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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 9월 20일 오후 6시 9분]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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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과 관련해 "피해자가 충분한 상담을 받았다면 비극적인 사건으로 가지 않았을 것"이라며 마치 사건의 책임이 피해자에게 있는 듯한 발언을 했다. 야당은 연일 그가 여가부 장관으로서 부족한 인식을 드러낸다고 비판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는 20일 전체회의를 열어 신당역 사건과 관련해 여가부, 경찰청, 법무부, 서울교통공사 등 관계기관으로부터 현안보고를 받았다. 이 자리에서 여가부는 피해자 보호를 위해 경찰청과 연계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했고, 김현숙 장관은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번 사건이 정말 가슴 아픈 것은 살해된 피해자가 여가부의 다양한 '1366(가정폭력, 성폭력 등 여성폭력 피해자들이 긴급 구조, 보호 등을 상담할 수 있는 여성긴급전화)'이나 그런 걸 통해서 다양한 상담, 주거나 법률 지원을 받고 자기 자신을 얼마나 보호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충분한 상담을 받았다면 자신에 대해서 보호하는 조치를 훨씬 더 강화했기 때문에 이렇게까지 비극적인 사건으로 가지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피해자가 자신을 보호하는 조치를 훨씬 더 강화했다면..."

여가부가 피해자를 좀더 지원하지 못했다는 안타까움도 담겼지만, 김 장관의 발언은 자칫 자신을 보호하려는 피해자의 노력이 부족했다는 의미로도 받아들여질 수 있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신당역 사건 피해자는 형사고소를 두 차례나 진행하는 등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성실하게 사법기관의 문을 두드렸다. 전문가들도 이번 사건의 주요 원인을 피해자를 가해자로부터 제대로 격리하지 못한 데에서 찾고 있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 장관에게 발언의 의미를 보다 상세하게 따져 물었다.

김한규 의원 : "성폭력 범죄에 대해 통보가 이뤄지지 않아 여가부가 조치를 취하기 어려웠던 것은 잘못된 게 맞다. 만약 통보됐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었나."
김현숙 장관 : "인하대 사건의 경우 통보된 후 저희가 현장점검을 할 수 있었다. 현장점검에선 예방교육은 제대로 되고 있는지, 매뉴얼은 제대로 있는지 등을 점검해서 저희가 다시 피드백을 준다."

김한규 의원 : "이 사건 같은 경우는 현장에 가서 어떻게 지금 같은 살인 사건을 막을 수 있었을까."
김현숙 장관 : "예를 들어서 피해자에 대해서 정확하게 적시를 못했다는 것이지 않나(성폭력방지법에 따라 공직유관단체에서 성폭력 범죄가 발생할 경우 해당 사건을 여가부에 통보해야 하지만 이 경우 피해자는 드러나지 않음. 게다가 신당역 사건에서 서울교통공사는 최초로 불법촬영사건이 일어났을 때 여가부에 이를 통지하지 않았음. - 기자 주). 실제로 저희가 피해자를 찾아내지는 못했을 것 같다. 하지만 전체적인 공사 예방교육이라든가 직장내 괴롭힘 문제라든가, 스토킹이라든가 그런 부분을 훨씬 더 광범위하게 했을 거라 생각한다."


김 의원은 "아까 답변 때 (여가부와 연결됐다면)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서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 교육한다든지 이런 방식으로 할 수 있다고 말씀했는데, 그게 주요한 부분이 아니다"라며 "피해자가 잘못해서 일어난 범죄가 아니지 않냐"고 지적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영장없이도 구금가능한) 잠정조치가 제대로 이뤄지고 스토킹 범죄자 전자장치 부착이라든지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접근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정부 정책이 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가부가 그 컨트롤타워가 되어 기능을 강화하는 그런 면에서 신경을 써야지, 피해자한테 교육을 제대로 해서 피해자 스스로 이런 사건을 막을 걸 기대하는 자체는 상당한 인식의 문제다."

"장관이 여가부 폐지에만... 제도 개선 관심있는지 모르겠다"
20일 오전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성화장실 입구에 스토킹 살인사건으로 희생된 여성역무원을 추모하는 시민들이 붙여 놓은 메모지가 빼곡하게 붙어 있다.
 20일 오전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성화장실 입구에 스토킹 살인사건으로 희생된 여성역무원을 추모하는 시민들이 붙여 놓은 메모지가 빼곡하게 붙어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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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당 홍정민 의원은 김 장관이 지난 16일 신당역 현장을 찾아 '이번 사건을 여성혐오 범죄로 보지 않는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여가부 장관으로서 매우 부적절하다"고 일갈했다. 그는 여가부가 사건 발생 후에도 피해자 보호 정도만 업무보고 내용에 포함시켰을 뿐이라며 "장관께서 그동안 여가부 폐지에만 관심을 갖고 있어서 사법제도 개혁이라든가 여성·약자에 대한 종합적인 제도 개선 노력에 얼마나 이해도가, 관심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민주당 간사, 유정주 의원도 "젠더폭력에 대한 장관의 불성실한 인식이 계속해서 문제가 되고 있다"며 "인하대 성폭력 살인 사건에서도 '단순한 학생 안전 문제'라고 했다가 논란이 되니까 '여성에 대한 폭력'이라고 정정했다"고 짚었다. 그는 "인하대나 신당역 사건 같은 일이 벌어졌을 때 부디 이런 말씀을 좀 자제해달라"며 "정말 중요한 것이 아닌 장관님 말씀이 화두가 되면서 젠더갈등에 기름 붓는 격이 되지 않나"고 당부했다.

한편 여가부는 보도 후 "장관은 '피해자가 자신을 더 보호했다면'이 아니라 사건 초기에 여가부 지원을 더 받았다면 이런 비극은 막을 수 있었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여가부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구두로 말씀하다보니 오해된 부분도 있겠지만 전체적으로는 그런 의도가 전혀 아니다"라며 "평소 의사도 전혀 그런 뜻이 아니다. 저희가 지원하지 못한 데에 대한 안타까움이 더 크다"라고 밝혔다.

태그:#신당역 , #스토킹, #살인, #김현숙, #여성가족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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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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