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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인구 등록 통계
 제주도 인구 등록 통계
ⓒ 임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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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인구가 70만 명을 넘겼습니다. 2013년 60만 명을 넘은 이후 9년 만입니다. 
주민등록인구 통계를 기준으로 1992년 제주의 총인구는 50만 명이었습니다. 이후 21년 만에 60만 명 시대가 열렸고, 당시 제주 도청 앞에서는 대대적인 축하 행사가 열렸습니다. 

다른 지방은 인구 소멸의 위험 속에 빠져 있는 상황에 제주는 9년 만에 인구가 10만 명이나 늘었으니 축하해야 마땅하지만 도민들은 위기라고 생각합니다. 

제주 인구 70만 시대,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이유를 하나씩 짚어봤습니다. 

섬에 넘쳐 나는 쓰레기, 제주가 병들어 가고 있다

인구가 증가하면 필연적으로 쓰레기도 늘어나게 됩니다. 2011년 도내 1일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764t이었지만 2022년에는 1150.9t으로 증가했습니다. 

2020년 기준 제주지역 1인당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하루 1.64kg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습니다. 전국평균 0.89kg과 비교해도 두 배에 달합니다. 

육지에는 쓰레기를 매립할 토지가 남아 있지만, 제주는 섬이라 어렵습니다. 그나마 운영하는 쓰레기 매립장도 매립용량이 10% 이내로 남았거나 용량을 초과했습니다. 

제주도는 2019년부터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매립장을 조성해 운영하는 등 쓰레기 처리에 나섰지만,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재활용률이 떨어지는 쓰레기 배출 방식이라면 모든 쓰레기 처리시설이 금방 포화상태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2019년 제주 해양쓰레기는 1만 1769t이었지만 2021년에 수거된 양은 2만 1489t으로 무려 82.7%나 급증했습니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해양쓰레기 처리비용에만 무려 300억 원 가까이 투입됐습니다. 

제주는 해마다 수백억 원을 들여 압축쓰레기와 해양쓰레기, 슬러지 등을 도외로 반출하고 있습니다. 인구가 증가하면서 쓰레기 처리 비용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배출되는 하수가 늘어나면서 처리 시설을 두고 갈등은 증폭되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 방법이 없어 하수 처리에 난항을 겪기도 했습니다. 

< KBS제주 >가 추석 특집 여론조사를 실시했습니다. 환경보전분담금 제도가 필요하다고 묻는 질문에 85.4%가 필요하다고 답변했습니다. 필요하지 않거나 전혀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12.2%에 그쳤습니다.

일각에서는 관광객에게 받는 환경보전부담금으로 쓰레기와 하수 처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냐고 반문합니다. 심각한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각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정주 여건 최악, 자연 말고는 살기 힘든 제주 
 
제주시 동쪽 구좌읍 송당리에서 바라 본 한라산
 제주시 동쪽 구좌읍 송당리에서 바라 본 한라산
ⓒ 임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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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부동산
제주지역 표준 공시지가는 매년 9% 이상 상승하고 있습니다. 제주 지역 부동산 가격은 해마다 폭등하고 있습니다. 멈추지 않고 고공행진 중입니다. 

육지는 외곽이나 신도시를 개발할 수 있는 토지가 존재하지만 제주는 섬이기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건축할 수 있는 땅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공공주택보다 분양가가 높은 민간 아파트의 거래가 활발할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에는 감귤 농장을 팔아 집도 사고 자녀들 학비도 내고 결혼도 시켰다는 말이 있지만 지금은 불가능합니다. 땅값이 올랐다고 밭을 팔아봤자 10억 원 넘게 치솟은 아파트를 구입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② 취업 
제주는 타 지역에 비해 기업이나 공공기관이 적어 청년들의 취업이 제한적입니다. 그래서 가족경영 자영업자가 많습니다. 2019년 취업자 수가 1만 5천 명 증가했는데 이중 비임금 근로자가 10% 가까이 늘었습니다. 대부분 무급가족종사자입니다. 

제주 1인당 개인 소득은 1881만 5000원으로 전국 평균 2066만1000원보다 184만6000원이나 적었습니다. 제주보다 소득이 낮은 곳은 경북이 유일했습니다(통계청  2019년 기준) 

③ 교통
제주의 자동차 누적등록 대수는 67만 6710대로 인구 1명당 1대의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는 셈입니다. 전국 자동차 누적등록 대수인 인구 2.05명당 1대와 비교하면 엄청난 숫자입니다. 

아직까지 제주는 육지에 비해 교통체증이 심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제주 도심권은 주차난 등으로 교통 혼잡도가 매우 높습니다. 대중교통 이용률이 높으면 자동차가 줄어들 것 같지만 제주의 버스수송분담률은 10%대에 불과합니다. 

④ 인구·지역 불균형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제주도 인구 70만 명 중 50만 7945명이 제주시에 살고 있습니다. 이는 도내 인구의 72.6%를 차지하는 수치입니다. 서귀포시는 19만 2138명으로 27.4%에 불과합니다. 2010년에도 전체 인구의 73%가 제주시에 집중됐는데 이번 조사에서도 여전히 전체 인구의 4분의 3이 제주시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제주시에 인구가 집중되면서 지역 경제 불균형은 물론이고, 지역의 발전이나 향후 고령화 시대 인구 감소에 따른 문제점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⑤ 탈제주
제주도 인구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은 외부 유입입니다. 제주 이주 열풍이나 한 달 살기의 여파가 큰 몫을 차지했습니다. 제주 토박이들은 제주를 떠나기 어렵지만, 이주민들은 언제라도 육지에 나갈 수 있습니다. 

인구 증가보다 더 위험한 것이 급격한 인구 감소입니다. 특히 일자리와 급여 체계에 불만을 갖은 청년이나 30~40대의 탈제주는 계속 늘어만 가고 있습니다. 

2013년 제주 도청 앞에서는 인구 60만 명을 돌파했다며 대대적인 축하 행사가 열렸습니다. 제주가 특별자치도에 걸맞은 인구를 갖췄다며 경쟁력 있는 지방자치 시대가 됐다는 장밋빛 희망이 넘쳐났습니다.

불과 9년 만에 인구 70만 명 시대가 됐지만 도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살기 힘든 제주가 인구 증가로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밀려들고 있습니다. 

도민들의 불안감은 인구만 늘어나면 된다는 안일한 도정과 개발 중심의 정책이 원인입니다. 인구가 증가해도 삶의 질이 나빠지지 않도록 경제와 개발, 환경이 서로 균형을 잃지 않는 장기적인 정책이 요구되는 선택의 순간입니다. 

태그:#제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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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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