 인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주호영 비대위원장 이하 비대위 구성이 기존과 똑같거나 유사할 경우, 법원이 해당 비대위의 정당성을 인정할지도 미지수이다. 당장 한 국민의힘 의원도 <오마이뉴스>에 "설마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라며 "눈 가리고 아웅 아니냐, 법원이 간판만 바꾼 비대위를 인정하겠느냐"라고 꼬집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오마이뉴스>와의 전화에서 "법원이 절차적 하자가 치유됐다고 보고 새 비대위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건 이미 본질이 아니다"라며 "집권 보수정당이 '법과 원칙'을 내세우다가 불리해지니 '꼼수와 편법'으로 상황을 돌파하려는 모습이 추석 밥상에 올라가게 됐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형식상의 갈등이 수습된다고 해서, 내용상의 내홍까지 해결되지는 않는다"라며 "비대위가 새로 출범한다고 한들, 이탈한 2030세대가 돌아오거나,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향한 국민의 신뢰가 회복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었다.  

태그:#국민의힘, #권성동, #주호영, #이준석, #비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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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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