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댐 가운데 섬처럼 남은 것이 금강마을의 흔적이다. 댐에 물을 가득 채우지 않아 마을의 흔적을 볼 수 있다. .
 댐 가운데 섬처럼 남은 것이 금강마을의 흔적이다. 댐에 물을 가득 채우지 않아 마을의 흔적을 볼 수 있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영주댐 해법을 묻는다. 지난번 영주 이산의 김진창 농민편(영주댐 허물지 말고 반면교사로 삼아야)에 이어 두 번째 인물로 금강마을 장중덕 이장를 찾았다. 9월 첫째주 주말, 장중덕 이장으로부터 그의 고향 금강마을 이야기와 영주댐 문제 해법에 대해서 물었다.

장 이장은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과거만큼 상류에서 모래가 유입되지 않기 때문에 내성천은 이전처럼 원상 회복되기 어렵다고 봤다. 금은빛 모래강은 이제 옛말이라고 했다. 많은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제 댐이 지어진 현실을 인정하고 어떻게 하면 수질을 더 좋게 개선할까 그걸 궁리해야 할 때라고 본다고 했다.

다소 체념한 듯한, 뜻밖의 대화였다. 그의 대화에는 실향민이 된 쓸쓸함이 짙게 묻어났다. 그의 이야기 속으로 더 들어가보자.
 
영주댐 공사가 거의 완공되어갈 무렵의 내성천과 금강마을 정면에 보이는 마을이 금강마을이다. 2015년 7월의 모습.
 영주댐 공사가 거의 완공되어갈 무렵의 내성천과 금강마을 정면에 보이는 마을이 금강마을이다. 2015년 7월의 모습.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영주댐으로 수장된 천년 역사의 금강마을 

- 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아름다운 물돌이마을 금강마을이었다. 고향 금강마을 이야기 좀 해달라.

"고향은 사실상 물속에 잠겨 버렸고 고향이란 것도 이제는 마음만 있지 사실상 고향이 없어졌다. 지금 이주단지에 17가구 와 있지만 삶의 터전이 안 된다. 생활할 수 없으니까. 고향을 지척에 두고 이사 와서 고향 옆에 산다는 거뿐이지 고향의 큰 의미는 이미 사라져버렸다. 뿔뿔이 다 흩어져버렸고 민심이 다 갈라져 버렸다. 이제는 시골 풍습도 다 사라졌다.

외부로 흩어진 사람이 와도 갈 데가 없다. 올해 마을회관을 지을 예정인데, 마을회관이 없다 보니까 모일 장소도 특별하게 없었다. 그래서 처음에 이사 와서는 집집마다 돌아가면서 모였는데 그것도 부담이 되다 보니까 지금은 모임도 못 하고 있다. 별로 찾아오는 사람도 없다. 고향을 완전히 잃은 셈이다. 명맥만 유지한다고 왔는데 예전 같지 않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맘껏 뛰어놀 수 있는 강 내성천.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맘껏 뛰어놀 수 있는 강 내성천.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 어린시절 금모래강 이야기를 좀 해달라.

"그때는 진짜 놀이터였다. 자갈도 없었다. 완전히 고운 모래밭이었다. 지금은 유입량이 없으니까 모래가 자꾸 거칠어진다. 이제 발이 아파 못 걷는다. 예전엔 강을 운동장 삼아 맨발로 뛰어놀았다.

70년대 말부터 모래 입자가 조금씩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워낙 모래가 많고 자갈은 얼마 안 되니까 물새들이 자갈에 알을 낳는데 그걸 쉽게 찾았다. 그 알을 삶아 먹고 그랬다. 그런데 지금은 다 자갈밭이라 물새알 찾지도 못한다.

흰수마자는 못 먹는 거로 알고 잡지도 않았다. 아예 잡을 생각을 안 했다. 모래가 부드러운 데 살았다. 그리고 제방 옆에 왕버드나무가 많이 있었다. 버드나무 뿌리가 물고기집이었다. 그 안에 뱀장어, 메기, 자라 다 있었다. 80년도 이후부터 사라지기 시작해서 그 뒤로는 없다."
 
우리나라 고유종이자 멸종위기1급종인, 모래 속에 사는 물고기 흰수마자. 영주댐 전에는 내성천이 우리나라 최대의 서식처였지만 지금은 개체수가 엄청 줄었다.
 우리나라 고유종이자 멸종위기1급종인, 모래 속에 사는 물고기 흰수마자. 영주댐 전에는 내성천이 우리나라 최대의 서식처였지만 지금은 개체수가 엄청 줄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 현재 영주댐 저수량이 30% 정도 된다고 알고 있다. 환경부에서는 농사짓는 사람들 때문에 댐 방류 못한다고 하는데, 이 댐 물로 실제 농사짓는 사람이 있는가?

"우리 동네는 없다. 댐으로 인해서 상류 쪽에는 양수장 설치해서 물을 공급해서 올해부터 쓰고 있다. 그전에 댐이 준공 안 돼 담수가 안 되다 보니까 물을 못 썼는데 올해와 지난해 관로공사 다 해서 올해부터 물을 쓰고 있다. 지금 상태로 가능하다. 댐 수위를 (해발) 149미터 선까지 유지하기로 돼 있다. 농업용수까지는 그 정도로 가능하다.

양수장이 평은리 지나서 하나 있는데 그건 문수 만방 쪽으로 넘어가고 이산에도 하나 있고 지금 세 개가 있다. 청소년수련원 있는데 거기 하나 더 (건설)해서 예곡으로 넘겨야 진짜 많은 혜택을 볼 수 있을 거다."
 
인터뷰하는 장중덕 전 금강마을 이장.
 인터뷰하는 장중덕 전 금강마을 이장.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모래 유입이 적어 내성천 원상회복 어렵다

- 현재 내성천 상태는 어떻다고 보는가? 다른 주민들의 생각도 궁금하다.

"내성천이 복원된다는 건 거짓말이다. 복원시킨다고 해도 예전 같은 황금빛 은빛 모래는 없다. 댐 이전부터 홍수가 안 났다. 산림이 우거져 산사태도 없고 토지에 농로포장 다 됐지, 밭에 비닐 다 깔지, 사방사업 많이 했지. 모래가 내려올 데가 없다. 댐을 막아서 그렇다. 하지만 서천 한번 가봐라. 서천도 80년 대비해서 하상이 4미터 이상 빠졌다. 그러다 보니까 여기뿐만 아니고 큰 강이 아닌 데는 다 같이 풀이 나고 그렇다.

예전에는 일 년에 두 번씩은 물이 넘었다. 내 기억에 89년도 이후로는 내성천에 홍수가 없었다. 그전에 내성천에서 물을 막아서 논에 물을 댔다. 예전에 물 대던 서천에 가보면 물속에 잠겼던 버드나무가 3미터 위에 가 있다. 하상이 그만큼 많이 낮아졌다. 모래가 다 떠내려가 버리고 상류에서 모래가 유입되는 게 없으니 그렇다. 내성천뿐 아니고 전국적인 현상일 거다."
 
모래가 흐르는 모래의 강 내성천. 이런 강은 국내 어디에도 없다. 지금은 영주댐으로 모습이 완전히 바뀌어버렸다.
 모래가 흐르는 모래의 강 내성천. 이런 강은 국내 어디에도 없다. 지금은 영주댐으로 모습이 완전히 바뀌어버렸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 학자들은 댐을 허무는 대신에 수문만 열어서 모래와 물이 유통되게 하고, 홍수가 몇 번 지면 내성천이 예전 모습으로 돌아올 거라고 말한다.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모래가 들어오는 게 없기 때문에 하상이 낮아졌다. 예전에는 산이 다 민둥산이었는데 지금은 안 그렇다. 숲이 빽빽하다. 모래가 떠내려올 데가 없다. 그전에는 일년에 두 번씩은 물이 넘치고 강을 3일 정도는 못 건너갔다.

그런데 지금은 모래가 들어올 데가 없다. 댐 시작할 때인 2009년부터 풀이 나고 우거지고 그때부터 비가 적었다. 그러니까 어느 순간에 풀이 다 덮어버렸다. 상류도 마찬가지다. 유입량이 없어서 그렇다.

학자들 말 같으면 지금 유사조절지 안에 모래가 꽉 차야 한다. 그런데 안 그렇다. 모래가 없다. 들어올 모래가 없다. 사방댐 다 해놨다. 모래가 안 내려온다. 예전에는 산에 사람 가는 게 다 보였다. 이제는 숲이 울창해서 보이지 않는다. 예전에는 송이도 났는데 지금은 숲이 너무 우겨져 송이가 안 날 정도다. 그 정도다. 모래가 내려올 데가 없다."
 
금강마을 유물 발굴 현장. 금강마을 터에서 옛 금강사란 절터가 발굴되면서 그곳에서 국보급 고려시대 불교 유물이 쏟아져 나왔다. 이 유물들로 인해서 금강마을의 역사가 1천년이 됐다는 것이 밝혀졌다.
 금강마을 유물 발굴 현장. 금강마을 터에서 옛 금강사란 절터가 발굴되면서 그곳에서 국보급 고려시대 불교 유물이 쏟아져 나왔다. 이 유물들로 인해서 금강마을의 역사가 1천년이 됐다는 것이 밝혀졌다.
ⓒ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 문화재 이주단지는 지금도 공사를 한창 하고 있다. 언제 완공되는가?

"벌써 끝냈어야 하는데 지금 세 채가 남았다. 괴헌고택, 덕산고택 두 채 때문에 그렇다. 다른 거는 다 돼간다. 주인이 얼마나 협조하는가에 달렸다. 벌써 완공을 했어야 했다. 그래서 댐 사업이 아직도 준공이 안 됐다. 준공이 안되는 바람에 여기 농업용수 시설해둔 것도 시에서 추진을 못 했다. 작년에 관로 다 깔고 올해부터 물공급 하니까 그것만 해도 몇 년 늦었다. 그만큼 농민들이 혜택을 못 본 거다."

- 영주댐 해체하란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도 (처음에는) 댐을 반대하고 했지만 이제는 어쩔 수 없는 거 아닌가. 이미 1조1천억 원이란 돈 들여 지어졌다. 이미 지어졌으니 수질 개선 노력도 해봐야 한다. 노력도 안 해본다는 건 국가적 손실이다.

이제는 (내성천을) 원상회복할 수도 없다. 환경에 따라 적응해 살아야 한다. 하다가 안 되는 건 방법이 없지만 노력도 안 해보고 댐을 부순다 하는 건 사실상 너무 황당하더라. 다 국민들 세금인데. (환경단체) 말 들어보면 좀 황당할 때가 많았다. 그럼 그 전에 막았어야 하는데 그 전에 못 막았지 않느냐. 이제 다 해놓고 그러는 건 말이 안 된다 본다."
 
영주댐의 심각한 녹조. 가운데 섬으로 남은 것이 금강마을의 꼭대기 일부다.
 영주댐의 심각한 녹조. 가운데 섬으로 남은 것이 금강마을의 꼭대기 일부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 녹조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녹조가 안 생긴다는 건 거짓말이고 이걸 어떻게 잘 개선해나가느냐, 거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농사짓던 땅인데, 사람이 살던 땅인데 녹조가 안 생긴다는 건 거짓말이다. 녹조 때문에 떠들고, 댐을 부셔야 한다는 건 내가 볼 때는 아니다.

녹조가 너무 심해서 개선될 여지가 없다는 건 나도 안다. 그럼 개선의 노력을 했느냐? 개선 노력 안 했다. 물을 가두어가지고 청소하고 해야 하는데, 그전에 담수를 안 해서 풀은 풀대로 키우고 나무는 나무대로 다 자라게 놔두고... 그 상태에 담수를 하면 그게 다 썩을 게 아니냐. 청소를 하고 댐에 물을 채우면 되는데. 대책이 없는 거 같다."

"내성천은 이미 늦었다, 영주댐 인정해야"

- '내성천을 국립공원으로 만들자, 인구가 자연스레 소멸하면 하천이라도 보존하자'라는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원상회복 안 된다. 금빛 모래강 안 된다. 원체 유입량 적기 때문에 하상이 자꾸 낮아진다. 지금 (내성천) 상태가 물 흐르는 길로만 물이 흐른다. 무섬마을만 정비하지 이 많은 구간은 관리가 안 된다. 회복이 안 돼서 물 흐르는 길만 남는다. 힘들 거다. 아쉽지만 원상회복 힘들 거다.

그러니 방법이 없다. 댐이라도 유지해서 물을 쓰고 있는 사람들은 물 걱정은 안 한다. 댐과 함께 가야 한다. 너무 늦게 담수를 했다. 버드나무가 5미터나 자랐다. 그게 다 죽어서 부영양화 더 시킨다. 댐을 담수 안 하니까 곤충들이 많이 나타났다. 곤충 서식처가 돼버렸다."
 
2016년 1월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이 영주댐 해체를 주장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그 뒤로  금강마을이 보이고 그 너머에 영주댐이 서 있다.
 2016년 1월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이 영주댐 해체를 주장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그 뒤로 금강마을이 보이고 그 너머에 영주댐이 서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 '댐을 해체하거나, 수문을 열자' 이런 주장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가?

"수문을 열어버리면 더 후퇴하는 거다. 농사도 못 짓는다. 정말 무용지물 된다. 그러면 다 떠나야 한다. 여기서 못 산다. 나쁘게 생각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댐 수질부터 개선하고 그 물을 갈수기 때 내려보내면 낙동강 수질 개선에도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겠나 생각한다."

- 내성천 이대로 포기해야 하는가?

"이미 늦었다. 산림이 너무 우거져 모래가 들어올 때가 없다. 아쉽지만은 그게 현실이다. 방법이 없다. 축사 같은 문제 개선하는 방법 찾아야지. 그런 데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금강마을 초입에 놓였던 마을 비석. 전통을 자랑하던 1천년 역사의 금강마을이 영주댐으로 인해 수장당하고 그곳에 살던 주민들은 뿔뿔이 흩어져야 했다.
 금강마을 초입에 놓였던 마을 비석. 전통을 자랑하던 1천년 역사의 금강마을이 영주댐으로 인해 수장당하고 그곳에 살던 주민들은 뿔뿔이 흩어져야 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그와 인터뷰 하는 내내 많은 것을 체념한 듯한 실향민의 아픔과 사회적 무관심 속에 지치고 자포자기의 심정에 빠진 주민의 아픔이 동시에 느껴졌다. 하지만 많이 망가져도 내성천은 여전히 아름답고 지킬 가치가 있는 강이란 게 내성천을 아끼는 많은 이들의 공통된 견해다. 그들은 영주댐만 철거되면 내성천은 다시 회복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일본 아라세댐 철거 이후 구마강이 되살아난 것이 그 증거다. 그러므로 예전처럼 지속적인 관심과 방문이 중요하다. 내성천과 영주댐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내성천 주민의 이야기를 두 편에 걸쳐 들어보았다. 다음 편에서는 내성천을 깊이 사랑하고 연구해온 학자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내성천 문제의 해법을 마저 찾아보려 한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으로서 지난 십수년간 낙동강과 함께해오고 있습니다. 낙동강은 재자연화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뭇 생명들이 살고 우리가 살 수 있습니다. 그러니 분발하십시다.


태그:#내성천, #영주댐, #장중덕 이장, #금강마을, #실향민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5,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